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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문화로 노는 게 짱

2016-06-09

 


문화로놀이짱을 처음 안 것은 버려진 가구를 활용해 새로운 가구를 만드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로서였다. 하지만 문화로놀이짱에는 훨씬 더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그 의미와 그들의 활동은 여러 기사들을 통해 소개가 됐지만 여전히 궁금했다. “버려지는 목재들의 다양한 쓰임을 연구하고 손노동을 통해 생산하며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과 양식을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인 문화로놀이짱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존재하는지 말이다. 문화로놀이짱을 처음 만든 안연정 대표를 만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방법들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문화로놀이짱의 공동대표들. (왼쪽부터) 정영재, 김은영, 안연정, 김정석,  오아름.

문화로놀이짱의 공동대표들. (왼쪽부터) 정영재, 김은영, 안연정, 김정석, 오아름 대표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

대학을 졸업하고 우연히 문화기획자 안영노 선생님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10대들을 위한 테마 프로젝트, 하자센터에서의 프로젝트들을 진행했고 ‘세대론’, ‘공간’, ‘작업장’, ‘자기 삶 디자인하기’와 같은 테마를 기본적인 관심분야로 삼게 됐다. 홍대 앞에서 지내게 되면서 내가 하던 일들을 지역과 연결 지었고 디자인하는 친구들과 만나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볼 생각으로 시작했던 시장 활동이 지금과 같은 제작소 기반의 공공시스템을 만드는 일로 확장됐다.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자’ 정도의 모토를 가지고 창고와 공방을 만들었다. 

 

문화로놀이짱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나

문화로놀이짱은 2000년대 초반에 진행했던 프로그램 이름이었는데 지금까지 사용하게 됐다. 이곳의 분위기가 어른들의 놀이터, 혹은 탈출구 같은 느낌도 있지 않나. 우리가 외치는 이야기들이나 만드는 방식들도 그렇고. 그런 생각으로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명랑에너지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어떻게 만들어졌나

명랑에너지발전소의 활동 자체가 놀이짱을 만들기 위한 이유였다.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직업이나 취미활동으로써의 만들기 말고 생존으로써의 만들기에 관심 있었다. 꼭 돈벌이를 위한 만들기가 아니라 공급되는 것들을 소비하는 양식을 넘어서고 싶었다. 소비율의 정도가 너무 높아지다 보니 계속 벌어야겠다는 생각만하고 경쟁구도 안에서 계속 빠져나오지 못한다. 일은 ‘해야 하는 일’ 또는 ‘벌이를 위한 일’들로만 나눠지고 직업은 굉장히 제한적으로 정해진다. ‘꿈’이라는 말은 할 수 조차 없다. 이런 것이 내가 목격했던 20대 후반이었다. 잠시잠깐 재미있게 놀다가도 결국은 무겁게 삶을 책임지는 구조로 끌려들어가는 듯한 분위기가 싫었고 ‘자기답게 산다는 게 진짜 허구인가?’ 생각했다. 

 

내가 홍대 앞에서 만났던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위해 기꺼이 노동을 통해 벌이를 하지만 자존감을 가지고 훨씬 더 풍요롭게 자기 삶을 사는 모습이었다. 그들이 만드는 문화, 거리, 가게, 생활공간이 하나의 동네를 형성했는데 그곳에서 더 다양한 삶의 양식들을 보았다. 그걸 보면서 저렇게 살려면 필요한 게 뭘까 생각했다. 당시 나도 소비의존도가 높았고 소비로만 문제해결을 하려고 했다. 그것 말고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소비에 대응할만한 생산력을 갖거나 공유시스템으로 해결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됐던 배경엔 홍대 앞이 소비화, 상업화되면서 활동의 토대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있었다. 밀려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찾다보니 쉐어하면서 여럿이 서로 기댈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 소유가 아닌 공유하는 방식, 소비로만 해결하던 것들을 함께 생산하면서 소비대응력을 높이는 것. 

 

그런 활동을 하다 보니 정말 내 생활이 변했다. 균형감이 생겼고 내 조절에 따른 운영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것이 자기주도적인 삶의 방식이라 한다면, 그것이 가능하다면 같은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반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고 최소한의 생산에 대해 상상할 수 있을 정도의 기반을 떠올렸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나눠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제작소였다. 

 

마포석유비축기지 내에 자리한 문화로놀이짱

마포석유비축기지 내에 자리한 문화로놀이짱


 

지금은 여러분이 함께 운영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분들이 모여 있나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이 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올해 초부터 공동운영으로 구조를 전환했다. 모인 사람들의 이력은 되게 다양하다. 무언가를 만들면서 사는 삶을 원하거나 놀이짱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스스로 자기 삶을 디자인’하기 위해 온 친구들도 있고 놀이짱이 만들어내는 활동과 이슈에 관심을 갖고 기획, 참여를 위해 온 친구도 있다.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온 친구도 있다.    

 

가장 메인이 되는 일은

명랑에너지발전소가 이야기하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방식들을 찾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메인이 되는 일이다. 사회적 자원, 공적자원들이 주도해서 우리의 공동의 자산으로 마련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같은 개인들이 일을 하는 것이고 우리 스스로가 플랫폼을 만든 거다. 플랫폼도 우리가 벌어서 유지하자는 거다. 소비의 대응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소비하고 무엇을 소비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만들기’를 함께 했다. 수리병원이나 명랑에너지발전소 활동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그때그때 당면한 문제들을 보면서 이루어졌다. 

 

해결사들의 수리병원은 어떻게 하게 됐나

수리병원의 수거활동은 당시 얼마나 재활용 가능한 것들이 많은지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면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생각보다 양이 너무 많았고 버려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자원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고쳐 쓰는 문화적인 기반자체가 없는 것도 알게 됐다. 각자에게 스스로 하라고 요구하기보다 재미있게 함께 하는 장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수리병원을 하게 됐고 가구이외에도 비슷한 맥락에서 다른 활동을 하는 해결사들도 있을 테니 그들의 일들을 재미있게 소개해보자는 취지에서 의사와 비슷한 해결사, 하나의 병원처럼 자연스럽게 진행하게 됐다. 

 

이곳에 와서 사람들은 무엇을 느끼나

스스로가 생각하고 발견하고 성취했을 때 엄청난 자존감의 회복 같은 걸 느낀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자신의 디자인에 맞춰 재료들을 잘라내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재활용하려고 모아놓은 재료들을 가지고 그것들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합치시켜나가는 과정들이다. 그러한 한계 안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구현해나가는 작업을 하다보면 매우 큰 성취감을 느낀다. 노동이 주는 고립감 같은 것도 있다. 그런 것들이 사람들을 한번 크게 환기시키는 거다. 어떤 자극에 의해 느껴지는 기쁨이 다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단순히 취미활동에서 느끼는 재미와는 또 다르다. 그것이 다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하는 활력이 된다. 주기적인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만드는 사람도 있고 우리처럼 그걸 직업으로 삼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난 이것이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목공’인 이유

생활생산을 할 수 있는 기본 기술이자 토대이기 때문이다. 생활에 기본이 되는 것을 가장 많이 만들 수 있는 기술이라 생각했다. 숟가락도 만들지만 집도 만들 수 있는 것이 나무와 목공기술이지 않나. 생활의 문제해결력에 있어 큰 스펙트럼을 차지한다. 나무를 좋아했지만 잘 다루거나 했던 건 아니다. 필요하기 때문에, 이것을 하기 위해 배웠다. 재활용을 할 수 있게 나무를 재생하는 것 자체도 참 좋다. 나무 조각을 이어붙인 가구들엔 본드가 들어가는데 새나무로 작업을 하면 독성이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그런 면에서 재활용하는 나무들은 숙성도가 높은 건강한 재료들이다. 재활용나무를 쓰건 새나무를 섞어 쓰건 그것이 다시 돌아왔을 때 이 리소스가 우리에게 훌륭한 재료가 되도록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문화로놀이짱은 생활에 기본이 되는 것을 가장 많이 만들 수 있는 기술로 목공을 선택했다.

 

문화로놀이짱은 생활에 기본이 되는 것을 가장 많이 만들 수 있는 기술로 목공을 선택했다.

문화로놀이짱은 생활에 기본이 되는 것을 가장 많이 만들 수 있는 기술로 목공을 선택했다.


 

일단은 돈을 벌어야 생활도 하고 단체도 유지될 텐데 수입원은?   

벌이는 보통 가구나 공간작업으로 한다. 재활용할 수 있는 재료로 가구들을 만들면서 그걸로 만들어진 공간, 인테리어 디자인을 한다. 공공시장, 즉 여러 사람이 모여 활동할 수 있는 공간에 필요한 사물, 사회적 디자인에 가까운 캠페인을 할 수 있는 매대나 부스 등과 관련된 작업들도 한다. 주로 수레나 매대 만들기 같은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공간작업으로 먹고 산다.   

 

가구와 공간은 어떤 식으로 만드나

우선 폐가구를 수거하면 적재공간을 줄이기 위해 재료들을 다 해체해서 보관한다. 집안에서 사용하는 모든 가구를 다 제작하는데 가구 제작 의뢰가 들어오면 그 재료들을 가지고 주로 패터닝을 해서 만든다. 공간작업을 할 땐 재활용재료나 예전에 만들어두었던 오브제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새로운 재료를 쓰더라도 이후에 다시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런 부분이 합의가 되는 클라이언트와 주로 작업을 한다. 공간에서의 사용이 끝나면 다시 재활용해서 다른 가구들을 만든다. 짧은 행사에서 필요한 오브제들도 끝난 후엔 재활용을 한다는 전제로 모두 해체가 가능한 방식으로 만든다. 분당 수내동에 있는 한살림 카페는 놀이짱의 라인업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가격이 비싸지 않나

그래야 하는데 사실 그렇게 받지 못한다. 그냥 핸드메이드에 초점을 맞추고 시간대비로 계산, 책정해서 사람들이 살 수 있겠다하는 정도의 적정가격을 산출하려고 노력한다. 대중화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과 우리도 살 수 있을 정도의 가구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 역시 ‘우리라면 이 가구를 살까’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딜레마다. 고객이 가지고 있는 가용예산안에서 좋은 재료들로 공간과 잘 어울리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들려고 한다. 보통 어느 정도의 예산을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그 정도 예산에서 만들 수 있는 정도를 이야기한 후 작업을 시작한다.  

 

폐가구로 만들어지는 문화로놀이짱의 가구들은 모두 해체가 가능한 패터닝 방식으로 제작된다.

문화로놀이짱의 사무실 문과 사무실에 놓인 테이블도 폐가구로 만들어졌다. 문화로놀이짱의 가구들은 모두 해체가 가능한 패터닝 방식으로 제작된다.

비빌기지 내 소생공간에서는 문화로놀이짱이 제작한 거울과 트레이 등 오브제를 볼 수 있다.

비빌기지 내 소생공간에서는 문화로놀이짱이 제작한 거울과 트레이 등 오브제를 볼 수 있다.


 

문화로놀이짱이 자리한 공간이 특이하다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유휴공간을 엄청 많이 찾아다녔다. 유휴공간을 찾은 것은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이곳은 석유비축기지로 사용하다 사용을 멈춘 그래서 방치돼있던 상태였다. 우리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들과 오히려 더 잘 맞는 점이 있었다. 약간 섬처럼 떨어져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뭔가 다른 삶을 꿈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올만한 공간이기도 했고, 우리 자신에게도 소비 공간에서 벗어나 이곳으로 들어오고 나면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걸 해결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을 갖게 하는 곳이었다. 뒤에 있는 산을 통해 계절변화도 가장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 그 안에서 생활하다보니 도시에서 살 때하고는 완전히 다른 기운을 받으면서 ‘성장하는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현재 재생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나

서울시의 건축설계공모를 통해 설계작이 결정됐고 사업이 시작됐다. 현재 이곳에서는 마포석유비축기지 재생 및 공원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비빌기지는 지난 7년간 형성된 장소가치와 문화적 자원들을 보존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논의하고 있고 조성계획에 포함돼 공간을 재구성, 존치할 수 있는 방안과 향후 공유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안들을 협의 중에 있다. 

 

비빌기지는 어떤 곳인가

비빌기지는 자급하고 순환하는 삶을 지향하는 문화생산자들의 자발적인 커뮤니티다. 자립과 자족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갖고 활동했던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이곳에 모여 공유지로서의 맥락, 콘셉트, 새로운 실험 등을 통해 운영해보자는 의미에서 이행기 프로젝트로 ‘비빌기지’를 만들었다. 휴식과 여가만을 즐기다 오라고 요구되는 ‘관리중심의 공간이 아닌’, 시민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는 제작소, 먹거리에 대해 인식을 바꾸고 스스로 자족할 수 있는 구조에 대응하는 도시 텃밭과 부엌, 이러한 큰 축에서의 커뮤니티 시스템을 중심으로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책방, 회의실 등의 공간들, 각자 활동할 수 있는 기본 공간들로 자리를 잡고자 했다. 친구들과 함께 나누어 쓰는 공간으로 해체시키면서 비빌기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더 큰 커뮤니티 스페이스가 됐다. 

 

현재 문화비축기지 공원 공사가 진행 중인 이행기 공간에서의 부엌텃밭과 작업장, 도서관 등의 시민참여적 공간실험을 진행하고 있고 문화로놀이짱을 포함해 마르쉐@친구들, 자란다, 소생공단, 생활건축연구소, 라라미디어, 달바목공, 카바레사운드, 바람부는 연구소, 파주타이포그라피 학교, 파티- 키친스카우드, 효자맥주 등이 자리하고 있다.

 

스스로 자립하는 삶 이루려면 어떤 자세 가져야할까

경쟁체재 안에서 각자도생에 대해서는 매우 경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자립’이나 ‘자급’이나 ‘스스로’라는 말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엄청 약한 사람이구나’를 알게 된다. 내가 약하다는 걸 알아야만 비로소 협력이 가능해진다. 결국에는 서로 기여하고 기대면서 살아야하는데 지금 자본구조는 모두를 분리, 혼자 살아남으라고 하고 모든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 둔다. 여기서 벗어나는 방법은 ‘혼자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깨는 것인데 그러기위해선 내가 얼마나 나약하고 작은 사람인지 알아야한다. 

 

계급적인 관점, 금수저, 흙수저의 논리로 나약한 사람임을 아는 게 아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인간관계 말고 그 이상의 관계들을 발견하는 순간 더 큰 세계를 깨닫고 그 안에 모든 관계들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생기지 않을까. 그런 기회들을 통해 인간의 존재를 발견하고 나면 공동체 안에서 서로 기대고 기여하면서 다르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될 것 같다. 

 

문화로놀이짱의 앞마당에서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자라고 있는 식물들

문화로놀이짱의 앞마당에서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자라고 있는 식물들


 

실천이 쉽지 않을 것 같다

협력, 되게 힘들다. 오히려 돈으로 지불하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다. ‘어떤 게 답이다’ 보다는 ‘그것의 한계는 뭘까’, 혹은 ‘내가 진정으로 살고 싶은, 더 풍요롭다고 느끼는 삶은 무엇일까’를 계속 생각하다보면 ‘어떻게 살고 싶다’는 창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쉬운 건 아니다. 대안들을 그냥 두고 ‘이걸 하다 안 되면 저 길로 가야지’ 하는 것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부의 상황들이 나를 움직이도록 기다리거나 내팽개쳐 두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것이 참 좋을 것 같다, 힘든 점도 있겠지만

5명의 멤버가 매일 이렇게 출근하고 항상 같이 있다. 매일 같이 지내다보면 불편하거나 나의 한계가 드러날 때도 있다. 그래도 좋은 건 미안하다고 말하거나 반대로 도와달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거다. 이제 이런 게 참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 나이가 됐기 때문에 이런 토대가 더욱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살다보면 어느 것 하나 완벽한건 없는 것 같다. 이 안에선 훨씬 더 밀도 높은 관계를 맺어야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도 있고 관계 안에서 실망할 때도 있다. 하지만 냉소하고 체념하는 게 아니라 적어도 이야기하고자 하는 용기를 가질 수 있고 서로가 이야기하면서 또 다른 합의를 할 수 있다. 그것이 참 중요하고 엄청난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재미있을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본능적으로만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에 갇히려고 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기도 하다. 그냥 해야 해서 하는 거지 좋아해서 혹은 재미있어서 하는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나의 선호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뭔가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재미있어서 한다고 생각하는데 재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내가 모든 걸 책임지고 조정하는 것이 나한텐 재미있는 것이겠지만 그게 감각적으로 되게 재미있거나 사람들이 보통 이야기하는 재미는 아니다. 그냥 내가 앎의 기쁨을 느끼거나 성장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다. 

 

지금까지 활동들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늘 없는 길들을 가는 것이 참 좋았다. 경로를 만든다는 건 매우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하고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해야 하는 일이지만 대신 새로운 관계나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다. 거기서 스스로 혹은 우리가 해결해 나가며 얻는 경험은 굉장하다. 삶에 자신감도 많이 생긴다. ‘내가 누구에게 어떤 대접을 받으면서 살게 될까’ 하는 것이 전혀 상관없어진다. 그런 자유로움이 생긴다. 무엇보다 하나의 생명체로서 죽는 순간까지 성숙하게 살고 싶다는 욕구들이 생기는 것이 이 일을 하면서 제일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생산자로 불리는데, 어떤 사람들로 소개되면 좋겠나

제작노동을 하는 사람들. 이곳을 일구려면 엄청난 노동을 해야 한다. 우리가 갖게 된 여러 자립기술들로 우리의 생활방식들을 만들다보면 ‘문화생산자’로서의 역할도 하나의 양식이 된다. 그 양식들을 통해 누군가를 착취하거나 환경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다시 재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런 것이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개념적으로 문화생산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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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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