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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도시를 바라보는 특별한 시각, 서현 건축가

2024-03-07

건축은 건물을 디자인하고 짓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활동하는 환경을 만드는 건축은 우리를 둘러싼 사회, 문화, 자연 등 여러가지 환경적인 요인들과 함께 어우러진다. 그러므로 건축가들은 남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의 건축은 ‘시대를 담는 그릇’이라 불린다.

 

서현 건축가는 깊이 있는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건축가다. ‘인문적 건축가’로 불리는 그는 특별한 통찰력과 섬세한 시각으로 사회를 읽어내며 도시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관찰한다. 

 

그의 이러한 사회를 바라보는 눈은 그가 선보인 건축물과 함께 그가 쓴 여러 권의 책을 통해 드러났다. 첫 번째 책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를 통해 ‘인문학적 건축’을 알린 그는 이후 <건축을 묻다>, <배흘림기둥의 고백> 등을 통해 대중들이 건축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10년전 그가 내놓은 <빨간 도시>는 ‘건축사회학’ 책으로, 그는 대한민국의 건축을 통해 사회를 들여다보았고, 우리 사회가 거쳐온 다양한 요인들이 건축에 미친 영향을 보여줌으로써 건축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었다.  

 

얼마전 서현 건축가의 새로운 책 <도시논객>이 출간됐다. <빨간 도시> 이후 그가 도시를 바라보아온 ‘도시 목격담’인 이 책에는 10년간 도시를 바라보아온 그의 시각이 담겨있다. 건축에 대해 ‘건축은 시대의 거울이고 공간으로 번역된 시대정신’이라 말하는 그는 이 책에서 토기로 정치를 읽고, 정치로, 역사로, 선거로 도시를 읽는다. 건축으로 권력과 사회를 읽으며, 공간으로 일상을, 주거로 사회를, 시대로 건축가를 읽는다. 

 

서현 건축가

 

 

건축가 서현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대학원,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건축가이자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김천상공회의소, 해심헌, 효형출판 사옥, 문추헌 등을 건축한 그는 지금까지 열 권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건축을 묻다>, <빨간 도시>, <배흘림기둥의 고백>, <또 한 권의 벽돌>, <세모난 집 짓기>, <상상의 책꽂이> 등의 주요 저서가 있다. 

 

Q.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는.  


최근에 설계를 완성한 것은 순환경제를 표방하는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입니다. 이전에 철강 가공 공장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새로운 공장으로 바꾸는 작업입니다. 재활용을 전제로 하는 사업이라서 이전의 철강공장의 흔적도 최대한 존치하면서 새로운 공장으로 변환시키는 작업이었습니다. 

 

당연히 보수하여 만드는 새 건물에는 제조공정에서 화석연료를 대량 배출하는 콘크리트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또 이 공장의 수명도 영구성을 전제할 수 없으므로 공장 가동 이후의 폐기물 문제를 고려하여 내장재도 최대한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을 사용했습니다. 공장 가동 중의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연환기 장치 최대한 설치하고 최대한의 자연광 에너지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설계 원칙이었습니다.

 

공장_ 내부투시도

 

공장_ 전경투시도

 

 

Q. 특별한 시각으로 사회를 읽는 배경과 철학이 궁금하다.


건축가로서 특별한 시각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보이는 현상 배후에서 작동하면서 그 현상을 만드는 동인을 추론하는 것은 건축에서 일반적인 교육 방식이고 저도 그렇게 훈련을 한 것으로 짐작합니다. 

 

다만 뚜벅이로 살고 있어서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보다 도시에 관한 관찰을 더 많이 할 기회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대상이 도대체 왜 저렇게 생겼고, 왜 저렇게 작동하는지 궁금해할 기회가 많습니다.

 

Q. 건축철학은 무엇인가.


건축은 사회를 반영하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사회가 유연하고 연속적으로 변화하는데 비해 건물은 지어 놓으면 그렇게 연속적으로 적응하고 변화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건축과 사회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부정교합이 생길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갖고 있습니다. 그 모순을 발견해서 새로운 사회가 요구하는 건물을 공간으로 번역해서 제시하는 것이 건축가의 사회적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흔히 학교를 설명하면서 19세기 건물에서 20세기 선생님들이 21세기의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표현해왔습니다. 건물이 지닌 모순을 잘 표현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21세기의 학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그 대안을 공간적 장치로 제시하는 것이 건축의 의미라는 것입니다.

 

<도시논객>

 

 

Q. 최근 <도시논객>을 출간했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


이 책에 담긴 원고는 그간 대중적 일간지에 실렸던 것들입니다. 신문은 현대사를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사료입니다. 일상의 사회변화를 가장 밀착해서 목격해 담아온 매개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신문에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필자 역시 사회적 현상을 밀착해서 관찰해야 합니다. 그 내용을 다 모아 놓은 후 다시 조감해서 이를 배열해 들여다보면 사회의 변화가 목격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책은 그런 변화의 크고 작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Q. <빨간 도시> 이후 변화된 사회의 모습은. 


가장 큰 한국 도시의 화두는 인구감소와 맞물린 국토균형발전론입니다. 소멸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확연한 지방 중소도시를 살리는 방편으로 지속적이고 물리적인 도시화 단위사업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한국의 현재 모습입니다. 이 책에서도 혁신도시를 비롯한 신도시 조성을 통한 균형발전론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기후변화 위기에 따른 대책 마련이 가장 중요한 화두입니다. 전 세계가 단일 주제로 고민하기 시작한 인류 역사 상 첫 사례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문제의 심각성 체감 정도가 유럽이나 미국보다 한국 사회에는 훨씬 더 적습니다.

 

아울러 한국에서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아파트입니다. 젊은 세대가 근로소득을 통해서는 서울시 내부에 자력 아파트 구득이 불가능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결국 이를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길은 근로가 아닌 상속이나 증여인데, 이것은 한국사회가 아파트로 규정되는 계급사회에 들어섰다는 걸 의미합니다. 사회적으로 대단히 불길한 전조입니다. 

 

Q. 건축을 바라보는 관점과 사회를 평가하는 시각의 연관성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건물을 관찰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창조적 분석입니다. 건물을 이루는 각 구성요소들이 왜 그런 방식으로 존재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그 분석 대상은 모두 시각적 정보로 우리에게 인식됩니다. 사실 사회도 모두 우리에게 시각적 정보를 통해 인식되므로 분석의 방식이 동일하다면 분석의 대상은 다를 것이 없습니다.

 

Q.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는데, 전하고자 하는 공통적인 메시지는 무엇인가.


건축은 언어로 구성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건물을 지으면 꽤 많은 오해와 편견으로 분석이 되고는 합니다. 결국 우리에게는 대화가 가능한 언어전달매체가 필요해지는데 결국 그건 책이라는 도구를 통할 수밖에 없습니다. 건물을 포함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이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를 설명하는 것이 목적일 것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책 출간이 하나 마무리되었으므로 당분간은 저자가 아닌 건축가로 살려고 합니다. 좀 장기 계획이기는 한데 다음 책도 마음 속으로 그려 놓기는 하는 중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각적 풍경이 왜 이렇게 구성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건축은 그간 권력의 과시 도구였는데 20세기 들어서면서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그런데 시기적 차이는 있어도 다른 분야 역시 유사한 과정을 겪습니다. 그건 음악이나 미술을 모두 포함하며, 심지어 우리의 복식을 포함한 일상에도 모두 적용됩니다. 이를 규명하려는 책은 적어도 5년 정도는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짐작합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서현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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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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