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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 리뷰

전통의 옷을 입은 모던 공간

2010-03-29


멋들어진 전통가구와 거기에 궁합이 잘 맞는 어울리는 그림 한 점.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을 가구와 함께 감각적으로 배치하는 것만으로 예술적인 공간이 탄생한다. 이러한 조합을 한국 전통의 나전칠기 가구와 작가의 그림으로 제안하는 전시가 있다. 바로 유아트스페이스에서 오는 4월 10일까지 열리는 ‘그림하나 가구하나 lll-감성적 공감, 나전칠기와 현대미술의 만남’ 전이다.

에디터 | 이영진(yjlee@jungle.co.kr)
자료제공 | 유아트갤러리(www.yooartspace.com)

이번 전시는 전통가구와 현대미술이 함께하는 인테리어 제안전으로 나은 크래프트의 전통인테리어 가구와 다양한 시각을 가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생활 속에 어우러져 색다른 공간을 제안한다. 전시공간은 안방, 거실과 주방의 공간과 함께 다실의 공간으로 구성되었으며, 젊은 작가들의 참신한 발상의 작품과 함께 전통옻칠가구, 나전칠기가구들을 생활 속에 함께 조화시킴으로써 평범한 일상 속에 스며있는 전통과 현대의 자연스러운 공간이미지를 연출한다.
전통의 방식 그대로를 고수해 못을 사용하지 않는 짜맞춤 방식만을 고수하는 나은크래프트는 현대생활에 맞는 모던한 디자인을 접목시켜 전통 나전과는 또 다른, 새로운 형식의 가구를 선보인다. ‘옻칠’이라는 단어만으로 자칫 진부하고 고리타분하게 느낄 수 있는 현대인들의 어긋난 오해를 삼베 질감을 이용하여 매우 간결하고 내추럴하게 표현함으로써 기존의 편견을 단번에 깨트릴 수 있는 새로운 시도다. 또한 이와 함께 공간을 연출할 작품들은 김지혜, 박현웅, 백승호, 심정윤, 이은미, 정혜윤 등의 작가들이 창조해낸 다양한 형태의 그림과 조형작품이다. 감성적인 색채 및 소재의 작품과 함께 가구가 어우러진 공간은 완성도 높은 인테리어를 보여준다.


심정은의 부조조각은 정교하게 다듬어진 목조각위에 금속 혹은 또 다른 목조각을 붙여냄으로써 입체위에 입체를 중첩시키고 있다. ‘창’의 형태를 바탕으로 자연물의 이미지를 결합하면서 소통과 경계, 현실적 자아의 내면과 그 밖의 이야기들을 표현한다.
박현웅은 일상적인 풍경과 소재를 동화적인 색채와 표현을 통해 경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얇은 나무판이 중첩되면서 만들어지는 입체감은 나무가 주는 따뜻한 느낌과 밝은 색채와 더불어 평면속에 보여지는 입체의 깊이를 볼 수 있다.
백승호의 조각에서는 선이 만들어 내는 조합과 구성만으로 입체감과 공간감을 구성해가고 있다. 서양 건축과는 다른 동양 건축의 음양과 공간, 여백과 선을 강조하여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적 특징을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있으며, 한옥의 지붕을 보는듯한 풍경 속에서 정적이고 단아한 공간과 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조각이다.


이윤미는 하나의 고정된 시점을 무시하고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선에 따라 공간을 구성한다. 면과 면 사이를 가로지르는 드로잉 선들의 팽팽한 긴장감과 자연과 일상을 담은 소박한 소재들을 통해 정물과 풍경 사이에서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드는 복합적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김지혜는 고전적인 소재와 색채를 현대적인 감수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일상을 담아내었던 책가도는 오방색을 바탕으로 한 화려한 색채와 얇은 선들이 교차되면서 십장생 화조도 등과 함께 조합되어, 중성적이고 복합적인 현대적 재구성을 통한 정물화를 보여준다.
정해윤의 서랍은 ‘안’과 ‘밖’이라는 경계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가시적인 존재 추상적인 개념까지도 담아내는 포괄적 의미를 지닌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인간사와 자연사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속에서 개인과 집합 사이에 공존하는 사회적인 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현대미술과 전통가구와의 색다른 결합은 과거의 회고적인 가치를 찾아내는 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완성도 높은 공간을 관람하는 동안 전통가구의 미적 본질을 찾아내고 재해석하며 옛것 속에 배어있는 현대미술의 미적 흐름을 발굴해내고자 하는 주최측의 의도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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