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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 To The Mosque; 사람을 위한 건축, 모스크에 가다

임활란│쿠알라룸프르 | 2012-08-24



2012년 7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 말레이시아에서는 무슬림에게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인 라마단(Ramadan)이 열렸다. 라마단은 무슬림력 아홉 번 째 달의 시작 됨과 동시에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을 하게 된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이지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기에 이슬람, 불교, 기독교, 힌두교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국민의 60%가 무슬림이기에 새벽녘과 밤이 되면 모스크(Mosque)에서 들리는 기도 소리를 들으면 이곳이 어디인지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글, 사진 | 임활란 쿠알라 룸푸르 통신원(hwallanlim@gmail.com)



저명한 음악감독 크레이그 프러스(Craig Pruess)의 'Run To The Mosque'를 들으면, 영화 '사랑해, 파리(Paris Je T’aime)'에서 한 남자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당장에라도 모스크를 향해 달려나가고 싶어진다. 말레이시아에는 크고 작은 모스크들을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세계에서 아름다운 모스크로 손꼽히는 두 곳, 쿠알라 룸푸르(Kuala Lumpur) 시내의 내셔널 모스크(National Mosque; Masjid Negara)와 샤알람(Shah Alam)에 위치한 블루 모스크(Blue Mosque; Masjid Sultan Salahuddin Abdul Aziz Shah)로 달려가 보았다.

모스크에 직접 가보기 전에는 모스크나 무슬림 하면, 어릴 적 보았던 아라비안나이트(Alf Lailah and Lailha)에나 등장하는 동그란 아치형 돔(Dome) 지붕과 그 끝이 뾰족한 성의 이미지를 떠올리곤 했다. 이슬람 문화의 상징적 코드로 자리 잡은 이 돔 건축물은 인도의 사쟈한이 사랑하는 왕비를 위해 세운 무덤으로 유명한 타지마할(Taj Mahal)에서도 볼 수 있다. 현대 모스크의 건축양식에는 각 나라와 지역의 고유 특색과 문화가 반영되기도 한다. 내셔널 모스크(National Mosque; Masjid Negara)는 기존의 전통 건축양식을 벗어난 대표적인 예이다. 모스크라 하면 떠오르는 아치형의 돔(Dome) 지붕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내셔널 모스크(National Mosque; Masjid Negara)



내셔녈 모스크는 1965년에 3명의 건축가- 영국인 하워드 애슐리(Howard Ashley), 말레이시안 히샴 알바크리(Hisham Albakri)와 바하루딘 카심(Baharuddin Kassim)-에 의해 만들어졌다. 5만 3천 제곱미터(m2)에 달하는 푸른 정원을 따라 콘크리트 건물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현대적 디자인의 아름다운 모스크를 만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내셔널 모스크(National Mosque; Masjid Negara)의 중심인, 기도실(Prayer Hall) 지붕은 16개로 갈라진 우산을 반쯤 펼친 형태이며, 그 옆에 71.6 미터(m) 높이의 미나렛(Minaret) 탑은 접은 우산 모양을 하고 있다. 이는 비가 많이 오는 말레이시아의 지리적 환경 조건이 반영된 디자인이라고 한다.

기도를 하기 위해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모스크는, 기술이 발전하기 이전에는 조금 더 효과적으로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천장은 높고 둥근 아치형 돔(Dome) 지붕양식이 널리 쓰였다. 때문에 현대 기술이 발전하면서, 모스크의 돔(Dome) 양식은 더이상 필수 조건이 아니게 되었고 좀 더 다양한 아름다움을 지닌 모스크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쿠알라 룸푸르의 내셔널 모스크가 현대적 디자인의 모스크 건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무슬림이 아닌 일반인이 내셔널 모스크(National Mosque; Masjid Negara)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3번으로 정해져 있다. 여성의 경우는 입구에 특별히 준비되어 있는 가운으로 머리카락과 팔, 다리 등을 가린 후 입장이 가능하다. 1만 5천 명의 사람들을 수용 가능한 모스크답게 넓고 뻥 뚫린 디자인이 가슴을 탁 트이게 만드는 시원시원함이 있었다.

이슬람 종교는 신의 형상이나 신에 대한 어떠한 상징물도 만들지 않기에 모스크 내부는 특별한 가구나 장식 없이, 최대한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패턴과 디자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거의 모든 벽면이 막힌 곳이 없이 반복적인 기하학 패턴으로 뚫려있는 개방적인 디자인이었다. 그 때문인지 온몸을 천으로 가리고 있음에도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모스크의 평온함을 가만히 앉아 그 순간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다.            

블루 모스크(Blue Mosque; Masjid Sultan Salahuddin Abdul Aziz Shah)


블루 모스크(Blue Mosque; Masjid Sultan Salahuddin Abdul Aziz Shah)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동남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모스크이다. 아름다운 파란 돔 지붕 때문에 블루 모스크로 불리고 있지만, 실제 이름은 마스지드 술탄 살라후딘 압둘 아지즈 샤(Masjid Sultan Salahuddin Abdul Aziz Shah)로 그 당시 이 지역 세랑고르(Selangor)의 왕의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샤알람(Shah Alam)이라는 표지판을 따라가다 보면, 블루 모스크(Blue Mosque; Masjid Sultan Salahuddin Abdul Aziz Shah)의 웅장함에 압도된다. 내셔널 모스크(National Mosque; Masjid Negara)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블루 모스크(Blue Mosque; Masjid Sultan Salahuddin Abdul Aziz Shah)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돔 크기에서 볼 수 있듯, 먼 곳에서도 반짝이며 그 위엄을 자랑한다.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파란 돔은, 마치 동화 속의 성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건물 주변에 큰 인공호수와 산책로가 함께 있어 모스크를 찾는 사람들이 단순히 신을 향한 기도로만 평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 지친 심신에 여유로움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휴식의 장소로 보였다.

1988년에 설립된 블루 모스크(Blue Mosque; Masjid Sultan Salahuddin Abdul Aziz Shah)는 세계에서 두번 째로 높은 기록을 가지고 있는 미나렛(Minaret) 탑(142.3 m) 4개에 둘러싸여 있다. 말레이시안 이슬라믹 스타일(Malaysian Islamic Style)의 돔 형태의 지붕을 가지고 있는데도, 이 모스크가 아름답게 반짝거리는 것은 이 돔이 알루미늄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돔 꼭대기의 달과 별은 말레이시아의 국기에도 있는데, 이것은 이슬람을 상징한다. 또한 돔 아래의 문자 패턴은 아라빅 캘리그라피(Arabic calligraphy)로 이집트 캘리그라퍼(Egyptian Calligrapher)의 작품이며 내용은 코란(Koran; Quran)을 적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이 캘리그라프는 모스크 안으로 들어가면 돔 안쪽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블루 모스크(Blue Mosque; Masjid Sultan Salahuddin Abdul Aziz Shah) 또한 내셔널 모스크(National Mosque; Masjid Negara)처럼 무슬림이 아닌 일반인이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여성은 머리카락과 팔, 다리 등을 천으로 가려야 하는 것 또한 동일하다. 모스크 안으로 들어서자 랑카위(Pulau Langkawi, Malaysia) 섬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벽과 기둥과 하얀 바닥이 화창한 날씨와 만나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노라니,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안함을 느끼며 쉬어가기에 충분한 안식처였다.

항상 모스크의 아름다운 패턴을 보며 어떤 특별한 종교적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모든 모스크 건축의 기초는 “Simple, Geometrical, People Friendly” 즉 단순하고, 기하학적이며, 사람을 향한 디자인이라고 한다. 어떤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문화와 특색이 반영된, 신을 찾는 사람을 위한 건축물인 것이다.

종교적 고정관념을 버리고 보니 결국은 인간이 인간을 위해 창조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고요하고 평화로운 모스크, 이번 여정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얻음과 동시에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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