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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움 추구하는 홍찬석 작가 

2023-02-18

미술을 전공했지만 왠만해서는 그림을 보고 별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기자에게도 진짜 좋다고 생각하는 작품이 몇 있다. 유난히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림,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그림들이다. 그림에 대한 감상평이나 그림에 대한 취향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이지만, 특별히 좋다고 느낀 그 그림은 바로 홍찬석 작가의 그림이다.  

 

홍찬석 작

 

 

홍찬석 작가의 그림은 기자에게만 그렇게 다가온 것은 아니었다. 서울대병원에서의 전시를 통해 작품을 선보여온 그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전달했다. 4년전 서울대병원에서의 프로포즈를 받고 병원에서 전시를 연 그는 누군가에겐 삭막하고 차가운 병원이라는 곳에 온기를 남겼고, 이번에 서울대병원으로부터 또 다시 연락을 받고 전시를 열게 됐다. 

 

 

 

서울대학교 병원에 전시된 홍찬석 작가의 그림

 

 

홍찬석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응용미술을 전공 시각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 전북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95년 교직생활을 시작하면서 1년간 150점의 작품을 완성했고, 그 작업을 모아 1996년 첫 번째 개인전을 개최했다. 교직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한 작업활동을 해온 그는 지난 해까지 자그마치 50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10살때부터 회화를 시작한 그에게선 그림에 대한 내공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흔히 작가들에게 따라붙는 ‘ㅇㅇ하는 작가’, ‘ㅇㅇ작가’ 라는 형용은 편치 않다고 했다. 틀에 박히는 것, 틀을 만드는 것을 싫어하는 그는 자신만의 색깔로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홍찬석 작

 

 

다채로운 컬러로 이루어진 그의 그림이 유독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름다운 색채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의 하나인 ‘질감’ 때문이다. 캔버스 위 마티에르를 표현하기 위해 그는 다양한 시도를 한다. 모래와 같은 자연의 재료를 사용하기도 하고, 두터운 물감 위 선을 그어 자신만의 질감을 표현해내기도 한다. 

 

그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캔버스에 담는다. 인간의 일상, 자연과 교감하는 인간, 삶 속에서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그의 작품 소재가 된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 등,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전하는 홍찬석 작가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본다. 

 

홍찬석 작가

 

 

응용미술을 전공하셨는데 어떻게 회화 작가의 길로 접어들게 되셨나요?


어린시절부터 고3때까지 회화를 하다가 응용미술학과에 진학을 하게 됐어요. 작업은 대학시절부터 줄곧 해왔었죠. 

 

요즘엔 장르가 중요한 시대가 아니잖아요. 회화나 조형의 영역을 함께 공유해야 합니다. 디자인이든 회화든, 중요한 것은 남과 다른 콘텐츠를 갖기 위해 자신만의 것을 갖는 것이라 생각해요. 특히 디자인 분야에서는 상하관계가 매우 엄격한 사회구조로 인해 디자이너들의 창의성을 억압시키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풀어서 펼쳐 나가려면 회화, 조형의 영역을 반드시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찬석 작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영감을 일으키는 소재라 할 수 있는데, 특히 자연물에서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자연물 중에서도 아주 작은 소재들에서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어떤 재료들을 사용하시나요?


아크릴릭, 모래, 천, 겔 미디엄, 제소 등 다양한 혼합재료를 사용합니다. 

 

홍찬석 작

 

 

수많은 전시를 해오셨는데, 전시의 테마는 어떻게 잡으시나요?


해마다 전시의 테마가 조금씩 바뀝니다. 매번 같은 그림이 없으니까요. 전체적으론 그림에서 제 느낌이 나긴 하지만, 똑같은 방법으로 작업을 하진 않아요. 틀에 박히는 것, 틀을 만드는 것이 불편해요. 해마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 그에 맞춰 테마를 정합니다. 

 

올해는 어떤 주제로 작업을 하시나요?


전 자신의 생활반경이나 생활 테두리 안에 있는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자기다운 것이라 생각해요. 제가 가장 관심있게 보고, 가장 자주 다니고 하는 길거리에 핀 꽃이나 나무가 주 테마가 될 것 같아요. 누구나 꽃을 그릴 순 있지만 동네마다 다 다른 느낌의 꽃이 피고 또, 꽃을 보는 사람의 감성 자체가 다르잖아요. 저만의 방식, 저만의 감성으로 꽃이 가지고 있는 자유로움을 표현하고 싶어요. 

 

여기에 핀 꽃과 저기에 핀 꽃을 마음에 저장하고 둘을 병치시키는 그런 개념의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여름에 피는 꽃과 겨울에 피는 꽃이 될 수도 있고, 과거의 꽃과 현재의 꽃을 대치시키는 구성을 할 수도 있고요. 큰 테마로 보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상생’과 ‘어울림’이라 할 수 있겠죠.  

 

캘리그래피 작업도 하시는데요.


7살때부터 종아리를 맞아가면서 시작했어요. 서예를 하며 천자문을 배웠죠. 

 

캘리그래피도 그림과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해요. 처음 우리가 글씨를 배울 때 궁서체를 배우죠. 어떤 틀에 맞춰 글씨를 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죠. 그게 잘 쓴 글씨니까요. 하지만 잘 쓴 글씨는 잘 쓴 것일 뿐 누가 썼는지를 알 수 없어요. 

 

그림도 마찬가지예요. 사실적으로 잘 그린 그림은 실존하는 사물과 똑같을진 몰라도 누가 그린것인지 알 수가 없죠. 그게 전 틀같이 느껴져요. 그래서 전 틀에서 항상 벗어나려고 노력합니다. 예술이 틀에 갇혀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작업실 작품 앞에 선 홍찬석 작가. 홍 작가는 다양성과 창의적 표현에 중점을 둔다. 

 

 

관람객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끼길 바라시나요?


제 작품을 통해 보는 이들의 마음이 편안해지고 맑아지기를, 평화로움과 사랑스러움을 느끼기를바랍니다. 제 그림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올해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5월엔 ‘화풍진진’의 그룹전이 열릴 예정이고요, 6월과 7월, 10월엔 서울과 강릉에서 개인전이 열릴 예정입니다.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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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인터뷰 #홍찬석작가 #자연과인간의관계 #자연물 #치유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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