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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제3회 인터파크와 웹기획 이야기

2004-06-16


도깨비 조직엔 도깨비 직원

5월초 인터파크 웹기획자 모집에 원서를 넣었더니 13일 면접보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18일 화요일에 면접 보러 가야 하는데 그 전에 포트폴리오를 이메일로 보내달라 해서 인터파크를 연구해 보니 ‘도깨비 조직’이란 말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보내달라는 포트폴리오보다 도깨비 같은 사람을 선호할 듯싶어 인터파크 이야기를 써 대신 보내고자 하였습니다.

도깨비 조직은 신속하고 공격적인 의사결정 구조이고, 나쁘게 말하면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드는 의사결정 구조라고 합니다. 신속하려면 과거 행적을 쫓기보단 미래 하고자 할 일을 듣는 것이 좋고, 공격적이려면 남과 다른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합니다. 아슬아슬하게 벼랑타기를 하려면 잡생각 많기보단 깊이 있는 개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면접 때는 다 보여줄 수 없어 글로 대신합니다. 인터파크의 성장은 용감한 선택에서 시작하였고 그 이면엔 사람을 선택하는 기준에서 시작했습니다. 제가 선택되면 아래의 글처럼 할 것이되, 그렇지 않다면 만약 제가 못나지 않았다면 언젠가는 불혹을 넘어 가장 싫어하는 회사에서 제 이름을 발견할 것입니다.
(이기형 대표님의 글 중에서…)


금요일, 하루 종일 인터파크, 옥션, LGeSHOP, CJ몰 등등을 돌아다녔습니다. 한 1년 잊고 있던 사이에 쇼핑몰들이 참 많이 색달라졌습니다. 인터파크의 쇼핑지식검색, 엉뚱하게 벨소리 공짜라 써있는 E-LIFE, LGeSHOP의 쇼핑도우미, 이벤트, 고객만족센터, 제로마켓의 오늘 본 상품, 고객행복센타 등… 어찌 보면 고만고만하고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른 기획이 쏙쏙 숨어있어 상품 그늘에 묻혀 잘 찾지 못하는 것만 빼면 쇼핑몰 기획도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쇼핑 지식검색 붙였으니 컨텐츠도 붙여야겠다 싶어서 E-LIFE를 붙인 모양인데 컨텐츠보다는 역시 쇼핑커뮤니티와 쇼핑커뮤니케이션을 붙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어 다음날 토요일 하루 종일 분당 롯데백화점에 눌러앉아 담배 한 갑을 피고 나니 대강 돌아가는 모양이 보이더군요. 다음날 분당 까르푸에 가서 역시 계산대 앞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아줌마들과 그 아이들을 보니 쇼핑이란 쇼핑이 아니구나 머리를 때리기에 집으로 돌아와 쇼핑몰 웹기획과 관련된 몇 가지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1.장보기
사람들은 언제, 어떻게, 왜, 어디서부터 장보기가 시작될까요? 웹기획에서 따져보니 “언제”는 사람들이 쇼핑몰 방문을 계획하는 시간이고, 방문하는 시간이고, 방문을 끝내는 시간이고, 다시 방문할 때까지의 시간이었습니다.
“어떻게”는 배너를 클릭해서, 주소를 입력해서, 즐겨찾기를 통해서, 이메일을 보고, 검색엔진에 서 검색해서, 메신저로 얘기하다…
“왜”는 상품을 사기 위해서가 주되 그 외에도 구경하기 위해, 정보를 얻기 위해, 심심해서, 누군가를 위해 등 다양하였습니다.
“어디서”는 직장에서, 집에서, 학교에서, 밖에서 등이었습니다.


2.가게구경
“왜”에도 구경하기 위해 쇼핑몰을 방문하는 것이 있었지만 구경을 위해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가게구경은 그 구경이 아닙니다. 인테리어나 이벤트, 행사, 그 근처 구경도 포함됩니다.
쇼핑몰 디자인은 곧 가게구경을 위한 인테리어 작업일 것이고, 쇼핑몰 웹기획은 인테리어뿐 아니라 엑스테리어도 포함하겠죠. 주차장이나 유아보호소, 방송실과 심지어 화장실도, 푸드코트도 필요하고 상설할인매장이나 행사장, 좀더 나아가면 E-LIFE처럼 문화센타도 쇼핑몰 웹기획의 업무일 것입니다.

3.구매시설, 상품
구매시설은 진열이고, 상품은 말 그대로 상품입니다. 인터파크처럼 종합쇼핑몰이야 다양하고 저렴(혹은 고급)한 상품이야 당연하겠고, 구매시설은 웹기획 분야에 포함되겠습니다. 사실, 할인마트는 다 좋은데 계산대 줄이 긴 것이 문제입니다.
유비쿼터스 쇼핑몰을 생각해봅니다. 상품 별로 층을 나누는 것이야 어느 백화점을 가도 비슷하듯 쇼핑몰도 비슷한데 굳이 고객의 습관을 바꿀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인터파크는 별관이 필요해 보이고, 본관과 구름다리로 연결하든 지하통로를 내든 좋은데 중간층에 쏙 집어넣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습니다.

4.물건 사기
잘 골랐으면 잘 사야 되는데 가격으로 잘 샀다는 소문은 잘 나는 듯한데 쇼핑몰에서는 역시 빠른 배송으로 잘 받았다라는 것이 소문의 또 하나의 진원인 것 같습니다. 도무지 웹기획에서는 조절할 수 없는 것이라 사는 방식으로 잘 샀다는 소문도 나게 해야 하는데 상품평이야 다 있고 인맥 네트워크는 어떨까 싶더군요. 벤치에 앉아보니 아줌마들 몇이 저 집이 믿을 만하고 친절하다고 하던데 웹기획에서 신뢰와 친절을 어떻게 만들지…

5.쇼핑한 물건
A/S는 쇼핑한 물건이 트러블이 생겼을 때의 문제고, 트러블이 생기지 않으면 A/S는 없는 것일까 생각 듭니다. “지난번 구매하신 물품은 마음에 드셨습니까?”라는 이메일도 있긴 하지만 “물건 사고 땡”은 웹기획자가 보기엔 영 찜찜한데 샀으면 잘 샀다는 말이나 잘못 샀다는 말이나 게시판에 남기기는 하는데 어떻게 사용한다는 말은 왜 그리 짠지. 사용 후기와 상품의 고칠 점까지도 알려주면 인터파크도 좋고, 정리해서 판매 업체에 주면 그것도 좋을 텐데요…

6.A/S
반품이야 웹기획과 별 관계없어 보이지만 A/S라는 큰 의미로 생각하면 게시판에서 시작하는데, 트러블은 항상 생기는 것이고 고객이 아무데나 응가 하는 것이야 막을라치면 1:1이니 비공개로 막을 수는 있지만 신뢰는 솔직함이니 까놓자 하면 또 난장판 불 보듯 뻔한 것. 그래도 “먼저 도와드리겠습니다”보다는 역시 “다 들어 드리겠습니다”가 낫다 싶은데 백화점에서 소리치지 않는 것을 보면 문화 때문이 아닌가 하군요.


백화점을 가니 사람 많아 “와~ 뭔 사람이 이렇게 많냐? 내수시장 죽었다는 말 다 뻥이라니까”했는데 다 고객은 아니고 백화점엔 참 여러 분류의 사람이 있어 서로 조화를 이루는데 열거하면 고객, 판매직원, 관리직원, 거래업체, 계열사, 주변업소 등이 있었습니다.

1.고객
SM아줌마와 벤츠아저씨, BMW총각은 VIP딱지 달고 발레파킹 받던데 다이어몬드 고객이나 실버 고객을 보는 눈 달리하는 것은 시대의 대세인 듯합니다. 허나 인터파크쯤 되면 백화점의 갤러리아인데, 할라치면 좀 화끈하게 해야 하는데 너나 나나 할인쿠폰이니 별 맛이 안 납니다.

전 할인쿠폰 필요 없고 실버에서 골드로 업 되면 정장쿠폰만 1만 원짜리 주면 좋으련만… 나이든 지역이든 쿠폰을 좀 더 나누어 좋아할 만한 것을 고르게 해야지, 아줌마나 아저씨나 총각이나 학생이나 다 5천원, 1만원 쿠폰 줘서야 생색도 안 나고 어디 가서 자랑하기도 뭐합니다.

다이퀘스트에서 통합검색 달고, 넷스루에서 통계분석 다는 것이야 다 좋은데 CRM의 기본이야 딸애가 어리면 쵸코파이 사오고, 조금 더 크면 립스틱 사오고, 조금 더 크면 드레스 사오고, 집 나가 살 즈음이면 차 한 대 사주는 것 아닌가요? 아무한테나 5천원 쿠폰 주면 사위 오니 쵸코파이 사러 나가는 꼴과 별로 다르지 않은 듯…

2.판매직원
“참 잘 어울리십니다!” 이 한마디가 매출 10%는 족히 올릴 듯 한데 저도 몇 번 당해봐서 잘 압니다. 도대체 쇼핑몰에서는 왜 “참 잘 어울리십니다!”라는 말이 없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더군요. 실명제로 상품책임자와 배송책임자는 있는데 판매책임자는 왜 없는지?

상품책임자가 상품 좋다 얘기하고 Q&A 돌보는 것이나, 배송책임자가 빨리 준다 얘기하고 정말 빨리 주는 것이나 다 당연한데 “정말 멋지십니다”나 “남편이 참 자상하세요”, “10년은 젊어 보입니다”는 어디서 해야 하는지…

쇼핑몰 웹기획에서 정말 이것을 하고 싶고 몇 가지 아이디어는 있는데 과연 할 수 있을지… 참, 한 친구의 말, “담당자 사진 본 적 있는데 좋은 것 같아요. 근데 너무 작은 것 같아요.”

3.관리직원
청소하는 사람이 매일매일 청소해줘야 가게가 빛(?)나듯 쇼핑몰도 구석구석 청소해 줘야 하는데 LGeSHOP은 참 반짝반짝 청소 잘 하는 듯 한데 인터파크는 거북이 노래 “나는”처럼 “세상이 너무 넓어서 내 노래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도 아닌데 남대문처럼 들어가기만 하면 정신이 없는지, 길은 왜 또 잘 잊어버리는지, 이 집 저 집 생긴 거 다른 거야 처음엔 재미지만 인터파크 회원이 몇 명인데 언제까지 첫 고객만 맞을 순 없지 않겠습니까?

아마도 상품별로 담당이 따로고, 출생부터가 소사장제라 그랬는지 아니면 그게 도깨비여서인지는 모르지만 회사는 도깨비이되 고객마저 도깨비처럼 행동하게 해서야 안 될 듯… 그렇다고 인터파크가 시장통이란 얘기는 아니고 마르쉐처럼 유럽 시장통 옮겨와 그럴듯하게 포장해놓으니 훨씬 나아진 경우를 보면 관리에도 인터파크의 정신과 문화가 들어가야 할 듯한데 이거야 임원급에서 해야 하는 것이지만 도깨비 조직이니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군요.

4.거래업체
제 아무리 큰 쇼핑몰이라도 ‘고객과 상품 빼면 딱 200개 페이지다’라는 개인적인 지론이야 있지만 크면 클수록 거래업체는 많아지고 이들을 관리하는 것이 큰 쇼핑몰과 작은 쇼핑몰의 차이라 봅니다. 큰 쇼핑몰 경험이 없어 도대체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회사 물건 잘 팔았으면 잘 팔았다고 감사하고, 다음에 또 저렴하게 좋은 물건 달라 요청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

윈윈 관계니 웹기획에서 가능한 많은 자료를 만들어 주어 끈끈한 관계를 만드는 것도 좋을 듯 싶은 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주면 좋을까 생각해보니, 전에 혼자 쇼핑몰 뚝딱 만들어 동대문에서 물건 떼와 팔기도 하고 직접 쿠션, 티 같은 걸 만들어 팔아본 경험으로 보니
쿠션아줌마(동네 쿠션집 주인) 왈 “요즘 누가 잘 사데? 뜯어지지는 않는데? 괜찮데? 머… 얘기 좀 해봐, 그냥 가지 말고…”
하루종일 MD가 전화 붙들고 얘기할 수 없으니 웹으로 화끈하게 보여주는 것도 좋을 듯하고 어차피 BtoB 마켓도 있으니 BtoB 고객 만족 기획도 꼭 필요한 요소다.

5.계열사
쇼핑몰치고 계열사 참 많은 인터파크 남부럽지 않은데 웹기획자로서 할 말은 없지만 인터넷 쇼핑몰 특성상 매트릭스 조직일텐데 이런 저런 부서, 이런 저런 계열사, 이런 저런 사람 다 사이트 하나 붙들고 일하다 보면 의견 달라 거지 되는 경우보다 파워나 텃새 달라 거지 되는 것은 종종 본 듯합니다.

웹기획자로서 할 말은 많지만 워낙 이 부분은 조심스럽다 보니 간단히 사이트에 계열사 티가 넘쳐 뚝뚝 떨어지는데, 어디에서 SI는 시스템 통합이 아니라 사이트 통함이라고 한 걸 보면 인터파크도 사이트 통합이 필요할 듯. 아니면 세이클럽 피망 떼듯, 이번에 바뀐 CI처럼 가지치기를 할 때가 된 듯합니다.

6.주변업소
미국에는 사막에 백화점이 달랑 하나 멋쩍게 서 있다지만 우리네 땅이야 워낙 좁으니 서로 치이기 마련입니다. 인터파크 혼자 잘 살라고 하면 나쁜 놈 소리 들을 것이고 주변에 조그만 업체랑 같이 잘 살아야 번창할 터인데 캠페인은 돈 든다 생각해서 바쁘니 다음에 하자 했던 것인가요?

돈 안 드는 캠페인도 많은데 웹기획에서 게시판 몇 개 잘 꾸미고 캠페인성 토픽만 잘 기획해도 돈 한 푼 안 들이고 좋은 일 한다 소리 듣는데 왜 안 하는 것인지? 쇼핑몰 이미지를 벗기가 싫은 건지? 아니면 크게 모아 크게 사회에 크게 기여하겠다는 CI였는지는 몰라도 해외 나가서 그 나라에서 돈 벌면 그 나라에 가장 많이 기여해야 하는 것이 도덕, 인터넷으로 돈 벌면 당연히 인터넷에 기여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처럼 분당 오피스텔에 사는 백수가 좋은 점은 아줌마들 자주 보고 듣는 것인데 오늘 아침도 오피스텔 로비에서 아줌마 둘이 “똘이 엄마! 오늘 백화점 안 갈 거야? 나 이따 점심 먹고 갈 건데, 같이 가자”하는 걸 듣고 있으면 왜 인터파크에는 “똘이 엄마! 오늘 인터파크 같이 가자”가 없는 건지? 원래 인터넷 쇼핑몰은 나 홀로 쇼핑인건지.

지인 네트워크가 나날이 발전하고 붐을 이루려고 하는데 쇼핑 네트워크는 하부에만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상품평이나 후기를 게시판을 통해 ‘정보 교환 쇼핑’을 한다면 ‘같이 즐기는 쇼핑’은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웹기획자로서 끙끙 되게 만드는 과제가 아닐까 싶군요.

같은 웹페이지를 보며 다른 사람과 채팅을 할 수 있는 기능이야 이미 있고, 메신저도 널리 퍼졌고, LGeSHOP은 샤피와 즐기는데 인터파크는 사람을 찾아 파크를 ‘INTER’하는 것이 원래 별 관심이 없는 건지, 아니면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건지. 위에 잠깐 언급한 것처럼 남대문은 물건 구경 반 사람 구경 반인데, 인터파크에는 사람 구경할 곳이 없으니 E-LIFE에서 열혈맞고를 치면서 쇼핑해야 하는건가?

사람 구경이 꼭 남대문 입구 한 까페에 커피 마시면서 하는 것은 아니니 인터파크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얘기도 하고 조언도 하고 농담 따먹기도 하는 사람을 찾으려면 그 전에 그런 사람과 같이 해야 하니 ‘프렌즈 쇼핑’이란 개념을 기획하고 싶습니다.
우수고객이 있으면 당연히 우수가족이 있고, 우수친구들이 있는 법. 항공 마일리지조차 가족 마일리지가 되는 시대에 인터파크 패밀리 적립금은 왜 없는 거지? 인터파크 동호회 쿠폰은 왜 없는 거지? 인터파크 분당 시범단지 아파트 지원금은 왜 없는 거지? 인터파크 새 아파트 입주 펀드는 왜 없는 거지? 참! 인터파크 법인몰은 있군요!

가족 없고 친구 없고 아파트에 안 살면 서운하니 인터파크에서 조폭을 만들어도 괜찮으니 조직을 꾸려주는 것도 좋은데 그렇다고 커뮤니티 솔루션을 도입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고객을 참 잘 아는 듯 보이는 LGeSHOP이 꽤나 부담이 될 것 같은데 고객이 제안하는 Life Style shop이나 고객통신원, 이숍프렌즈는 너무 회사 주도인 것 같고 좀더 자유로운 공원 속 벤치(벤치에 앉아 물을 보고 있으면 옆에 사람이 앉아 대화 나누는 그런…)가 있으면, 듣기에 그럴 듯하지 않은가요?


할인점에 계산대 앞에 꽉 찬 영수증통을 보면 “이 동네 참 아파트 많네” 라는 생각 듭니다. 칸칸이 아파트 이름 써 있고 무슨 동호회나 교회 이름도 있습니다. 영수증을 원하는 곳에 넣으면 한 달마다 모아 영수증 금액의 일정 비율만큼 지원해줍니다. 돈으로 주곤 하는데 왜 돈으로 주는지 알 수가 없군요. 할인마트 이름 박힌 벤치로 대신 주면 광고도 하고 물건도 팔고 훨 좋은 텐데 말이죠.

홈네트워크 시스템이 뜨는데 요즘 제법 단지의 규모가 있기만 하면 아파트 홈페이지야 웬만큼 있는 실정이고 이를 이용할 수 없을까 궁리하는 사람도 많을 듯한데 예상외로 웹기획자 중에는 관심이 없는 건지 아직 시장이 없는 건지, 아님 너무 쪼잔해 보이는 건지 활성화가 안되는군요.
웹기획자 이전에 아파트 홈페이지와 연계해서 인터파크에서 구매하거나 활동한 것에 비례해 아파트 관리비 보조한다는 명목이라도 있으면 매달 10만원 관리비 내는 게 피 뽑혀 나가는 것같은 저조차도 인터파크에서 사겠군요.

사랑에 돈이 들고 주말에도 돈이 들고 결혼에도 돈이 드는 건 알지만 진짜 건더기는 ‘사는 데(?)’ 돈이 들죠. 인터파크에선 좀 덜 들면 좋겠네요. 커뮤니티는 잘 하는데 쇼핑몰은 왜 못하는지? 정작 돈은 더 많이 굴리면서 말이죠. 어느 쇼핑몰에서 대학교 학과나 동호회 등을 이런 식으로 한다고 들었는데 제대로 안 되어서 그 후 소식이 안 들리는 건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아파트만은 못한 것 같군요.

‘이런 게 괜찮겠냐?’라고 물으면 저야 당황하겠지만 이미 백화점이나 할인마트는 하고 있으니 인터파크라고 못할 것은 아닌 것 같고, 요즘 아파트라는 게 들어가는 것보다 나가는 게 어려우니 인터넷 쇼핑몰도 결코 영수증통에 뒤질 것 같아 보이지는 않군요.


분당에 2년 반 혼자 백수 겸, 직장인 겸, 프리랜서로 살면서 백화점 2곳과 할인점 5곳을 내 집처럼 드나들다 보니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는 눈 감고도 찾습니다. 누가 제게 “분당에 어디가 좋아?”라고 쇼핑에 대해 물으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까르푸는 과자 종류가 많고 이마트는 튀김이 좋아. 시식은 이마트가 나은 것 같더라고. 채소는 당근 싸고 좋은 데는 하나로마트지. 근데 좀 어수선해. 마그넷은 생활용품 많아. 아울렛은 사람들 참 친절해. 싼 거 찾으면야 하나로랑 이마트가 낫지. 괜찮은 반찬 살 거면 당연히 백화점이 낫지. 롯데는 좀 작지만 구색은 좋아. 고기가 좋은 것 같더라고, 삼성프라자는 좀더 고급인 것 같아. 버터나 치즈도 제법 다양하게 있어. 아, 롯데 이번에 새로운 거 많이 들어왔어.”

물론, 웹기획이니 상품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터파크는 “책 공짜로 배달해 준다더라”, “화장품도 공짜로 배달한다더라”, 또는 “인터파크가 제일 커”라는 문제가 아닙니다. 인터파크 사이트는 다른 사이트와 뭐가 다르다는 문제입니다. 언어유희 같지만 다른 게 있으니 1위를 했고 1위를 했으니 다를 겁니다. 그런데 웹기획에서는 뭐가 다른가요? 도통 알 수가 없어 물어봅니다.
“인터파크 웹기획자님들! 인터파크 웹기획은 뭐가 다른가요?”

디씨엔 디씨폐인이 있고, 싸이는 싸이질이 있고 네이버블로그엔 미스터블로그가 있는데 인터파크에는 무엇이 있나요? 앗! 인터파크가 있군요! 사실 이 얘기하면서도 부럽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진심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제가 할 것이 없습니다.

물론 할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이니, 인터파크의 웹사이트에 문화를 만들고 싶군요. 인터파크만의 문화. 고수, 강자, 군자, 현자, 대인, 중인, 평민 같은 것도 문화지만 활동 열심히 해서 고수되는 것보다 활동 열심히 해서 나무 자라는 거 보는 게 문화가 아닌가요? MSN홈피가 돈 벌며 꽃키우기 하는 마당에 쇼핑몰에서 돈 들여 도사 만들기를 하다니…


선물 고르는 기준이야 다양하지만 연례 행사라면 당연 ‘기억’에 의존하는데 올해 8년 차 되는 인터파크에는 왜 ‘기억’이 없지? 5월이라 “가정의 달 선물 전”이 초기화면에 좋은 자리 차지하는 것이야 당연한데 어딘가엔 작년 어버이날에 가장 호응이 좋았던 선물 정보쯤은 알려줘도 좋지 않을까요?

상품에도 역사를 만들어보고 싶네요. 인터파크여행이 있으니 여행으로 치면 “그곳을 그 상품으로 갔다 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왜 꼭 커뮤니티에만 있는지 모르겠군요. 따지고 보면 작년 이 맘 때 팔던 상품이 약간 업그레이드해서 올해 팔리는데 사람들이 전부 얼리어답터가 아닌 이상 상품의 과거에도 관심이 가기 마련, 그런 컨텐츠는 다 어디 갔지?

알마니를 잘 아는 사람이 알마니 사는 것은 이해하지만 알마니 잘 모르는 사람이 인터파크에서 알마니 보고 사게 만들려면 알마니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해주면 좋을 듯한데요. 어차피 한 번 팔고 말 것도 아니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제품에 가격표만 붙여놓은 것보다는 풍성해지겠는데 말이죠. MD들이 바빠서 그런가요? 다른 이유가 있나요? 제가 “말만 쉬운 얘기”만 하나요?

기억은 감성을 자극하고 감성은 주머니를 연다는데 쇼핑에도 기억이 있다는 것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고객의 기억은 마이페이지의 쇼핑리스트에 있고, 회사의 기억은 보도자료와 연혁에 있습니다. 상품에도 기억을 만들어주어야겠군요. “이 선글라스 기억 나나요? 고객님이 작년 1월에 구매하신 물건이 좀더 세련된 디자인으로 다시 나왔어요!” 하긴, 너무 많은 기억도 문제는 있군요.


결국 써놓고도 이런 글을 쓰는 웹기획자는 어딜 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름대로 거창해 보이긴 한데 인터파크는 너무 커서 분야마다 ‘맡은 바 임무’를 다하는 곳이 아닐지… 그러면 작은 쇼핑몰은? 작은 규모는 이 정도 기획할 여유가 없습니다. 고로 한번 읽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고, “뭐야 이거?”하며 끝까지 읽지 않을 수도 있고, 포트폴리오 보내라 했더니 엉뚱한 소리만 주절거린다 할 수 있습니다. 쓸 포트폴리오가 없어 그런 것이니 양해 바랍니다.

요는 이것입니다. 동네 구멍가게에도 사람이 있고 정이 있고 나눔이 있고 대화가 있고, 즐거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 편의점의 각박한 세상, 굳이 인터파크도 따라갈 필요는 없는 것 같군요. 인터파크는 엘지이'숍'도 아니고 씨제이'몰'도 아니고 롯데닷'컴'도 아니고 우리홈'쇼핑'도 아니고 제로'마켓'도 아니지 않습니까? 인터파크는 ‘파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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