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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행복한 오늘을 그리는, 배성규

2018-03-13

 

 

 

디자인정글과 그림 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정글과 그사이 다섯 번째는 배성규 작가입니다. 따뜻한 색과 부드러운 캘리그라피, 늘 웃고 있는 인물 등 그의 그림은 언제나 행복하고 즐거운 기분을 들게 합니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일상에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라는 작가의 말처럼 지친 오늘, 그의 그림으로 따뜻한 위로를 받기 바랍니다.

 

펜드로잉©배성규

펜드로잉©배성규


 

<디자인정글>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애니메이션의 거장 월트디즈니의 메시지로 시작할게요. "Laughter is timeless, Imagination has no age, and Dreams are forever(웃음은 시대를 초월하고, 상상력에는 나이 제한이 없고, 그리고 꿈은 영원하다)."

‘여러분들은 지금 꿈을 꾸고 계시는가요?’ 혹시 꿈을 잊고 살고 계신 건 아닌지요. 저의 일러스트는 하루하루가 꿈같은 오늘, 그 순간을 이야기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교과서에 낙서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걸 사람들이 좋아해 주면 행복을 느끼기도 했죠. 언젠가부터 그런 것들이 저의 삶에 조금씩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어요. 

저의 꿈과 생각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서 꿈을 꾼다면 그것은 꿈에 그치지만, 모두가 꿈의 페이지를 조금씩 채워 함께 한다면, 그 드넓은 공간은 상상의 몫으로 채워지기 마련입니다.

 

저도 고향이 대구에요. 그래서 처음에 대구에 이렇게 유명한 작가님이 있다는 것이 놀랍고 반가웠어요. 지역 거점 디자이너로서 어려움은 없나요?

다행히도 일러스트 작업이 온라인상으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에 대한 큰 어려움은 없어요. 미팅이 생기면, 겸사겸사 서울 구경도 하고 좋아요(웃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처음 연락하는 클라이언트 대부분이 당연히 서울에서 활동하는 작가로 알고 있다는 거예요. 

 

마카와 색연필©배성규

마카와 색연필©배성규

 


얼마 전 작업실을 오픈하셨죠? 축하드려요. ‘엔딩크레딧’ 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나요? 작업실을 오픈한 이유가 있을까요? 

집에서는 작업을 잘 못 해요. 저를 유혹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집중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작업하는 공간과 집은 엄연히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어느 정도 긴장감이 생기고, 좋은 음악을 들으며 창밖 풍경을 감상하는 여유를 즐길 수 있으니까요.

 

엔딩크레딧의 의미는 뭔가요? 마지막이라는 느낌이 강한데, 어떤 일을 하는 공간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작업실의 타이틀인 ‘엔딩크레딧’은 당신과 내가 함께 만드는 엔딩이라는 의미입니다. 어쩌면 아주 작고 사소한 일일지도 모르는 일상 속 찰나의 순간이 누군가에겐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가슴 뛰는 설렘일 수 있어요. 또 다른 누군가에겐 이미 지나갔지만,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아련함일 수도 있어요.

다른 누군가에겐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함 일지도 모르죠. 이처럼 오늘의 수많은 조각이 모여서 멋진 엔딩을 만드는 거예요.

영화가 끝난 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감독과 관객이 맞닿아 느끼는 모든 감정을 공유하는 것처럼 말이죠.

 

마카 일러스트©배성규

마카 일러스트©배성규

 

 

그림을 보면 작가님 특유의 색감과 그림체가 느껴져요. 이렇게 되기까지 어떻게 연습하셨나요?

기억을 거슬러 보면, 어릴 때부터 '스누피' '꼬마 니콜라' '캘빈과 홉스' '곰돌이 푸' 등 서양 삽화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리고 삽화가 노먼 록웰와 애니메이션의 거장 월트디즈니에게도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모두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고 마음먹게 해 준 분들이죠.

앞서 말했듯이 처음은 교과서 여백에 시작한 낙서였어요. 그러다가 점점 흥미가 생겨 연습장에 시도 때도 없이 무언가를 그렸죠. 

 

자신만의 그림을 가지기 위한 노력 이전에 많이 보고, 많이 그려보는 것이 좋아요. 따라 그려도 보고, 크로키도 해보고, 자연스럽게 습관처럼 그림을 그리다 보면 나만의 색을 가진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또 실물과 똑같이 그림을 그려야 잘 그린 그림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쉽고 재미있게 그려야 흥미도 생기고 즐겁게 그릴 수 있으니까요.

 

 

마카 일러스트©배성규

마카 일러스트©배성규

 



작가님 그림은 손 그림이 많아서 아날로그적이라 더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저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흑백 무성영화의 아날로그 느낌으로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저만의 디테일한 감성을 디지털이 대신 하진 못해요. 

러프하게 드로잉한 라인으로 간결하고 소박하게 표현하기 위해 스케치는 연필로 해요. 구도와 밑그림을 바탕으로 펜 선을 하나하나 그린 다음, 스캔을 받아서 채색만, 오로지 채색만! 포토샵으로 하고 있어요. 

 

많은 분이 제 그림을 100% 디지털 작업이라고 생각하세요. 이 자리를 빌려 말하고 싶어요. 아닙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합쳐진 작업입니다.

 

앞서 말한 노먼 록웰이나 월트디즈니 말고 영향받은 작가가 있을까요?

스누피의 저자 찰리 M 슐츠와 프랑스 삽화가 장 자끄 상뻬의 그림을 보고 자라서 두 작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거친 이미지 안에 철학이 담긴 그림이 아주 좋았어요. 

 

또 저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20세기 초의 흑백 무성영화가 주는 아날로그 느낌을 무척 좋아해요. 그래서 총천연색과 화려한 기술, 놀랍도록 새로운 플롯이 아닌, 지나간 아름다움을 현재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그러한 방법으로 많은 사람에게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다양한 모습들에 많은 공감과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거든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오늘이라는 시간을 매 순간 특별하게 사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렇지만 그 특별한 일은 언제든지 특별한 무언가로 채우기 나름이거든요.

 

집, 길거리, 카페 등 우리가 어디에서나 맞닥뜨리는 일상의 조각들, 그곳에 겹겹이 담긴 다양한 삶의 모습, 일상의 기록들을 담으려고 노력해요. 어쩌면 영영 모른 채 지나갈 수도 있는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도 말이죠. 

제 작업의 영감은, 그 모든 찰나의 순간에 있어요.

 

 

캘리그라피©배성규

캘리그라피©배성규

 

 

프리랜서인 작가는 자신을 홍보하는 것에도 신경 써야 해요. 자신을 알리려는 방법으로 무엇을 사용하시나요?

보통 인스타그램을 이용해요. 꾸준하게 작업물도 올리고 소통하는 것을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회가 생기는 것 같아요. 자신만이 가진 스타일과 콘셉트가 있다면 볼거리도 생기고 사람들도 유입돼요.

SNS를 인생의 낭비로만 보지 말았으면 해요. 잘만 활용하시면 충분히 순기능으로 사용될 수 있어요. 블로그보다는 확실히 빠르게 순환되고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거든요.

 

그라폴리오에 연재 중인 동글동글 귀여운 찹쌀독 이야기를 해주세요.

사실 찹쌀독의 모델이 저예요. 평소에 피부가 하얗고 개를 닮아서 정말 개(!) 같이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웃음). 

그리고 사실 제가 찹쌀떡을 굉장히 좋아해요. 어느 날 찹쌀떡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친구가 "찹쌀떡 물고 있는 개 같다."고 하는 바람에 찹쌀독 캐릭터가 나오게 됐어요. 

 

처음 네이버에서 스토리픽 작가로 당선되고 연재를 시작했을 때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어요. 이후로도 운 좋게도 이모티콘 제작의뢰까지 받아서 출시했어요.

 

 

찹쌀독 삽화©배성규

찹쌀독 삽화©배성규

찹쌀독 삽화©배성규

찹쌀독 삽화©배성규

 


사실 우리나라는 저작권 개념이 거의 없어요. 저작권 침해 사례와 대응하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종종 제 그림을 허락 없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인용되고 있으면 굉장히 불쾌해요. 출처나 원작자 표시만 해줘도 충분히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데 말이죠. 

 

물론 제 작업을 좋게 보고 활용해주는 것이니 감사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저의 생각과 느낌까지 똑같이 복사하는 것은 본인을 위해서라도 좋지 않아요. 

저작권 이전에 본인만의 가치관과 그림에 담긴 철학, 스토리를 한 번 더 생각해봤으면 해요.

 

처음 그림을 시작하셨을 때 힘드시진 않았나요?

프리랜서가 모든 분이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비정규직이고 고정적인 월급도 없기 때문에 때로는 생활고에 시달릴 수도 있으니까요.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보다는 작업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했으면 해요. 물론 처음은 어려울 수 있지만, 꾸준히 열심히 하다 보면 조금씩 기회는 잡을 수 있더라고요. 사람이 진짜 굶어 죽으라는 법은 없어요.

 

 

올젠_매장 디스플레이©배성규

올젠_매장 디스플레이©배성규

올젠_CGV 광고©배성규

올젠_CGV 광고©배성규

 


준비 중인 프로젝트나, 작품이 있나요?

현재는 파스쿠찌와 함께 제주도 한정 머그잔을 만들고 있어요. 아마 꽃피는 4월이 오기 전 제주도 매장에서 만나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분리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제가 원래 좋아했던 아날로그 삽화 느낌의 작업을 찹쌀독이라는 캐릭터와 다른 동물 친구 캐릭터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업을 해볼까 해요. 

온전히 그들의 눈에 비친 오늘의 삶과 생각을 사람들과 나눠보고 싶어요.

 

프리메라_워터리 수분 크림 일러스트©배성규

프리메라_워터리 수분 크림 일러스트©배성규


 

이제 시작하려는 예비 작가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요.

꿈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용기가 있다면 꿈은 모두 이룰 수 있어요. 무언가를 거창하게 말하는 것보다는, 일단 시작해 보세요.

하지만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죠. 속도에 욕심을 내면 조급해진답니다. 그런 부담은 조금 덜어내고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꾸준히 그려보세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시면 됩니다!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정글과 그사이(그림 그리는 사람들 이야기) 여섯 번째 이야기는 언제나 즐거운 다운타운주쓰믹스의 주쓰 작가입니다.

 

에디터_ 김영철(yckim@jungle.co.kr)

사진제공_ 배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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