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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제 5회 조연을 기획하다

2004-09-14

올해 개봉했던 영화 '슈렉2'가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슈렉2'에서 주연으로 열연(?)한 슈렉(마이크 마이어스)과 피요나 공주(카메론 디아즈)는 생각나지 않아도 당나귀(에디 머피)와 함께 다소 엽기적인 캐릭터로 등장한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장화 신은 고양이(퍼스 인부츠)’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아래 그림처럼 애절한 눈빛을 그윽히(?) 보내던 고양이는, 말 그대로 이 눈빛 하나로 관객을 뒤집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당나귀나 장화 신은 고양이는 모두 조연입니다. 조연은 주연을 한층 돋보이게 만들거나, 비극 속에 희극적인 요소로 관객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합니다. 보통의 경우 ‘코미디 릴리프’의 역할을 하는 익살꾼을 조연이 연기하지만, 반대로 코미디에서 비극을 연출하는 몫도 조연이 차지합니다. 그런데 조연은 반드시 주연이 있어야 됩니다. 주연 없는 조연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와 마찬가지로 조연 없는 주연 또한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TV 드라마뿐 아니라 모든 영화, 모든 일상에서 반드시 주연은 조연을 대동(?)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는 흔히 주연이 스토리를 이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조연이 스토리를 이끈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TV 드라마에서 주연은 조연의 역할에 따라 사랑하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합니다. 최근의 드라마 ‘풀하우스’를 보면 영재(비)와 지은(송혜교)은 이박사, 김여사, 할머니, 동욱, 희진 등 조연에 의해 ‘조종’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소 당황스럽기도 하겠지만, 웹기획에서도 조연이 있습니다. 웹기획의 조연? 참 어울리지 않는 말 같습니다. 웹기획은 드라마도 아니고 영화도 아닌데 어떻게 조연이 있을 수 있고, 또 어떻게 조연을 기획한다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얼마전 받은 한 통의 이메일을 먼저 보아야겠습니다. 아래 그림은 게임포탈사이트인 콩즈닷컴(www.kongz.com)에서 난데없이 날라온 이벤트 메일입니다. 한번 아래 메일 내용에서 ‘조연’을 찾아보세요.

위 메일 내용을 자세히 보면 분명히 다른 메일과 무엇인가 틀립니다. 우선 메일 형식이 마치 게시판을 읽는 것과 같습니다. 이 때문에 약간 특이한 홍보성 메일이라고 보고 그냥 휴지통으로 직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메일 하단을 보면 이른바 ‘댓글’이 2개 달려 있습니다.

이 댓글에서 ‘논스타비’는 이 사이트의 캐릭터 이름입니다. 맞고를 칠 때 혼자 접속하면 이 ‘논스타비’와 맞고를 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논스타비’가 댓글을 2개 달았는데 이것이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이 댓글 2개는 사실 이벤트를 홍보하는 메일 내용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댓글 2개가 이 메일 전체를 화사(?)하게 만듭니다. 비극적인 주인공 옆에 붙어서 익살로서 관객의 긴장을 풀어주는 조연의 역할처럼, 이 댓글 2개가 ‘엄숙한(?)’ 홍보 이메일 내용을 보는 유저로 하여금 긴장을 풀어줍니다.


아래 그림은 버디버디(www.buddybuddy.co.kr)의 2004년 9월 13일 오후에 캡쳐한 금주의 추천코디입니다. 알다시피 추천 코디는 회사가 의도적으로 만든 것입니다. 흔히 베스트 아바타는 유저들이 신청하고 유저들이 평가한 것이지만 추천 코디는 가장 잘 팔기 위해 전략적으로 회사가 내세우는 상품 세트와 같습니다. 그런데 추천 코디 3개와 짱베스트 1개를 보고 있으면 4개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선 왼쪽에서 첫 번째 ‘떠나자~기차여행!!’을 보면 유저의 아바타 뒤에 4명의 승객(?)이 있습니다. 두 번째 ‘베스트 친구와 찰칵’을 보면 왼쪽 뒤편에 안경낀 여자가 있습니다. 세 번째 ‘야호~신나는 그네타기’를 보면 이 크레바타 캐릭터 앞을 잠자리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러브러브토키’를 보면 앞뒤로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위에서 보듯 승객, 안경낀 여자, 잠자리, 군중들은 모두 조연입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아바타를 표현하는데 의상이 가장 큰 비중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예전에는 의상이 우선 순위였지만 최근에는 위와 같이 조연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조연 없는 아바타는 옷만 걸친 아바타가 됩니다. 최근 아바타 옆에 미니 아바타, 팻, 화분 등을 집어 넣는 이유도 바로 주연과 조연의 조화를 위해서입니다.

이쪽 방면으로는 이제 더 말하기도 식상한(?) 싸이월드의 미니미는 정말 감초처럼 조연 연기를 해냅니다. 물론 이들 조연은 주연(미니홈피 주인)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심지어 아래 그림처럼 서로 패기도 합니다.

위의 미니룸 안을 보면 남아(?)가 여아를 ‘방명록’으로 후려패고 있습니다. 이들은 왼쪽 상단의 미니홈피 주인 사진을 더욱 돋보여 줍니다. (드라마의 한 장면을 생각해 보세요. 청초한 눈빛을 한 주인공 뒤로 조연 남녀가 서로 아옹다옹하는 장면, 늘상 TV에서 보는 장면입니다)


현재 웹상에서 존재하는 대부분의 미니홈피에는 방명록이 존재합니다. 예전 개인 홈페이지와 비교하자면 개인 홈페이지의 방명록은 숨겨져 있는 반면 미니홈피의 방명록은 전면에 드러나 있습니다. 말하자면 방명록이 미니홈피 자체를 꾸미는 역할을 합니다. 마치 조연이 주연을 꾸며주듯이 말이죠.

방명록뿐 아니라 댓글도 조연 역할을 합니다. 원래의 게시물이 주연이라면 댓글은 조연입니다. 이제 유저들은 댓글이 붙은 게시물을 더 많이 클릭합니다. 아래 그림은 프리챌 섬에 만들어진 가수 이수영씨의 섬인 ‘수영이의 쉼터’(http://sum.freechal.com/sooyounghouse)입니다. 게시물을 보면 많은 댓글이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섬에서 이수영씨와 이수영씨의 게시물이 주연이라면 이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방문자들이 남긴 굴비(프리챌에서는 댓글을 굴비라고 표현함)입니다.

프리챌 섬에서는 조연의 역할이 더욱 커집니다. 친목을 위해 만든 섬이 아니라 만약 얼짱이나 연예인, 또는 누군가를 위해 사람들이 모인 섬이라면 1명이 주연이 되고 나머지 섬주인 11명은 조연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당신이 실력있는 디자이너라면 11명의 문하생(?)을 둘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얼짱이라면 추종자로 11명을 둘 수도 있습니다. 미니홈피에선 수많은 조연(방문객)으로 인해 조연이 엑스트라가 되곤 하고, 커뮤니티에선 많은 주연과 조연이 뒤섞여 있다면 프리챌 섬에서는 조연의 역할을 더욱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최근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운영자의 역할입니다. 웹사이트(혹은 특정 서비스)에서 흔히 운영자는 주연의 역할을 합니다. 왜냐하면 공지사항이나 이벤트부터 시작해서 모든 서비스에 대해 막강한 권한(흔히 웹마스터의 권한을 발휘하므로)을 가집니다. 게다가 상업적 목적을 가진 웹사이트에서 운영자는 웹사이트라는 드라마의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그러니 ‘주연’이라고 한들 크게 반박할 여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운영자야말로 조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운영자는 감초와 같은 것입니다. 웹사이트는 무대이고, 무대에서 뛰노는(?) 유저들이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운영자가 합니다. 웹사이트와 유저가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이라면 운영자는 그들의 궁합이 찰떡같이(?) 맺어지도록 보조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가수 이수영씨의 프리챌 섬 ‘수영이의 쉼터(http://sum.freechal.com/sooyounghouse)’ 게시물을 보면 굴비가 굵은 파란색 숫자로 돋보이고 있습니다. 왼쪽 상단에 이수영씨의 사진이 있는데 오른쪽 끝에 섬주인(섬에는 주인이 12명까지 존재할 수 있음)은 이런 점에서 조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춘향전처럼 때로는 방자(운영자)가 이몽룡(웹사이트)의 서신(?)을 춘향(유저)에게 전해주기도 하고, 춘향(유저)더러 들으라는 투로 이몽룡(웹사이트)의 사람됨을 넌지시 알리기도 합니다. 향단(운영자)은 춘향(유저)의 그네를 밀기도 하고, 이몽룡(웹사이트)으로부터 춘향(유저)을 보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자나 향단 모두 조연이고, 그들은 이몽룡과 춘향을 돋보이면서 이들의 화합을 위해 존재합니다.

싸이월드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최근 늘어나는 커버스토리(운영자가 특정 주제를 유저들에게 제시하는 것, 보통 매일, 요일별로 제공하곤 한다. 다음의 플래닛스토리, 네이버의 미스터블로그 등)는 운영자의 역할을 잘 보여줍니다. 왜냐하면 이들 스토리에는 그림(혹은 사진)과 짧은 글이 있으며 이것에 유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렇다면 스토리가 주연일까요? 아니면 참여한 유저가 남긴 흔적들(댓글)이 주연일까요? 네이버의 미스터 블로그는 ‘조연으로서 운영자가 해야할 수준’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아래 그림에서 운영자는 짧은 주제를 제안하고 나머지는 유저들이 남긴 글이 주연이 되도록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림 미스터블로그는 단 2줄로 주제를 제안합니다. 마치 게시판 제목과 간단한 소개만을 상단에 작게 구성하고 나머지 영역은 유저의 글로 채우고 있습니다. 운영자가 주제를 제안하지만 조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유저는 주제를 받아 포스트를 남김으로서 주연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상으로 다소 엉뚱한 주연과 조연의 얘기를 해보았습니다. 위에서 예로 든 것 중에 어울리지 않은 것도 있고 논점이 이상한 것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직 웹사이트에서 주연과 조연의 역할이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비록 세이클럽이 ‘드라마처럼 산다’고 슬로건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웹사이트를 둘러싼 환경은 한 편의 드라마라고 보기엔 억지스러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사람들이 한 곳에 몰려든다는 점에서 ‘드라마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드라마에선 주연과 조연이 분명히 혼재합니다. 요컨대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드는 것, 그것이 웹기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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