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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심볼 마크에 대한 보고서 <심볼백서> 출간한 호서대 정무환 교수 

2023-09-24

호서대에서 브랜드 디자인과 디자인 이론을 가르치는 정무환 교수는 다년간 심볼마크와 로고를 연구하며, 네이밍 문법을 체계화하기 위한 작업을 펼쳐 왔다. 그가 심볼 마크에 대한 보고서 <심볼백서>를 출간했다. 

 

<심볼백서>

 

 

<심볼백서>는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심볼마크의 문법을 다룬 책이다. 정 교수가 분석한 수천 점의 로고 사례, 그가 규명한 심볼 디자인의 규칙 등을 정리한 이 책은 심볼에 대한 ‘세밀한 문법 보고서’다. 그의 논문과 강의집을 바탕으로 한 이 책에는 로고를 공부하는 디자이너라면 누구에게나 유용한 내용이 담겨있다. 

 

‘심볼 마크의 소재와 유형’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 크게 9가지 유형의 심볼 마크의 문법을 다루고 있다. 정 교수는 책에서 심볼마크 디자인에 접근하는 유용한 기준을 제안하는데 그가 2020년 발표한 ‘심볼마크의 소재활용유형’이다. 이를 통해 그는 심볼마크의 소재접근을 9개의 유형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심볼백서>를 출간한 정무환 교수로부터 <심볼백서>의 출간배경과 연구 내용, 핵심 포인트 등을 들어보았다. 

 

정무환 교수

 

 

Q. <심볼백서>를 출간했다. 어떻게 출간하게 됐나.

 

저는 미술과 디자인의 창작에 나타나는 유형연구를 연구주제로 많이 다룬 편인데요, 창작의 방법론을 분류하여 유형화한다든가 표현에 나타나는 공식을 규명하는 것을 매우 흥미 있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모든 디자인이 다 그런 측면이 있지만 특히 로고디자인에는 사용되는 관용적인 방법과 표현에 적용되는 공식들이 많습니다. 학생들이나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을 위해 그 내용들을 일종의 문법처럼 한번 정리하여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진작부터 해왔는데 그게 책으로 나온 것입니다. 

 

기존에도 작품을 분류하여 실은 도감류의 책이나 잘된 로고작품들에 관한 비평서, 로고디자인의 노하우를 논하는 실전서 등은 더러 있었지만, 디자인 문법을 상세하게 설명하려 시도했던 책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로고디자인에 대해 읽어 볼 책이 있는지 학생들이 소개해 달라 할 때 "교수님이 만든 교안을 따라오면 된다"고 출발했던 게 논문으로 발전하고, ‘심볼백서’라는 이름의 책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Q. 책의 제목 ‘심볼백서’의 의미는 무엇인가.

 

백서(白書)는 원래 영국 정부가 국민주권의 상징인 의회에 보고했던 보고서를 의미합니다. 이때 표지가 하얬다 해서 ‘백서’라는 이름이 붙었거든요. 디자이너가 심볼마크를 만들지만 주권자는 클라이언트고 교수가 교육을 하지만 주권자는 학생이니 클라이언트와 학생을 위한 심볼마크에 관한 보고서라는 의미가 심볼백서에는 녹아 있습니다. 

 

또한 부제목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전문가들은 다 알지만 예비 디자이너들이나 클라이언트들은 막상 어디서도 들을 기회가 없는 심볼 디자인의 시시콜콜한 문법을 정리했다는 의미, 또 문법서로서 역할은 하지만 결국은 심볼디자인의 관용적 방법과 상투적 공식 같은 디자인 현실의 민낯을 드러내야 하는 그런 의미도 백서에는 녹아 있습니다. 아뭏든 읽고 나면 심볼마크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그 구조가 어떤지 알게 되는 유용성도 있으면서 심볼디자인의 실용 방법론으로서 옆에 두고 계속 참고도 하는 그런 책을 쓰고 싶었는데 그것이 제목에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어떤 내용을 담았나. 

 

우선 이 책은 심볼마크만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로고에는 심볼마크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는데, 요즘은 심볼마크가 없는 경우도 많죠. 저는 이런 다른 형식들에 문법상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이 다루는 것보다 각각 다루는 게 낫다는 게 지론입니다. 

 

책에서는 심볼마크의 디자인에 접근하는 유용한 한가지 기준을 제안하고 있는데 제가 2020년 논문으로 발표한 심볼마크의 소재활용유형 이론입니다. 이것은 심볼마크의 소재접근을 크게 아홉 개의 유형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우리가 보는 심볼마크들은 이 아홉 가지 유형 중 하나에 해당이 된다는 것이죠. 이 유형구분은 방법론으로 실용적 가치를 지니기도 합니다. 책에서는 심볼마크의 디자인 방법론으로 적용할 수 있는 아홉 가지의 소재활용방식과 각 세부 소재, 그리고 각 소재 활용 유형마다 중요한 표현방법들과 조형에서 검토해야 할 조건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심볼마크의 아홉가지 소재활용 유형.  1. 외관도상화 유형  2. 명칭기의 도상화 유형  3. 핵심내용 도상화 유형  4. 지향가치 도상화 유형  5. 동일시 속성 도상화 유형  6. 이름자 도상화 유형  7. 이니셜 도상화 유형  8. 이름자 도상 복합 도상화 유형  9. 이니셜 도상 복합 도상화 유형 

 

 

Q. 책에서 9가지 심볼마크문법을 정리, 제시했다. 어떤 기준으로 작업했는지 궁금하다. 

 

심볼의 외형적 특징을 기준으로 피상적으로 심볼을 분류한 것들은 기존부터 있어왔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모두 아는 것처럼 도상적 심볼마크는 구상과 추상으로 되어 있다든가, 심볼마크는 도상으로 된 심볼, 문자로 된 심볼, 문자와 도상의 복합심볼이 있다든가 하는 것들입니다. 형식에 대해 상식에 가까운 이런 구분들은 맞는 말이지만 방법론적인 활용가치가 없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유형구분을 할 때는 방법론적으로도 시사하는 유용성이 있어야 하는데, 새로운 유형구분을 시도하는 저로서는 이점이 해결해야 할 과제였습니다. 그러자면 결과론적으로 나타나는 형식유형이 아니라 출발점을 기준으로 하는 방법 유형이어야 한다고 보았고 그 결론이 소재활용이 연결된 유형구분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무수한 사례들을 보면서 기존의 외형적 형식들이 어떤 소재활용으로 결과된 것인가를 역으로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활용소재를 형식과 연결시킬 수 있으면 방법론적으로도 형식적으로도 유용한 유형모델의 도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지요. 그렇게 도출한 게 아홉 가지 소재활용 유형 분류입니다. 

 

여기에는 한가지 관점의 전환과 개념의 수정이 필요했는데, 먼저 소재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했습니다. 즉, 기존에 소재라는 것은 심볼마크에 최종 활용할 직접적 도상의 재료로만 이해되어왔지만 지나치게 의미를 결과론적이고 도구론적으로 좁게 본 것이라서 저는 소재의 개념을 보다 근본적으로 확장시켰습니다. 예를 들어 롤렉스의 왕관 심볼의 소재를 '왕관'이 아니라 왕관으로 나타내게 된 '롤렉스의 속성'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기존 관점이라면 이것이 컨셉이거나 표현주제로 해석되었겠지만 저는 심볼표현의 소재자원의 하나인 내적해석소에 포함되는 '동일시 속성'으로 간주한 것입니다. 

 

즉, 소재인 동일시 속성이 속성이 동일하다고 간주되는 왕관이라는 동일시 대상으로 도상화 된 결과로 본 것입니다. 방법론으로도 가치 있는 아홉 개의 소재활용유형도출은 소재 개념을 아이템 외계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브랜드의 속성'처럼 아이템에 내재적인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지 소재를 왕관이니 식물이니 별이니 하는 것처럼 컨셉을 나타내기 위한 도상의 재료로만 보았다면 정리가 안될 문제였다고 봅니다. 

 

Q. 가장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을 꼽는다면?

 

심볼마크의 디자인은 어떤 소재로 어떤 심볼을 만들 것인가가 핵심 관건이라 소재활용의 중요성이 가장 강조됩니다. 디자인을 소재를 중심으로 접근할 경우 방법론적으로 얻을 수 있는 여러 유용성이 있는데 책에서는 그 유용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형개념을 소재활용이라는 관점에 입각해서 구성하고 각각에 해당하는 문법도 정리해 준 것입니다. 책에서는 우선 디자인의 소재가 아이템 밖에 있는 게 아니라 아이템 안에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소재를 아이템이 가진 외관, 이름, 내적 해석소의 세 가지 자원으로 규정하는데, 아이템의 특성에 따라 어떤 것은 소재로 가능하고 어떤 것은 안되도록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는 점도 소재선택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즉 아이템을 분석하면 가능한 소재유형이 무엇인지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데, 그것이 초기 디자인전략을 매우 신속하게 전개할 수 있는 포인트임을 강조합니다. 또한 음식의 재료를 보면 어떤 음식일지를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소재를 정하게 되면 컨셉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며 소재가 컨셉을 이끄는 잇점을 컨셉 전개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심볼백서> 내지 이미지

 

 

Q. 심볼마크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로고의 논의에는 형식론, 소재론, 적용론이라는 세 가지 접근이 가능한데, 그 중요성이 로고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심볼마크의 활용이 없는 텍스트형 로고에서는 임팩트를 만들기 위한 형식론이 중요하고, 가변형 로고의 경우는 가변형의 컨셉을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검토하는 적용론이 중요합니다. 반면 심볼마크 디자인의 방법론에서는 가장 중요한 게 소재론입니다. 

 

그런데 소재활용 유형도 세분화해보면 각각의 소재에서 중요한 점들이 달라집니다. 외관 소재의 활용에서는 도상의 재현 방식이 중요하고, 명칭기의의 활용에서는 도상의 표현 내용이 중요하고, 핵심내용의 활용에서는 도상의 대상이 중요하고, 지향가치의 활용에서는 도상의 구조가 중요하고, 동일시 속성의 활용에서는 도상의 기호적 상징성에 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이니셜의 활용에서는 글자의 구조가 중요하고 복합형일 경우에는 도상과 문자의 결합방식이 중요합니다. 9개의 소재유형들이 이처럼 각각 다른 방법론적 어스펙트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문법적으로 이해해야 할 심볼마크의 특징으로 여겨집니다. 

 

Q.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부분은?

 

저는 브랜드디자인에서는 막연한 창의성이나 창의적 태도보다 형식이나 문법의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 때 회화 중심으로 배우건 작문 중심으로 배우건 문법을 다루지 않습니까? 저는 디자인도 그렇다고 강조합니다. 창의성은 그 문법을 활용하는 안에서 발휘되어야지 문법 밖에서의 창조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간 분명 문법이 있음에도 문법을 정리해주지 못했고 논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누군가가 그 역할을 해야 하고요. 

 

저는 브랜드디자이너의 역할이 평소 약사의 역할과 같다고 강조합니다. 약사는 자기 생각대로 약을 만들지 않지 않습니까? 약사들마다 신약을 만들려고 하면 큰일이 나겠죠. 대부분의 약사들이 약을 효능에 맞게 구성하고 먹기 좋도록 포장하거나 약의 복용을 설명하는 역할을 하는데 디자이너도 생각대로 로고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요. 예를 들어 저는 심볼마크의 컬러도 자기 생각대로 결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심볼에 적용되는 컬러는 이미 오랜 테스트를 거쳐 사람들이 선호하는 컬러들이 유사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죠. 그렇다고 문제일까요? 이제 갓 일을 시작한 디자이너라면 먼저 문법을 잘 터득할 것. 그리고 그 문법을 정확하게 알고 잘 적용할 것을 강조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저는 분명히 "바른" 로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른 로고는 문법과 규칙을 정확하게 갖춘, 흉내만 낸 로고가 아니라 디자이너의 충분한 공부와 성의가 반영된 도덕적이면서 조형적으로도 격을 갖춘 로고입니다. 앞으로 브랜드의 수요는 점점 많아질테니 더 많은 공급도 이루어지겠지만 로고가 점점 싸지고 저급해지고 쉽게 양산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런 시대에 뭔가 기준을 제시하는 일들을 하고 싶습니다. 향후에도 출간계획이 있습니다. 당분간은 후학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문법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계속할 생각인데요, 이번에는 심볼마크의 문법과 방법적 규칙을 다루는 책을 썼지만, 다음으로는 심볼마크를 적용하지 않는 로고에 관한 문법을 정리한 책을 준비중입니다. 심볼백서 또한 그간 연구한 것의 집대성이 아니라 일차 결과물에 불과합니다. 심볼백서 또한 보완해서 보다 읽기 좋고 유용성을 갖춘 완벽한 증보판으로 내고 해외번역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정무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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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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