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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소통의 물레질

2013-08-28


문래동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늪을 매워 방직공장을 지은 것을 시작으로, 1960년대 에는 많은 군소공장들이 들어서며 인구가 급증한 곳이다. 또한 1970년대에는 수만 개에 달하는 철공소들이 밀집해 대표적인 수도권 공업지역 중 하나가 되기도 했지만, 서비스업 위주의 산업변화로 철공소들이 수도권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문래동은 역사의 뒤안길로 스며들며 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가난한 예술가들이 작업실을 찾아 하나둘 이주하면서, 예술가들의 창작촌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시에서도 문래예술공장을 만들면서, 국내외 예술가들의 레지던시를 비롯해 작품 교류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문래동을 중심으로 한 물레아트페스티벌이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개최되었다.

글│구선아 객원기자( dewriting@naver.com)
자료제공│물레아트페스티벌 사무국

물레아트페스티벌의 전개과정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초기의 물레아트페스티벌은 춤공장(Dance Factory)이 주최했다. 춤공장은 2001년 이문동 시장 골목 지하에 둥지를 튼 이후,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춤 문화를 고민하며 토요춤판, 즉흥춤판과 같은 작은 축제들을 열어온 단체다. 이 과정에서 실험적인 작가들과 교류하며 2005년과 2006년 대학로에서 독립예술가들을 모아 물레아트페스티벌의 전신인 돌출춤판을 개최했다.

2005년 겨울 문래동 철공소 거리로 춤공장을 옮기면서 2007년에 국제다원예술축제인 물레아트페스티벌의 막을 올리게 되었다, 2008년 ‘꽃을 심다’라는 주제로 열린 두 번째 축제에서는 무용, 영화, 연극, 음악, 퍼포먼스, 설치, 전시, 문학, 거리 책방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활동들이 철제상가 곳곳에서 꽃을 피웠다. 초기의 축제들은 한 달여 정도의 긴 시간 동안 스튜디오 춤공장을 비롯한 문래동 지역의 연습공간과 작업실, 철공소 거리와 공원 등 일상적인 장소들을 활용해 지역성에 기반을 둔 국제예술축제로서 자리잡기 시작했다. 자발적으로 참가한 예술가들의 열정과 관객의 커다란 호응에 힘입어 열린 2009년 물레아트페스티벌은 ‘철, 사람과 함께 서다’라는 주제로 지역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물레아트페스티벌 2009는 지역주민과 예술가들이 함께 ‘철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친인간적인 철의 변화 가능성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역예술 문화 공동체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010년 물레아트페스티벌은 ‘사이’라는 주제로 일상에 새롭게 접근하며 ‘틈-사이’의 생성 가능성을 경험하고 공유하는 장을 열었다.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와 물레아트페스티벌이 공동기획한 ‘춤추는 도시’ 프로젝트로 생활 곳곳에 숨겨진 공간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일상공간을 무대로 변모시키는 춤, 복합장르 예술이 문래동 철공장 거리를 수놓았다. 특히 2010 물레아트페스티벌은 문래동 거주 작가의 오픈 스튜디오 공연 및 전시를 통해 작가와 관객‧주민들 간의 친밀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계기를 연 축제로 평가 받았다. 2011년 ‘오! 축제’라는 주제로 열린 물레아트페스티벌은 철공소 거리에서 미디어 아트와 춤 , 어쿠스틱 밴드들의 공연과 스튜디오 공연 등 축제 속 작은 축제들을 기획함으로써 자유‧상상력‧교감이 어우러지는 축제 본연의 의미를 되살리고자 했다. 2012년 물레아트페스티벌 ‘지금, 여기’는 일상에서의 예술에 대해 사유하고 경험하는 장을 열어가고자 했다. 청소년들이 예술가들과의 워크숍을 통하여 공연을 만들어가는 물레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이라는 지향점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기도 했다.

7번째 물레아트페스티벌
5일간의 축제 기간 동안 구 공장촌에 자리 잡은 문래예술공장은 공연과 전시가 어우러지는 축제 공간으로 탈바꿈 했다. 올해로 7회를 맞이한 물레아트페스티벌은 예술 장르의 경계뿐만 아니라, 창작자와 관객의 구분조차 없는 자유롭고 격의 없는 교류가 일어날 수 있는 자립적 축제로 기획됐다.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창작과정의 즐거움을 공유함으로써,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관객들에게 선사하고자 했다.

페스티벌 첫째 날, 환상적인 축제의 서막을 여는 개막 공연이 문래예술공장 외벽과 난간에서 펼쳐졌다. 프로젝트 날다의 천을 이용해 펼치는 버티컬 댄스 ‘제막’이 바로 그것이었다. 페스티벌을 대표하는 중요한 행사 중의 하나인 개막 공연이 외벽과 난간이라는 생소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것은 페스티벌의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성격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축제기간 동안 관객들은 문래예술공장 곳곳을 탐험하며, 1층 스튜디오 M30에서는 시간과 공간, 소통, 관계 등을 주제로 4명의 작가가 함께한 기획 전시 『간객(間客)』, 2층의 박스 씨어터에서는 젊은 춤꾼들이 타장르 예술가들과 만난 융합공연이 올려지는 ‘춤추는 공장’, 움직임과 창작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물레예술교육 움직임 창작 워크숍 ‘Dance With Me’ 공연이 동시에 열렸다. 이밖에도 문래예술공장 1층부터 3층 여러 공간에서는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바글바글 물레카페(먹거리 판매), 꿈틀꿈틀 손공예장터, 빙글빙글 이벤트 등이 상설운영 되기도 했다. 한편,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서 열린 폐막식에는 퓨쳐 판소리라는 생소한 장르의 흥미로운 공연 니나노난다의 ‘사운드토피아’로 시작했는데, 전자 음악과 판소리, 예술가와 관객,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이 즉흥 음악과 춤으로 어우러지는 잔치를 벌이며 축제의 막을 내렸다.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린 문래예술공장(한국) - REM Theatre(호주) 공동창작 프로젝트의 쇼케이스가 열렸으며, 독립예술창작포럼을 초대하여 다양한 관점과 배경을 가진 창작자와 기획자, 관객들이 함께 모여 창작지평을 넓히는 새로운 예술비평문화를 만들려는 시도들도 만날 수 있었다.

축제 총감독을 맡고 있는 김은정씨는 “물레아트페스티벌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함께 즐기고 더 깊이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신진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서 연륜과 국경을 초월하여 서로 교감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래동, 또 다른 물래아트페스티벌을 꿈꾸며
문래창작공장과 같이 서울에서 창작촌이 운영, 지속되고 있는 곳은 문래창작공장을 포함하여 9곳이며, 남산창작센터와 남산예술센터를 포함해서는 총 11곳이다. 서울시창작공간은 유휴시설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예술가에게는 마음껏 예술 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고, 지역민에게는 마음껏 예술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예술-사람-도시’를 잇는 문화예술창작촌. 일회성 축제가 아닌 실험적이고 지역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페스티벌이 다른 창작촌에서도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길 바란다.

문레아트페스티벌 http://mullaeart.wordpress.com/
문래예술공장 http://www.seoulartspace.or.kr/G05_mullae/main.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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