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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스튜디오 므나의 아파트 디자인 작업노트

2016-03-29

 

 

 

아파트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항상 그 한계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꽉 막힌 공간, 확보되지 않은 천장고는 우리의 시야에 언제나 엉성하게 걸쳐있고 숨통을 막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공간을 가로막은 기둥, 틀에 잡힌 공간구획 그 안에서 디자이너가 친구인 건축가가 살게될 주거공간의 탈바꿈을 시도했다. 건축가를 위해 변화시킨 주거공간 디자인, 디자이너의 작업노트를 넌지시 들춰본다.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공간사진 ㅣ 김홍귀(Magnolia) 

므나 디자인 스튜디오(MnA Design Studio)의 대표이자 디자이너 박경일은 결혼을 앞둔 친구이자 건축가인 P씨의 신혼집을 방문했다. 공간을 프로젝트는 공동주택 중 아파트, 그 중에서도 소규모(56.56㎡, 17평형)에 속하는 주거공간을 사용자의 라이프 패턴에 맞게 효과적으로 변화시킬 방안을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비용 설계도 디자인 장벽 중 하나.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간 공간, 단순히 보기 좋은 물성의 변화가 아닌 사용자를 품고, 의지를 담은 공간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을까.


NOTE #인트로 : 아파트, 오 죽어있다니 

‘집은 곧 사람이다’

집은 그곳에 사는 사람의 삶, 가치관, 꿈 등의 인생을 담아야 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 또한 다르게 생각하며 다르게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집(아파트)은 지금 어떤가? 
부부 간, 손님을 맞을 때도 주거공간 내 소통을 중요시하는 부부의 생활패턴을 담은 디자인 콘셉트

부부 간 혹은 손님을 맞이할 때도, 주거공간 내 소통을 중요시하는 부부의 생활패턴을 담은 디자인 콘셉트



한 공간 안에서도 공간 활용도를 최대치로 잡았다.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아파트 내부 공간의 경계를 없앤 것.

한 공간 안에서도 공간 활용도를 최대치로 잡았다.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아파트 내부 공간의 경계를 없앤 것.



아파트를 처음 대면하고 이런 생각이 앞섰다. 

‘집은 살아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공간은 아니다. 죽어있다.’

공간은 사람처럼 살아 숨 쉰다고 믿는다. 잘 계획돼 지어진 공간은 사람과 소통하며 좋은 영향을 미친다. 공간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마치 사람과 같은 이치다. 디자이너인 나에게 있어 공간을 본다는 것은, ‘공간을 느낀다’라는 말이 더 가까울 수 있을 것이다. 설계를 한 사람의 의도와 시공을 한 사람의 정성과 노력, 이 공간에 살고 있었던 사람의 감정까지 같이 느끼게 된다. 

집은 특별하다. 아니, 특별해야만 한다. 다른 공간들과는 다르다. 집은 곧 사람이며 삶이자 꿈이다.

이곳은 그 어느 곳에서도 집이 주는 감성이 느껴지지 않고 있다. 집이 주는 안락함, 마음의 풍요, 이 공간에 살았던 사람의 개성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 살았던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내 마음에 전해져,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는 단순히 집의 규모나 퀄리티의 문제가 아니다. 집이 작고 불편해서, 마감재의 질이 좋지 않아서 느껴지는 감정이 아니다. 반드시 담겨야 하는 것이 빠졌다.  

기존 아파트 거실의 한 켠을 데크로 변화시킨 디자인 아이디어. 이곳에 물을 채우면 바로 자쿠지로 한번 더 변화한다.

기존 아파트 거실의 한 면을 데크로 변화시킨 디자인 아이디어. 이곳에 물을 채우면 바로 자쿠지로 한번 더 변신한다.

 


 

 


 


 


NOTE #들어가기: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 공간에 사는 사람을 잘 알아야 한다.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깊숙이 그 사람의 삶을 듣고, 그 삶 그대로를 공간에 녹여야 한다. 다행히도 클라이언트는, 나의 대학교 동기다. 

 

그의 성향, 삶과 꿈, 공간에 대한 로망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집을 설계할 때, 집을 가장 그(클라이언트)답게 만들어주는 것을 목표이자 원칙으로 삼는다. 집은 곧 그 사람이다. 집을 보면 그 집에 사는 사람을 잘 알 수 있다. 누군가 이 집을 방문했을 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친구 부부의 삶과 꿈들을 알아가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온전히 그 부부의 삶을 담아주고자, 3주간의 설계 기간 동안, 10번 이상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 공간에 대한 바람을 들었다. 

 

‘답답하지 않고, 넓게 보이는 것’, ‘일상과 일탈이 공존하는 공간’, ‘외출 후 욕실에 들어가지 않아도 바로 씻을 수 있는 세면, 세족 공간’ 크게 이 세 가지를 공간에 풀어주길 요청했다.

 

먼저 ‘일상’과 ‘일탈’의 공존은 클라이언트가 첫 집을 맞이한 후 가진 가장 큰 바람이었다. 평범한 일상의 기반이 되어주는 집인 동시에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를 만들기 위해 ‘물’을 주요 매체로 사용했다. 

 

욕조가 있는 데크 공간은 이 같은 사용자를 배려한 디자인 아이디어다. 평소에는 여느 거실처럼 누워서 TV를 보거나, 걸터앉아 대화를 나누고 식사를 하는 일상적인 공간으로 활용한다.

 

몸이 나른해진 어느 날 욕조에 물을 채우기 시작하면 데크는 바로 자쿠지로 변한다. 마치 일본의 료칸이나 휴양지 부티크 호텔에 있을 법한 반외부 욕조가 되는 것. 특히 몸이 꽁꽁 얼만큼 추운 날, 일과가 끝나고 집으로 들어와 큰 창에 면한 히노끼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고 몸을 푹 담글 때, 따스함이 몸을 타고 오르는 느낌, 거기에 시원한 맥주 한잔! 상상만 해도 짜릿한 일상 속 일탈이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손을 씻고, 발을 씻는 부부의 생활패턴에 맞춰 공간설계 시 세면대를 밖으로 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손을 씻고, 발을 씻는 부부의 생활패턴에 맞춰 양 세면대를 밖으로 냈다. 사용자 습관을 배려한 디자인.


 

NOTE #시공일기1 : 변화의 첫 시작

 

지금 이 아파트는 눈에 보이는 게 전부다. 거주자의 시선은 금새 벽에 가로막혀 답답하게 느끼기 일쑤다. 특별할 것 없는 소형 아파트. 이 공간이 주는 답답함은 오죽할까? 이를 없애기 위해 첫 단추를 끼는 일은, 이를 정리하는 것, 바로 대대적인 철거작업에 들어갔다.

 

노후된 아파트는 단열과 시설 보수만으로도 큰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친구로서 그의 자금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자금 사정에 맞춰진 현실적인 설계는 그들의 살고 싶은 집의 바람과는 너무나 큰 괴리가 있었다.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이윤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집을 친구에게 주는 결혼 선물이라 생각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디자인 설계를 마치고 나서도 시공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비용은 인건비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디테일을 최대한 쉽게 풀고, 자재의 손실과 공정을 최소한으로 줄이기로 결심했다.   

 

 


 

 

 

단순한 뼈대 위에 불필요한 것들은 다 비우고, 삶에 꼭 필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들로 공간을 다시 채웠다.

단순한 뼈대 위에 불필요한 것들은 다 비우고, 삶에 꼭 필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들로 공간을 다시 채웠다.


 

 

NOTE #시공일기2: 어려움에 봉착, 하지만 얻게 된 만족스러움  

 

실내건축은 공정 하나하나가 다 중요하다. 앞 단계에서의 공정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뒷부분의 공정에서 발버둥을 쳐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불변의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하나하나의 공정에 타협은 없어야 했다. 아쉬움과 후회를 남기지 말자 다짐하며, 오래된 집이 주는 공정 과정에서 전달받은 끔찍한 선물들을 기쁘게 맞았다. 

 

25년 된 벽에 굳게 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벽지, 이미 도장한 천장에서 베어 나오는 누런 얼룩, 바로 옆에서 연주하는 듯 고스란히 들려오는 옆집의 피아노 소리, 사용해야 할 곳에 설치되지 않은 콘센트, 새롭게 끌어와 입선해야 하는 인터넷과 TV, 건드리면 바로 부서지는 노후화된 설비 배관 그리고 안방 천장, 바닥과 벽의 엄청난 곰팡이, 장을 바로 설치할 수 없는 비뚤어진 바닥과 벽체 등, 그냥 쓸 수 있을 것 같이 판단되었던 기본 구조들 대부분을 공을 들여 다시 만들고 칠해야만 했다. 

 

사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답답하지 않고 넓게 보이도록’ 공간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 공간은 정말 비좁다. 사용감은 최대한 넓도록 반면 전체 디자인 톤을 맞추면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문의 손잡이, 수건 걸이 등 공간에 들어가는 모든 액세서리와 콘센트, 스위치 등의 선택을 고심했다. 

 

집안 구석구석, 처음부터 끝까지 소홀함 없이 디자이너의 세세한 손길을 닿은 공간으로 변화를 준 것이다. 

 

 


 

 

Floor Plan

Floor Plan


 


NOTE #마무리: 공간을 살리고, 살아보니 

 

흠 잡을 때 없는 마감선과, 생활패턴을 그대로 읽고 연결된 공간의 동선, 부부가 소통할 수있는 공간들, 눈을 뗄 수 없는 깔끔한 주방, 가벽이 세워지지 않는 집임에도 불구하고 선이 노출되지 않는 점, 부부의 스타일을 반영한 드레스 룸, 답답하지 않은 시선 등 이곳의 사용자인 부부는 생활 속 세밀한 부분까지 만족스러움을 전했다. 프로젝트의 규모와 상관없이, 수많은 공간 설계에 대한 생각들이 오고 갔고, 이 같은 사용자를 위한 사전 인터뷰가 디자인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획일화된 공간, 결국 살아있어도 죽어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공간은 디자인의 손길을 거쳐 새로운 삶을 찾았다. 지금 우리 집안에도 자신만의 순환동선을 만들어 보자. 사용자의 의지를 담은 소통은 결국 시각적 동선뿐만 아니라,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열어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사진_이진화

므나 디자인 스튜디오(MnA Design Studio) 디자이너 박경일 (사진_이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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