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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을 통과하는 공중공원을 엿보다

강재인 | 뉴욕 | 2012-07-20



글로벌 상업, 금융 그리고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을 떠올리면 하늘 높이 치솟은 마천루와 도로를 꽉 채운 옐로캡 그리고 분주한 뉴요커가 뒤섞인 복잡한 도시를 상상하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휴식을 취하기 쉬운 도시이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건물 사이 사이에 잔디와 나무로 둘러싸인 공원이 곳곳에 있기 때문인데, 그 중에서 이미 현지인들에게 오래된 명물 센트럴파크(Central Park)보다 더 사랑 받는 장소가 되어버린 하이라인 공원(High Line Park)은 친환경 도시 디자인의 성공사례로 알려져 있다.

글 | 강재인 뉴욕 통신원(jane.kangs@gmail.com)



뉴욕(New York) 맨하튼(Manhattan)의 서쪽지역 미트패킹(Meatpacking) 지역부터 34가까지 연결되어 허드슨강(Hudson River)과 맨하튼 전경을 좌우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길이 1.45마일, 높이 10미터의 이 고가역사공원은, 각 구간구간마다 테마가 있어 그 즐거움이 배가 된다.

미트패킹 지역을 시작으로 한 제 1구간의 우드랜드(Woodland)에는 하늘거리는 갈대와 각종 들꽃, 그리고 야생화가 어우러져 아늑한 산책길을 걷는 느낌이 든다. 조금 더 걸어가다 보면 뉴요커들이 일광욕을 즐길 수 있게 선덱(Sundeck)이 마련된 14가가 나오는데, 하이라인 공원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장소이다. 16가에는 하늘과 거리 전경을 다 볼 수 있는 스테디움 형식의 벤치가 마련되어 대형 창문을 통해 뉴욕을 감상하는 극장을 상상하게 된다. 제 2구간이 20가부터 시작되고, 23가에는 잔디광장 (Street Lawn)이 있어 얇은 담요를 가져와 눕거나 앉아서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하는 뉴요커를 많이 볼 수 있다. 27가에는 화물철도가 다니던 시절부터 철길에 피어있던 야생화를 보존한 야생화 필드(wildflower field)가 있어 시골길을 걷는 느낌이 든다. 하이라인이 끝나는 지점이 다다르면 더랏(The Lot)이라는 라이브 뮤직이 흐르고 가볍게 맥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지상의 임시 공공플라자가 나온다.






특이한 점은 이 거대한 공원 개발이 정부로부터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라 비영리기관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하이라인은 과거 고가철도가 교통의 발달로 운행이 중단되고 도시의 흉물로 철거하자는 의견이 대두되자, 1999년 하이라인의 친구들FHL(Friends of the High Line) 이라는 비영리 단체가 역사성을 보존하기 위해서 철거 반대를 주장하고 뉴욕시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공원 탄생의 초석을 마련하게 된다. 뉴욕시는 2003년에 하이라인 공원 개발을 결정하고FHL과 협업으로 공원 조성을 위한 디자인과 건축 설계를 진행하여, 마침내 하이라인 공원의 제 1구간이 2009년 6월, 제2구간은 2011년 6월에 공개 되었다.

FHL은 뉴욕시의 지원을 받아내기 전부터 하이라인 공원의 경제적 이익과 생태학적 효과까지 분석하면서 고가 철도의 역사를 보존하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하이라인의 공원화 이후 주변지역이 활성화되어 자연스럽게 부동산세가 높아지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거두게 된 세금 이익이 공원조성 경비를 충당하고도 남게 되었고, 하이라인공원은 뉴욕시 정부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도심 속의 자연을 제공하기 위한 선진 도시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물질 만능주의의 현실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삶의 가치를 평온한 생태 속에서 느낄 수 있느냐가 시민의 만족과 도시 가치를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뉴욕 하이라인 공원을 보며 느꼈던 우리나라의 친환경 도시 개발에 대한 아쉬움은 지속 가능한 도시생태를 고려하지 않고, 임기 내에 도시계획을 끝마치려는 당국자들의 성과주의이다. 역사나 자취는 떠올릴 수 없는 가짜 하천을 유지하기 위해 적자를 떠 안아야 하는 우둔함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아쉬운 점은 하이라인의 FHL처럼 주변환경에 의식이 없이 살아가며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우리 자신이다. 사실 주변에 무엇이 효과적이며 필요한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지역주민들이기 때문이다.

FHL의 공동대표인 로버트 하몬드(Robert Hammond)는 하이라인 공원에는 세가지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뉴욕 시민으로부터 사랑 받는 공원, 두 번째는 많은 사람에게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공원, 세 번째는 점점 더 좋아지는 공원이다. 하이라인 공원을 거닐고 있는 뉴요커의 평온한 얼굴을 보면, 그의 목표는 이미 달성된 것 같아 보인다.



High Line Park http://www.thehighlin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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