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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 사운드 아트의 새로움, The Lake

2011-04-06


‘소리'를 이용한, 정확히 말해 ‘소리'가 중심이 된 컨텐츠들은 대중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죠. 일단 즉각적으로 보이는(시각) 정보가 없으니 관람자들에겐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 감상에 대한 표현이 모호해지기 쉬워서 평론으로의 재 생산 역시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음악'이라는 절대적 위치의 ‘청각 컨텐츠'에 대한 인식이 ‘소리'와 ‘소음', 또는 ‘감상할 것'과 ‘그 공간에 존재하는 것'을 강력하게 규정 시키곤 하지요. 물론, 이 정의는 ‘기준'이 아니라 모두에게 별개로 적용되는 ‘느슨한 정의' 정도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 류임상 미디어아트채널 <앨리스온> 아트디렉터( nim2me@gmail.com)
에디터 | 이은정( ejlee@jungle.co.kr)


그래서 ‘소리'가 중심이 된 작업들은 실험적인 경우가(혹은 그렇게 규정지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항상 주연의 자리를 ‘시각'에게 내주었던 ‘청각'이 무대의 중앙으로 나섰을 때, 사람들은 순간 당황하며 그것을 ‘실험적'이라고 생각하기 쉽거든요.




Enemy Zero (1996)

가장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컨텐츠인 ‘게임'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는데요. 천재 게임 프로그래머라고 불렸던 이이노 겐지의 작품이었던 비디오게임 ‘에너미 제로' 의 경우 본격적으로 ‘청각’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게임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오로지 ‘소리'로만 적을 판별할 수 있었던 독특한 실험작이었지요.

그래서 이러한 ‘소리' 중심의 작업들은 대중적인 컨텐츠 보다는 예술 작품으로 많이 제작되곤 했습니다. 음악과 소리가 만나는 다양한 실험 음악들이나 사운드아트(Sound Art) 작업들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소리 들을 새롭게 생각하게 되죠. 시각에 비해 청각은 상대적으로 무신경하게 지나치기 쉬운데 예술가들은 그 순간에 주목하며 의미를 부여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우리 주변의 환경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줍니다.

Paul Rucker의 작업인 Trails of Vapor은 서른 두 개의 오디오 스피커가 설치된 사운드아트 작업입니다. 박물관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에 설치된 이 작업은 관람객이 이 다리를 건너가며 독특한 사운드 체험을 할 수 있게 합니다.



Trails of Vapor by Paul Rucker


인류 역사상 가장 개인적인 매체였던 ‘워크맨'은 개인이 소유하고 컨트롤 할 수 있는 ‘소리'에 최적화된 장비였습니다. 그 속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스마트폰'은 과거의 기기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성능으로 무장되면서 ‘소리'라는 특성을 더욱 잘 살릴 수 있는 장비이지요. 이미 앱스토어에는 많은 사운드 아트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나와있는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The Lake’역시 독특함이 돋보이는 사운드 아트 애플리케이션입니다.

The Lake의 사용법은 매우 단순합니다. 이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어폰이 필수인데요(이어폰이 없을 경우 구동 자체가 되질 않습니다) 이어폰을 착용하고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켜보면 어두운 화면에 카드 한 장(스페이드 에이스)이 놓여져 있습니다. 귓가에선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카드를 건드리게 되면 카드가 뒤집어지면서 새로운 소리가 들립니다. 단지 다른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움직이고, 준비하는 듯한 소리가 들리게 되죠. 이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Patrick Juchli는 이 소리를 ‘sound journey’. 즉, ‘소리 여행’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유심히 소리에 집중하고 있다 보면 잘 디자인 된 사운드 속에서 마치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게 되는 체험을 하게 되실 수 있습니다. 물론 눈을 감고 집중할 수록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겠죠. 카드를 눌러 뒤집을 때마다 다른 환경으로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는데요. 풀벌레가 우는 밤 들판이나 먼지가 가득한 시골 길 등,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다양하게 제공해 줍니다.



The Lake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전시 '어둠 속의 대화' 역시 청각을 중심으로 한 사운드 아트 전시이지요. 어두운 공간에서 청각에만 의존해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여행을 체험하게 하는 전시입니다.



사운드 체험 전시 '어둠 속의 대화'

시각적 체험에 비해 청각적 체험은 상대적으로 집중도가 높습니다. 공포 영화의 경우 소리를 줄이고 보면 그 무서움이 덜한 것만큼 청각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민감함은 다른 감각 기관에 비해 높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청각의 민감함을 잘 살린 사운드 아트 작업들이 스마트폰을 만나 더욱 강력한 체험을 가져다 주고 있습니다. 시각적인 예술 작업들이 작은 화면이라는 휴대 기기의 제한 때문에 나름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면, 고해상도의 깨끗한 사운드 정보를 제공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야 말로 앞으로 나오게 될 스마트폰-사운드 아트 작업을 더욱 기대하게 되는 요소라 할 수 있겠죠.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으며 더욱 몰입해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사운드 아트야 말로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 낸 새로운 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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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잡지디자이너 과심은 여러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노력은 부족함 디자인계에 정보를 알고싶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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