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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단어 하나로 우껴주마!초호화 발악 Cartoon '호조툰'

2005-06-21

포털 게시판과 커뮤니티, 블로그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만화 한컷.
파란 스머프가 ‘숨어푸’라고 외치고, 스머프 뒤에서 눈에 빛을 내뿜으며 ‘아기곰 푸’가 숨어있다. 뿐만 아니라 슈퍼 마리오가 ‘수퍼말이오’라고 외치는 장면 속에는 진짜 슈퍼마켓에서 이상한 표정을 짓는 말이 어김없이 서있다.
이 만화의 매력은 단 한 컷의 만화에 담긴 ‘언어의 유희’를 통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평범한 생각을 뒤집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살아있는 듯한 캐릭터의 표정이 바로 인기비결인 것이다. 매번 독창적이고 기발한 카툰을 한 컷의 그림 속에 담아 내고 있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끼는(?) 사나이, 디자이너 겸 만화가인 권순호 氏를 만나 보았다.

취재 | 권영선 기자 (happy@yoondesign.co.kr)

우리에게 호조툰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유머 만화 작가 권순호을 만나러 간 곳은 그의 개인 작업실이 아닌, 게임회사로 유명한 ‘넥슨’이었다. 낮에는 경력 4년 차의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로, 밤에는 만화가로 변신하여 두 개의 직업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질문에 짓궂게 대답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개구쟁이의 모습이었다. 그가 만들고 있는 호조툰의 캐릭터가 화면에서 튀어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만화화’가 되어버린 그의 일상은 삶 자체가 유쾌하고 재미나게 보인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었다.

대학에 떨어지고 넥슨에 입사하기까지 순탄치 않은 방황을 겪었기 때문이다. 넥슨에 입사하면서 그리기 시작한 호조툰은 단지 취미활동으로 그려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 곧이어 2003년 7월 30일, 호조넷(www.hozo.net)을 오픈하면서 이 곳에 만화를 그려 올리기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일간 스포츠 신문의 온라인 페이지에 연재를 했고, ‘숨어푸’와 ‘슈퍼마리오’를 시작으로 연일 그의 만화들이 온라인상에 도배가 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호조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어와 그림의 조화이다. '마사쥐'라는 만화의 제목 아래에는 마사지를 해 주는 쥐가 등장한다. 마사지를 받는 호조와 마사지를 해 주는 쥐의 표정이 압권이라는 것이 팬들의 평가이다.
언어유희(言語遊戱)는 대개 비슷한 발음이 나는 말이나 동음이의어를 해학적으로 사용하여 다른 의미를 암시하는 것을 일컫는 것으로, 그는 인터넷 상에서 언어유희의 마술사로 불리고 있다. 그의 재치 넘치는 만화를 보고 있으면, 상상을 뛰어넘는 기발한 발상에 누구나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렇게 인기를 이어온 것이 어느덧 2년이 지나갔다.

아이러니하게도 ‘호조툰’이 탄생된 배경은 그의 귀차니즘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보드를 짜서 예전의 카툰 방식으로 길게 그리다 보니, 여러 신(scene)들이 중복이 되고, 똑같은 것을 다시 그리는 단순 반복작업이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한 컷으로 때울 수 있는 만화가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지금의 호조툰의 모습이 탄생하게 되었다. 물론 한 컷에 모든 내용을 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컷의 카툰 속에 서론, 본론, 결론을 모두 표현하다 보면 가끔, 옛날 스토리 보드가 그리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표현대로 세월아 네월아 2년이 넘게 만화를 그려오다 보니, 초기엔 그냥 올렸을 법한 만화들이 이제는 제법 손길이 많이 가고 있단다. 30분만에 뚝딱 그리던 것이 이제는 어떤 것이 더 재미있을까 구상을 하다 보면 3시간이 훌쩍 넘게 걸리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기 때문이라고.


지하철의 노약자석에 타면, 경찰에 잡혀가지는 않지만 서로 눈치를 봐가며 일부러 그 자리에 앉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다리가 아프고 힘이 들면 앉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이렇듯, 그는 그런 사람들의 솔직한 마음을 만화로 그려내고자 노력한다.
그 또한 바르게 에티켓을 잘 지키며 사는 사람이 되기 보다는 본능에 충실하고자 하며, 그것을 만화로 표현하고자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물론, 그는 노약자석에 앉을 수 없다. 하지만 그 마음만은 만화로 표현할 수 있다.
원초적인 일상을 소재로 그려지는 그의 만화를 통해 우리는 수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호조툰’ 이라고 이름 짓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용의 발톱이냐? 아니면 '호호호’의 호조냐?” 라며 많은 사람들이 호조(hozo)라는 의미에 많은 의문을 많이 갖는다. 하지만 솔직히 아무 뜻도 없다.
24살 때. Daum메일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가 필요했고, 그때 불연 듯이 생각난 것이 ‘호조’였다. 그때 그 아이디가 현재 있는 홈페이지의 이름이 되었고, 그렇게 호조툰으로 불려지게 되었다. 뭐 굳이 갖다 붙이고 못살겠다 생각한다면……
“당신 이름은 뭐죠? – 권순hozo” 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디자이너와 만화가를 함께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 같은데…
세상에 먹고 살기가 얼마나 힘든데, 만화만 해서는 먹고 사는 것이 쉽지가 않다. ^^:
제대로 라이센싱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작가나 디자이너들이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궁색하게 살아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넥슨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하다가 문득, 홈페이지를 통해 만화를 정기적으로 그려보고 싶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지금의 호조툰이다. 말하자면 취미활동으로 만화를 그리게 된 것이다. 생업으로 만화를 그리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것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재미있게 만화를 그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호조툰을 유쾌하게 보아준다고 생각한다. 이 일이 재미가 아니라, 책임감이나 살기 위해 하는 일이었다면 과연 지금의 모습을 가지고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호조툰은 그럼 수익이 전혀 나질 않는가?
간간히 수익이 나긴 하지만, 안정적이거나 고정적이지 않다. 예전에는 일반 스포츠 온라인 페이지에 연재를 했고, 최근에 싸이월드 스킨으로 입점을 했다.
특히나 유머 작가의 작가의 경우 불리한 점은 책을 쓰더라도 소장의 가치가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자분들이 좋아하는 서정적인 작가의 경우에는 인터넷 쪽으로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지는 않는 반면, 책을 내면 베스트셀러에 서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유머작가들이 책을 낸다면 사람들이 과연 많이 살까? 유머작가라는 직업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인기를 많이 끌지만, 수익과 관련한 일들하고는 관련이 좀 적은 것 같다. 활동을 하는 것 또한 묵가지나 일간지에 만화를 정기적으로 올리는 것에 국한 되어 있다.
하루에 한번 만화를 그리는 고통 또한 만만치 않고, 그에 비해 받는 수익은 많지 않은 것이 지금의 유머작가들의 현실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주로 소재를 어디서 얻는지 말해달라.
특별한 경험을 하지 않는 일반인으로써, 소재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당연히 일상생활이다.
일상에 있는 것을 그리다 보니, 저절로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옆에 사람이 불쾌하지 않을 정도로, 병적인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옛날 선생님이 했던 말 중에 인상 깊었던 말씀이 '디자이너는 옥외 광고를 한번 지나가더라고 모든 것을 파악 할 수 있어야 한다’ 는 것이 였다. 만화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일을 할 때도, 만화를 그릴 때에도 나에게 큰 에너지가 되고 있다.
가능하면 보는 시간이 짧더라도 모든 것을 디테일 하게 기억하고, 파악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고 있다.

수집한 만화책 량이 상당할 것 같은데..
어릴 때부터 만화책뿐만이 아니라 어떤 것이라도 병적으로 수집을 했던 것 같다.
몇 살 때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껌을 사면 스티커가 함께 나오는 시리즈가 있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러 종류의 신들을 그려놓은 스티커를 갖고 싶어, 동네 슈퍼를 다 뒤지고, 심지어 다른 동네에 가서 사오기도 했다. 그래서 서랍을 열면 씹지도 않은 새 껌들이 가득했던 기억이 난다.
그뿐만 아니라 만화책 수집도 즐겼는데, 드래곤볼, 시티헌터와 같이 긴 시리즈물 모으는 것을 좋아했다. 처음에는 심심해서 한 권을 사다 읽었는데, 이상하게 다 갖고 싶은 야릇한 감정이 쌓이더니 모으기 시작했다.
참 이상한 것은 그 당시 불법만화라고 할 수 있는 정발매가 아닌 수입으로 들어온 만화들이 있었는데, 그것을 보기 시작한 이후로는 정식으로 편집이 되어 들어온 만화책들이 싫어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된 이후로는 수입으로 들어온 불법 만화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 얼마만큼의 수집품이 있는지 궁금하다.
병적인 수집벽 때문에 이제는 시작도 하지 말자고 결심을 했다. 그 동안 모아둔 것은 군대를 갔다 오고 나니 싸그리 없어져 버렸다. 옛날부터 버리기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둔 탓에 그것을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잊어버릴 수 있어, 어머니께 살짝 고마워하는 부분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소수의 만화책으로, 수집품이라고 말하기에는 많이 조악하다.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 만화책은 무엇인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는 '이나중 탁구부'이다. 지금까지 열 번도 더 본 것 같다.
처음에 볼 때는 내용을 봤고, 나중에는 컷들을 유심히 살펴 보았고, 그 다음에 볼 때는 지나간 배경이나 사람을 보고 읽었다. 그 책을 보면서 배경 안에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사람들의 행동, 표정 하나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이 만화를 모두 엽기만화라고 부르지만, 솔직히 왜 엽기라고 말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럽고 일반적인 행동이 아니라서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우리가 가진 솔직한 마음들을 남들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를 무척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호조넷(www.hozo.net)을 통해 많은 분들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고 들었다.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것은 아니고, 언젠가부터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이걸 그렸으면 좋겠어요' 라고 아이디어를 게시판에 남겨주시곤 한다.
요즘 들어 그 횟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이곳에 올라온 글로 만화를 그린 것은 여태껏 한 개밖에 없다.
다른 분들의 아이디어로 그림을 그리지 말아야지 맘을 먹었건만 너무 재미난 소재라서 어쩔 수 없이 그리게 되었다. 솔직히 무작정 그리다 보면 한도 끝도 없고, 차리리 나중에 툴을 하나 만들어 사람들이 낸 아이디어를 쉽게 그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컷 만화를 그릴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최근에 그림을 그릴 때 신경을 쓰는 것은 한 컷에 굵은 내용이 있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도록 또 다른 재미요소를 만들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시 보면 몰랐던 재미를 찾아 볼 수 있도록 테스트를 많이 하고 있다.
퀄리티 보다는 의사 전달에 더 초점을 맞추고, 손가락 하나를 그리더라도 즐거울 수 있는 그런 만화를 그리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호조툰을 가지고 캐릭터 사업을 하고 싶은 것이 나의 소망이다.
재미있어서 시작한 일이지만, 단지 재미로만 끝내기엔 아쉬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정기적으로 만화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요즘에는 기계적으로 변하기보다는 내가 진짜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리려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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