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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모두가 ‘인생 컷’ 경험할 수 있도록, 김도형 사진작가

2023-10-12

통인시장엔 좀 특별한 사진관이 하나 있다. 통인시장흑백사진관이다. 흑백으로 인물을 찍는 이곳은 김도형 사진작가가 운영하는 곳으로, ‘서촌핫플’, ‘인생한컷 사진관’, ‘명품 흑백사진관’ 등으로 불린다. 

 

김도형 사진작가

 

 

김도형 사진작가는 어린시절부터 사진가를 꿈꿨다. 중학생 때 사진관에서 카메라를 빌려 친구들의 기념사진을 촬영했던, ‘크게 놀던’ 아이 김도형은 고등학생 땐 사진 전문잡지 <영상>에서 입선하며 ‘고교생의 작품으로는 우수하다’는 평을 받았다. 사진을 전공하던 대학생 시절엔 중앙일보 전국학생사진콘테스트에 당선됐다. 어릴 때부터 사진에 특별한 재능을 보였던 젊은 김도형은 대학 졸업 후 언론사진을 선택했다. 

 

“대학 졸업 무렵 앞으로의 길을 설계하다 고민에 빠졌어요. 사진엔 순수사진, 상업사진, 언론 보도사진 중 어떤 것을 택할 것이냐 였죠. 순수사진은 밥 굶기 십상이고, 상업사진은 자본이 있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은 언론 보도사진이었어요. 신문사에 들어가기 위해 무척 노력을 했습니다. 2차에 걸친 시험에 통과해 서울신문사에 입사했어요.”

 

1990년 서울신문사에 입사한 그는 언론 보도사진작가로의 삶을 준비했다. 하지만 뜻밖에 찾아온 기회(?)로 그는 언론 보도사진과 순식간에 멀어지게 됐다. “그렇게 어렵게 신문사에 입사를 했는데 첫 번째 난관에 부딪혔어요. 사진을 전공했으니 잡지를 만들고 패션 사진을 다루는 출판편집국으로 가라는 것이었어요. 언론 보도사진을 하려고 신문사에 입사를 했는데 패션 사진을 찍으라고 하니 황당했었죠. 회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지만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둘 순 없고, 울며 겨자먹기로 출판국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퀸>이라는 잡지가 창간을 했고, 잡지 사진을 찍었는데 그 일이 저와 무척 잘 맞는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배우, 모델들을 촬영했는데 제 감각이 인정받았던 겁니다.”

 

당시 잡지사에서 연예인들을 촬영하는 주요 꼭지들은 경험이 많은 선배 기자들이 찍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그는 그러한 관행을 깨고 유명 배우의 촬영을 맡았다. “채시라 씨의 촬영이 있었어요. 메인 꼭지였죠. 진행 기자가 촬영 기자로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저를 지목했던 겁니다.” 그간 그가 촬영했던 사진들에서 감각을 읽은 진행기자의 선택에 그는 메인 꼭지의 촬영을 하게 됐고, 그때부터 그의 실력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여기엔 그만의 특별한 방식이 있었다고. 

 

“일반적으로 패션사진을 찍을 땐 많은 조명과 장비들을 사용합니다. 전 백열전구와 지지대 몇 개만 들고 촬영을 했어요. 사람들이 장비는 어쩌고 달랑 이것만 들고왔냐고 물을 정도였죠. 하지만 전 실내광과 백열등을 조합해서 은은하게 사진을 촬영하고자 했습니다.” 그만의 테크닉은 기존에 없었던 사진을 만들어냈고, 그 이후로 그는 주요 꼭지 촬영을 책임지고 맡게 됐다. 촬영을 넘어 촬영장소 등에 대한 조사와 사전 준비로 인해 진행기자들의 일을 덜어주기도 한 그에 대한 소문은 패션업계에 퍼져서 스타일리스트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실력은 1999년 한국사진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사진콘테스트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널리 알려졌다.  

 

이후 신문사에서 출판국이 분리되면서 다시 서울신문 편집국으로 돌아갈 기회가 생겼지만 패션사진을 사랑하게 된 그는 언론 보도사진을 택하지 않았다.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회사에서부터 독립한 그는 <퀸>으로 분사, <퀸>의 1대 주주가 됐다. “제 인생에 있어 두 번째 배팅이었어요. 출판국이 분리되면서 여성지가 폐간에 처할 위기가 있었는데 그때 마음 맞는 사람끼리 <퀸>을 가지고 독립을 했죠. 그때부터 주주의 신분으로 회사 살림을 꾸리기 위한 여러 일들을 했어요. 광고영업까지 맡게 됐죠.” 하지만 그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고 한다.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사진을 찍는 것이 내 일인데 내가 지금 무얼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퇴사를 선택했다. 

 

 

김도형 작가는 통인시장흑백사진관에서 일반인들의 '인생 컷'을 찍는다.

 

 

통인시장에 자리한 지금의 통인시장흑백사진관은 그렇게 탄생하게 됐다. 사진에 대한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 그가 자신의 색을 담은 사진관의 문을 연 것.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위해 그는 일반인들의 ‘인생사진’을 찍기로 했다. “’당신도 배우처럼’이 캐치프라이즈예요. 사진을 통해 모든 사람들을 배우처럼 멋지게 만드는 것이죠. ‘사진관’이라고 걸려있으니까 증명사진을 찍어달라고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증명사진은 촬영하지 않습니다. 제 색이 흐려지거든요.” 통인시장흑백사진관에서는 누구나 배우가 될 수 있다. 그의 사진 촬영을 통해서다. 사진관에 걸려있는 사진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모델이나 배우가 아닌 일반인들이다. 더 놀라운 건 가격이다. 그는 증명사진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모든 사람들이 인생 컷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통인시장흑백사진관의 또 하나의 특징은 ‘흑백사진’만 촬영한다는 거다. “컬러는 일단 너무 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아침에 눈을 떠서 잠을 잘 때까지 모든 것을 컬러로 봐요. 그런데 사진까지 컬러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진짜 이유는 사람의 내면을 표현하는데 있어 흑백이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마음, 생각을 읽어낼 땐 흑백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용이하다는 생각이거든요.” 통인시장에 사진관이 자리한 것도 특이한데 흑백사진관이라니, 그 자체로 컨셉이 되기도 한다.  

 

일반인들을 촬영할 땐 전문 모델과 다른 점이 많지만 그는 이 과정을 즐긴다. “일반인들을 촬영할때 들이는 수고가 100이라 치면 전문 배우들은 20밖에 되지 않아요. 그만큼 차이가 크죠. 하지만 전 일반인분들을 배우처럼 촬영해드리면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처음 오시면 대부분 매우 어색해 하시거든요. 그분들의 가장 자연스럽고 멋진 표정을 찾기 위해 관찰을 많이 합니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교감의 시간을 갖고 편안하게, 가장 예쁘고 멋있는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죠.” 

 

그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3단계의 감정의 변화를 거친다고 말한다. “실망, 적응, 환희의 3단계를 거치는 곳이라 말합니다. 사진 촬영을 하고 난 직후 사진을 고르실 땐 많이들 실망을 하세요. 내가 이렇게 늙었나, 주름이 많았나 하시는 분들이 많으시죠. 그리고 나면 자신의 모습에 적응하는 단계를 경험하게 되고요, 마지막으로 보정된 완성본을 보시면 환희를 느끼시죠.” 그는 촬영 후 약간의 보정 작업을 한다. 인물의 특장점을 살린 최대한 자연스러운 보정은 그만의 스킬이기도 하다. 그렇게 완성된 사진을 접한 사람들은 열이면 열 모두 ‘인생 컷’이라 부른다. 

 

SNS에서 이미 유명인인 그는 사진 강습에 대한 요청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그는 사진관에서 사진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에 오픈을 한 이곳을 거쳐간 강습생들은 벌써 100명이 훨씬 넘는다. 클래스는 한 번 진행할 때 5명 한정으로 진행되는데, 그가 특별히 마련한 ‘사진구도 끝판수업’은 즉각적으로 사진 촬영의 실력을 향상시켜주는 수업으로 인기가 무척 높다.   

 

 

김도형 작가의 풍경사진

 


  
풍경사진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저기 가려리 가는 버스가 온다>는 책을 출판, 자신의 글과 사진을 담기도 했다. 이 책들에는 그가 사진을 시작한 이야기와 사진작가로서의 활동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노래를 무척 즐겨 부르는 그는 노래지도자과정을 수료, 강사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요양원 등에서 노래봉사를 해오기도 한 그에겐 사진 외에 또 다른 꿈이 있다. “어르신들을 사진관에 초청해 무료로 노래를 가르쳐 드리고 싶어요. 통인시장사진관 노래교실을 만드는 거죠. 사진으로 많은 분들이 양질의 인생사진을 접하실 수 있도록 하고, 또 다른 저의 재능으로 더 많은 분들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김도형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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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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