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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88서울올림픽 20주년을 기념하다

2008-09-23

88서울올림픽을 기억하는가?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누군가는 서른이 훌쩍 넘어버렸고 그 해에 태어나 기억조차 못하는 88둥이들은 이제 성년이 되었을 정도로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얼마 전 끝난 베이징 올림픽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는 가운데 20년 전 중국보다 앞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뤘던 대한민국.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SOSFO(국민체육진흥공단_김주훈 이사장)가 운영하는 소마미술관은 9월 17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8808 OUTSIDE IN-밖에서 안으로’ 展을 개최한다.

에디터ㅣ 박현영(hypark@jungle.co.kr)
자료제공 ㅣ 소마미술관

이번 전시는 88서울올림픽 2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공원 안에 조각작품이 설치되어 있는 작가들 중 세계적으로 지명도가 있는 해외작가 8명과 국내작가 2명을 엄선, 1988년 당시부터 현재에 이르는 그들의 실내조각 및 드로잉 작품 총 120여 점으로 구성된다.
‘8808’은 1988년에서 2008년에 이르는 시간성을 담고 있으며, ‘Outside In'은 야외조각을 실내로 끌어들여 상호 소통하는 공간성을 상징한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미술관 주변에 설치되어 있는 참여작가들의 작품을 전문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특별 투어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전시 타이틀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고자 하였다(매주 토요일 오후 2시, 4시).
43만여 평에 이르는 올림픽 공원 안 곳곳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있는 작품들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문화올림픽 차원에서 참가국 작가들이 기증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총 220여 점의 작품들이 모태가 되어 현재의 소마미술관에 이르게 되었다. 작품의 내용이나 조각공원의 규모로 보아 세계 최고라 해도 손색없을 훌륭한 자산을 이번 전시를 통해 되돌아봄으로써 서울올림픽의 영광과 문화올림픽의 취지를 다시금 되살려 보고자 한다.

평생 브론즈, 알루미늄, 철 등 금속조각을 해온 엄태정(1938~). 88 서울올림픽 당시 조각공원 내에 예외적으로 화강암을 사용한 <무제> 를 설치하였고, 반복과 변화, 닫힌 형태와 열린 공간, 컬러 대비 등이 비교되는 다이나믹한 구조물을 선보였다. 본 전시의 출품작은 알루미늄과 철판 지지대를 이용한 기하적 입방체와 조각과 연관된 드로잉 작품들로, 알루미늄과 철을 이용, 금속재가 갖는 밀도 있는 질료감에 기하적 형태를 맞물린 응축된 구조물 2점과 그 재료의 밀도감을 표현한 듯 빼곡히 선으로 들어찬 펜 드로잉들을 선보인다.

늘 장소에 관한 것에서 작품의 소재를 찾는 작가는 산과 사막과 같은 풍경 속 기하학에 매혹된다고 말하는 나이젤 홀(1943~). 올림픽공원 작품 ‘통일성’을 계기로 야외조각을 시작한 작가는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에 영감을 받아 많은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본 전시 출품작은 실내조각(table- piece)과 드로잉 총 30여점으로, 사각과 원의 조합이 기본 구조를 이루는 그의 작품에서 정적인 수직선은 명상적 자각의 상태를, 공간을 유영하며 궤적을 그리는 원과 타원형은 각각 순수함과 역동성을 상징한다.


80년대 후반에 등장하여 조성묵(1939~ )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의자 작업은 90년대 후반에 이르러 ‘메시지’와 ‘메신저’ 연작으로 이어지고 국수를 재료로 한 ‘커뮤니케이션' 연작으로 발전한다. 소극적인 메시지가 적극적인 메신저로, 그리고 소통 그 자체로 거듭나며 의자작업이 진화한다. 작가의 자유로운 실험정신을 통해 국수라는 음식의 재료가 미술의 재료가 되고 있는데, 음식은 ‘소통’의 나눔을 상징하고 있으며 의자는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매체다. 본 전시의 출품작 역시 국수를 이용한 작품으로 층고가 9미터에 이르는 전시실 중앙에 펼쳐져 고즈넉한 장관을 연출한다.


60년대에 캔버스 위에 못을 박아 평면회화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못 회화’로 명성을 얻은 귄터 우에커(1930~ ). 60년대 후반에는 신체, 개념, 대지미술 등을 통해 사회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였으며, 80년대 이후 정치, 문화, 종교적 문제로까지 확대시킨다. 조각공원 안의 ‘칼 조각’이 그러한 맥락에서 제작된 것이며, 본 전시의 출품작들은 그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검은 대지(Black Mesa)’ 연작으로, 미국 애리조나 주 나바호 인디언 성소 파괴로 인한 상처의 메타포다. 5미터 이상의 너비를 가진 천 작품들로 그 시각적 임팩트는 작품의 내용과 어우러지며 장엄한 공간을 만들어 낸다.

프랑스 태생의 미국 추상표현주의 조각가로 현대 미술의 대모로 일컬어지며 70세가 넘은 나이에 국제적 명성을 얻은 20세기의 가장 주목받는 조각가 중 한 명 루이즈 부르주아 (1911~ ). 리움미술관 야외에 설치된 ‘거미’ 조각으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는 작가로 본 전시에 총 14점의 드로잉과 1점의 조각을 출품한다. 어린 시절의 고통과 상처를 정화하고 치유하기 위해 조각을 한다는 그의 말처럼, 출품된 그의 조각은 아버지의 불륜으로부터 받은 배신의 상처와 증오심, 어머니에 대한 연민을 표현하고 있다.


추상표현주의의 과도한 감정노출을 극복하려는 미니멀리즘, 개념미술의 대표작가로, 흰색의 반복되는 입방체 구조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솔 르윗(1928~2007). 벽에 걸리는 회화의 한시성을 넘어서는 그의 벽 드로잉(wall drawing)은 60년대 후반의 탈오브제, 탈스튜디오의 성향을 잘 드러내는 것이다. 조각공원 내 설치작 ‘입방체의 모서리’는 시멘트 벽돌의 축적을 통한 건축적 구조를 보여주며, 출품작들은 미니멀리즘을 잘 드러내는 소품 드로잉 작품들로 구성됩니다. 일부는 거대한 벽 드로잉으로도 구현 가능한 작품이다.

활동시기에 유행했던 미니멀이나 대지미술과 무관한 미술, 과학, 기술을 융합한 독특한 세계를 만들어내며 상당량의 다작을 한 작가 브라이언 헌트 (1947~ ). 조각공원 내 ‘신탁’은 두 개의 대조적인 인물입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추상적인 입상과 기하적 형태의 좌대, 추상표현주의의 거친 붓질을 연상케 하는 표면처리는 각각 브랑쿠지와 로댕을 연상케 한다. 두 입상의 대면은 올림픽 정신에 대한 언급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출품작들은 대형 ‘신탁’ 드로잉과 수로 혹은 협곡의 뜻을 가진 ‘Flume’으로 알루미늄 재질의 대형 추상조각 작품이다.


데니스 오펜하임(1938~ )는 1960년대부터 자신의 신체를 이용한 바디 아트(body art), 대지미술, 비디오 아트, 퍼포먼스 등을 펼쳤으며 70년대 중반부터 기계작업으로 전환하여 설치작업을 하였고 80년대 중반에는 조각과 건축이 결합되는 작업을 탄생시켰다. 조각공원 내 <위장지> 는 사방 9미터에 이르는 대형 작품으로 물리적인 힘에 의해 부분적으로 움직이기도 하는 복합적 구조물이다. 테크놀로지와 자연의 대비, 의도적인 복잡한 기계장치, 움직임 등은 변신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며, 관객 참여를 통해 자연-인공, 인간-반인간, 실재-환영의 대립구도를 탐구하고 있다.


헤수스 라파엘 소토(1923~2005)는 옵 아트(optical art)와 키네틱 아트(kinetic art)로 알려져 있는 소토는 투명하고 유동적인 튜브로 인터랙티브 조각을 만들고 관람자의 착시현상을 유도하는 작업들이 유명하다. 조각공원 내 ‘가상의 구’는 우리나라의 태극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알루미늄 재질의 막대를 아래위로 겹치며 태극 문양을 만들어sos 대형 설치작품이다. 출품작은 이를 축소한 미니어처 작품과 소토의 작업개념을 잘 보여주는 옵 아트 계열의 프린트이다.


조지 리키(1907~2002) 는 세계 곳곳에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 키네틱 작가로, 모터를 사용하지 않고 바람을 이용해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어 낸다. 바람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는 그의 작품들은 공간을 닫기도 하고 열기도 하면서 관람자의 명상을 유도한다. 공원 내 설치작품 ‘비스듬히 아래로 향한 두 개의 선’은 미술관 뒷마당 언덕위에서 유유히 관람객의 시선을 끌고 있으며, 출품작들은 이와 관련된 드로잉과 다양한 작품의 설계를 위한 스케치를 비롯하여 작은 사이즈의 키네틱 아트 작품들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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