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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그림 그리는 언니, 꽃 만드는 동생

2019-10-29

차분하지만 개성 있는 그림체, 풍부한 색감으로 눈길을 끄는 그림이 있다. 일상의 모습부터 특별한 순간까지, 그림에 담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그림에 등장하는 식물들이 더욱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 그림들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꽃다발이 있다. 자연에서 마주한 아름다움이 부드럽게 담긴 꽃, 작은 부분에까지 집중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예쁨을 전해주는 꽃들은 은은하게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센의 그림과 플라워세지의 꽃. 그림과 꽃이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잘 어우러진다. 

 

 

언니는 그림을 그리고 동생은 꽃을 만진다. 이들은 쌍둥이 아티스트 트윈센지(twinssenji)다. 두 작가의 작업은 비슷한 감성으로 서로를 돋보이게 한다. 식물과 함께 있어 더 빛나는 그림, 그림과 만나 더 아름다워지는 꽃, 트윈센지의 이야기다. 

 

늘 함께 해온 쌍둥이 자매
일러스트레이터 센(sen, 강세은 작가)과 플로리스트 플라워세지(flowerseji, 강세지 작가)는 어릴 때부터 늘 함께였다. 학창시절은 물론 대학도 같은 학교, 같은 과에 진학했다. “대학교까지 같이 다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늘 함께 하라는 계시(?)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졸업 후에도 함께 일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대학교 땐 조별 과제를 늘 함께 했었는데, 잘해보자고 서로 격려도 많이 했어요.”

 

함께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둘은 과제와 공모전 등을 준비하며 2년간 열심히 대학 생활을 하다 정말로 원하는 일을 찾기 위해 휴학을 했고, 한 주얼리 브랜드에서 함께 일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 졸업 후 코스튬 주얼리 브랜드를 런칭, 3년간 운영하기도 했다. 

 

 

다양한 식물과 그림이 함께하는 트윈센지 작업실

 

 

각자가 가장 잘하는 일을 찾아
찰떡궁합의 쌍둥이 언니, 동생이었지만 같은 일을 하며 서로의 다른 부분, 자신의 개성을 깨달은이들은 각자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센은 그림을 그리고, 플라워세지는 식물들을 돌보았는데, 플라워세지는 큰언니가 취미로 배우고 있던 꽃꽂이를 보면서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쌍둥이 자매 센과 플라워세지는 2017년 12월 작업실 ‘트윈센지’를 오픈하면서 본격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와 플로리스트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트윈센지’에서 함께하는 두 사람
두 사람은 한 공간에서 다른 듯 닮은 작업을 한다. 작업의 장르는 다르지만 그 분위기가 무척이나 비슷하게 느껴진다. 이들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때론 도움을 주며 서로의 작업을 더 돋보이게 한다. “저는 그림에 식물과 같은 자연물을 많이 담아요. 플라워세지가 작업실에 들여오는 다양한 꽃과 식물들은 언제나 다양한 영감을 주곤 하죠. 매일 다양한 주문에 맞춰 만들어내는 꽃들의 조화도 저에게 색감적으로나 감성적으로 많은 부분을 채워주고요.” 

 

 

플라워세지의 로고, 포스터, 명함, 스티커도 언니 센의 작품이다.

 

 

플라워세지는 예쁜 로고를 갖고 있는데, 이는 언니 센의 작품이다. “언니가 하는 일들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언니 덕분에 로고, 엽서, 스티커 등 플라워세지만의 개성 있는 bi를 갖게 되었어요. 이런 점은 다른 꽃집과 차별화될 수 있는 부분이라 큰 장점이 되는데요, 이런 디테일을 좋아해 주시고 특별하게 생각해 주시는 손님들이 계셔서 늘 언니에게 감사해요.”  

 


플라워세지의 꽃과 함께 만날 수 있는 미니 엽서. 센의 그림이다.

 

 

특히, 꽃과 짝을 이루는 미니 엽서에 눈길이 머문다. “꽃을 일상에서 즐기는 분들 외에, 기념일이나 축하 또는 위로의 마음을 전달해야 하는 날 찾아주시는 분들을 위해 짧게라도 마음을 적어서 표현할 수 있는 미니 엽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꽃과 그림, 그림과 꽃으로 이루어지는 이들의 컬래버레이션이 무척이나 잘 어우러진다.

 

 

센의 그림들

 

 

감수성을 깨우는 그림
센의 그림은 오랜만에 감수성을 꿈틀거리게 했다. 삶의 모습들은 분명한 작가만의 색으로 그려져있는데, 그 느낌이 참 좋다. 입시미술 말고는 그림을 따로 배우지 않았지만 취미로 많은 시간 동안 그림을 그려온 작가는 좋아하는 것을 자신의 방식대로 담는다. “그림은 그리는 사람의 성격을 고스란히 닮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그림에 많이 담다 보니 더 저다워지는 것 같고요. 수채화 전용 종이와 수채화 물감을 사용하지만 물맛을 살리기보다는 물감의 농도를 높여서 사용하고, 유화, 아크릴 붓을 자주 사용해요. 그때그때 떠오르는 색감들을 바로 만들어서 사용하고요. 그래서 완성된 그림을 보는 설렘을 즐기지요.” 

 


작업을 하는 센 작가의 모습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색감이다. “결국 그림은 색을 입었을 때 생명이 생기는 것 같아요.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장면과 감정들은 결국 색의 조화를 통해 보는 사람들에게 교감, 감동 등을 느끼게 하고, 호소력을 갖게 된다고 생각해요. 종종 망치는 그림들은 형태보다는 색감의 만족도가 떨어져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센 작가는 그림을 통해 사색을 하는 짧은 여유를 주고 싶다고 했다.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소재거리를 찾기 때문에 그림의 해석이 거창할 필요도 없어요. 보는 분들이 평온한 색들의 조화를 보며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짧은 눈 맞춤의 시간을 갖고, 작은 기쁨이라도 느끼신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센 작가는 일상의 다양한 이야기와 메시지를 월간 엽서에 담아 전하기도 한다. 

 

 

살면서 드는 생각들을 테마로 한 그림들, 메시지가 담긴 그림들을 좀 더 새롭고 친근하게 전하기 위해 지난해 2월부터는 월간 엽서를 발행하고 있다. 꾸준한 작업으로 그는 휴대폰 케이스, 책 삽화, 음악 커버 그림, 패키지, 의류 브랜드 등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센 작가는 자신의 그림으로 기억력 카드 게임, 성장 카드, 거울, 포스터, 일러스트 달력 등의 굿즈를 제작하기도 한다.  

 

 

플라워세지의 꽃 작업

 

 

마음을 담은 꽃
플라워세지의 꽃에선 세심한 배려와 센스가 느껴진다. 상대를 잘 알아야만 줄 수 있는, 사소하지만 깊은 감동 같다고나 할까. 꽃송이는 물론 작은 꽃들과 풀잎의 조화가 무척이나 아름답다. “자연이 주는 꽃과 소재는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워요. 꽃과 소재가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움에 집중하고, 그것을 다양한 질감의 꽃들과 어우러질 수 있게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색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꽃으로 우리의 삶에 생기를 전하고자 하는 플라워세지 작가가 가장 선호하는 소재는 그 계절에만 볼 수 있는 계절 꽃과 열매다. “자연에서 오는 다양한 재료에는 큰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꽃을 통해 기쁨이 더 커질 수 있고, 힘든 날은 위로를 받기도 하잖아요. 추억이 함께 하는 계절을 꽃 작업에 가득가득 담고 싶어요.”

 

 

플라워세지는 마음을 디자인에 담는다. 

 

 

그는 대부분 예약 주문으로 작업을 진행하는데, 어떤 목적으로 꽃을 선물하는지 충분히 상담한 후 꽃을 준비한다. 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소통과 조화다. “재료들의 조화로 하나의 작품 안에서 꽃과 소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색감, 질감, 볼륨감 등 다양한 감상의 즐거움을 경험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플라워세지는 꽃다발, 바구니는 물론 꽃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공간장식, 웨딩, 꽃 상품 등 꽃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작업들과 함께 플라워세지는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꽃을 즐겁게 배우실 수 있도록 진도별로 난이도를 조절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한 계절을 진하게 느끼실 수 있도록 계절 꽃이나 계절에 어울리는 색감을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따로 또 같이
센은 자신의 그림이 작가만의 창조물이 아닌 문학, 음악 등 다양한 장르와 만나 이롭게 사용되길 바라고, 플라워센지는 꽃을 필요로 것이라면 무엇이든 제한을 두지 않고 작업하며 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길 희망한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만큼 누구보다도 서로를 잘 아는 이들은 마음을 담아 서로를 응원하고 돕는다. 각자의 길을 가고 있지만 비슷한 꿈을 꾸며, 여전히 함께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이들은 앞으로 따로 또 같이 더 많은 작업을 함께 이어나가고자 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이들의 작업을 오래도록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센(www.instagram.com/s_e_n_s_e_n)

                  플라워세지(www.instagram.com/flower.se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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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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