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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Into Drawing 3 展

2007-12-04

올 초 잘긋기로 개관전을 가진 소마미술관은 다양한 드로잉 전시로 드로잉에 대한 기본개념의 탈피와 자유로운 시각을 선보였다. 올 해의 마지막 드로잉 전이 될 < Into Drawing 3>展은 2006년 작가공모의 마지막 3인 송호은, 이영빈, 임태규의 그룹전으로 드로잉의 거침없는 질주를 보여주고 있다.

▶ 송호은

“나는 행복합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나라면 아무런 말도 안 했을 것이다. 난 나에게 뭘 하나씩 빼앗아 가는 사람들이 너무 싫다.…드로잉이 참 좋습니다.…나는 모든 것을 고백했다.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는 않았다.”

예술가란 어떤 존재인가? 내가 알고 있는 정의로는 세상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자기 것이 옳다고 끝까지 믿고 자기방식대로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위의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문장들은 송호은의 작업세계를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의 제목들이다. 제목들을 좀 더 자세히 음미해 보면 송호은의 살아가는 모습을 힘들지 않게 느낄 수가 있다. 그 안에는 가벼운 드로잉에 비하면, 가볍지 않은 가치관과 인간적인 시선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도 산은 산이고 물은 셀프라는 작품에서처럼 시사적인 블랙유머의 힘을 느끼게 된다.

▶ 이영빈

일기란 고백의 수단이다. 초등학생의 그림일기는 자기고백이라기 보다 검사를 받기 위한 숙제라는 것이 차라리 맞는데, 어리숙한 아이들은 자칫 못된 짓을 일기장에 고백했다가 뒤로 불려가 혼나기 십상이며 그 충격으로 생겨난 일기에 대한 불신으로 이중장부를 만들고픈 비밀을 쌓아가게 된다.
이영빈이 그리고 있는 발가벗어야 하는 목욕탕 안의 일상, 그 뻔뻔함에 던지는 조심스런 자기주장은 공범이 되어야 한다는 암묵적 군중심리를 비껴가고 있다. ‘아무도 없다. 결국 타인이다’라는 작가의 외침은 공공장소에서 제각각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과 벌거벗은 채 무표정하게 추락하는 왜소한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보이고 싶지 않지만 한켠 보이고 싶은 이영빈의 그림일기는 결국 타인일 수밖에 없는 ‘나’에 대한 훔쳐보기이며 자기모순의 비밀스런 세계이다.

▶ 임태규

임태규는 에스키스(esquisse) 없이 내면에 모든 충동을 응집시켰다가 한 번에 터트려내어 빠른 속도로 화면을 구성해낸다. 긋고 칠하는 대로 표면에 드러나 수정할 수도 감출 수도 없는 동양화 작업은, 솔직하게 느끼는 대로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와 잘 통한다.
그는 먹의 색감, 종이에 먹이 묻어나는 느낌, 필선의 자유분방함이 좋아 이 길을 택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또 다른 좋은 매체가 있다면 언제든지 수용할 수 있음을 덧붙인다.
스스로를 주변인으로 칭하며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작가로서 유연한 사고를 지닌 채 현재에 머물지 않고 자기 나름의 방향을 향해 계속 나아가고자 하는 그의 모습에서 생존과 변화에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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