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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경험이 예술이 될 때

2013-07-03


현대 예술 작품을 볼 때 관람객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감상자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작품 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개인의 경험을 통해 작품을 완성시키는 역할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그 전에 이미 1960년대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한 플럭서스의 작가들은 경험을 창조하는 예술 작품을 만드는 동시에 관객들을 공동의 창조자로 바라봤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백남준아트센터

플럭서스가 강조한 “경험으로서의 예술”은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고 배운 것들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자연스럽게 습득한 지식과 경험들이 바로 삶의 방식으로 구체화되어, 예술과 상호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태도의 변화는 삶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업들도 일상의 경험들이 어떻게 예술을 이끌어 내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플럭서스의 ‘플럭서스 필름컬렉션’은 깜빡이는 눈, 담배 연기가 흩어지는 장면 등을 필름으로 기록한 작업이다. 지극히 일상적인 행동이 반복되는 영상을 보고 있자면, 오히려 새로운 순간을 조우하게 된다. 이를 통해 일상인 동시에 예술을 추구했던 플럭서스의 작업 과정을 느낄 수 있다. 성미산마을 공동체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과 경험을 보여준 디자인 얼룩의 ‘모뉴멘트 이웃’도 눈길을 끌었다. 종이박스로 만들어진 달팽이 모양의 설치물을 자유롭게 오가다 보면,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온몸으로 만나게 된다.

작가이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이기도 했던 故 박이소의 ‘작업 노트’에서는 작가가 삶을 살아가고, 작업을 하는 방식 자체가 모여 교육의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밖에도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의 ‘플럭서스가 플로어에 놓였는가 또는 플로어가 플럭서스 위에 놓여있는가’는 직접 제작한 사물들과 벽면에 붙어 있는 단어들을통해 이 두 가지가 상호적으로 호응하고 만나는 지점을 다뤘다. 매일의 일상을 담은 김을의 ‘드로잉 하우스’는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예술 작품이 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백남준은 “미적인 것이 교육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말로 “경험으로서의 예술”이 삶의 한 과정일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이번에 소개된 작가들의 작품은 이렇듯 우리에게 예술과 배움의 태도와 가치에 대해 다시금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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