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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파트타임 예술가, 전업작가는 말뿐

2011-10-05


30살을 앞둔 여성 사진가 박모씨의 지난 한해 총수입은 1천3백만원이었다. 주5일 사진스튜디오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버는 한달 백여만원이 못되는 돈이 수입의 전부다. 그러나 지난해 지출은 모두 1천7백만원. 이중 사진작업과 작품 제작에 들어간 돈은 6백만원이고, 나머지는 생활비와 학자금대출 상환금과 각종 세금들이다. 저축은커녕 갈수록 빚만 늘어가는 상황이다. 먹고사는데 들어간 돈과 연체금 독촉장을 보노라면 언제까지 파트타임 일을 하며 사진작업에 매달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4년차 전업작가지만 지금까지 팔린 작품은 하나도 없다.

정리 | 월간사진 편집부

미혼인 30대 남성 사진가 김모씨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 지난해 2천6백만원의 수입 중 작품 판매로 5백여만원, 사진 강의로 9백여만원, 작가지원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받은 지원금이 1천만원이 좀 넘는다. 그래도 그의 전년도 가계부는 마이너스다. 사진작품 제작과 전시에만 수입의 절반이 넘는 1천4백만원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빈 가계부는 틈틈이 촬영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가족, 친척들에게 빌려 메운다. 그처럼 작업 지원금을 받아도 요즘은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많다. 지원되는 금액이 작품 제작과 전시개최에 들어가는 비용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 시대에 비용이 줄었다지만 설치나 작업 규모가 커지고 무엇보다 프린트와 액자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었다. 김모 작가처럼 1천만원을 지원받아 1천4백만원이 들어갔으니 본인 부담액이 4백만원이다.

한 작가는 “현재로선 지원금이 가장 큰 도움과 힘이 되는 건 맞지만 최근에는 어느정도 자부담을 해야 하는 정책으로 지원제도가 바뀌고, 간혹 전시 후에 지불되는 지원금도 있어 큰 돈이 없으면 아예 전시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와 강의는 필수, 그래도 연간 5백~8백만원 적자

월간사진은 30대 전업사진가를 대상으로 경제사정을 조사하고, 필요한 지원제도를 묻는 실태조사를 벌였다. 대부분 전업작가로 활동한 지 5년 안팎인 30대 사진가들은 사진가로서 전망이 분명하면서 동시에 작가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있어 가장 지원이 필요한 세대들이다. 실태조사에 응한 30대 사진가 10명의 전년도 경제사정을 분석하고, 최근 극작가 최고은씨의 죽음을 계기로 이슈가 되는 예술인복지법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2010년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빼고 흑자를 낸 사진가는 10명 중 2명이었다. 지난해 10명 중 7명이 작품을 판매했고, 10명 중 7명은 작업지원금을 받는 등 사진으로 수입을 내는 이들은 늘었지만 연간 작품 판매액을 모두 합친 금액이 1천만원이 넘는다고 답한 이는 한 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6명은 5백만원 아래였다. 따라서 30대 사진가들의 주요 수입원은 지원금과 사진 강의, 촬영 아르바이트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이 촬영 아르바이트로, 4명이 사진 강의로 부족한 수입을 메우고 있었고, 아르바이트와 강의를 병행하는 이도 3명이었다. 이 결과 연간 소득이 3천만원 이상이 2명, 3천만원 미만 2천만원 이상이 4명, 2천만원 미만 1천만원 이상이 3명, 5백만원 이하가 1명이었다. 사진 관련 지출을 포함해 연간 총지출은 3천만원 이상이 2명, 3천만원 미만 2천5백만원 이상이 4명, 나머지 4명은 2천만원 미만을 지출한다고 답했다. 이 결과 지난해 경제사정이 흑자인 사진가 2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5백~8백만원 정도가 적자였고, 많게는 2천2백만원 적자라고 답한 사진가도 있었다. 30대 사진가들은 액수는 많지 않지만 작품이 판매되는 사례가 늘었고, 여러 작가 지원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경제사정은 좋지 않아 대부분 적자인생이며, 작업 이외의 촬영 아르바이트와 강의 등으로 대부분 생활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부모로부터 지원받거나 빚을 얻거나 사채를 쓴다는 경우도 있었다.


7명, 경제사정 때문에 포기나 전업 생각한 적 있다!

이러한 경제사정이 사진작업에 미치는 체감지수는 어느 정도일까? ‘경제적인 문제로 사진작업을 포기하거나 전업할 생각을 구체적으로 해본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10명 중 7명이 ‘있다’고 답했다. 언제 그런 생각을 했는지와 당시의 심정에 관해 ‘그저 인간답게 살고 싶을 때’, ‘전업작가가 불가능한 현실을 깨달았다. 그밖에 일을 하지 않으면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이미 포기했다’, ‘매일 삶의 낭떠러지 끝에서 사는 게 작가다. 근데 이런 위태로운 생활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될 때가 가장 싫다’ 등의 답이 나왔고, 기혼인 작가의 경우 2세 육아나 가족부양이 컸다. 한 작가는 “해외에서 중요한 전시에 초청받았는데 작품을 만들 비용도, 참석하더라도 기본적인 여비도 없어 못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30대 사진가들은 사진작업을 지속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건으로 경제적인 여유(7명)와 사회보장제도(3명)를 꼽았다. 작가지원제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늘면서 개선점에 관한 주문도 내놓았다. 가장 많은 작가들이 선발기준이 애매하고 지원대상이 적다는 점을 꼽았다. 이에 관해 한 작가는 “지원제도가 늘면서 유명세나 경력을 의식한 선발이 늘고 있다”며 “지원제도를 홍보수단으로 삼거나 생색내기 정도의 지원규모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이밖에 작가 자부담 비용의 증가나 지원금 후불제 등도 불만사항으로 꼽혔다.

예술인복지법 관심은 있지만 신중한 입장

최근 제정이 논의되는 예술인복지법은 예술노동의 인정과 벼랑끝 예술인들의 안전망 구축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러나 공연이나 영화 등 집단으로 창작하는 예술영역에 비해 사진, 회화 등 개인적인 시각예술 분야의 관심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공연이나 영화는 산업화되고 내부에 조직화된 예술노동자들이 있는 반면 시각예술은 규모나 조직화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인복지법의 적용대상이 모든 예술 영역을 아우른다는 점에서 남의 일이 아닌 건 분명하다. 예술인복지법에 관한 30대 사진가 설문조사에서도 전원이 법 제정에 찬성한다고 답한 반면 관심도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예술인복지법에 관해 아는 정도를 묻는 질문에 ‘전혀 모른다’(2명), ‘이름은 들었다’(3명), ‘몇몇 세부조항까지 안다’(3명), ‘상세히 안다’(2명) 등으로 고르게 나왔고, 관심 정도에 관해서는 8명이 관심이 있다고 답한 반면 2명은 관심 없다로 답했다. 예술인복지법의 조항 중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조항은 ‘예술복지재단의 활동지원 기금’(3명), ‘최저생계비 지원’(2명), ‘4대보험 가입’(2명) 순으로 나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법 제정과 적용에서는 신중한 반응들이 많았다. 현실적으로 법 제정 가능성을 낮게 보거나 혜택을 받는 예술인의 범위 그리고 법 제정에 앞서 예술의 기여도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작가는 “예술가의 경제적인 상황이 다 다르고 작가라고 다 예술가는 아니다”며 “경제적 여건과 나이, 경력 등을 엄격히 심사해 악용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작가는 “우리처럼 예술이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에서 인식이 낮고 향유하는 층도 소수인 나라에서 이런 법이 논의된다는 자체가 예술과 관련된 문제를 작가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인식시키는 좋은 기회”라며 “단기간에 서둘러 만들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논의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30대 사진가 무엇으로 사는가? 10명의 2010년 사진 가계부

구분 /성별 /결혼여부 /전업작가 연차 /2010년 사진수입* /2010년 사진지출** /경제사정

A /남 /미혼 /7년차 /3천만원 /3천만원 /수입 전액을 개인전 비용으로 다 쓰고 생활비로 사채를 쓴 적이 있다.

B /남 /미혼 /5년차 /6천만원 /3천만원 /사진 강의와 작품 판매가 수입의 6:4다. 액자제작에만 1천3백만원을 썼다.

C /여 /미혼 /3년차 /5백만원 /2천만원 /지출의 절반이 작업실 월세다. 부모님의 지원과 간혹 사진 아르바이트를 한다.

D /남 /미혼 /4년차 /3백만원 /7백만원 /작품판매로 수입의 15%를 벌었고 나머지는 촬영 아르바이트를 한다.

E /남 /미혼 /7년차 /2천6백만원 /1천9백만원 /지원금을 받은 전시에 지출 대부분이 들어갔고, 촬영 아르바이트와 지인에게 빌려 생활한다.

F /여 /기혼 /2년차 /2백만원 /5백만원 /아르바이트를 하며 육아문제로 작업을 포기하려던 적이 있다.

G /여 /미혼 /4년차 /0원 /6백만원 /주5일 아르바이트를 한다. 학자금대출 독촉장과 세금고지서를 보며 작업을 포기하려던 적이 있다.

H /남 /기혼 /9년차 /1천만원 /7백5십만원 /소모품 구입 등 작업경비 지출이 많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빚을 내 생활한다.

I /남 /미혼 /5년차 /8백만원 /1천8백만원 /작품 제작에만 1천만원을 썼다. 아르바이트를 한다.

J /남 /미혼 /10년차 /1천만원 /1천만원 /전시 준비에 5백만원이 들었고 상업사진과 강의로 적자를 면했다.


* 총수입 중 작품 판매, 사진집 판매, 사진 강의, 작가지원금, 이미지 대여, 사진 기고 등 사진작업과 관련한 수입 / ** 총지출 중 작업 진행비, 소모품 구입비, 프린트, 스캔비, 액자, 전시개최 비용, 작업실 임대료 등 사진작업과 관련한 지출


예술인복지법이란

예술인복지법은 예술인을 근로자나 유사 근로자로 인정해 4대 보험 가입 대상자로 편입시켜 최소한의 안정장치를 마련한다. 그리고 예술인이 갖는 불안정한 취업형태와 소득내역을 고려해 활동지원 기금을 마련하거나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설립해 예술인의 복리와 후생을 증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여야가 법안처리에는 합의한 상태지만 예산 마련과 예술인의 범위를 놓고 관련부처에선 부정적인 반응이다.

예술인의 범위 ▷ 문예진흥법이 제시하는 예술의 장르구분과 통계청의 한국표준직업분류가 근거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사업체인증과 개별신청으로 범위를 정하게 된다. 사업체인증은 공연예술처럼 고용관계가 있는 예술인을 해당업체의 근무경력을 기준으로 심사하며, 개별신청은 시각예술처럼 고용관계가 없는 예술인을 개인전과 작품판매 등 활동경력을 기준으로 심사한다.

논란점 ▷ 예술인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란이 가장 큰 문제다. 어디까지를 예술인에 포함시킬지 범위와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수혜 대상자의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순수창작예술가는 대략 7만명 정도로 추정되며, 방송 및 연예, 기술 스태프 등 직업 문화예술인까지 포함하면 최대 약 32만까지 늘어난다. 소요되는 예산은 예술인에 대한 고용보험, 산재보험, 임금채권보장법 적용 시에 사용자인 국가가 부담하는 비용이 최소 한해 400억원 이상 그리고 예술인복지재단의 운영비용로 최소 20억원이 추정된다.

향후 과제 ▷ 예술인들의 복지법이 필요하다는 예술인 내부의 요구가 모아지고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예술인의 열악한 처우 개선과 창작활동 활성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


해외사례 예술가의 공적 지원제도

외국의 경우 예술인들이 교육자 등 고정수입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며, 예술가가 존경하는 직업의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사회적인 인식이 높아 우리와 동등한 비교는 무리다. 유럽국가의 경우 예술인에 국한한 공적 지원제도 외에도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사회보장제도로 예술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 ▷ 예술인 사회보장제도는 메종 데 자티스트와 아제사 두 가지가 있다. 메종 데 자티스트는 회화, 조각, 설치 등의 작가들이 대상이며, 아제사는 사진, 작사, 작가(글) 등 에디션이 있는 예술분야 사람들이 소속된다. 1년 순수익이 약 7,900유로(약 1천2백만원) 정도면 이 제도에 가입되어 의료비의 70%를 지원받는다. 이 정도의 수입이 없으면 최저생계자를 위한 사회보험인 CMU에 가입할 수 있다. 또한 위 두 단체에 소속되어 약 3년 동안 작가 활동을 한 사람 중 수입이 어느 정도에 못 미치면 실업수당과 비슷하게 하루 14~15유로를 1년 동안 받을 수 있다. DRAC(지방 문화부)에서 매년 심사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작가에게 특별수당으로 1,000유로(약 150만원)를 한번 지원하는 제도도 있다. 이밖에 FRAC(프락 산하의 예술문화장려센터)의 지방 문화교육을 위한 작품 컬렉션, 작업비와 작업실이 제공되는 DRAC와 CNAP(국립예술센터)의 다양한 프로젝트와 레지던시 공모 등이 있다.

독일 ▷ 한달 예술활동 수입이 3,900유로(약 6백만원) 이하인 예술가를 위한 예술가사회구호금고가 있다. 의료보험과 연금보험을 지원하며 예술가의 연간 수입에 따라 납부하는 보험료가 달라진다. 예술가 개인이 50%, 예술가 작품을 사용하는 갤러리나 출판사가 30%, 국가가 20% 정도를 부담한다. 연간 수입이 1,600만원인 예술가라면 한달 의료보험비와 연금보험비로 각각 10만원과 12만원 정도를 낸다. 이 정도면 추가비용 없이 웬만한 의료수술과 치료가 가능하며 연금이 보장된다. 도움말 성지연(프랑스), 윤영웅(독일)


* 본 기사는 <월간사진> 2011년 4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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