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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조금 더 스마트한 세상으로, 설득하는 디자인

2010-11-23


유독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있어 사물과 사람은 더 이상 심상한 어떤 것이 아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관찰하며 일상의 평범함에 비범함을 부여한다. AM+A associates의 회장이기도 한 그래픽 디자이너 아론 마커스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정보와 결합된 모바일 기반의 어플리케이션인 그린 머신 프로젝트(Green Machine Project)를 진행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크게 세 가지의 질문을 중심으로 진행된 그와의 인터뷰는 시종일관 흥미롭고 즐거운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설득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이미 여러 사람들이 연구해온 주제입니다. 그 중 B.J. Fogg와 Robert Cialdini의 연구가 가장 유명하지요. 설득 디자인 크게 다섯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플리케이션이나 정보를 높은 빈도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사람들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지요. 동기부여의 방법은 다양합니다. 직접 게임을 만든다든지 경쟁을 붙이는 겁니다. 이를 바탕으로 친구들이나 가족들간에 커넥션을 제공하여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지요. 세 번째 단계는 사람들을 훈련시키는 겁니다. 그들이 전개하는 활동에 팁이라든가 조언을 제공합니다. 네 번째 단계는 사람들로 하여금 단기적인 행동변화를 하게끔 유도하는 겁니다. 그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 몇 분 후, 몇 시간 후, 혹은 몇 일 후에 변화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 특히 시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일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어떤 목표를 설정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단계는 장기적인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린 머신 프로젝트의 경우, 다섯 개의 주요단계가 어플리케이션의 하단부분에 위치해 있습니다. 크게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 미래에 대한 개념을 묻는 것, 유저들 사이의 커넥션, 그리고 팁을 제공하는 것, 게임과 경쟁을 제공하는 것 등의 다섯 가지이죠. 이런 것들을 통해 유저들의 단기, 혹은 장기적인 행동변화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성공적인 프로그램 아이디어는 여러 사람들의 생활패턴을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목표를 설정하고 현재 우리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다른 유저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나의 에너지 사용이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겁니다. 여기엔 서로의 변화를 통해 자극을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그린 머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기에 대한 정보도 열람 가능합니다. 그 기기를 만드는 회사가 정말 녹색행동을 하고 있는지 여러 회사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기나 제품에 대한 선택도 가능하죠.

이러한 설득 디자인의 활용은 벌써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린 머신은 가정용으로 제작된 디자인입니다. 이것을 비즈니스용으로 확대하려고 하는 것이 그 첫 번째입니다. 현재 SAP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랑 함께 비즈니스 소프트웨어적인 활용 방법을 추진 중에 있어요. 두 번째는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그린 머신을 헬스 머신이라는 건강 프로젝트로 확대하는 것입니다. 현재 출시 준비 중에 있는데요, 이것 역시 홈 유저들을 위해 구상된 것입니다. 비만이나 당뇨문제는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이미 아주 중요한 질환이 되었습니다. 이런 질병은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비용을 소비하고 있지요. 헬스 머신에서는 운동에 대한 리마인더를 제공합니다. 기존 어플리케이션 중에 비슷한 개념의 프로그램이 실제하고 있긴 한데요, 그건 섭취가능 칼로리만를 보여주는 제품이에요. 총체적인 행동의 변화를 유발하기엔 힘들지요. 헬스 머신 역시, 그린 머신과 비슷한 개념의 다양한 단계를 제공하여 건강을 위한 전체적인 행동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저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 중에는 복잡한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는 일과 배우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의료보건이나 병렬프로그램, 여행과 금융 등을 막론하고 다양한 주제에 대한 빠른 학습속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주제의 깊이나 복잡성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지요. 가장 흥미로울 때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는지 아무런 아이디어가 없을 때입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해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를 비롯한 제 동료들은 그런 두려움과 불안함을 즐기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쓰고 가르치고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한테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 건 ‘내가 이렇게 이해하고 있구나’하고 내 자신을 테스트 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10년 이상 강의를 했고 그래픽디자인과 비쥬얼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전에는 물리학과 수학, 철학을 공부했던 사람입니다. 이런 이유로 여러 학제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편입니다.


제가 볼 때는 설득 디자인과 더불어 디자인에서의 윤리가 가장 중요한 토픽이 될 것 같습니다. 이 두 가지는 어느 정도 연관이 있습니다. 제 아내인 Leslie becker는 디자인 윤리에 대한 많은 논문을 썼고 이제 책을 출간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그간 디자인 윤리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긴 했었지만 이렇게 심도 깊은 내용은 없었을 것입니다. 설득 디자인에서 매우 중요한 점은 설득디자인이 잘못 이용되면 일종의 프로파간다로도 쓰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선한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지만 악한 목적으로도 이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요즘엔 문화 중심적인 디자인이 각광받는 추세입니다. 이 분야에 대해서 KAIST 이건표 교수의 제자가 쓴 논문을 봤는데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논문에 따르면 웹사이트를 눈으로 트래킹 하는 방식이 한국인과 중국인, 북미인이 모두 다르다고 합니다. 보는 패턴이 다른 것이지요. 이는 디자인 문화의 패턴이 얼마나 다른 것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는 지식의 시각화가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입니다. 요즘은 정보 홍수의 시대입니다. 이런 정보들을 정보디자인의 시각화를 통해서 정리하고 이를 통해 지식의 시각화가 일어나게 되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인 더 똑똑한 결정을 내리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게 될 것입니다. 이런 중요한 내용을 어떻게 디스플레이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를 디자인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디자이너들의 역할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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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잡지디자이너 과심은 여러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노력은 부족함 디자인계에 정보를 알고싶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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