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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엄청나게 큰 물고기를 낚는 법을 알려주는 공연

2010-03-17

남자친구와 싸우고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탄다. 기사 아저씨 상냥하게 웃으며 말을 건넨다. 당신의 딸이랑 나이가 얼추 비슷하겠다며 무슨 일을 하는지, 오늘은 왜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지 묻는다. 이때 당신이라면? 상대방의 관심에 기꺼이 관심으로 답할 것인가? 간섭하지 말라는 듯한 무관심으로 답할 것인가? 뮤지컬 <락시터> 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전해준다.

글, 사진 ㅣ 디자인 정글 명예 리포터 강보람


뮤지컬 <락시터> 는 보는 내내 유쾌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여운을 남겼다. <락시터> 는 코메디 뮤지컬로 내일 모레 마흔이 되는 가제복과 ‘인생은 60’부터 라고 말하면서 즐기듯 살아가는 예순둘의 오범하, 두 남자가 낚시터에서 우연히 나란히 앉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일에서 잠시 벗어나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제복과 일상의 또 다른 재미를 느끼기 위해 여유를 부릴 겸 낚시터를 찾은 범하. 늦은 오후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밤낚시를 하면서 나란히 앉게 된 둘의 주변에는 낚시터 주변에서 삶을 일구는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다.

제복이 현실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낚시터를 찾은 이유는 치매가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들로, 딸아이를 둔 아빠로, 한 가정의 남편으로, 또 은행직원으로 살면서 어깨에 짊어지게 된 사회의 무게 탓이다. 그러기에 이미 무거운 책임감을 떠안아야 하는 시간들을 거쳐온 범하는 진심으로 제복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하면서 애정이 담긴 말을 건넨다. 범하의 눈에는 인생을 즐길 시간이 한참이나 남은 제복이 현실을 도피하려는 것을 보고 안타깝지만 정작 제복은 자신의 가정사를 알려고 드는 오지랖 넓은 노인이 귀찮기만 하다. 그리고 옥신각신하는 하룻밤이 지나면서 점점 나이대가 다른 두 남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서로의 속내를 보이는 것으로 뮤지컬은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살다 보면 들키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 모습과 내면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반대로 오늘만 만날 낯선 사람에게 신세한탄을 하면서 속 시원하게 묵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을 때도 있다. 마치 간섭 좀 하지 말라는 듯, 퉁명스럽게 말하는 제복에게 범하가 ‘무관심보다 낫지 않냐’고 되묻는 것처럼 사람들은 관심이 부담스러우면서 동시에 그립기도 하다. 어쩌면 제복은 누군가의 관심을 받아 본 적이 없어,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누군가의 관심이 어색했는지도 모른다. 아마 관객들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 본 적이 없어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제복의 모습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으로 엿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젊은 애들 지들끼리 마음 표현 할 줄이나 알았지. 부모님한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넨 줄 아나 뭐….” 구구절절 맞는 말만 하는 오범하의 대사에서 ‘나’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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