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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 리뷰

순수한 그래서 창의적인 디자인, 오운유

2016-06-24

 


 

우리는 흔히 아이들의 그림이 가장 창의적이라 말한다. 실제로 아이들의 그림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그림이 좋은 진짜 이유는 그 안에서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멋내지 않은 선으로 다른 사람들의 눈을 위해서가 아닌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 아이들의 그림이 오랜 시간 미술을 ‘교육’받은 어른들의 그림보다 빛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 있을거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 | 오운유(www.ownu.co.kr)

 

아이들의 그림은 직선과 곡선, 도형 모두 삐뚤빼뚤하다. 어느 것 하나 온전하지 않지만 그래서 어떤 그림보다 자유롭고 자유롭다. 이 자유로움이 이토록 큰 에너지를 줄 수 있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오운유’는 누구보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의 가능성을 잘 알고 있는 브랜드다. ‘순수하고 엉뚱한 발상’을 지닌 아이들의 그림을 바탕으로 가방을 디자인하는 오운유는 아이들을 ‘소중하고 특별한 크리에이터’이자, ‘이 세상에서 가장 창조적인 사람’이라 말한다. 

 

오운유는 아이들의 그림을 바탕으로 가방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다.

오운유는 아이들의 그림을 바탕으로 가방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다.


 

안지혜 대표는 쌈지, 코오롱, 키플링, EXR 등의 브랜드에서 오랜 시간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온유를 만나고 자신만의 브랜드 ‘오운유’를 론칭했다. 지금은 문지영 디자이너와 함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오운유(OWN U)’라는 이름은 ‘OWN’에 ‘YOU’를 더해 만든 것. “‘OWN’이라는 말이 참 좋아서 거기에 이것저것 다 넣어봤어요. 수많은 것들을 넣어보다 ‘YOU’를 넣었는데 ‘오운유’가 됐죠. 아이의 이름은 쓰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어감이 예뻐서 쓰게 됐어요.” ‘온유’는 안 대표의 큰 딸이다. 

 

브랜드 네이밍뿐 아니라 초반 런칭 작업 땐 ‘쓰바’ 캐릭터와 ‘금지’ 시리즈를 선보인 ‘닭똥집 디자인’과 ‘낮잠 디자인’의 친구들이 디렉터 역할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닭똥집 디자인’ 친구들은 안 대표의 쌈지 동료들이다. 

 

온유는 그림을 참 잘 그린다. 누가보아도 아이가 그린 그림이지만 ‘어떻게 이런 표현을 했을까’, ‘어떻게 이런 모습을 관찰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림들은 여러 어른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디자이너인 엄마를 닮아서일까. “전 그냥 도구만 제공했어요. 지금도 크레파스로 꼼꼼하게 칠하는 건 하지 못해요. 하지만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걸 잘해요.” 

 

짐작했겠지만 오운유는 아이의 그림을 모티브로 한다. 안 대표의 아이 온유가 아이디어의 원천인 셈이다.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온유의 그림은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가방이 된다. “아이가 그린 그림 중에서도 특별히 눈에 띄는 것들이 있어요. ‘이걸 활용하면 좋겠다’ 하는 것들이요. 그런 그림을 가지고 다시 디자인을 합니다. 그림이 예뻐서 그대로 가방에 넣을 수도 있지만 그건 누구나 에코백으로 만들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도 해봤지만 뭔가 제대로 된 디자인이 나오질 않더라고요.” 

 

아이가 그린 드로잉이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완성도 있는 디자인을 위해 아이가 그린 그림은 대부분 그래픽 작업을 거치는데 그림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는 선에서만 디자인 작업이 이루어진다. 

 

아이가 그린 물고기 그림을 활용해 디자인한 오운유의 물고기 모양 파우치

아이가 그린 물고기 그림을 활용해 디자인한 오운유의 물고기 모양 파우치

온유가 그린 물고기 그림은 은갈치 필통이 됐다.

온유가 그린 물고기 그림은 은갈치 필통이 됐다.


 

오운유의 브랜드는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다. 처음 브랜드 론칭을 할 땐 ‘동물’ 시리즈를 선보였다. “동물을 소재로 한 온유의 그림을 최대한 모으고 그 중에서 어떤 것이 나올 수 있을까 끄적거리다가 나오게 된 디자인들이에요. 모두 아이가 그린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을 합니다.” 

 

그동안 대기업 패션 브랜드에서 디자인을 할 때도 안 대표는 워낙 ‘튀는’ 디자인을 추구했었다. 딱 떨어지는 디자인보다는 모자른듯한 디자인을 좋아했고 덜 다듬어진듯한 그림과 손맛이 느껴지는 그림들을 선호했다. 차분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은 체질적으로 잘 맞지 않는다는 그녀는 아이를 임신하고도, 출산을 하고도 계속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둘째 아이를 출산한 후에는 일을 하면서 대학원까지 다녔다. 학부에서는 산업디자인, 패션을 전공했지만 대학원에서는 오래전부터 그녀의 관심사였던 ‘핸드드로잉을 이용한 우연적인 기법’에 대해 연구했다. 아이의 그림을 활용하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예전부터 핸드드로잉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논문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고민을 했지만 아무리 그려도 느낌이 오지 않았죠. 그러다 어느 날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았는데 ‘이거다, 이걸로 해보자’ 했어요. 회사에 있을 땐 시즌그래픽에 맞춰 디자인을 했지만, 내 디자인을 위해 나만의 모티브가 필요했었거든요.” 

 

동물을 모티브로 한 그림을 모아 동물 라인을 선보였다.

동물을 모티브로 한 그림을 모아 동물 라인을 선보였다.


 

그렇게 모티브를 찾고 디자인을 해서 오운유는 2014년 7월 론칭했다. 에이랜드 본점(명동), 가로수길, 코엑스점에 입점을 시작으로 현재 ddp, 삼청동 하티스트, 국립현대미술관, 두타, 두타면세점 등에 입점돼있다. 삼청동 하티스트와는 B2B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손수 준비해 단독으로 메종드 파리에도 참여했다. 

 

“직접 쇼 참가 승인을 받고 마케팅 지원을 받아서 참가했어요. 단체 소속으로 참여하는 게 아니어서 페이퍼 작업부터 조명설치까지 모두 직접 준비했죠." 첫 참여였지만 반응도 좋았고 수주도 따냈다. 홍콩에는 이미 입점이 돼있고 중국, 일본과도 조율 중에 있다. 

온유가 그린 펭귄 그림을 모티브로 한 신제품은 업사이클링 제품이다.
닭 그림을 모티브로 디자인된 가방. 업사이클링 라인으로 가방에 사용된 닭의 가죽에는 자투리 가죽이 활용됐다.

온유가 그린 펭귄과 일본에 살고있는 유이 어린이가 그린 닭을 모티브로 디자인된 가방. 업사이클링 라인으로 자투리 가죽이 활용됐다.


 

오운유는 업사이클링 디자인 브랜드이기도 하다. 가죽재단방에서 남는 짜투리 가죽을 활용해서 작은 가방을 만들고 삼성 제일모직으로부터 남는 원단을 기증받아 가방으로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다. 이번에는 신제품으로 버려지는 가죽을 활용해 40가지가 넘는 다양한 색의 가죽 가방도 선보인다. 펭귄, 닭 등, 역시 아이들의 그림에서 모티브를 따 제작된 신제품 백에도 버려지는 짜투리 가죽이 활용됐다. 업사이클링이다보니 가방마다 다른 색의 가죽이 사용되기도 한다.

 

“회사에 있으면서 어마어마한 양의 자재, 부자재가 쌓이고 버려지고 하는 것을 정말 많이 봤어요. 업사이클링이라는 게 품이 많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리오더를 하거나 외국에서 수주를 받을 땐 똑같은 제품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참 커요. 하지만 업사이클링은 디자이너들이 꼭 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전부는 하지 못하더라도 라인별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오운유는 삼성 제일모직으로부터 원단을 기증받아 업사이클링 가방으로 제작하기도 한다.

오운유는 삼성 제일모직으로부터 원단을 기증받아 업사이클링 가방으로 제작하기도 한다.


오운유는 삼성 하티스트와 B2B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운유가 삼성 하티스트와 진행했던 B2B프로젝트


 

오운유의 탄생 배경이 됐던 온유가 크면 오운유는 어떻게 될까. 온유의 동생이 바통을 이어받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온유의 동생은 성향이 달라서 그림을 잘 그리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드로잉을 모티브로 하는 오운유는 세계 각국의 아이들의 그림을 선정해서 라인을 선보이면서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온유’에 이어 두 번째 라인은 캐나다의 ‘아라’가 주인공이고 세 번째 주인공은 일본에 살고 있다. “주변의 지인들을 통해 그림을 수집하고 그 중에서 응용할만한 것들을 선정하는 작업을 거치죠. 아직은 시작단계이지만 아이들과의 작업이 너, 다섯 라인 정도로 늘어나면 재능기부와 사회환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오운유 안지혜 대표와 안 대표에게 모티브를 준 온유 어린이와 동생

오운유 안지혜 대표와 안 대표에게 모티브를 준 온유 어린이와 동생


 

온유 어린이가 성장한 만큼 브랜드 오운유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이들의 그림에서 시작된 만큼 아이들의 그림을 꼭 닮은 오운유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펼쳐갈지 궁금해진다. 유난히 눈망울이 예쁜 아이의 미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오운유의 앞으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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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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