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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롤 챔피언 아트토이 선보인 핸즈 인 팩토리

2019-07-12

게임 좀 하는 사람이라면 다 알겠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LoL)의 세계는 생각보다 넓고 깊다. ‘룬테라’라는 세계를 배경으로 ‘챔피언’이라 불리는 캐릭터들이 치열한 전략으로 대전을 펼치는 이 게임에서는 롤 플레잉(Role Playing)과 전략 게임, 전투 액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전 세계 1위의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LoL)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롤파크 내부 이미지

 

 

롤 게임 강국인 한국에서도 그 인기는 대단하다. 2012년부터 정식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대회가 열리고 있고, 2014년과 2018년에는 국제대회 ‘월드 챔피언십’이 국내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지난해 문을 연 롤 파크(LoL PARK)는 롤 게임의 파워를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게임사가 만든 국내 최초의 오픈형 e스포츠 경기장으로, 전용 경기장 및 400여 석의 관람석이 갖추어진 아레나 타입의 원형 경기장 ‘LCK 아레나’와 각종 방송시설, 플레이어들을 위한 라운지, 인터뷰 룸, 미니 스튜디오 등이 마련돼 있으며, 게임 내의 테마로 꾸며진 카페, 아트숍, 전시관 등의 부대시설로 이루어진 공간으로, e스포츠 팬들은 물론 누구나가 방문해 즐길 수 있다. 

 

 


롤 파크 내에 전시된 핸즈 인 팩토리의 아트토이

 

 

이곳에 롤의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색다른 아트토이가 설치됐다. 라이엇 게임즈와 핸즈 인팩토리(HANDS IN FACTORY)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핸즈 인 팩토리가 티모, 리신, 징크스, 문도, 알리스타 등 롤을 대표하는 5명의 챔피언을 재해석해 아트토이를 디자인했으며, 5명의 챔피언들이 한국 LoL 리그(LCK, League of Legends Champions Korea)의 팬이 돼 e스포츠 경기장을 방문한다는 콘셉트로 2m에 달하는 대형 아트토이와 함께 마스터 피규어, 일러스트, 스케치 등을 전시한다.

 

핸즈 인 팩토리는 아트토이 1세대 작가 이재헌(a.k.a_uptempo)이 만든 아트토이 전문 스튜디오로,이재헌, 박태준, 하종훈 등 세 명의 작가로 구성돼 있으며, 스트리트 컬처를 베이스로 한 캐릭터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캐릭터 러닝혼즈(Running Horns)와 하자드(Hazard) 등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나이키, 플레이보이, BMW 등 세계적인 기업과의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그들의 감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핸즈 인 팩토리가 선보인 롤 게임 챔피언 아트토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핸즈 인 팩토리는 롤 게임 내 각 챔피언들의 성격과 특징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다. 어떤 위협에도 흔들림 없는 적극적이고 쾌활한 티모는 래퍼, 시각을 잃었지만 초인적인 돌려차기 능력이 있는 리신은 스케이트보더, 충동적이고 격정적이며 난장판을 벌이기를 즐기는 징크스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문도는 대형 식칼 대신 파이프렌치를 든 정비사, 아군을 보호하고 상대방을 무력화하며 체력 회복 기술을 지닌 알리스타는 운동선수가 됐다. 의상, 장신구는 물론 눈에 잘 띄지 않는 소품 등 캐릭터의 세부적인 요소 하나까지, 어느 하나 의미 없이 디자인된 것은 없다. 

 

챔피언의 모든 것을 응축하면서 자신들의 자신들의 색을 조화롭게 보여준 핸즈 인 팩토리의 롤 챔피언 아트토이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한다. 

 

 

핸즈 인 팩토리 이재헌 디렉터 인터뷰


먼저 핸즈 인 팩토리에 대해 소개해달라. 
핸즈 인 팩토리는 토이를 만드는 창작집단으로, 오리지널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토이로 만드는 일을 한다. 다른 콘텐츠나 다른 IP와 믹스하는 걸 좋아해서 컬래버도 많이 한다. 

 

 

핸즈 인 팩토리의 대표 캐릭터 러닝혼즈 시리즈

 

 

대표적인 캐릭터 러닝혼즈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러닝혼즈는 내가 디자인한 오리지널 캐릭터 시리즈다. 뿔이 있는 동물들을 생각했고 그들의 달리는 모습을 생각했다. 그래서 이름도 ‘running horns’라 지었다. ‘인생은 달리기’라고도 하지 않나. 그것에 동기화가 돼서 열심히 살아가는 뿔이 있는 동물들 이야기, 완주를 목표로 하는 인생의 이야기 등을 담아 토이로 만들었다. 

 

처음부터 토이 디자인을 했나.
전공은 체육교육학이었다. 작업을 위해 따로 공부를 한 것도 없었고 ‘맨땅에 헤딩한다’는 표현처럼 그냥 좋다는 마음 하나로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다. 이런 일을 하고 계셨던 분을 찾아가서 2년 정도 연습생을 했고, 쿨레인 스튜디오에서 크루로 활동하다 독립했다. 학부를 졸업하지도 않고 시작해서 작업을 하다가 졸업은 해야 할 것 같아 뒤늦게 졸업을 했고, 핸즈 인 팩토리를 만든진 10년이 좀 넘었다. 

 


핸즈 인 팩토리와 나이키의 컬래버레이션

 

 

나이키 등 유명 브랜드와 컬래버도 많이 진행했는데.
우리 IP 혹은 우리의 색과 기업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믹스한 작업을 많이 했다. 나이키에서는 에어맥스 탄생(3월 26일)을 기념하는 행사를 매년 하는데, 30주년 기념에 우리가 참여해 컬래버했다. 30개의 피규어를 나눠주는 프로모션이었는데, 나이키 에어맥스의 감성을 재해석해 우리 작업에 넣었다. 30년 전에 유행했던 당시의 컬처를 레트로하게 디자인해 우리 캐릭터와 조합한 작업이었다. 

 

외국에도 마니아층이 많다. 해외엔 캐릭터를 어떻게 선보였나.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많이 좋아해 준다. 처음 해외에 우리 캐릭터를 선보였던 것은 대만 토이쇼를 통해서였다. 국내에서 제일 처음으로 대만 토이쇼에 나갔었는데, 대만에서 그런 행사가 열린다는 걸 알고 무조건 대만으로 갔다. 포스터를 들고 한 토이숍에 들어가서 어디서 이 행사를 하느냐로 물었고 옆집에서 주관하는 거라고 해서 그곳에 찾아가 참여하겠다고 했다. 마켓도 형성이 잘 돼 있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국내에도 아트토이 행사가 생겼지만 아직 분위기와 문화가 많이 다르다. 

 

이번에 롤 게임과 컬래버레이션 했는데, 이 게임을 즐겨 하나.
이 게임을 실제로 하기도 하고, 또 좋아한다. 사실 게임도 게임이지만 직업적인 면 때문에 캐릭터에 관심이 많았다. 롤 게임 실력은 그다지 좋지 않다.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재탄생한 징크스

 

 

이 게임에는 총 150명에 이르는 챔피언이 등장한다고 들었다. 그중에서 5명의 챔피언을 디자인했다. 캐릭터는 어떻게 선정했나. 
챔피언들을 고르는 것이 생각보다 굉장히 힘든 작업이었다. 이 5명의 챔피언은 단순하게 선택된 것이 아니다. 캐릭터에 대한 공부는 당연하고 디자인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굉장히 디자인을 많이 했다. 정해진 5명의 챔피언 외에 훨씬 더 많은 챔피언들을 디자인했다. 개인적으로는 좀 과격하고 기괴한 캐릭터를 선택하고 싶었지만 플레이어들이 선호하는 챔피언들이 있고, 전체적인 게임의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의견에 앙케트, 설문 결과 등이 더해져 챔피언들이 최종 결정됐다. 이들은 포지션, 성별, 몬스터, 비몬스터 등 다양한 챔피언들이 적절하게 조합된 멤버들이다.

 

단순히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내에서 그들의 성격과 특징을 표현하면서도 핸즈 인 팩토리의 성격을 보여주어야 하는 작업이라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게 가장 힘든 일이다. 원래 IP가 가지고 있는 성격을 너무 헤치면 안 된다. 우리가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가버리면 챔피언에 애정을 갖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거북해할 수도 있다. 그런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 요즘은 서브컬처적인 것이 메인스트림이 돼 버려서 서브컬처가 별 의미가 없어졌지만, 차라리 그런 요소를 넣고 싶었다. 이젠 메인스트림이 돼버린 서브컬처적인 요소를 넣어서 보는 사람들이 어색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거다. 너무 딥한 컬처를 다루다 보면 보는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거나 게임에서 가지고 온 판타지적 설정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색을 넣으면서도 챔피언들의 성격을 최대한 지키고자 했다. 예를 들어 징크스는 광기 어린 폭발물을 좋아하는 여자 캐릭터인데 그 캐릭터가 너무 순진해 보인다거나 예쁘게만 보이면 안 된다. 이런 광기 어린 부분들을 얼굴에 표현하고 디자인적으로 담아냈다.

 

 

알리스타는 운동선수, 리신은 스케이트보더가 됐다. 

 

 

챔피언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한 것이 독특하고 재미있다. 
게임 내에서 챔피언들의 성격과 특징을 반영해 역할을 정했다. 징크스가 현실 세계에서라면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그라피티라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사회적인 이슈를 만들기도 하고, 메시지를 전하기도 하고 도망 다니기도 하는 그런 이미지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렇게 브레인스토밍해서 모든 챔피언에 대한 콘셉트를 잡았다. 


알리스타는 게임 내에서 서포터다. 다른 플레이어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런 설정적인 부분들을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미국 대학의 운동부 학생들이 입는 야구 잠바를 입혀 운동선수의 느낌을 연출했고, 운동선수의 느낌을 가지고 가면서 운동선수와 e스포츠를 결합시키고 싶었다. e스포츠 경기장에 e스포츠를 관전하기 위해 와서 선수들, 혹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그런 콘셉트다. 


리신은 날아다니는 특성을 스케이트보더와 믹스했다. 게임 내 설정과 챔피언의 기술을 타투로 만들어 표현하고, 게임에서 볼 수 없는 대신 마음의 눈을 키워드로 하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눈을 그려서 로고화 시켜 헬멧을 디자인했다.   

 

디테일 하나하나에 모든 요소를 다 담았다. 

 

 

캐릭터에 모든 스토리가 압축돼 있는 것 같다. 
작은 요소들 하나까지 재미있게 표현하고자 했다. 플레이어들은 직관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을 거다. 많은 분들이 즐겼으면 좋겠다. 그게 이번 작업에서 우리의 가장 큰 포인트였다. 

 

게임 스토리와 캐릭터에 대한 공부를 엄청 많이 했을 것 같다.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나.
공부 많이 했다. 그렇지만 좋아하기 때문에 공부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미국 라이엇 본사의 여러 아티스트들의 포트폴리오를 찾아보기도 했고, 특히 시네마틱 트레일러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계속 봐도 질리지 않고 아이디어가 계속 나오기 때문에 즐겼다. 

스케치 이미지

 

 

다른 작업과 달랐던 점이 있다면.
다른 경우와 비교하면 좀 그렇지만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인 경우는 보통 요구하는 게 확실하다. 최악의 경우는 우리를 오퍼레이터로 쓰려고 하는 경우다. 자신들의 생각을 강요하기도 하고, 우리의 영역을 침범할 때도 많다. 그럴 땐 당연히 창작의욕도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번 작업에서는 담당자분들이 우릴 굉장히 리스펙트 해줬다. 크리에이티브팀과 함께 소통하며 작업했는데, 우리의 창작 영역을 존중해주었고, 우린 게임의 문화 등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총 5~6개월 정도의 시간 안에 모든 것이 이루어졌는데, 그 시간 동안 동시에 5개의 캐릭터 작업을 한다는 것이 버겁기도 했다. 하지만 마인드 세팅부터가 달랐다.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는 롤이라는 게임이지 않나. 그러한 게임에 대해 한국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움직임을 한번 멋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캐릭터 일러스트 이미지

 

 

롤 게임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소감은 어떤가.
뿌듯하다. 롤 파크는 플레이어 혹은 관람객들이 e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오는 공간이지만 게임 이외에도 즐길 것이 많은 공간이다. 경기장 벽면에는 게임 아이콘들이 새겨져있고, 대형 크기의 조각상과 김정기 작가의 드로잉 작품은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러한 공간을 팬들이 더욱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그런 과정에 우리가 참여하게 된 거다. 이러한 일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에도 좋은 포트폴리오가 되지만 이러한 컬래버레이션이 국내에서 이루어진 것은 매우 좋은 무브먼트라고 생각한다. 외국인들에게도 많이 보이면 좋겠다. 

 

결과물엔 만족하나. 
매우 만족한다. 디자인을 많이, 열심히 한 만큼 중간에서 탈락한 아까운 디자인이 많이 있었지만 결과물들이 잘 나와서 아쉽진 않다. 캐릭터 외에 이번 프로젝트 자체에 매우 만족한다. 이렇게 클라이언트와 함께 열정을 가지고 신나게 작업해본 것이 무척 오랜만인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8월에 베이징 토이쇼에 참여하고, 연말쯤 핸즈 인 팩토리의 5번째 솔로 전시를 갖는다. 단체전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고 싶다. 현재 영화제작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최종적인 목표는 재미있는 일을 열심히, 오랫동안 하는 것이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라이엇 게임즈, 핸즈인팩토리 이재헌 작가(www.instagram.com/a.k.a_uptem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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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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