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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전통적인 성 개념을 초월한 디자인

월간 CA | 2015-08-10


트렌드 예측가이자 아트 디렉터로서 나는 문화와 창조성의 공생 관계에 깊은 흥미를 느낀다. 2015년 1월 미디어 기업 퓨전(Fusion)이 진행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18-34세의 미국인 중 46%는 세상에 오직 두 가지의 성(gender)이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50%가 다양한 성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에 대한 새로운 포괄적인 개념인 ‘Mx(middle-sex)’가 일반화되며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등재되는 게 시간문제인 지금 상황에서, 앞으로 이러한 ‘초월적인 성 개념(transgenderism)’이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기사제공 | 월간 CA
 

‘성 유동성(Gender fluidity)’은 뉴욕과 파리부터 케이프타운까지 디자인 업계에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2015-2016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유니섹스 룩을 발표했다. 2014년 케이프타운 패션 위크에서 남자 모델과 여자 모델이 서로의 옷을 바꿔 입던 알렉산더 블랑처럼 말이다.

런던에 본사를 둔 투굿(Toogood)은 시즌과 성별을 초월한 유니섹스 아우터웨어를 디자인했고 최근에는 ‘인습적인 성 개념과 특정 성향을 초월한 디자인’이란 표어로 뉴욕에 ’69 월드와이드’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런 흐름은 현재 디자인적 관점으로 어떻게 작용하고 있을까? 패션 디자인의 경우 오버사이즈 실루엣과 기능성을 강조하는 형태로 디자인 언어가 형성 중이다. 한편, 패션뿐 아니라 다른 디자인 영역에서도 이러한 ‘성 유동성’ 개념의 침투 현상은 발견된다.

영국의 셀프리지 백화점은 ‘에이젠더 팝-업(Agender pop-up)’ 프로젝트를 통해 성 유동성이 인테리어 디자인과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 탐구했다. 전체 공간을 여러 영역으로 나눈 후 스틸 메쉬 구조와 중성적인 색상으로 구성한 무성(genderless)의 조형물을 영역마다 비치했고, 절제되고 통일된 형태의 소품을 공간에 채워 넣어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성 개념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을 구축했다.

키즈 디자인 역시 지난 몇 년간 전형적인 성 개념에서 탈피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해왔다. 해로즈 백화점은 장난감을 성별이 아닌 주제별로 분류하고 있다. 여자아이를 대하는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이던 ‘크기는 작게, 색상은 분홍’은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된 것이다.

크기와 기능성 측면에서 중성적 개념을 적용하는 데 아직 현실적인 고려가 필요한 제품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웨어러블 기기는 기능과 스타일을 융합시켜 기기의 존재감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옷의 일부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지고 있다. 애플 와치는 각자의 개성을 반영하는 디자인을 목표로 출시했지만 40대 백인 남성에게 초점을 맞춘 디자인-예를 들어 여성 구매자의 취향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기기의 크기-으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

과거 나이와 성별 통계 자료로 시장을 분석하던 마케터들은 이제 흥미롭지만 두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미래에는 더 많은 브랜드가 개인의 관심, 성격, 가치관 등 심리적 요인을 바탕으로 소비자층을 구별하게 될 것이다. 현대 사회의 소비자는 온-오프라인에서 자신의 감정 상태와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는 파편적인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때 중성적인 디자인은 이들이 신중하고 큰 목소리로 자유롭게 여러 정체성을 드러내고 다양한 형태로 자아실현을 시도하는 하얀 캔버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중성적인 디자인 개념이 앞으로 다가올 세대에도 계속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글_ 요안나 툴레이(Joanna Tulej, thefuturelabora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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