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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런던의 아트 앤 디자인 유학 준비와 생활가이드

황현빈 통신원 | 2006-04-10




1회의 내용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간 듯 하다. 왜냐하면 그 이후로 종종 영국의 아트와 디자인 관련 유학에 관한 질문이 가득 담긴 메일을 받기 때문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떠오르는 유학도시로써 영국과 런던,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 남는 것을 넘어선 멋진 유학생되기 등 직접 겪고 줍기도 하고 전해도 들은 경험들과 생각을 묶어 예비 유학생들의 궁금한 점에 대해 알려주고자 한다.


취재ㅣ 황현빈 런던통신원(bni1218@hotmail.com)



메일을 통해 필자에게 관심을 보여준 분들 역시 불굴의 의지를 지닌 한국인들인지라 다들 욕심이 많아 보였다. 한 예로 한 사람의 관심분야가 파인아트에서 멀티미디어까지 다양한 경우도 있었다. 관심분야가 많은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자신이 꼭 하고 싶은 것, 공부하고 싶은 것을 어느 정도 좁혀두는 것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 나쁘지 않다.


한 학교를 선택할 때 제일 좋은 방법은 그 학교의 졸업 전시를 보는 것이다. 물론 해마다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그 차이는 대단하지 않다고 본다. 뛰어나던 그렇지 않던 간에 졸업전은 그 학교와 그 과정 만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영국의 많은 예술 학교의 졸업 전시는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에 열린다. 만약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시기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해 듣는 명성이나 유학원에서 접하는 브로슈어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학교의 느낌과 흐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리고 나서 좋고 나쁨은 자기가 결정짓는 게 아닐까? 필자의 경험으로는 유학 전 아주 중요한 요소로 믿었던 권위있는 언론의 학교 평가 순위보다 더 신뢰도가 높다고 본다.





이 방법의 단점이 있다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개인의 경험에 따른 것이 많을 수 있어 편파적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졸업생에게서 얻어진 정보는 그 사람의 졸업 년도에 따라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아트와 디자인이라는 전공 자체가 시대의 흐름과 직접 연결된 것이기에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도 빨리 변하는 경향이 있다.


그 다음으로는 유명한 졸업생을 찾아 보는 것 보다 유명한 사람이 교수로 있는 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유명한 졸업생이 많은 학교가 좋은 학교일 확률이 높기도 하지만 모두가 아는 사실 중 하나는 스타 디자이너나 아티스트는 학교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이 복합적으로 잘 어우러질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적절한 시대의 흐름, 인맥, 정부의 정책 등... 그리고 그 스타 졸업생이 받았던 것과 완전히 똑같은 내용을 교육받기도 기대할 수 없지만 또 그럴 수 있다고 해도 개개인에서 비롯되는 여러가지 차이점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잘 아는 스타 디자이너나 아티스트가 교수로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현지에서 유명한 스튜디오의 아트디렉터나 떠오르는 신예 작가가 교수로 있을 경우에도 청출어람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2학년 2학기에 필자의 과정으로 초빙된 한 젊은 강사에게 품었던 나의 의구심은 그와 함께한 첫 세미나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그의 예리한 안목만큼 열린 사고에 대한 감탄만 남게 되었다. 대단한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숨 쉰 자체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마련이다. 자신을 가르치는 동안에 그 교수가 관련된 책을 낸다면 저자의 자필 사인을 얻게 되는 것은 물론 싼 값에 그 책을 살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된다.

필자가 있는 학교에서는 많은 워크샵을 통해 현업에서 유명한 사람들을 초빙해 학생들과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알만한 이름값을 가진 사람이 오는 날에는 대단위 강의실이 학생들로 꽉 들어찬다.


마지막으로 참고해야 할 것은 학교의 브로슈어를 볼 때 비주얼적인 것에 현혹되지 말고 꼼꼼하게 한 자 한 자 읽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나 다른 언어라고 어려워 하지 말고 영어 독해 하나 더 한다는 느낌으로 또박또박 읽어나가면 이 학교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 과정의 목표는 무엇인지 대강 알게 된다. 그리고 나서 그 옆에 첨부된 재학생의 작업을 참고해야 한다. 학과의 이름이 모든 것을 표현한다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또 비슷비슷해 보이는 소개 같을지 몰라도 조금씩 차이는 있게 마련이다.

필자의 경우 일년이 지난 뒤 학교와 학과 설명을 읽고 더 일찍 꼼꼼하게 읽지 않은 것을 후회하였다. 그것은 학교 선택은 물론 적응에 대한 하나의 지침서이다. 학교 입학 후 필요한 시설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을 때 학교 브로슈어를 참고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도 쉽고 그에 관한 많은 도움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유학생이 겪는 문제 중 가장 큰 것은 당연할 수도 있고 의외일 수 있는 '영어'나 언어 문제일 것이다. 영어 학원이 아닌 이상 영어를 잘 못한다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하거나 편의를 봐주는 것은 없다. 가끔 친절한 교수나 반 친구들 혹은 과사무실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은 극 소수다.


이것은 평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데, 평가 항목 중 프리젠테이션과 관련된 것에 외국인 학생이라고 차등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영어 때문에 전날 밤 적어둔 것을 읽는 다는 사람도 있고 그것이 역효과를 내서 그냥 단어만 기억해 둔다는 사람이 있듯이 경우에 따라, 특히 튜터의 친절함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훌륭한 작업과 그 작업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노력을 보여줄 수 있는 증거, 비주얼 프로세스가 당연히 필요한 지도 모른다. 또,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주눅 들지 않고 자신있게 조금은 여유 부리면서 겁먹은 티를 내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정도가 다를지라도 이곳의 영국 학생들도 프리젠테이션 때에는 긴장한다. 그러나 늘 반응이 좋은 학생의 그것은 그 학생의 농담 한마디의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말투과 열정 가득한 눈빛일 경우가 많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학교 홍보물에 이 학교가 가진 특징있는 시설에 대해 인지해 둘 필요가 있다. 그것은 유학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입학 초기 오리엔테이션 때 학교 시설에 관한 설명과 사용법, 사용시간 등을 그 방면의 테크니션(학교에 상주하는 기술자들로써 학교 시설 사용과 작업에 필요한 것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가끔 튜터보다 더한 도움을 주기도 한다.)들이 나와서 알려주고 그것들이 위치한 곳으로 학교 투어를 하기도 한다. 테크니션과 친해질 경우 튜터와 친해지는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이것은 내가 못한 아쉬운 경험 중 하나이기에 예비 유학생들에게 꼭 해볼 것으로 권하고 싶다.


세계 어느 곳이든 도서관은 배움의 장이다. 학교의 특성에 따라 도서관의 특징도 다르게 되는데, 프린팅으로 유명한 필자의 학교의 경우 매우 오래된 장서도 보관해 도서관 한 곳에 바꿔가며 전시해 두거나 신청하면 열람 가능하게 해 두었다. 도서관의 컬렉션은 웬만한 그 분야의 작은 박물관 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

런던의 비싼 물가때문인지 합법적으로 파트타임이 가능한 이유에서인지 런던의 유학생들이 다른 곳의 유학생들 보다 아르바이트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다. 그러한 이유에서 도서관을 추천한다. 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학교에서 공강 시간을 매우 효과적으로 보낼 수 있고, 자신의 프로젝트 마감 기간에 따른 시간 조절 등 다른 곳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편의를 봐주기도 한다. 하는 일은 보통 반납된 책을 정리하거나 데스크에 앉아서 대출, 반납을 해주는 일을 한다. 물론 급여도 나쁘지 않기에 공강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내면서 여행자금정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 지 싶다. 나의 경우는 신청서를 내었지만 어떤 이유에서 인지 연락이 오지 않아서 경험하지 못한 것 중 하나이다.


유학 생활을 하기 전 가장 큰 착각 중 하나는 우정의 국제화였다. 한국의 학교와 다르게 학교에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마주치고 친해질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의도되지 않은 왕따가 되고 싶지 않다면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의 경우에는 친하지는 않지만 자주 마주치게 되는 반 친구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외국 친구들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은 귀찮더라도 내색하지 않는 다는 것이기에 먼 거리에서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눈웃음을 보내고 가까이서는 'hi, how are you?'라도 가볍게 던져본다.

매주 금요일이나 학기 마지막 날에 끼리끼리 모일 때 자연스럽게 동화되어도 좋다. 예의 상 묻는 것 같아도 우선은 'yes'라고 해둔다. 혹 선약이 있어 함께 하지 못할 경우에는 아쉬움 보이며 '다음에 꼭 같이 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어느 정도 얼굴을 익힌 것 같으면 파티에 참석하는 것이다. 누구의 생일이나 집들이 같은 경우에 반 전체에 공고를 하거나 초대장을 돌리는 데, '아는 사람이 없어서...','별로 친하지 않은 데, 가면 실례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잠시 접고 한번만이라도 파티에 참석해보기를 권한다.


처음엔 누구나 망설이고 고민한다. 하지만 술자리만큼 서로 친해질 수 있는 자리는 드물다. 서로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또다른 의미의 '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끔 동양 학생들끼리 하는 파티도 있는 데, 서양 아이들로 가득찬 파티보다는 참석하기가 덜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런 자리에 한 두번 얼굴을 내미는 것으로도 친밀감을 높여 인사할 사람이 아무도 없던 수업 시간이 하나 둘 아는 사람들로 채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곳이든 밝고 적극적인 자세가 사람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예비 유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질문 다음에 꼭 묻는 것이 있다. '런던의 물가가 살인적이라면서요? 얼마나 들어요?' 이에 대한 성의 없는 대답을 하자면 이렇다. ' 한국에서 쓰는 당신의 용돈은 얼마인가요? 그것이 친구의 그것과 똑같나요? 그리고 서울도 물가 높기로 소문난 도시 중 하나예요.'

영국 내에서도 런던은 생활비가 가장 비싼 도시이다. bbc 뉴스에서 보도된 바에 의하면 런던 내로 진학한 대학생의 경우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한 해 적게는 3,000파운드에서 5,000파운드까지 더 많은 비용이 든다고 한다.


한국 유학생 모두가 경제적으로 평등한 공산주의 출신이 아니기에 개개인의 사정이 다른 게 당연하다. 또, 돈의 쓰임에 대한 가치 기준도 다른데, 예를 들어 '한 사람은 먹는 데 적게 쓰고 잠은 편안한 데서 자겠다' 혹은 '잘 먹고 좀 불편한 데서 자자'라는 식이 될 것이다. 그래서 비용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할 때가 가장 조심스럽다. 얼굴도 모르는 사이에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도, 대답을 해주는 자신이 자린고비 처량한 유학생으로 기억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의 학교 측과 한 유학원에서 잡은 비용을 기준으로 하자면(2004년) 런던의 생활비는 한해 8,000파운드 정도 예상할 수 있는데 (매년 5-10%정도 인상분을 고려할 것) 그 중 집 값이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서울에서 자취를 했던 경험이 있는 필자로써는 런던의 집 값을 빼고는 생활비는 서울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싼 것 같다.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생활하는 공간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기숙사는 학교와 관련된 것과 사설 기숙사가 있다. 학교 기숙사가 사설 기숙사에 비해 조금 저렴하고 학교 근처에 있는 경우가 많아 처음 런던 생활에 적응할 때는 매우 유용하다. 또 같은 학교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고 영어를 늘 사용할 경우가 많아서 영어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단점은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가득찬 기숙사이기 때문에 주말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에는 건물 전체가 떠들썩할 수도 있고, 부엌과 같이 사용하는 공간은 청소원이 따로 있지 않은 경우에는 서로의 무관심과 이기심 속에 매우 더러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보통 1년이 지나면 신입생들과 마지막 졸업생들에게 우선권이 돌아가기 때문에 보통 첫해가 지나면 학생들은 마음 맞는 친구와 나와서 살거나 다른 기숙사를 찾아나간다. 같은 플랏을 쓰던 친구들이 서로 정이 들어 같이 플랏을 새로 구해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설 기숙사의 경우에는 경우가 다를 수 있지만 갖춰진 시설은 비슷하며 좀 더 엄격한 규칙이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유학생이 많이 이용하는 주거형태는 플랏쉐어일 것이다. 플랏이란 한 집을 말하며 보통 마음이 맞는 친구와 1-2개의 방이 갖춰진 플랏을 구해 같이 나눠 쓰거나 3-4개 방이 있는 큰 집에서 내놓은 방에 들어가서 산다. 전자의 경우에는 관리비나 전기세, 물세 같은 것을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귀찮음이 있지만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마음에 맞는 사람과 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후자의 경우 집세만 내면 거의 모든 것이 해결되지만 전자에 비해 약간 비싸거나 같이 사는 사람의 성격을 모른채 들어가서 살아야 하는 점도 있다.


또한 한국의 원룸처럼 스튜디오 플랏이나 베드싯 같은 경우도 있다. 홈스테이의 경우는 한국의 하숙을 생각하면 된다. 또 일반 가정에서 남는 방을 세주는 경우도 있다. 보통 정년 퇴직한 노인 부부일 경우가 많은데, 운 좋은 경우 영국 할머니 할아버지의 보살핌 아래 있을 수 있다. 필자의 경우 2년 동안 2번의 학교 기숙사, 사설기숙사, 플랏 쉐어를 다 거쳤기에 이사에 신물이 나올 정도이지만, 대부분 유학생들은 여러 이유에서 1년에 한번 이상 이사를 한다.

외국인들과의 쉐어의 장점은 첫 번째는 영어이다. 같이 사는 외국인이 영국인이 아니더라도 한국어가 통하지 않는 이상 영어를 쓴다. 두 번째는 다양한 문화의 체험이다. 당연하지만 외국에 있을 때 가장 많이 외국인을 사귈 수 있지 않을까? 세 번째는 플랏 메이트들과 친해지게 되면 다양한 일상 경험을 통해 영국 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 보통 기숙사에 생활하는 영국 학생들은 지방 출신이 많다. 런더너들보다 좀 더 친근하고 수더분한 그들로부터 영국 가정이나 연예인 이야기, 가쉽, 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 요리 등 생활에 관한 것을 들을 수 있다.

단점은 가끔 한국 음식 냄새에 대해 거부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과 한국사람들처럼 살가운 챙김 같은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보통은 음식 냄새에 민감하기 보다는 호기심을 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국에서도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찾으려고 한다면 재래시장을 가봐야 하는 것처럼 이곳도 마찬가지이다. 또 같은 물건이라도 마켓이 할인 마켓보다 싼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활비를 절약하고자 한다면 마켓이 있는 동네로 집을 구하는 것도 좋다. 인심 또한 후하기 때문에 가령 과일가게 아저씨에게 'hi, how are you?' 한다면 덤으로 이쁜 사과 하나를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파운드 숍이라고 우리나라에서 한 때 유행한 천냥 가게처럼 대부분의 물품이 1파운드 선인 가게도 있어서 플라스틱 용기나 호일 등과 같이 싼 주방용품이나 비누, 스프레이, 캔 콜라팩 같은 것도 싸게 살 수 있다. 또 한국과 같이 테스코, 아스다, 세인즈 버리 등 대형 할인점도 있기 때문에 알뜰하게 구매 계획을 세운다면 생활비 걱정을 심하게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가이드 북에서나 나올 법한 주제이지만 런던은 6월 말부터 시작되는 여름 세일과 12월 크리스마스 이후에 시작되는 겨울 세일이 가장 규모가 크고 할인폭도 크다. 그 기간에는 한국에서 고가인 명품백에서 유학생의 필수품인 스케치북과 연필 등 학용품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것이 반액 정도에 팔린다. 그 기간을 잘 이용해서 그동안 눈여져 두었던 것을 사거나 다음 학기 필수품을 사둔다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지 않을 까 싶다. 그러나 싸다가 너무 많이 사게 된다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여행책자를 보더라도 런던의 갤러리, 뮤지엄에 대한 설명은 빠지지 않는다. 가끔 학교 수업시간에 가까운 갤러리에서 야외 수업을 하거나 세미나 내용에 따라가기 위해서는 현재 열리고 있는 전시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전통적인 느낌의 내셔날 갤러리와 테이트 브리튼, V&A에서 현대적인 디자인 뮤지엄, 화이트 채플 갤러리, 헤이우드 갤러리, 테이트 모던 등 각자의 개성을 지닌 훌륭한 미술관들이 많다. (기회가 닿는 대로 런던의 갤러리에 대해 알려줄 칼럼을 구성해보고자 한다.) 전시의 내용 이외에도 전시관의 레이아웃이나 인테리어, 건물 외관 등 볼 거리, 배울 거리는 많다.




디자인이나 예술 관련 전문 서점들이 차링 크로스를 중심으로 런던 곳곳에 있다. 일반 큰 서점에도 미술 관련 책자가 많은 편이다. 또 미술관에도 서점이 있어서 전시를 보고 나오는 길에 관련된 전시 자료 이외에도 미술 전반의 책을 구경할 수 있다. 이곳에 비해 한국에서는 이러한 전문 서적 구하기가 쉽지 않고 가격도 매우 비싸기 때문에 예전부터 눈여겨 두었던 책이나 즐겨보던 외국 잡지를 보게 된다면 가지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기 힘들 것이다.

꼭 디자인 서적이 아니더라도 서점에서 배울 것이 많다. 본인의 전공과 관계해서는 책 표지를 살펴보거나 내용의 레이아웃, 광고 배너 등 많은 그래픽 요소부터 현재 런더너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주제는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마케팅을 공부하거나 사업과 관련된 공부를 하는 학생이라면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듯 싶다.


학교 자체에서 인턴쉽 프로그램을 가진 경우도 적지 않지만 학교 게시판이나 정보지를 통해 현지에서 인턴쉽 자리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인턴이 하는 일이 하찮은 일일수록 급료가 형편없을 때도 있지만 운이 좋다면 취업과 연결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고 해외경력과 영어실력향상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그것과 관련해서는 자신이 속한 과정의 튜터와 상의하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다.


힘들게 공부하러 와서 놀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발칙할 수도 있지만, 독자의 대부분은 디자인, 미술 혹은 예술 전반과 관련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에 런던의 놀거리도 하나의 문화 분야의 공부가 될 수 있다. 또 예술가들이 잘 모이는 이스트 엔드 지역의 바에서 우연히 친해지게 된 사람으로부터 작업 제의를 받고 연락처를 주고 받을 수도 있다. 친구들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펍이나 클럽, 바의 인테리어, 분위기, 아이템, 디자인 요소들 등 그것의 특징에 따라 달라지는 여러가지 요소를 체감하면서 머리 속에 남길 수 있다면 미래를 위한 즐거운 투자라고 생각한다.


혹시 유럽여행을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면 마음만 먹으면 영국 유학 생활 중에 유럽 전역을 누벼볼 수 있다. 이번 봄 저가 항공사의 세일기간에 산 런던- 바르셀로나 왕복 비행기 값이 5만원이 채 안 되었으니... 시간과 자금에서 여유가 생기는 대로 떠날 수 있다.

영국 전역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필자의 견해로는 유럽의 많은 매력을 함축해서 담아 놓은 곳이 영국이지 싶다. 스코틀랜드의 때묻지 않은 자연, 구석구석에 간직된 고대 로마의 유적지, 중세의 매력을 지닌 작은 여러 마을들과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스톤헨지 등 볼 거리는 많다.

갑작스럽게 여행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학교 밖 공부의 모든 것을 단시간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여행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변덕스러운 날씨를 좋아하는 나도 가끔은 런던의 우중충한 우울함에 질려 떠나고 싶을 때가 많다. 그리고 떠나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돌아오는 날 즈음에 나도 모르게 서울보다 런던을 그리워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놀랄 때가 많았다. 버스정류장의 작은 표지판에서도 그 곳 사람들이 숨쉬는 마켓 한켠의 그래피티에서도 예술 학도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지 않을까?

갑자기 물설고 땅설은 런던으로 날아 온다고 해서 인생이 한번에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유학 생활 동안 느낀 것은 '적극적인 자세로 부지런하게 산다'면 세상 어디에서든 성공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유학을 자신의 삶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기회로 생각하고 있지만, 유학을 한다면 뭔가 달라질 것 같고, 또 그래야만 하는 것 같은 생각은 한국에 버려두고 오기 바란다.


어린 아이의 호기심과 하나하나 새로 배워나갈 마음 가짐으로 '다 가길래 나도 갈래'가 아닌 꼭 가야 하는 당위성 혹은 목표를 가지고 유학길에 오르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런던의 회색 우울함에 파묻혀 방에서 혼자 울다 다시 되돌아 가는 짐을 쌀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또 비용 절약에 급급해가며 너무 각박한 생활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트 앤 디자인 이라는 공부 자체가 문화와 관련된 것이기에 지갑은 얄팍할 지언정 마음 만은 여유로운 유학생이 되는 것이 일상 생활에서 유학 생활에서 많이 배우고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와서 둘러보면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문화 생활도 많고 샌드위치와 커피 한 잔 들고 가까운 공원에서 점심 시간을 즐기는 것도 다 마음의 여유에서 나오는 멋있는 생활이 아닐런지...


런던은 유럽에서 날씨에서부터 생활전반까지 가장 활발하고 가장 변화무쌍하고 가장 다양한 도시이다. 즉, 가장 전통적인 것과 최고 모던한 것이 혼재하는 유럽형 대도시이다. 따라서 생각보다 많은 인종이 섞여있고, 상상해오던 런던의 신사는 찾기 힘들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나에게 '런던은 어때?'라고 물을 때마다 난 '내 자신과 너무 비슷해서 아직 잘 모르겠어. 아직도 내가 알지 못하는 숨겨진 면이 있을 것 같아'라고...그리고 찰스 디킨스는 말했다. 런던이 싫증난 사람은 세상에, 삶에 싫증난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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