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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예술 속 ‘다양성’에 침투하는 공공미술

2011-09-14


공공미술에서 진정성이나 재미를 찾기가 쉽지 않다. ‘모든 이가 즐길 수 있는 미술’을 표방하며 상류 계층이 향유하는 고급예술이 아닌, 공공 공간에서 예술 자체를 즐기고 나누자는 개념으로 제안된 공공미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모색된 이 제도가 근래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뻔’한 공공미술들로 진부해졌다. 미적 가치는 차치하더라도 시각적 공해 취급을 받는 공공미술의 등장이 예술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을 야기하고, 이것이 예술에 대한 거리감을 넓히는 것으로 직결되고 있다.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공공미술품들의 공통점은 작품의 예술성이 결여되거나 장소 혹은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이 점이 권태롭게 반복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시작된 공공미술의 경향은 참여의 교훈은 물론 동시대에 필요한 니즈(needs)를 결합시킨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유쾌하게 동시대의 이슈를 풀어내는 이들은 공공미술의 신개념을 개성 있게 발전시키는 중이다. 녹색 식물로 건물 벽을 채운 설치물이든, 거리 곳곳을 띠로 두른 거리 예술이든, 그들의 작품은 대중들의 요구와 소통을 위한 공간을 채우고자 애쓰고 있다. 이에 본지는 공공미술의 새로운 변화들을 조사했다. 작품을 통해 자연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작가부터, 회색 도시를 화려하게 바꾸고 싶다는 작가까지, 예술 그 이상을 이야기하는 공공미술의 매력을 따라가 본다.

기획, 진행 | 월간 퍼블릭아트 이혜린 기자


예술을 통해 진정성을 이야기하는 공공미술가들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은 자연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있으며, 우리의 필요에 따라 삶의 터전은 점점 인공적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지구 환경에 대한 움직임의 배경을 잠시 언급하자면, 그동안 경제 성장을 목표로 앞 다투어 세워진 도시계획들은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며 인간의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져왔다. 이 같은 결과는 쾌적한 삶에 대한 인간의 본능을 자극해 도시 환경에 대한 다양한 움직임을 전개하는 원동력으로 탈바꿈되었다. 이런 문제들에 자극을 받은 많은 예술가는 작품을 위해 새롭게 재료를 만드는 대신 기존에 사용하던 물건이나 버려진 사물들을 재활용해 오브제로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실제로 일회용 컵이나 빨대, 스카치테이프 등 대량생산된 일회용품을 쌓거나 이어붙인 타라 도노반(Tara Donovan)이나 폐건전지를 작업의 주요 재료로 사용한 마이클 드 브로앵(Michael de Broin), 시드니 북부 해변에서 버려진 슬리퍼를 이용한 작품을 선보인 존 달슨(john dahlsen)의 작품은 관람객들로부터 자연 보존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뿐 아니다. 마크 그리브스(mark grieve) 폐자전거 340대를 이용해 고대 오벨리스트 형상을 만들었다. 몇 해 전 그가 사는 지역에 자동차 공장이 들어서자 지역 주민들은 이동 수단을 자동차로 바꾸었다. 그동안 그들이 이용하던 수백 대의 자전거가 버려지자, 이에 심각성을 느낀 작가가 환경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고자 이 작품을 구성했던 것이다. 그에 반해 에드리안 콘드라토위츠(Adrian Kondratowicz)와 넬레 아베제두(Nele Azevedo)는 환경 문제를 프로젝트성 공공미술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콘드라토위츠는 뉴욕 거리 곳곳에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가 많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핑크빛 쓰레기봉투를 투척해 심각성을 알렸고, 아베제두는 작품 <녹아내리는 사람들> 을 통해 지구 온난화에 따른 환경문제를 설명했다. 2005년부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 동일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작가는 1000여 개의 얼음 조각을 광장에 설치하고, 얼음이 녹는 모습을 지구온난화로 인한 인류의 종말에 빗대어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환경 보호자를 자처하는 작품들은 건축물에서 더욱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친환경 소재를 이용하면서도 동시에 조형미를 추구하는 작품들로, 현재는 없어졌지만 서울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 조각공원에 설치되었던 페이퍼 테이너 뮤지엄(paper tainer museum)을 예로 들 수 있다. 종이와 컨테이너가 결합된 미술관으로 일본 건축가 시게루 반(Shigeru Ban)이 설계했으며 물자를 실어 나르던 컨테이너를 이용해 훌륭한 건축물로 탈바꿈했던 신선한 발상은 많은 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컨테이너와 같은 폐건축물이나 재활용품을 이용해 전혀 새로운 외형을 만들어내는 예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10년 대만 국제 박람회를 위해 페트병 15,000개로 세워진 Eco Ark나 콘크리트 파이프를 이용해 멕시코에 훌륭한 호텔을 지은 안드레아스 스트라우스(andreas strauss) 등을 들 수 있다. 버려진 자재들이 때로는 주거공간으로, 때로는 문화공간으로 활용되어 훌륭한 건축물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다양한 스펙트럼, 공공미술의 새로운 대안
공공미술에서 흔히 사용되는 재료 외에 일상용품을 이용해 고유의 재료가 갖는 특성 외에 전혀 다른 재미나 의미를 끌어내는 작가들도 찾아볼 수 있다. 거리 곳곳에 색 테이프를 붙여 입체 사각형을 만드는 대중들에게 미술의 유쾌함을 일깨우는 아카쉬 니할라니(Aakash nihalani)와 보잘 것 없는 비닐봉지를 이용해 공공미술에 재미를 준 조슈아 알렌 해리스(joshua allen harris)를 꼽을 수 있다. 특히 해리스의 작품은 뉴욕 지하철 환풍구 위에 설치된 스트리트 아트로 평소엔 보잘 것 없는 비닐봉지일 뿐이지만 지하철이 지나가며 환풍구에 바람이 불어오면 마치 생명력을 얻은 동물처럼 위로 솟아난다. 영화 <7년 만의 외출>에서 마릴린 먼로가 지하철 환풍구 바람에 드레스가 들리는 포즈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그의 작품은 시민들의 관심을 끌며 유투브(Youtube) 등을 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존 공공미술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재료 역시 관객의 호응을 이끄는 효과적인 매체로 활용된다. 폴란드 출신으로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가타 올렉(agata olek)은 뜨개질 아티스트이다. 대학에서 문화를 전공한 올렉은 어린나이 부터 뜨개질의 종류인 코바늘 뜨기를 익혔다. 뜨개질이 예술성이 없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그것을 배우면서 이것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인식했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냄으로써 이를 성공적으로 증명해냈다. 그녀의 설치 작업 대부분이 뜨개질 형태로 완성되지만, 직물이나 노끈, 테이프, 풍선, 리본, 종이, 밧줄 등 다양한 재료들을 작업에 이용하고 있다. 프랑스 출신 작가 줄리아나 헤레라(juliana santacruz herrera) 역시 색실을 작업에 이용한다. 작가는 갈라진 땅 사이를 실로 채운다. 그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간단한다. 파리 거리를 걷다 문득 그 도시가 너무 회색빛임을 깨달은 작가가 무채색의 도시에 명랑한 이미지를 더하고 싶었던 것이다.

앞서 언급한 예들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공공미술의 현재 모습들이다. 이런 사례들이 제자리걸음 중인 공공미술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행보이다. 공공미술이 미술에 위축되었던 대중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임을 정확하게 인지했을 때 제대로 된 공감과 소통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과거로부터 답습되어온 도시를 점령한 오늘의 공공미술은 마치 학문적으로만 예술에 접근하는 상아탑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을 제대로 즐기는 기회를 대중에게 누리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탁상공론으로 끝나버린 예술에서 벗어나 조금 더 유쾌하고 솔직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공미술을 기대할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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