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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시즌에 스위스에서 만나는 예쁜 문화와 집 이야기

강현진  | 2003-12-24

12월에 들어서자 마자 스위스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찬다. 상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가정집들도 집안 외부를 크리스마스 램프로 가득 매운다던지, 정원의 나무를 램프로 감싼다던지 하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풍긴다. 크리스마스가 년 중 가장 큰 명절이기 때문인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설레임이 가득하다. 그 설레임과 기다림을 즐기는 스위스인들에게는 몇 가지 행사가 있다.


Advent라고 불리는 4개의 초와 예쁜 장식으로 이루어진 장식품을 식탁 위에 놓고, 12월 첫주간에 한개의 촛불을 켜고 밤을 지낸다. 둘째주엔 두번째 초를 함께 켜서 두개의 초에 불을 밝히고, 셋째주엔 세개, 결국 크리스마스가 올 때까지 매주 하나씩 하나씩 초를 늘려가면 크리스마스 주간에는 모든 4개의 초를 밝힌다. 흥미로운 것은 4개의 초가 재미있는 키 차이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래서 첫번째, 두번째 초를 너무 오래 밝혀두면 네째주까지 안남아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매우 재치있게 양(?) 관리를 잘 해야 한다. 매년 이런 작은 행사를 하는 스위스인들은 그 양 조절에 아무 문제가 없는 듯했다. 스위스에서 크리스마스를 처음 보내던 몇 년 전에 왜 사람들이 초를 한꺼번에 안켜고 두개는 남겨두고 두개만 킬까..의심하며 역시 절약 정신이 강하군..이라며 엉뚱한 결론을 내렸던 것이 생각난다. 이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부터 크리스마스를 조심스레 기다리는 그들의 행사가 참 예뻐보인다.

Advent 초는 아주 여러 종류가 있어서 구미에 맞게 구입할 수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직접 재료를 구해다가 만들기도 한다.



사실 이것은 주로 아이들을 위한 선물인데,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으로 올해는 나도 직접 사다 걸어놓았다.

크리스마스 용 달력에는 24개의 숨겨진 그림들이 있다. 12월 1일부터 그 날짜에 맞는 숫자가 있는 작은 문들을 하나하나 뜯어 내면서 그 안에 무슨 그림이 있는지 보는 것이다. 컨셉은 매우 심플하지만, 매일아침 잊지않고 작은 문 뒤에 있는 그림이 궁금해 진다. 더 진화된 형태로는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초컬릿이 있는 형태이다. 한꺼번에 먹으면 안되고 꼭 하루에 하나씩만 열어야 한다. ^^


어릴 때 캐롤송에서만 등장하는 줄 알았던 산타 할아버지가 이곳 스위스에는 정말로 존재한다.

매년 12월 6일은 산타 클로스 데이이다. 물론 길거리에 각 상점에서 꾸민 가짜 산타 할아버지들이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등의 행사도 하지만, 이날의 핵심은 이 날 밤이다. 아이들은 정말로 산타 할아버지가 착한 일 나쁜 일 한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믿고, 또 자기에게 근사한 선물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이들이 모인 어느 저녁의 스위스 가정에 초대를 받아 나는 처음으로 이곳 스위스에서 산타 할아버지를 만났다. ‘슈무츨리’ 라고 불리는 시커먼 또 다른 할아버지(선물 등을 운반하고 산타 할아버지를 돕는 그의 비서격인 듯 했다.)를 대동하고는 아이들을 너무도 오래동안 기다리게 하고 나타난 산타 할아버지… 아이들은 흥분하고 동시에 조용해 진다. 산타 할아버지는 빨간 책을 꺼내어 들고 한아이씩 이름을 부르며 마치 심판(?)을 하듯이 올해는 뭘 잘했고, 뭘 잘못했는지 매우 친절하면서도 엄하게 타이르며(물론 부모들이 메모한 것을 근사해 보이는 빨간 책에 붙여서 읽는 것이지만..) 선물을 안겨준다. 한 아이씩 돌아가며 하는데, 아이들은 자기의 행위에 기뻐하고 또 반성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또 산타 할아버지에게 잘 보인다고 노래를 준비해 부르기도 하고, 그림을 그려 오기도 했다. 실제로 스위스 어린이들은 8살 정도까지 이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는다고 한다. 어른인 내 눈에 비친 그 산타 클로스 데이는 매우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행사임에 틀림없었다. 물론 내가 그 존재를 믿는 어린이의 입장이였다면 더 스릴있었겠지만…



스위스는 옆나라 프랑스 독일과 비교해서도 주거의 질이 더 높다. 그만큼 집들도 오래 되어도 튼튼하게 잘 짓고, 레노베이션도 발달되어 있고, 특히나 각 집집마다 그들의 개성대로 스타일있게 꾸미고 산다. 늘 다른 집들을 방문할 때마다 실망하지 않고 그들의 인위적인 느낌이 없는 자연히 멋스런 인테리어 솜씨에 놀라곤 한다. 이번에 산타 클로스 데이에 초대받아 방문한 집에도 사람을 정말 편안하게 하면서도 눈을 즐겁게 하는 감각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들만의 크리스마스 시즌의 자유로운 인테리어의 모습을 살짝 엿보자.

이렇게 창가에 놓을 수도 있고 선반에 놓기도 하고, 테이블에 놓기도 한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푹신한 인형 표현하기도 이렇게 사진처럼 심플한 조각으로 연출하기도 한다. 매년 열리는 크리스마켓에 가면 온갖 종류의 세트들을 구입할 수 있다.

자세히 보면 하나도 통일된 요소가 없다. 철제테이블, 유리 테이블, 각각 다른 색감과 디자인의 의자와 소파. 그럼에도 너무 자연스럽고 경쾌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나 손님치레가 많은 크리스마스 시즌엔 이렇게 다양한 요소를 한곳에 배치해도 오히려 더 따뜻하고 산뜻하다.

사서 장식하지 말고, 직접 손 때가 묻은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자연스럽게 한벽 전체를 걸쳐 걸어 보는 건 어떨까.

식탁이 있는 코너는 밝은 노랑으로 벽을 메워 화사한 분위기를 준다. 방석들도 거실의 분위기처럼 가지각색의 색이지만 마냥 따스하다. 화려하거나 공식이 있을 것 같은 식탁은 아니지만, 맘껏 먹고 맘껏 웃을 수 있는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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