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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될성부른 청춘

타이포그래피 서울 | 2016-11-02

 

 

시각디자인과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 디자이너. 사회 생활한 지 몇 년쯤 됐을 거로 생각했던 건 작업 때문이었다. 몇몇 눈에 띄는 타이포그래피 작업과 단순히 개인 작업이라 하기엔 독특한 시각과 표현의 깊이가 남달랐던 것. 세상의 모든 것을 흡수할 기운으로 다양함을 삶에 기꺼이 끌어들이는 사람, 그래픽 디자이너 김승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본인에 대한 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과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있는 김승태라고 합니다. 저는 주로 타이포그래피를 기반으로 한 작업을 하고 있으며, 현재는 스튜디오 AABB에서 디자인 인턴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복수전공이 불어불문학이잖아요, 선택에 대한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2012년 여름, 프랑스에 있는 오베르뉴 지역으로 3주간 워크캠프를 가게 됐어요. 그때는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었고 원래는 1지망으로 독일에서 열리는 아트 페스티벌 관련 캠프에 지원했던 터라 프랑스는 제게 굉장히 낯선 곳이었어요. 베이스캠프에 가기 전 1주일간 수도인 파리에 머물렀는데, 그때부터 파리의 건물, 지하철, 간판, 사인시스템 등 도시에 있는 모든 것에 매료되기 시작했지요. 그 이후로 파리에서 꼭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작년에 운 좋게도 파리에 있는 학교로 교환학생을 갈 수 있었죠. 제가 간 학교는 프랑스에 있지만, 미국 학교여서 모든 수업이 다 영어로 진행됐고 프랑스어는 그 학교에서 처음으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제가 워낙 프랑스어와 문화에 관심이 많은 데다가 배우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 보니 언어를 배우는 게 무척 재미있더라고요. 교환학생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해서 프랑스어를 공부하려고 복수전공으로 불어불문학을 선택했어요. 그런데 사실 저는 불문과 수업 중에서도 프랑스어 수업만 주로 듣기 때문에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있다고 하기는 뭐하고 그냥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은 어땠나요?

제가 교환학생으로 공부했던 학교는 패션과 디자인 매니지먼트로 유명한 학교였는데, 제가 들었던 수업 중에서 'Editorial Design for Fashion'이라는 수업이 굉장히 새롭고 유익했어요. 이 수업은 한 학기 동안 패션 매거진을 만들어보는 것이었는데, 그 전까지는 정통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그들의 작업을 주로 봐왔다면 이 수업을 통해서 다양한 패션 매거진과 패션 에디터, 아트디렉터, 포토그래퍼들에 대해 알게 됐어요. 제가 공부하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 단순히 그래픽을 만들어내는 것 이상으로 전반적인 패션, 공간, 제품, 사진 등을 아우르는 아트디렉팅 분야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고 제 진로에 대해서도 좀 더 폭넓게 생각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프랑스에서의 교환학생은 사실 학교에서보다 학교 밖에서 배운 게 더 많았다고 생각해요. 파리에서는 1년 내내 유익한 전시가 끊이질 않았고, 어디를 가더라도 보고 배울게 넘쳤기 때문에 저같이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무척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닐까 해요. 특히 저는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파리에서도 남들이 가보지 않은 곳, 알려지지 않은 곳을 많이 찾아다녔어요. 그 과정에서 보고 배운 프랑스 사회와 역사, 예술가, 건축가들에 관한 것들이 제 전공에 직접 도움이 되지는 않아도 폭넓고도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 준 것이 가장 보람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외국에서 살아본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인데, 제게는 그곳이 파리였기 때문에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좌] 국민대 도예과 2013 졸업전시 포스터 <Mold 27>, 2013 [우] 허민재 콜로퀴움 포스터 <Orgasm>, 2016

[좌] 국민대 도예과 2013 졸업전시 포스터 , 2013 [우] 허민재 콜로퀴움 포스터 , 2016

 

(왼쪽부터) 과자전6 참여 엽서 <태권도>, 2015 / 조규형 콜로퀴움 포스터, 2016 / 제4회 퓨휴전 포스터, 2013

(왼쪽부터) 과자전6 참여 엽서 <태권도>, 2015 / 조규형 콜로퀴움 포스터, 2016 / 제4회 퓨휴전 포스터, 2013

 

학생 신분으로 인턴이 아닌 협업 관계로 디자인 스튜디오들과 일한 경험도 있잖아요. 어떠셨나요?

스튜디오 경험은 2학년 방학 때 학교 선배가 운영하는 작업실에서 일을 도와드렸던 것이 시작이었어요. 그것이 계기가 되어 다른 디자인 스튜디오와도 인연이 닿아 협업 방식으로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고요. 저는 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학생으로서는 경험하기 힘든 큰 규모의 프로젝트들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고 저 자신이 브랜딩에 많은 흥미를 느낀다는 점을 깨닫게 됐어요. 현재는 학교 교수님께서 운영하시는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데, 저는 아직 학생이고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했던 작업은 어떤 것이 있나요?

가장 최근에 한 작업은 지난 학기에 들었던 스튜디오 수업의 결과물이에요. 우리 학교는 스튜디오 수업이 기업적 디자인, 사회문화적 디자인, 작가적 디자인, 이렇게 세 분류로 나뉘는데 제가 지난 학기에 들었던 수업은 사회문화적 디자인 스튜디오였어요. 수업은 신문에 나오는 사회문화적 현상 중 한 가지를 선정해 개인적으로 재해석한 뒤 그것을 시각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저는 기사 하나를 골라 그 안에 나오는 '어글리코리언'이라는 단어에 집중했어요.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면 교양 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고 저는 이것이 개인의 의식 수준에 따른 차이이지 나라와 국민성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데, '어글리코리언'이라는 단어는 교양 없는 행동에 대한 단순한 경계의 목적을 넘어 우리 자신을 지나치게 일반화하고 깎아내리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느꼈어요. 저는 이러한 생각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 고민했고 결과적으로 총 네 페이지로 구성된 책자를 만들었지요. 표지에는 <어글리코리언 7가지 행동유형>이라는 제목과 함께 종이에 뚫린 7개의 구멍 안에서 한국인인 고길동이 흔히 말하는 어글리코리언 행동을 하고 있고, 이 구멍이 뚫린 표지를 넘기면 영어로 <7 things not to do while traveling abroad>라는 제목과 함께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고길동과 함께 똑같은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이었어요. 저는 작업을 할 때 무엇보다 결과물의 시각적인 면을 가장 중시하는 편이었는데, 이 작업을 할 때는 사회적 이슈를 재해석하고 그것을 전달하기 위한 적절한 매체와 표현 방법을 찾는 것에 가장 집중했어요. 어렵기는 했지만, 이전에는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의 작업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본인의 작업 스타일은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작업에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요소를 넣으려고 노력해요. 제 작업 중에서 특히 연하장 작업이 그런 성격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 2014년에는 청마의 해라서 곰돌이 푸우에 나오는 이요르의 꼬리를, 2015년에는 청양의 해라서 파란색 울마크와 거기서 파생된 실의 형태로 글자를 만들었던 방식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올해도 원숭이의 해에 어울리게 프랑스식 말장난을 이용해 만들었는데 인쇄를 잘못하는 바람에 지인들한테 보내지는 못했어요. 어쨌거나 저는 이렇게 재미있고 재치 있는 작업이 좋고 저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어글리코리언, 2016

어글리코리언, 2016

 

Year of Eeyore, 2014

Year of Eeyore, 2014

 

[좌] Year of the Sheep, 2015 [우] Year of Monkey, 2016

[좌] Year of the Sheep, 2015 [우] Year of Monkey, 2016

 

특히 타이포그래피 작업이 눈에 띄는데요, 어떤 요소에 공을 많이 들이나요?

작업할 때 전달하려는 주제나 이미지가 있는 경우 저는 타이틀에 쓰이는 글자 자체에서 그것이 연상되도록 만드는 편이에요. 주제를 드러내는 사진이나 일러스트 혹은 다른 그래픽 요소를 넣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도 있지만, 저는 그런 요소들의 특성이 글자 자체에서 드러날 때 시각적으로 더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이런 작업을 할 때는 때에 따라서 완전히 새로운 글자를 만들기도 하지만 보통은 기존의 서체를 주제에 맞게 변형하거나 가공해서 만드는 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 과정에 아무래도 공을 많이 들이게 되죠. 

 

한글꼴연구회 활동도 하셨네요. 디자이너로서 한글에 대한 생각은 어때요?

말씀하신 대로 저는 한글꼴연구회 활동도 했었고 심지어 글꼴 디자인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적도 있는데, 저의 최근 작업엔 한글이 주가 된 작업은 많이 없다는 점이 아쉬워요. 한번은 외국인이 한글을 디자인하거나 한글로 디자인했을 때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알파벳을 일상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제가 그것으로 무언가를 디자인했을 때 알파벳이 익숙한 사람에게는 어색하게 비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글은 비례와 간격에 매우 예민한 문자라서 만들고 다루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인만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문자이기 때문에 한글로 된 작업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끝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단기적으로 졸업 후 진로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저만의 브랜드를 갖는 것이 목표예요. 작가나 패션 디자이너, 음악가들이 다른 것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주기적으로 자신의 작업을 발표하는 것처럼 그래픽 디자이너도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또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하는 사람은 다룰 수 있는 매체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다양한 것들을 창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저만의 색을 가진 무언가를 만들어서 언젠가는 사람들이 그것을 소비하고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앞으로 계속 고민해 볼 생각입니다.

 

[좌] 리슨투더시티 콜로퀴움 포스터 <R.I.P. CITY>, 2016 [우] xD24 국제디자인워크숍 포스터, 2014

[좌] 리슨투더시티 콜로퀴움 포스터 , 2016 [우] xD24 국제디자인워크숍 포스터, 2014

 

[좌] 홍익시디 사이니지 715호, 2014 [우] 홍익시디 사이니지 727호, 2014

[좌] 홍익시디 사이니지 715호, 2014 [우] 홍익시디 사이니지 727호,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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