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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톤코하우스의 따뜻한 이야기를 만나는 시간

2019-05-09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이야기로 재미와 감동을 전하는 톤코하우스(Tonko House)의 작품들이 한국에 왔다. 

 

톤코하우스는 로버트 콘도(Robert Kondo)와 다이스케 다이스 츠츠미(Daisuke Dice Tsutsumi)가 가 만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다. 이들은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PIXAR)의 멤버로 〈토이스토리 3〉, 〈월-E〉, 〈몬스터 대학교〉, 〈카 2〉, 〈라따뚜이〉 등의 아티스트 및 아트 디렉터로 활약했으며, 자신들만의 스토리텔링을 통한 메시지 전달로 삶에 대한 호기심과 영감을 주고자 독립해 2014년 톤코하우스를 설립했다. 20여 명의 직원들로 이루어진 작은 스튜디오지만 톤코하우스는 2D, 3D 영화를 비롯해 TV 시리즈, 도서, 게임, 교육 콘텐츠를 선보이는 복합 미디어 회사다.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전 전경 

 

 

청담동 톤코하우스 특별전시장에서 8월 31일까지 열리는 ‘호기심과 상상으로 그린 빛의 세계_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전은 톤코하우스의 스케치, 원화, 캐릭터, 영상물 등 1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의 메인 작품은 미세먼지와 자연재해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어린 돼지의 이야기를 그린 〈댐키퍼(The Dam Keeper)〉다. 돼지와 여우 등 친숙한 동물 캐릭터가 등장, 환경오염, 왕따 등의 사회적인 이슈뿐 아니라 가족의 사랑과 우정과 같은 포근한 감정을 탄탄한 스토리를 따뜻한 색감으로 풀어나가는 〈댐키퍼〉 시리즈는 빛을 애니메이션화했다는 점에서 특별히 주목할만하다. 

 

 


전시 전경

 

 

전시에서는 톤코의 대표작을 비롯해 현재 작업 중인 캐릭터들과 미공개 작품들이 공개되며, 스크리닝 룸에서는 2015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분에 노미네이트됐던 톤코하우스의 첫 번째 작품 〈댐키퍼〉와 2016년 작품 〈뭄(Moom)〉, 2018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 작품 〈댐키퍼 피그 이야기(Pig: The Dam Keeper Poems)〉가 상영된다. 

 

또한, 전시장에서는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KIAFA)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톤코하우스 작품을 재해석한 작품들을 볼 수 있고, 톤코하우스 증강현실(AR) 앱을 통해 3차원 가상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톤코하우스의 교육 관련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미국의 학교들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톤코하우스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의 학교들과 연계해 학생들을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톤코하우스가 기획한 미술과 교육이 접목된 프로그램도 공개된다. 5~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톤코하우스의 아트디렉터이자 전 구글 비주얼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였던 마이크더튼(Mike Dutton)이 담당한 것으로, 예술 작품을 통해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키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전시 기간 중에는 특별 이벤트로 톤코하우스 한국인 감독이자 전 픽사 애니메이터였던 에릭 오의 청소년, 대학생, 성인 및 예비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지망생들을 위한 워크숍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전시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톤코하우스의 설립자 로버트 콘도와 다이스케 다이스 츠츠미를 만나 톤코하우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톤코하우스 로버트 콘도 & 다이스 츠츠미 interview

 


로버트 콘도와 다이스 츠츠미

 

 

어떻게 톤코하우스를 설립하게 됐나. 픽사에서 독립해서 톤코하우스를 세우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궁금하다. 

다이스 츠츠미(이하 다이스) 픽사를 떠나기 전에 〈댐키퍼〉 작업을 했는데 만들고 나서 보니 이 작업이 개인적인 성장이나 커리어 모두에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깨닫게 됐다. 그것이 픽사를 떠나서 우리의 일을 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됐다.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는데, 픽사를 떠나 톤코하우스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할 때 즈음 내 아이가 두 살이었다. 아이가 더 자라면 변화를 주는데 더 큰 어려움이 따를 수 있기 때문에 한걸음 나아가는 데 있어 아무래도 그 시기가 좀 더 적당한 때가 아닌가 생각했다. 픽사라는 안정적이고 안전한 환경에서 떠나 새롭게 나아가는 데에는 아내의 지지도 있었다. 

 

이 외에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나는 캐나다의 애니메이터 프레드릭 백(Frederic Back)으로부터 굉장히 큰 영향을 받았다. 6년 전 세상을 떠났지만 애니메이션 세계에서 그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그는 항상 자신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통해 환경 운동가로서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숫자나 통계가 아닌 애니메이션 스토리를 통해 자연과 환경 보호에 대해 전했고 전 세계인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내가 픽사에 재직하고 있을 당시 그가 나에게 “그래서 너는 세상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는데, 답을 못하겠더라. 어떻게 보면 그 일이 나로 하여금 픽사를 떠나 내 것을 하자는 결심을 하게 했던 것 같다. 

 

로버트 콘도(이하 로버트) 톤코하우스에서 단편 작업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계획을 세운다. 매우 흥미로운 일인 동시에 예상할 수 없는 길이다. 매일매일이 신나고 기대되지만 동시에 예측할 수 없음에서 오는 공포, 두려움이 항상 혼재돼 있다. 항상 어떤 새로운 걸 시도할 땐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것에서 오는 기대감과 흥분, 두려움이 같이 존재한다. 안전한 환경이었던 픽사에서는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우리가 성장하는 데 있어 독립을 하기로 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던 것 같다. 독립하기 전 우리의 커리어는 절정기였기 때문에 픽사로부터 여러 가지 좋은 제의도 받았다. 우리가 함께 어떤 것을 만들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었지만, 우리가 함께 어떤 것을 만들어내고 창조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두 사람의 케미가 궁금하다. 서로 얼마나 잘 맞나.
로버트 뭔가 어렵고 힘들 때 오히려 좋은 파트너십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이스와 함께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의 의견이 다르다 해도 프로젝트를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 무엇이 우리가 하는 일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인지를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서로 다른 의견이 스튜디오 내에서 오가고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파트너십의 가장 큰 힘인 것 같다. 

 

〈댐키퍼〉 중에서 ⓒ 톤코하우스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다이스 〈댐키퍼〉다. 단편 스토리뿐 아니라 장편 스토리의 기본을 이루고 있는 것이 어둠이다. 외부의 어둠뿐 아니라 우리 내면의 어둠을 어떻게 해결하고 대처하느냐를 다루고 있다. 우리는 빛과 그림자를 통해 어두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런 빛을 통해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를 표현하는 것은 도전적이었지만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로 나타났다.  

 

로버트 〈댐키퍼 피그 이야기〉는 에릭 오 감독이 연출을 한 작품으로, 우리가 감독을 하지 않은 첫 작품이기도 하다. 내가 작업을 하면 나 자신과 작품을 분리해서 보기가 어려운데 〈댐키퍼 피그 이야기〉는 나를 분리시켜서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톤코하우스 작업실 풍경

 

 

픽사와 톤코하우스의 가장 큰 차이는 무어라 생각하나.
로버트 우선 픽사는 굉장히 큰 규모의 스튜디오다. 어떻게 보면 개개인을 하나의 큰 기계의 작은 구성요소로 볼 수 있다. 그 안에서는 무엇을 하든 다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있다. 내가 실수를 한다 해도 다른 누군가가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톤코하우스는 굉장히 작은 스튜디오다 보니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모두가 즉각적으로 그걸 느낀다. 모든 멤버가 성공과 실패에 다 개입이 돼 있다. 멤버 각자가 하는 모든 것들이 즉각적으로 영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큰 차이가 될 수 있다. 또, 다이스와 내가 직접 스튜디오를 청소하고 가구를 만드는 등 모든 것을 우리가 직접 다 하는 편이다. 그것도 하나의 차이가 될 거다. 

 
다이스 우리에게 픽사의 의미와 톤코하우스의 의미는 다를 수밖에 없다. 아마도 픽사의 창업자들이 픽사에 대해 가졌던 생각과 감정이 우리가 톤코하우스에 대해 가지는 것과 유사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은퇴한 픽사의 창업자 에드윈 캣멀(Edwin Catmull)이 우리가 톤코하우스를 시작하고 난 후 우리 스튜디오에 방문했다. 픽사의 환경과는 많이 달랐지만 우리는 굉장히 재미있게 〈댐키퍼〉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는 스튜디오를 둘러보고 나서 우리에게 “이 순간을 잊지 말아라.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앞으로의 여정에 굉장히 큰 자산이 될 것이다”라는 말을 해주었다. 어떤 새로운 공간, 나만의 크리에이티브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에너지가 톤코하우스에는 있다. 그것이 굉장히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댐키퍼〉 스틸 이미지 ⓒ 톤코하우스

 

 

많은 프로젝트 중에서도 특히 교육 프로그램이 흥미롭다. ‘댐키퍼 교육 프로그램’은 어떤 건가.
다이스 댐키퍼 교육 프로그램은 시범적인 프로그램이다. 아이들 각자의 개별적 경험을 토대로 진행이 되는 프로젝트로, 샌프란시스코 필름 소사이어티(San Fransico Film Society)와 협업해서 현지의 교육자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댐키퍼〉 스토리에는 ‘왕따’ 이야기가 포함돼 있는데 〈댐키퍼〉 스토리와 캐릭터를 통해 학생들이 평소 말하기 힘들어하는 내용들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유도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세 학교와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학생들이 불편해했던 내용들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했다. 애니메이션은 잠재적으로 훌륭한 교육의 수단,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로버트 기본적으로 캐릭터 디자인을 하는 프로젝트라 보면 될 것 같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아이들에 대한 질문을 하고 본인들이 스스로 동물 캐릭터를 선택하도록 한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들이 스스로를 표현하고 창의성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다. 

 

한국의 학교에도 직접 방문해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한국 학생들의 표현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로버트 예술 관련 학교 선생님들에게 프로그램을 먼저 전달하고 내가 가서 결과물을 보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아이들의 작업 결과물이 전반적으로 매우 뛰어났다. 미국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보다 드로잉에 필요한 스킬이나 테크닉의 수준이 훨씬 높았다. 반면,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표현하도록 이끌어 내는 데에는 좀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갔던 것 같다. 

 

톤코하우스의 애니메이션은 특별하다는 평을 받는다. 어떤 측면에서 그런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하나. 
로버트 
우리는 매우 개인적인 내용을 기반으로 깊이 파고들어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우리 작품을 특별하게 느꼈다면 아마 그런 것들이 공유돼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전시장에서는 톤코하우스의 여정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 관람객들이 톤코하우스를 어떤 곳으로 기억하면 좋겠나. 
다이스 톤코하우스가 하는 작업뿐 아니라, 톤코하우스가 어떤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어떤 생각을 갖게 하는지 그런 부분을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전시장 안의 여러 영상들엔 최종 결과물뿐 아니라 메이킹 단계의 필름도 많다. 이것을 전시하고 공유하는 이유는 우리의 재능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의 도전하는 모습을 통해 보시는 분들 역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싶어서다. 이런 모든 부분을 기억해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로버트 전시장 전체를 우리의 스토리로 보면 될 것 같다. 우리 톤코하우스의 스토리를 공유하는 것이 바로 이 전시장이다. 다이스가 말한 것처럼 이번 전시에서 보이는 우리 작업을 통해서 관람객들이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의미가 계속 확장돼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희망하는 것이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재미고(zamy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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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코하우스 #톤코하우스애니메이션전 #호기심과상상으로그린빛의세계 #댐키퍼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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