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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이태리 타올부터 촛불소녀 캐릭터까지, 코리아디자인 2008

2009-02-24

모나미 153 볼펜, 칠성사이다, 아기공룡 둘리, 경부고속도로, 궁전식 예식장, 한겨레신문, 타워펠리스… 서로 어울리지 않은 듯 보이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디자인문화사에 손꼽힐 만한 ‘코리아디자인’ 52가지에 선정된 목록들이다. ‘디자인 코리아’를 모토로 현재와 미래를 위한 많은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정작 ‘코리아디자인’에 대한 논의와 정리가 부족했던 현실에서 아카이빙 작업의 첫 발을 내디딘 디자인문화재단의 ‘코리아디자인 2008’을 살펴본다.

에디터 | 김유진(egkim@jungle.co.kr)

지난해 10월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한국의 시각문화와 디자인 40년> 을 통해 한국디자인의 과거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던 디자인문화재단은 9월부터 이미 기초조사를 통해 자료를 수집했다. 이어 김인철 한국디자인문화재단 이사장을 비롯, 오창섭, 강현주, 김명환 등 학계 인사로 구성된 네 명의 선정위원과 작품을 추천해줄 김영철, 박해천, 김진경, 최경원 네 명의 큐레이터들과 함께 작업을 진행했다. 큐레이터들은 먼저 추천 이유와 함께 50가지의 주목할만한 디자인 목록을 제출했고, 이 목록을 토대로 지난 12월 선정위원들이 총 52가지의 ‘코리아디자인’을 최종 선정했다.
여기에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개발과 발전에 대한 강박과 욕망”이 점철된 한국 문화사적 맥락을 고려하겠다는 기준이 있었다. 선정위원 중 한 사람인 강현주 교수는 자료집 서문에서 “디자인 크리에이티브나 완성도 등의 기준보다는 당대의 시각문화에 내재한 역사적 특수성을 반영하거나, (중략) 일반인들의 일상적 경험에 미친 영향 등에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목록의 면면은 한국 근현대문화사의 지형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제는 철거 위기에 처한 국내최초의 주상복합건축물 세운상가는 개발도상국이 꿈꾸었던 선진국 진입 열망의 흥망성쇠를 상징하며, 경부고속도로올림픽스타디움은 국가차원에서 이루어진 과시와 쇼잉의 절정으로 드러난다.
근대화를 서구의 모델로 치환한 한국인의 독특한 등식은 궁전식 예식장을 통해 사적 행사의 과시와 쇼잉으로 발현되며, 한발 더 나아가 ‘평범한’ 타인과 구분 짓고자 하는 특권 의식은 타워펠리스로 표상된다. 입식 부엌의 상징인 씽크대의 대표 브랜드 오리표 씽크대나 강남 일대의 아파트 ‘주방’과 디자인의 보조를 맞추려 한 한샘시스템키친, 신도시 이주 붐과 맞물려 확대된 주거공간과 구전 마케팅의 덕을 본 김치냉장고는 각 시대 속에서 가사 생활이 어떻게 현대화되어 왔는지 추측해볼 수 있는 사례다.

반면 고취된 시민의식은 민주화의 열망을 상징하는 이한열의 걸개그림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로쓰기를 전면 도입한 최초의 중앙일간지 한겨레신문은 당시 국민주주신문이라는 의미 또한 지닌다. 모나미 153 볼펜은 한국적 모던디자인으로, 금성사의 A 501 라디오는 디자인 개념이 최초 도입된 전자제품으로, 공간의 경제성과 인체공학적 욕구 그리고 은은한 빛깔의 결합체인 바나나우유는 감성디자인의 사례로 꼽았다. 온 국민에게 때미는 목욕 문화를 만들어낸 초록 빛깔의 이태리 타올과 1980년대까지 존재했던 짙은 다홍색의 공중전화기는 그 시대의 문화와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목록들이다.

‘코리아디자인 2008’은 지난 1월 책자로 출간되었으며, 이와 관련된 자료들은 계속 아카이빙하며 전시로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매 해 다른 선정위원들과 함께 코리아디자인을 선정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디자인문화재단의 이번 연구사업이 매년 변화하는 문화사회적 지형 안에서 또 과거를 어떻게 바라보며, 어떤 것들을 찾아내게 될 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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