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스페이스 | 리뷰

다이나그램_ 송규만 교수

한기준 DIGIT 대표 | 2017-06-05

 


 

건축가의 취향을 고집하는 건축은 과연 좋은 건축일까? 아니면 건축주의 요구만을 충족시키는 건축이 좋은 건축일까? 송규만 교수는 항상 이에 대한 고민을 갖고 다이나그램을 이끌고 있다. 송규만 교수는 다이나그램 나름의 색상을 표현하면서 건축주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여 디자인에 접목시키고, 더 나아가 건축주가 미쳐 챙기지 못했던 부분의 데이터를 찾아내 디자인을 한다. 때문에 다이나그램에는 건축디자이너뿐 아니라 산업디자이너, 시각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 단순히 형태를 만들어내는 행위가 아닌, 다차원적인 고민으로 건축을 행하고 있는 송규만 교수를 만나보았다.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송규만 교수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송규만 교수


 

다이나그램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요? 다이나그램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다이나그램은 DYNAMIC과 DIAGRAM의 합성어입니다. 디자이너는 디자인 아이디어의 에센스(Essence)를 기능적이고 논리적으로 발전시키고 표현하는 도구로 다이어그램(Diagram)을 쓰죠. ‘역동적 다이어그램’이라는 의미를 가진 다이나그램은 토탈디자인을 수행하는 조직으로서, ‘논리적 창작(Logical Creativity)’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홍익대학교에서 교수로 있다 보니 다양한 디자인 실무 프로젝트를 접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다이나그램이라는 디자인 조직을 통해서 실무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어요. 다이나그램은 건축가, 제품디자이너, 시각디자이너, 등 다양한 디자인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 중심 디자인 조직입니다.

  

완도 모노레일 프로젝트 콘셉트 포스터

완도 모노레일 프로젝트 콘셉트 포스터


 

‘토탈디자인 조직’이라는 아이덴티티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르네상스 시대까지만 해도 건축가라는 직업은 건물의 설계뿐 아니라, 제품, 시각, 디자인 등 디자인의 거의 모든 영역을 담당했어요. 이러한 이유로 여러 분야에 능하고 관심도 많은 사람을 르네상스맨이라고도 하죠. 그러나 근현대를 거치며 건축 산업분야 기술의 발전과 디자인 분야의 전문화로 건축가의 업무영역이 축소되었습니다. 지금은 정보기술과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건축가가 다시 예전처럼 다양한 디자인 분야를 담당할 수 있는 방법과 기술이 존재해요. 현재 저에겐 건축설계가 주 업무이지만 브랜딩, 공간브랜딩, 제품디자인, 정보디자인 등 건물이나 공간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디자인 대상 영역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디자인 조직이 건축, 인테리어, 브랜딩부터 공간에 들어가는 제품까지 모두 디자인한다면 미적/기능적/질적인 측면에서 일관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2016년 세계물포럼의 벤치디자인과 제작

2016년 세계물포럼의 벤치디자인과 제작


 

주변에서 건축 설계 분야에 집중하는 곳을 권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디자인의 과정이나 원리는 모든 디자인 분야가 같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각 디자인 분야가 가지고 있는 특정 노하우는 해당분야 전문가와의 긴밀한 협업과 연구를 통해 보완하고 습득하고 있어요. 

 

송규만 교수와 다이나그램 구성원들

송규만 교수와 다이나그램 구성원들

 

 

여러 분야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하시면서 생기는 시너지 효과나 애로사항이 있나요?

다이나그램에서는 여러 분야의 디자이너들과 같이 업무를 진행하게 됩니다. 건축설계뿐 아니라, 브랜딩, 제품디자인, UI/UX 디자인 업무를 위한 시각디자이너, 제품디자이너 등 다양한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운영비가 많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어요. 하지만 다른 분야의 팀원들이 서로 같이 배울 수 있다는 점은 좋습니다. 예를 들어서 제품 디자인하는 친구한테 건축프로젝트에서 ‘계단만 한번 제품설계하듯이 멋지게 설계해보라’고하면 건축 쪽에서 전혀 생각지 못하는 디테일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논현동 77번지 음오아빌딩의 내부

논현동 77번지 음오아빌딩의 내부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을 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건축 분야도 사용자 중심 디자인이 굉장히 필요한 분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를 소홀히 생각하는 건축가들이 많이 있어요. 사용자들의 요구 사항을 어떻게 고려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는지 건축가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건축주와 많은 대화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건축주는 사용자 중 한 명일 뿐 이에요. 주택일 경우 건축주가 아빠라고 하면 사용자는 가족입니다. 아빠는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일 뿐인 것이죠. 5인 가족을 위한 집이라고 한다면 5명 모두의 의견과 요구사항을 들어야 하고 생활패턴을 파악해야 합니다. 오피스 건축의 건축주가 대기업이라고 한다면 회장님이나 사장님은 건물의 사용자 중 한 명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 사옥을 사용하는 임원, 직원, 주차관리자, 택배기사, 청소관리자 등 많은 사용자층 중의 한 명인 거예요. 각자의 요구 사항도 다르고 사용 패턴도 달라서 건축주가 모든 사용자를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인포그래픽이 건축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다이나그램은 사용자가 다수인 경우, 사용자 인터뷰, 설문조사, 관찰조사 등 다양한 사용자 조사 기법을 통해 공간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설계에 적용하고, 완성된 설계안을 시나리오에 대입하여 공간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 검증합니다. 건축 프로젝트는 경제성과도 직결되는 부분이 많아요. 단순하게 건축가 입장에서 시공비나 설계비를 가지고 경제성을 따지는 건 옛날이야기예요. 시공비가 비싸더라도 운영하는데 비용이 적게 든다던지, 사용자가 1시간 소요할 작업을 공간 효율화 덕분에 10분 20분을 줄일 수 있다면 그것에서 오는 경제성은 단순히 시공비에 비교해서는 월등히 높을 수 있습니다. 건물은 한번 지으면 최소 30년 이상 사용하기 때문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건물의 가치는 훨씬 증대되는 것이죠.

 

저희는 건축주에게 사용자 분석과 공간 시뮬레이션으로 입증하는 단계를 꼭 거칩니다. 물론 제품이나 소프트웨어 디자인 분야에서는 일반화된 과정이지만, 공간디자인에서 그런 기법을 사용해서 작업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제품은 프로토타입을 제작하여 목표 사용자나 개발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검증을 할 수가 있지만 건물은 시제품 만들어서 해볼 수 없기 때문에 가상으로 시나리오 베이스에 시뮬레이션을 합니다.

 

콘셉트 포스터와 세심한 건축 모형으로 클라이언트와 소통한다.

콘셉트 포스터와 세심한 건축 모형으로 클라이언트와 소통한다.

 

호텔 28의 프로젝트 콘셉트 포스터

호텔 28의 프로젝트 콘셉트 포스터


완공된 호텔28의 전경

완공된 호텔28의 전경

 


호텔 28의 브랜딩 디자인과 어플리케이션디자인

호텔 28의 브랜딩 디자인과 어플리케이션디자인

 

2014 보건복지부 인력개발원 인테리어

2014 보건복지부 인력개발원 인테리어


2014 보건복지부 인력개발원 전시인테리어

2014 보건복지부 인력개발원 전시인테리어

 

 

앞으로 우리나라 건축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두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선 건축가의 윤리의식 고취라 할 수 있습니다. 건축가는 변호사나 의사와 같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모두 갖춘 대표적인 전문직이에요. 우리가 의사의 진찰이나 변호사와 상담을 할 경우에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건축가는 상담이나 답사뿐 아니라, 기획설계까지도 공짜로 해주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경쟁업체의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설계비를 덤핑 수준으로 내려놓기도 하죠. 건축물의 준공식에 건축가가 초대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는 건축가가 다른 전문직에 비해 전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저는 이러한 이유가 사회적 환경이나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이 아니라, 한국의 건축가들이 자초한 결과라고 생각을 해요. 건축가로서의 직업관과 윤리의식 없이 일감을 얻겠다는 욕심으로 무료 서비스를 해주고, 가격을 깎아주고, 경쟁업체에 대한 부정적 피드백을 서슴지 않는 경우를 많이 목격합니다. 환자가 의사에게 진찰이나 치료를 받고 가격을 흥정하지 않습니다. 변호사에게 상담비를 시간당으로 지급하는 것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의사들은 자신이 볼 수 없는 환자가 올 경우 다른 의사나 병원을 자발적으로 추천해 줍니다. 

 

한국 건축가들의 건축설계 역량은 이미 세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건축가로서의 직업의식과 직업윤리에 대한 인식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건축학도나 건축가의 직업관과 윤리 교육에 대한 더욱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실무에서의 실행이 그 무엇보다 필요해요. 그것만이 건축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건축교육의 다양화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 사회는 자하 하디드 같은 기념비적 건축물을 설계하는 건축가도 필요하지만, 작은 마을의 농가주택이나 다세대 주택을 기능적이고 튼튼하게 설계할 수 있는 건축가도 필요합니다. 자하 하디드 같은 건축가들만이 꼭 훌륭한 건축가는 아니라는 점이에요. 파사드가 모두 유리로 된 멋진 주택을 예로 들게요. 건축 상을 탄 주택인데 실제 거주하는 사용자는 여름에 덥고 겨울에는 추워서 거주 만족도가 매우 낮았습니다. 건축 잡지에 실리고 상을 받은 건물이라고 꼭 좋은 건축이라고 할 수 없어요. 

 

반대로 그러한 새로운 시도가 없었다면 건축의 발전 또한 어려울 수 있겠죠. 학교에서의 설계 스튜디오에서는 보통 건축 잡지에서 보는듯한, 창의적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을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요. 지금까지 건축교육에서는 학생들에게 건축설계에 대한 폭넓은 시각과 관점을 키워주는 교육이 부족하지 않았나 자책해 봅니다. 우리 사회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건축가도 필요하고, 지역에서 이웃의 신뢰를 바탕으로 소박하지만 기능적이고 튼튼한 건물을 구현하는 건축가도 필요해요. 이러한 측면에서 좀 더 다양하고 폭넓은 관점에서 설계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5 대구 세계물포럼 파빌리온 ‘원천’

2015 대구 세계물포럼 파빌리온 ‘원천’

 

 

다이나그램의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누구나 ‘다이나그램이구나’라고 알 수 있도록, 다이나그램의 아이덴티티가 인식될 수 있는 퀄리티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하는 디자인들이 사용자와 건축주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 것이 목표예요. 디자인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것이 다이나그램의 비전이고요.

 

홍익대학교 교수로서 건축학과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말씀해주신다면?

너무 열심히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너무 열심히 하느라고 건강을 챙기지 못하고, 불행해하면서까지 하는 건 좋지 않아요. 자신의 미래 계획과 전략을 세우고 조금은 느리게, 차곡차곡 경험을 쌓으라고 하고 싶어요. 우리는 누구나 조급함과 불안함으로 인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잘못된 길로 들어가는 경험을 합니다. 건축은 호흡이 매우 긴 직업이에요. 자신이 건축가로서 준비가 되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지만, 그만큼 그만두는 시점도 다른 직업에 비해 늦죠. 주변의 이야기나 현재 상황에 좌우되지 말고 소신과 전략을 가지고 준비하다 보면 자신의 목표를 이루고 사회에 기여하는 훌륭한 건축가로 성장할 것입니다.  

 

글_ 한기준 디지털 디자인 DIGIT 대표 (digitart.kr, dbxkrvk2@naver.com)

동행취재_ 백승원 DIGIT 매니저

 

facebook twitter

#건축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