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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도시를 바꿀 수 있는 힘. 도쿄 미드타운(Tokyo Midtown)

문주영 도쿄통신원 | 2007-05-01



2003년, 도쿄에는 록폰기 힐즈라는 괴물이 나타나며 긴자 중심의 전통적인 고급상권이 록폰기로 분산되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00년 넘는 전통을 이어오며 쌓아온 긴자의 명성이 순식간에 없어진 것은 아니며 없어질 성격의 곳도 아니었다.
단지, 록폰기 힐즈라는 것이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대형복합빌딩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록폰기 힐즈를 ‘도쿄속의 도쿄’라고 하기도 하고 ‘앞으로 지향해야 할 미래도시의 모델’이라고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최근 록폰기에 도쿄 미드타운이라는 또 하나의 초대형복합빌딩이 등장했다. 과연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 한번 구경해보자.

취재 ㅣ 문주영 도쿄통신원(mm00nn@naver.com)


3월 30일, 정식으로 오픈 한 도쿄 미드타운은 록폰기 아카사카 9초메의 옛 방위청 철거지를 재개발 한 곳이다. 미쓰이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으로 3700여 억엔을 들여 만든 이곳은 부지면적만 약 10만2천평방미터이다.

모두 6개의 빌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메인인 미드타운타워는 높이 248미터, 54층으로 현재 도쿄도 내에서 가장 높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숫자경쟁을 좋아하는 일본식으로 따져봤을 때 록폰기 힐즈와 같은 층수임에도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어서 10미터가 더 높다고 한다. 사진에서 확인 되듯이 그야말로 도심 속에 우뚝 솟은 것이다.

여섯 개의 빌딩에는 호텔, 임대아파트, 오피스, 미술관, 쇼핑센터, 병원 등 그야말로 도시생활에서 필요한 거의 대부분이 것들이 들어서 있다. 그것도 모두 최고급으로 말이다. 후지산이 보이는 전망을 자랑하는 리츠칼튼호텔은 스위트룸이 1500만원이 넘는다. 리츠칼튼호텔에서 삼일 간 머물며 1600만원 짜리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미국 존스홉킨스 메디컬센터, 그리고 각종 고급브랜드들이 들어선 쇼핑센터 외에도 산토리 미술관과 디자인사이트 21_21이 들어서 있다.

크게 보면 오피스영역, 쇼핑영역, 디자인 아트영역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겠는데 뒤에서도 살펴보겠지만 기본적으로 타켓이 되는 소비자층과 이용자 층의 경제적인 수준이 높다 보니 건축물이나 공간 역시 자연스럽게 그것에 맞추어 갈 수 밖에 없다. 경제적인 수준이 높다고 하여 감각이나 문화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소재나 내용이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마스터 아키텍트는, 설립70주년을 맞이하는 미국의「SOM(Skidmore, Owings and Merrill LLP)」이다. 전체적인 아이디어를 일본의 전통건축양식에서 가져와 타워를 주위의 문화적 배경과 친숙해 질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코어 아키텍트로는 「닛켄 설계」, 풍경디자인은「EDAW Inc.」. 상업동은「커뮤니케이션 아츠Communication Arts,Inc. 」등이 맡았으며 주택동 외장 디자인은 「아오키 쥰 건축 계획 사무소」가 감수 했다.

그리고, 디자인의 거점으로 가장 눈길을 끄는「디자인윙(Design Wing)」의 설계는, 「안도타다오 건축 연구소」와「닛켄 설계」가 맡았다. 그야말로 국내외 거장들이 모인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것이 실감난다.




지상에서 출발하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공원이다. 안도타다오의 기획전시를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고 유리와 콘크리트로 반듯하게 만든 엘리베이터 부스 입구가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정원에 대한 애착이 강한 일본인들의 성향이 그대로 반영되듯 여러 형태의 분수와 예쁘게 가꾸어진 정원이 눈길을 끈다.



두드러지지 않고 낮게 자리하면서도 알기 쉽게 만들어졌던 인포메이션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미드타운타워와 마찬가지로 모두 반듯반듯한 사각형이다. 애견천국인 만큼 애완견을 배려한 수도나 산책로도 돋보였으며 실제 애견을 데리고 나온 이들도 많았다.



그런데 조금 더 들어가자 놀라울 만큼 넓은 공원이 나온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시원하게 트인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그 앞으로 54층 빌딩이 우뚝 솟아 있다. 바닥으로 넓게 펼쳐진 공원과 하늘로 높게 솟은 빌딩이 매우 대조적이며 상대적으로 더 넓게, 더 높게 느껴졌다.



모리가의 별장 정원이던 히노키쵸정원 옆으로 이어지는 녹지는 미드타운 전체부지의 40%라고 한다. 그래서 거주자나 오피스 이용자가 아니더라도 일반 시민 누구나가 이용할 수 있는 이곳은 순식간에 시민들에게 인기 놀이터가 되었다.

넓게 뻗어 있는 조깅코스를 따라 갖가지 꽃과 나무가 가꾸어져 있고, 잔디광장에는 닛산 자동차가 디자인한 파란색의 점포형차 큐브가 있다. 귀여운 자동차 상점에는 21_21관련 기념품이나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또한 NTT도코모의 핫스팟으로 이 공원에서는 무선랜이 가능하기 때문에 담배연기 자욱한 카페의 답답함이 싫은 이들은 물론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시 노트북을 들고 밖으로 나오는 이들도 있었다.



공원을 충분히 만끽했다면 이제 안으로 들어가보자. 공원에서 빌딩으로 둥글게 뻗어 있는 가든아치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쇼핑영역인 갤러리아와 연결이 된다. 콘크리트 바닥과 유리로 만들어진 다리는 이곳 말고도 파크 브릿지나 갤러리아 브릿지가 더 있다. 가든 아치 왼쪽으로는 미드타운 가든테라스가 있고 녹지를 바라보며 식사를 즐기는 이들의 행복한 미소도 엿보인다.




전체 길이 약 150 m, 높이 약 25 m로 4층 까지 연속된 공간에 고급스럽게 자리한 쇼핑타운이다. 겉에서 보여지던 미드타운의 차가운 이미지와 달리 내부는 좀더 따뜻하고 좀더 고급스럽다. 나뭇결이 살아있는 바닥은 미끄러질 듯 반질거리며 양탄자가 깔린 곳도 있어 차갑지 않으면서 제대로 고급스럽다.

중앙에는 키 높은 대나무가 두세 층에 걸쳐 뻗어 있다. 백화점안에서 보는 대나무숲은 또 다른 느낌이다. 물을 따라 만들어진 대나무숲과 자연채광이 가능하도록 유리천장을 만든 것이 인상적이다. 채광효과도 볼 수 있지만 빌딩 속에서 자라는 식물이 머리 위로 햇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닌가.



갤러리아는 백화점의 이미지보다 호텔의 이미지가 강하다. 구조에서 느껴지는 첫 느낌은 마치 오모테산도힐즈와 요코하마 퀸즈 스퀘어를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 둘 보다 훨씬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숍 앞으로 넓은 스페이스를 확보해 사람이 많아도 복잡한 느낌이 없었으며 중간에 연결통로를 두어 맞은편까지 가기 위해 전체를 돌아야 하는 불편함을 없앴다.



천장에서부터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도 시원한 느낌에 한몫을 더한다. 여느 백화점 내에서 느껴지던 답답한 기분을 이곳에서 느낄 수 없는 이유는 대나무숲과 함께 낮게 만들어진 연못, 그리고 이 트리샤워와 같이 작은 요소들 덕분이 아닐까.



내부는 전체적인 분위기뿐만 아니라 디테일한 부분에서도 차이가 났다. 빈 스페이스는 어떤 식으로든지 벽화가 들어갔으며 벤치 역시 획일적이지 않고 주변과 잘 조화되었다. 사람이 앉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스페이스에 이야기를 만들어줄 수 있는 조형물로서의 기능도 충실히 하고 있었다.



그럼 과연 숍은 어떨까? 자신들의 브랜드아이덴티티를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미드타운 갤러리아라는 공통된 스페이스에 어울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면 적절할까. 어두운 조명아래 간결하고 강하게 어필하는 ‘샤넬’이나, 다른 푸마숍들과 차별을 둔 ‘푸마 블랙 스토어’가 따로 놀지 않고 제법 잘 어울렸다.

흰색의 벽과 대형 노렌으로 외부 인테리어를 마감한 토라야는 그 어디에서도 과자점이라는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선보였으며 고유의 검붉은 색 대신 블랙으로 마감한 무지 역시 다른 지점과는 크게 차별을 두고 있었다.

말하자면 저가의 토탈 생활 브랜드인 무지가 고가의 패션 브랜드인 샤넬이나 스포츠전문 브랜드인 푸마, 그리고 과자점인 토라야와 함께 있어도 전혀 낯설지 않았으며 각각 다른 성격을 지닌 그것들이 차이 없이 귀품 있고 우아했다는 것이다. 결국은 물건값에 의해 생긴 하드웨어적인 격차를 스타일이라는 소프트웨어로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인데 여기서 브랜드가치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것은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브랜드이미지란 것이 질기게 자신들의 아이텐티티를 고집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담기는 그릇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며 그러한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것은 현대의 소비 패턴, 특히 그 중에서도 고급 쇼핑타운을 찾는 소비자들 중 일부는 필요에 의한 소비가 아니라 그런 곳에서의 소비 자체를 즐기는 성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숍들을 둘러보면서 그러한 심리와 또 그것을 적절히 활용한 모습이 흥미로웠으며 실질적인 브랜드가치와 브랜드어필에 대한 관계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숍까지 둘러봤으니 갤러리아에서 나와 플라자로 가보자. 촘촘하게 이어진 격자살과 유리로 덮은 대형 캐노피가 눈에 띄는 곳이다. 카페 또는 제과점 등이 자리하고 있고 도쿄FM 방송국의 특별스튜디오와 대형 스크린도 야외에 설치되어 있는 자유로운 휴식공간이다. 밤이 되면 눈부신 조명과 일본식 조형물로 연출된 공간이 더욱 운치가 있으며 록폰기 방향으로 향하는 전철역 입구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든다.



도쿄는 비교적 길에 벤치가 많은 지역이기는 하지만 오래도록 앉아서 쉴만한 곳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반드시 카페나 쇼핑타운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산책 나와 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매우 감사할 일이 아닌가.

사실 그것은 공공 디자인이나 건축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그러한 것들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디자이너에게는 중요한 부분이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는 백마디 말보다 한번이라도 체험해보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도쿄 미드타운이 이슈가 되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디자인과 아트를 특화 시킨 것에 있다. 다른 대형 복합시설들이 그저 갤러리 하나 정도를 갖추는데 그쳤다면 도쿄 미드타운의 경우 오픈스페이스나 로비에 30개가 넘은 퍼블릭 아트를 설치하였다.

「하이브리드 가든」이라는 테마아래 다양한 조각과 회화를 곳곳에 설치하여 두었는데 굳이 미술관을 찾지 않더라도 항상 예술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빌딩이나 스페이스 자체를 갤러리화 해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특별한 인식 없이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피스나 쇼핑가에 들어선 업체만도 디자인 인테리어 관련 기업이 20여 곳이며 디자이너숍들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눈 여겨 볼 것은 미국이나 영국의 디자이너 브랜드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상품도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레스토랑가에 고급스러운 한식당이 들어서는가 하면 한국식품을 파는 푸드점도 들어섰고, 일본 전통상품과 함께 한국 디자이너의 작품도 당당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미드타운 내에 자리한 디자인 허브는 재단법인 일본 산업 디자인 진흥회(JIDPO)와 사단법인 일본 그래픽 디자이너 협회(JAGDA), 큐슈 대학• 예술 공학 도쿄 사이트, 인터내셔널•디자인•리에종(Liaison)센터가 협력하여 세계의 연구교육기관과 일본의 산업이나 디자이너를 엮는 제휴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만든 시설이다.

디자인 정보발신의 거점으로서 디자이너를 육성하고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이나 역할을 제시하는 전시회, 심포지엄의 연중 개최 등 일본의 산업과 디자인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한다.




1961년에 개관한 산토리 미술관이 미드타운에 자리를 잡았다. 「아름다움을 엮는다. 아름다움을 연다.」라는 새로운 메시지를 내걸고 회화, 도예, 목공예, 유리, 섬유 등 다방면에 걸친 기획전을 통해 그들의 기본 이념이었던 ‘생활 속의 미’를 이제 더욱 가까이에서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설계는 쿠마켄고가 맡았다. 쇼핑상점가 사이에 전통 있는 기업의 미술관이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 다소 생소하기는 하지만 오히려 외형적인 미만을 추구하는 상업적인 공간 안에서 문화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았다. 일본의 미가 잘 나타난 미술관다운 벽은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두드러지지 않으면서도 다른 숍들과 차별되어 미술관의 품위를 잘 나타내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아트숍이 미술관에 붙어 있으면서도 백화점 내에서의 상점과 같은 효과를 거두고 있어서 미술관 입장에서는 아트상품을 좀 더 쉽게 일반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소비자입장에서는 아트숍을 주변의 다른 숍 들처럼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앞으로 생겨날 많은 기업 미술관들에게 좋은 모델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제일 먼저 살펴본 미드타운 가든 내에는 디자인 사이트 21_21이 자리잡고 있다. 안도타다오(安藤忠雄)설계라는 타이틀만으로 이미 많은 이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그곳이다. 디자인 윙이라고 불리는 이 건축물은 지상 1층, 지하 1층의 낮은 건축물이지만 그마저도 대부분의 볼륨을 지하로 넣어 지상에는 지붕만 덩그러니 있는 것처럼 낮게 보인다.

넓은 녹지 안에 조용하고 낮게 앉아 있는 모습이 맞은편에 높게 솟은 미드타운타워와 상반되어 더욱 인상적이다. 중심을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벽을 기준으로 좌우 대칭되는 형태이며 유리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은 내부까지 충분히 밝혀주고 있었다.

1층에는 입구와 안내데스크, 인포메이션 데스크 정도가 있고 갤러리는 지하에 두 개가 있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던 공간이 지하에 넓게 펼쳐져 있었다. 빛과 직선을 활용한 안도타다오 특유의 스타일이 정직하게 반영되어 있었던 것이다. 국물을 맑게 우려낸 소바 한 그릇과 나무젓가락, 건축물 안팎을 보며 연상되는 이미지는 그랬다. 정갈한 상차림에서 느껴지는 일본식 간결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건축물이었다고 할까. 그렇다면 일본을 대표하는 얼굴로서의 디자인 공간을 만들겠다던 안도타다오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 된 것이라고 봐도 좋을까.



이곳은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 전시공간이지만 단순히 전시회뿐만이 아니라 방문자들의 다양한 디자인 체험과 예술적 경험을 돕기 위해 독특한 이벤트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기획전 외에도 포럼이나 토크세션, 아티스트의 퍼포먼스 등이 함께 열려 방문자들에게 색다른 디자인 체험을 안겨준다. 마치 뜻밖의 아트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도록 말이다.

그런데 왜 이름이 21_21 DESIGN SIGHT일까. 설명에 따르면 영미에서 좋은 시력의 기준을 말할 때「20/20Vision(Sight)」, 혹은 퍼팩트 비젼「Perfect Vision(Sight)」이라고 한다고 한다. 그것에서 착안하여 ‘그보다 한층 더 앞을 내다보는 디자인 발산의 장소’ 라는 의미로「21_21 DESIGN SIGHT」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디자인에서 어떤 것보다 더 요구되는 통찰력을 상징하는 것이며 숫자 사이의 스페이스는 눈과 눈 사이라고 한다. 다소 엉뚱한 이름이기는 하나 로고디자인을 맡았던 사토타쿠의 익살스러운 재치가 돋보이기도 한다.


미드타운에서 약 500미터 떨어진 곳에는 록폰기 힐즈가 있고 그곳에는 모리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에 생긴 국립신미술관 역시 미드타운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만날 수 있으며 TOTO그룹의 갤러리 마(間)도 5분 위치에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미술관이 많을까.

록폰기는 불과 반경1 마일( 약1.6km )안에 40개가 넘는 대사관과 9개의 인터내셔널 스쿨이 있다. 비록 도쿄이기는 하나 국제적인 거리인 셈이다. 미드타운이 도시 속의 도시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그 국제적인 거리에서 가장 폭넓게 교류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문화적인 영역이다. 예술이나 디자인은 경제나 비즈니스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다른 산업에 비해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나라와 나라간의 벽을 허물기에도 예술이나 디자인과 같은 문화적 교류만큼 뛰어난 것이 없다. 우리가 일본과의 과거사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일본 만화나 일본 캐릭터는 분노 없이 받아 들이는 것과 같다. 문화란 그런 것이며 그래서 무서운 것이기도 하다.

일본의 경제가 회복되어 가고 건축 규제가 완화된 덕분에 눈만 뜨면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선다. 국제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 지금의 무질서한 도쿄를 좀더 아름답게 가꾸어야 한다는 것을 여러 곳에서 인식하기 시작한지 몇 년이 지났고, 이제 그런 인식이 가시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눈 여겨 볼 것은 새로운 건축물이 하나 들어설 때마다 좀더 디자인과 문화영역에 힘을 쏟는 다는 것이다. 어느 시대에나 힘을 발휘하는 것은 기술이지만 누구에게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예술과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이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도쿄 미드타운이 특별한 이유 중의 하나는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이라는 슬로건에 있다. 이것은 사람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며 환경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외관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록폰기라는 지역적 특성이 주는 배려를 잊지 않고 지역 주민이나 지구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나누는 아름다움도 잊지 말자는 뜻이다.

고층 빌딩이 들어서게 되면서 발생하게 되는 환경적인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4헥타르에 달하는 광대한 오픈 스페이스를 녹지로 조성한 이유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과 환경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에서 출발한 것이다. 공사 기간 중에 지역주민들을 초대하여 건설 현장을 오픈하거나 전시회를 통해 건축물에 쓰여진 자재와 공법을 오픈 하는 것 모두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배려해나가는 모습이 아닐까.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갤러리아에서 지하로 내려가 전철역으로 향했다. 길게 뻗은 지하도 역시 깨끗하고 세련된 모습을 갖추고 있었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닥이다. 엘리베이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단 없이 경사로로 되어 있어 유모차나 휠체어는 물론, 해외에서 오는 이들의 트렁크도, 무릎이 아파서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노인들도 모두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흐뭇해지며 고맙기까지 했다.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실천해 나가고 있었다.



* 사진 및 자료제공 : 도쿄미드타운PR사무국 
도쿄미드타운 공식웹사이트 http://www.tokyo-midtow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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