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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드림웍스의 CG 모델링 아티스트, 홍기종

2013-07-23


컴퓨터 그래픽이 없는 영화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최근에 나온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간단한 장면 하나까지도 CG에 의존하고 있다. 이렇게 현실을 뛰어넘는 화려한 화면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밤을 밝히며 일하는 CG artist들 중 하나인 홍기종 씨를 만나 CG 모델링 아티스트(CG Modeling Artist)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글│박은선 해외통신원( archsuki@yahoo.com)

박은선: 먼저 정글 독자들에게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홍기종: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중에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Academy of Art University로 유학을 왔습니다. Visual Effects and Animation을 전공하고, 2003년 the Orphanage라는 특수효과제작 회사에서 모델러(Modeler/Creature TD:Technical Director)로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이후Sony Imageworks를 거쳐 드림웍스에서 Modeling Artist로 일하고 있습니다.

박은선: 어떤 계기로 CG 모델링 아티스트를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홍기종: 어머니가 서양화과를 졸업하셨고, 동생도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을 만큼 가족이 미술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 나름대로 관심과 재능도 있었고요. 하지만 아버지의 뒤를 이어야 한다는 부담으로 경영학을 공부하던 때였는데, 그 와중에도 미술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어요. 어느 날 영화 ‘쥬라기 공원’을 보는 순간, 컴퓨터 그래픽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거다’ 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공부를 할까 고민했어요. 그때 ‘영화 특수효과라고 하면 미국일 수밖에 없다.’라는 생각에 미국유학을 결심했고, 현재에 이르게 된 것 같아요.

박은선: CG 모델링 아티스트란 어떤 직업이며, 영화에서 어떤 부분을 담당하는지 알려주세요?
홍기중: 모델링 아티스트(Modeling Artist)나 모델러(Modeler)는 영화에서 컴퓨터 그래픽에 필요한 모든 3D 모델(캐릭터, 사물, 배경이나 특수효과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드는 작업을 합니다. 영화제작에 필요한 디자인, 컨셉 드로잉, 참고자료들을 참고해 이차원의 컨셉을 삼 차원적으로 해석해 3D Model로 만드는 것이죠. 프로덕션에서 요구하는 스타일을 최대한 유지하며, 어떻게 3D로 번역해내야 하는가가 중요한 요소로, 이것이 곧 모델러의 능력으로 평가되기도 해요. 어떤 때에는 모델러들이 직접 필요자료들을 수집하고 디자인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3D model들은 프로덕션 디자이너나 아트 디렉터의 미적 욕구를 충족시켜야 할 뿐 아니라, 회사 CG 부서의 기술적 요구와 작업물로서의 효율성과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동시에 제 작업물을 이어받을 다른 팀들의 요구를 이해하고 영화 제작 후반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예상하며 작업을 해야 하죠.

박은선: 주로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해 작업하시나요?
홍기종: 영화의 특수효과(Visual Effects)나 3D Feature Animation을 위한 모델링은 거의 MAYA라는 소프트웨어를 씁니다.
최근에는 컴퓨터의 발달로 폭넓은 변화가 가능해, Modbox나 Zbrush라는 Software도 같이 병행해 쓰고 있습니다. 드림웍스는 고유의 Pipeline이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것을 MAYA로 작업합니다. 드림웍스 내의 대부분 부서들은 회사에서 제작한 In-House Software를 주로 사용해, 애니메이션에서부터 마지막 렌더링 작업까지 하고 있습니다.

박은선: 그동안 어떤 작업을 했으며, 그 중 특별히 기억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홍기종: 제가 the Orphanage에서 참여한 영화들은 ‘스파이 키드(SPY KIDS 3D: Game Over)’, ‘헬보이(Hellboy)’, ‘월드 오브 투머로우(Sky Captain and the World of Tomorrow)’, ‘커스드(Cursed)’, ‘샤크 보이와 라바 걸의 모험(Shark Boy & Lava Girl)’,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괴물’입니다. Sony Imageworks에서는 ’베오울프(Beowulf)’,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Cloudy with a chance of meatballs)’, 그리고 가수 비가 출연한 ‘스피드 레이서(Speed Racer)’에 참여했습니다. 드림 웍스에서는 ‘슈렉 포에버(Shrek Forever After)’, 쿵푸팬더2(Kung Fu Panda 2), 장화 신은 고양이(Puss in Boots), 그리고 가디언즈(Rise of the Guardians)를 만들었고요.

‘헬보이’는 한창 혈기왕성하고 의욕이 충만할 때, 참여한 작품이어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회사에서 며칠을 먹고 자면서 일했기 때문에, 회사 동료들과의 관계도 돈독했었죠. 특히 CG 세계에 막 입문했던 때였는데, 실력을 인정 받아 영화의 마지막 클라이막스 장면인 우주 시퀀스의 모든 모델링 작업을 혼자서 맡아서 해냈기에 더더욱 애착이 갑니다.

박은선: 배경과 캐릭터 작업을 동시에 하고 계신데, 특별히 선호하는 분야가 있나요?
홍기종: 특별히 어느 쪽을 더 좋아한다기보다 작업을 할 때마다, 디자인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흥미를 끄는 부분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캐릭터는 집중해야 할 곳이 확실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스케줄이나 LOD(Level of Detail) 관리가 용이한 편이에요. 반면에 결과물이 조금만 이상해도 사람들이 금세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세심하게 작업해야 해요. 게다가 애니메이션이라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캐릭터 구조를 만들 때 신경을 써야 해요.

배경은 스케일이 큰 만큼, 캐릭터에 비해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이 많아요. 자칫 잘못하면 양에 압도 당해 당황할 수 있으니 살펴야 할 게 많은 거죠. 스토리와 레이아웃 부서의 결과에 따라 카메라 샷의 위치가 정해지기 때문에 작업이 진행되면서 꾸준히 각 부서들 간의 긴밀한 정보공유가 중요하고요. 스케줄이나 LOD관리도 소홀히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전체적인 Look을 유지한다면 디자인의 범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자유로울 수도 있어요. 모델링 아티스트들의 책임이 커진다는 걸 감수하긴 해야 하지만, 재미있는 시도가 되기도 해요.

박은선: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은 프로그램을 비롯해 여러 가지 부분이 변화했을 것입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홍기종: 누구나 느끼는 것일지 몰라도, 제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때에 비하면 많은 변화가 왔습니다. 하드웨어 적으로나 소프트웨어적으로나 지금 이순간에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서, 잠시만 방심해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죠.

가장 큰 변화 중에 하나는 여러 제한들 때문에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는 쉽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의 CG Shot은 주로 어두운 밤 배경이 많았습니다. CG로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어두움으로 감추려 했던 것이죠. 하지만 이제는 밝은 배경에서도 CG의 결과물을 자신 있게 드러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가 감당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많아지면서 같은 시간을 사용하더라도, 더 많은 사실적 표현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컴퓨터의 속도 변화보다 더 많은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더 커지고 있옹ㅅ, 반도체 업계에 ‘무어의 법칙(Moore's Law: 반도체 집적도가 2년에 2배씩 증가)’이 있다면 CG업계에는 ‘슈렉의 법칙(Shrek's Law)’이 있다고 할 정도로 더 많은 디테일이 요구하는데요. 영화 ‘슈렉’의 속편이 나올 때마다 렌더링 시간이 전편의 2배 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박은선: 모든 것을 입체적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필요한 일입니다. 특별히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이 있나요?
홍기종: CG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자주 돌아다니며, 자극을 받고 있어요. 다른 아티스트들의 작업들을 보면 영감을 얻을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아티스트로서의 욕구를 계속 일으키기 때문이죠. 아무래도 같은 작업들을 오래하다 보면 제 자신이 나태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간혹 있거든요.

박은선: 가장 최근에 작업하신 것은 무엇인가요?
홍기종: ‘미 앤 마이쉐도우(Me and My Shadow)’와 ‘미스터 피보디 앤 셔먼(Mr. Peabody and Sherman)’을 하고 있습니다. 두 작품에서 주로 배경을 만들었어요. ‘미 앤 마이쉐도우’에서는 주인공을 비롯한 대다수 캐릭터들의 헤어 가이드 모델링과 캐릭터 작업에도 참여했습니다. 특히 배경작업은 저와 다른 아티스트 단 둘이서 영화 대부분의 배경 모델링과 세트 매니지먼트를 담당했습니다.

박은선: 드림웍스는 흔히 꿈의 직장이라고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직접 겪어보신 드림웍스는 어떤 회사며, 특별한 점을 꼽는다면?
홍기종: 드림웍스는 전세계 관객들을 대상으로 CG 에니메이션 영화, TV 스페셜 시리즈,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와 온라인 가상세계 등을 제작하는 회사입니다. 1994년 10월 12일에 스티븐 스필버그, 데이빗 게펜, 그리고 제프리 카젠버그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현재 200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죠. 4년 연속 FORTUNE 매거진에 의해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2012년에는 이 목록에서 14위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슈렉, 마타가스카, 쿵푸 펜더,드레곤 길들이기를 포함한 총 23편의 장편 에니메이션 영화를 발표한 곳입니다.

드림웍스의 특별한 점 중에 하나는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작업 환경이었습니다. 제가 취업 인터뷰 때문에 회사를 방문했을 때부터 이미 마음을 빼앗길 정도였으니까요.

박은선: 미국에서 CG 모델링 아티스트로 일하는 환경은 어떤가요?

홍기종: 각각의 재정능력과 규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아티스트들이 그들의 능력과 의욕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회사측에서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최대한의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영화의 목표분량까지 작업을 완료하면 작은 이벤트들을 열어 서로를 격려하며 일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회사에 대한 강한 소속감을 갖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지요. 한 예로 the Orphanage에서 일할 때, 봉준호 감독의 ‘괴물’의 내부 제작발표회에서 한국의 소주를 제공함으로써 한국문화의 경험할 수 있도록 하료 노력이 인상적이었어요.

박은선: CG 아티스트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홍기종: ‘무엇을 배우기 위해 오는 것인가?’ 혹은 ‘한국에 돌아갔을 때 미국: 미국 유학이나 취업을 고려하신다면, 자신의 목표와 계획을 에서 배운 기술과 경험이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 등 미래에 대한 계획을 자세히 세우고 오면, 시간과 돈을 줄일 수 있으며 타지에서의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포트폴리오 작업을 할 때는 좀 더 자신의 지원분야에 집중하셨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터라면, 모델링이나 텍스처 같은 것은 과감하게 제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가장 좋은 작품을 포트폴리오 제일 앞에 넣어야 할 것입니다. 많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데모릴의 첫 10초안에 그들의 시선을 잡도록 노력해야하는 거죠. 공동작업이라면 자신의 작업부분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표현해, 보는 분들이 지원자의 작업을 찾아 헤매지 않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한국 분들은 겸손이 미덕이라는 한국문화의 특징 때문에 자신의 장점이나 능력을 회사에 어필하는데 소극적인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회사에서 본인의 능력을 알아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회사에 어필 하는 모습도 때에 따라 필요할 것 같습니다.

드림웍스:http://www.dreamworksanima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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