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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공간에서의 설치미술 ②

2009-05-12


현대미술에서 굳이 설치미술이라는 장르를 구분하는 것이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을까. 셀 수 없이 많은 재료, 매체, 기술력, 장소와의 조합이 가능해짐에 따라 일회성과 공간성이라는 특징은 모호해지고,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중시하고 환경 예술로의 발전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나 설치미술은 여전히 다차원적 공간의 담론이기에, 이와 맥락을 같이 하여 형태 보다는 설치물 자체가 만들어내는 공간 체험에 초점을 맞춰 보고자 한다. 그 목적은 각기 다양하나, 주로 자연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으로 이루어졌으며 재료의 연구와 다양한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이 작업들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유기적 형태로 강렬한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네모반듯하고 정갈한 공간에 자리 잡은 거대한 녹색 침입자 <그린 보이드> 와 사람의 머리를 집어삼키는 오렌지색 괴물 <헤드-인> 을 접한 방문객들이 정작 공간에 찾아온 목적을 잊어버리게 되지나 않을까 노파심이 들 정도다. 비슷비슷한 거리 풍경들 사이로 거대한 튜브가 꿈틀대는 건물을 마주친 행인들은 어떨까. 또한 상업공간에서의 설치미술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신소재들로 무장하여 오히려 재료만 눈에 들어오는, 주객이 전도된 작업이 아닌, 늘 주변에 존재하는 낯익은 소재들을 사용하되 그것들을 통해 얼마나 새롭고 흥미로운 공간들을 만들어내었는지에 대한 결과이다. 사이트에 맞춰 제작하는 것이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공간이 창조된다는 점에서 설치작업은 상당히 건축적이다. 여기에 소개되는 설치작업들은 비록 한시적이지만, 이 재미난 요소들을 생활 속에 접목시킨다면 매일 매일이 얼마나 신이 날까. 글 : 이은정 기자

기사 제공 | 월간 bob
취재 | bob 편집부


SECOND NATURE ‘CLOUDS’

디자인 | 토쿠진 요시오카 Tokujin Yoshioka
위치 | 21_21 DESIGN SIGHT, 9-7-6 Akasaka, Minato-ku, Tokyo, Japan
사진제공 | 토쿠진 요시오카 디자인

이 프로젝트는 자연의 법칙과 각 사람의 기억에서 태어난 자연을 담는 디자인을 만들어냄으로써 자연 속의 불가사의한 힘과 원초적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실현한다는 취지를 띠고 있다. 나는 21_21 DESIGN SIGHT로부터 전시 총진행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이에 나는 <세컨트 네이처> 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 그것을 계획 담당 동료들과 협력하면서 개발한 것이다. <세컨드 네이처> 전시는 시각적으로 자연과 닮은 것을 만들자 거나 자연 재료를 사용하는 작업을 보여주자 거나 피상적 원리를 모방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 전시는 자연의 신비한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는 디자인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사전을 보면 ‘second nature’는 ‘사람의 성격 중 후천적으로 획득한 습관이나 성향이 너무나도 몸에 배어 자동적으로 보이는 것’ 이라는 뜻이라고 되어 있다.

이 전시에서 ‘second nature’라는 말은 위의 의미 외에도 미래의 디자인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자연의 상징을 표현한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우리는 또 각자의 기억 속에 깊이 존재하는 자연을 표현하기 위해 이 말을 사용한다. 이 전시에서는 자연 속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원칙을 디자인 속에 짜 넣는다는 난제와 그 난제를 풀기 위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나를 비롯하여 Ross Lovegrove, Humberto와 Fernando Campana 등 디자이너 8명의 작업을 선보이게 된다. 나아가 나는 <세컨드 네이처> 개념으로 전체 전시 공간을 감싸는 <구름> - 설치물 디자인을 통해 실험적 제안을 선보인다. 다수의 섬유가 공간 전체를 구름처럼 감싸게 된다. 나는 나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음을 알게 되는 때가 많다. 그리고 매번 강렬한 햇살, 구름 모양, 그리고 하늘 속의 모든 요소가 내 기억에 아로새겨진다. 비록 이 설치물은 - 투명 섬유를 겹쳐 만들었는데 - 인공적이지만, 이전에 경험한 자연현상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될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섬유 가닥을 대학생 100명과 협력하여 하나하나 고정했다. 글 : 토쿠진 요시오카

COMFORT #6

디자인 | Sabina Lang, Daniel Baumann ( L/B )
위치 | 마드리드, 스페인
사진 | L/B

이 작업은 텔레포니카 건물 앞면에 설치됐다. 다섯 개의 튜브가 파사드를 따라 올라간다. 처음에는 나란히 출발하지만, 서로 기어 넘어가면서 매우 혼란한 형상을 띠다가, 마침내는 풀어지면서 처음 출발한 때와 마찬가지로 나란한 모양을 띤다. 제1관 건물은 느낌이 대단히 강하다. 층이 올라가면서 계단 모양으로 줄어드는 형태와 함께 수많은 창이 이루는 문양 덕분에 건물은 하늘을 향하여 끝없이 극적으로 솟아 있는 고층건물 같은 인상을 준다. 우리는 이 튜브 매듭 프로젝트를 통해 이 느낌을 끊고 완전히 새로운 요소를 적용하고자 한다. 이 새 요소는 그 자체가 또한 뭔가 거대한 것이, 이 곳에는 어울리지 않는, 불합리하게 큰 매듭이 되려 한다는 암시를 준다. 또한 이 요소는 건축물의 가지런한 질서를 뒤섞어 놓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와 동시에 창의 그리드 속으로 잘 어우러져 들어간다. 튜브를 강제로 구부림으로써 이들은 설치물의 거대한 스케일을 강조하는 임의의 구조를 만들어내면서 건물의 볼륨을 거리 쪽으로 이어낸다. 따라서 이 설치물의 한쪽 면은 마치 건물로부터 자라날 듯 건물의 논리를 빼앗아오지만, 한편으로는 건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이 건물에 걸쳐 놓은 브로치 같아 보이기도 한다. 설치물의 밝은 색상은 이 작업의 이질적 측면과 인위적 특징을 가리키고 있다. 글 : L/B


HEAD-IN

디자인 | 마그마 아키텍쳐 Magma Architecture
사진 | Johanna Diehl

현대미술, 건축, 사진 전시관인 베를린 갤러리 내의 시리즈는 이제까지 미술관 환경에서 소개된 적이 없는 여러 가지 미술 장르의 현 위치를 조명한다. 마그마 아키텍처는 복잡한 기하학적 형태를 띠는 공간과 건물을 만드는 작업을 전문으로 한다. 이들 공간은 특이한 특징을 지니기 때문에, 보는 사람이 호기심을 느끼고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공간을 이용하고 경험하게 한다. 공간 모델은 전체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상태의 물리적 경험만을 제공한다. 전시 디자인의 목표는 일반적인 전시에서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축 모델을 보여줄 뿐 아니라 마그가 아키텍처가 만든 특징적 공간의 1:1 부분을 포함시키는 것이었다. 베를린 갤러리를 위한 이 뛰어난 공간 설치작업의 중심 전시물은 150m² 면적의 특별 전시공간에 맞게 제작한 무정형의 공간 조각물이다. 직물 소재(스판덱스)를 사용하여 전시공간의 네 벽과 천장에 걸친 채 바닥 위로 떠 있도록 만들었다. 직물을 천장과 벽면에 고정하는 부분에는 알루미늄 뼈대를 사용했다.

전시 관람객은 설치작품의 유기적 공간과 생생한 색상에 둘러싸여 전개되는 직물 속으로 머리를 넣고 구경할 수 있다. 이렇게 매달아 놓은 공간 조각물 안에는 모델과 도면과 사진이 전시돼 있다. 그 중에는 베를린의 옛 동독 라디오센터 레노베이션, 런던의 새 넥서스 프로덕션 본사, 그리고 pPod 이동 극장 디자인도 포함돼 있다. 면밀하게 연출된 기하학적 배치를 통해 공간은 힘차고 역동적인 환경으로 변신하여, 건축이나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일반적으로 이루어낼 수 없는 공간 현상을 드러낸다. 이 공간 설치물은 베를린 갤러리라는 환경과는 거의 이질적일 정도로 동떨어져 보이면서도 거기에 고정돼 있는 동시에 궁극적으로 그것을 감싸면서 역동성과 대비의 관계를 낳는다. 인테리어는 방문객이 물리적으로 이 영역 안에 빠져들 수 있도록 작품과 함께 전략적으로 프로그램됐다. 이 사무소가 보여주는 감각적으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용도의 연출 능력, 그리고 프로그램, 기능, 소재, 기하학에 대한 유희적 처리 능력이 이 전시 건축 속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글 : 마그마 아키텍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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