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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그녀의 선인장 크래커를 탐하다, 봄로야 첫 번째 소설 <선인장 크래커>

2008-01-08

통.통.통. 경쾌한 건반소리(삽입CD 트랙1_ 통통성장곡)와 함께 책장을 넘긴다. 열 네 살 소녀의 아픔은 그녀의 몸무게만큼이나 가볍게 통통거리며 세상에 드러난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그리고 스물 다섯 살 휴~’ 뛰던 발 걸음을 잠시 멈춘 그녀가 내린 숨에 우리도 같이 쉬어간다.
‘나’를 위해, 그리고 당신을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노래를 부르는 봄로야가 서걱거리는 선인장 크래커를 한 아름 들고 우리 앞에 나섰다. <선인장 크래커> 에는 2년 동안 봄로야의 그림과 노래, 글이 284쪽 안에 차곡차곡 개켜져 있다. 축축하게 혹은 보송보송하게 서로를 맞대고 서있는 아픔과 치유의 과정을 아릿하게 보여주는 소설 <선인장 크래커> 를 살짝(정말 살짝) 들여다 본다.

취재 | 이동숙 기자(dslee@jungle.co.kr)

봄로야가 들려주는 스물 다섯 주인공의 아구안타르 보고서, 선인장 크래커에는 봄로야의 아구안타르, 스물 다섯 주인공의 아구안타르, 당신의 아구안타르가 있다. 그것은 첫 페이지에서 찾을 수도 있고, 우연히 넘긴 페이지에서 혹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넣어진 CD의 음악 속에서 찾을 수도 있다.

스물 다섯 주인공의 심장 아래, 축축해진 고통을 조심스레 꺼내 탈탈 털어 햇볕 아래 눈부시게 말린다. 열네 살, 스물두 살, 스물네 살의 아구안타르는 눈물 자욱이 그대로 드러난 채로 말라간다. 주인공이 자신의 아구안타르에 대한 분석은 스물 다섯 살이 되기 1개월 전, 겨우 한 덩이의 상처에 대한 이유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사람들은 이 더딘 상처 치유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봄로야를 보기도 하고 자신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뭉텅 거리기에는 가슴 한 켠이 석연치 않다. 그것은 나의 이야기라고는 인정하지 않는 낯두꺼운 회피, 봄로야의 자전적인 고백이라고만 보는 가려진 시선 또 그녀가 가진 선인장 크래커를 심각하게 탐하는 증상 등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얽히고 섞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책은 봄로야의 소설의 완성뿐만 아니라, 그녀의 그림과 음악이 뚜렷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드러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초기의 불안정한 글과 감정이 휘몰아치던 그림은 점차 풍성하고 깊이있는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음악은 그 모든 것들을 깔끔하게 쓸어 담아냈다.
또한 소설 중간중간 보이는 삽화와 그녀의 손글씨는 비밀스런 일기장을 들여다 보는 것과 같은 떨림을 주고 있다.

고민한 흔적이 보이고, 상처가 보이고, 따뜻한 손길의 어루만짐이 함께 한 이번 책은 이 정도로 끝을 맺었다. 그 것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고 나중에 대한 기약도 없지만, 주인공은 스물 다섯을 1개월 앞두게 되었고 아구안타르가 세상에 꺼내졌고 앞으로 나타날 아구안타르에 대해서도 두 손 번쩍 들어 환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곤 여기서 끝. 다음 기회에_를 흘리며 드라마틱한 결말이 아닌 씁쓸하고 현실적인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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