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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갤러리 바이엘러를 녹여버린 작가 도윤희 개인전

2007-02-27


갤러리 바이엘러(Galerie Beyeler)를 알고 있는가.
세계 최고의 화랑 중의 하나로 인정을 받고 있는 갤러리 바이엘러는 스위스 바젤을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가 열리는 현대 미술의 중심지로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에른스트 바이엘러가 설립한 화랑이다.
피카소를 비롯해 자코 메티, 잭슨 폴록, 앤디 워홀 등 세계 최고의 작가들만이 전시하던 이 갤러리에서 아시아 작가 최초로 개인전이 열린다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작가 선정에 있어서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해온 갤러리 바이엘러를 녹여버린 작가는 바로 도윤희로 오는 3월 17일부터 5월 5일 까지 2개월 동안 열린다.
가장 저명하고 보수적인 화랑에서 한국의 현대 미술 작가가 개인전을 갖는 것은 한국 화단의 쾌거를 넘어 세계 미술계에 큰 이슈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전시가 끝난 후 이례적으로 바젤 아트페어가 열리는 6월에 갤러리에서 한 차례 더 작품들이 선보일 예정인 도윤희의 특별한 작품을 정글에서 미리 만나 보자.

취재 | 박현영 기자 (hypark@jungle.co.kr)

도윤희 (Toh, Yun-Hee, 1961-)는 한국 고유의 예술관과 통사적 시공간의 관점을 현대적인 회화 형식으로 완성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 중의 한 명으로 자연과 생명의 본질을 통해 현상 배후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데 집중해 왔다. 성신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시카고의 일리노이 주립대학에서 2년간 연구과정을 거친 도윤희는 수많은 단체전과 12번째의 개인전을 가질 만큼 왕성한 작품활동을 해왔다.


미술사가 송미숙 씨는 도윤희의 작품을 “한국의 화단에서는 드물게, 숙련되고 단단한 기량과 극히 세련된 장식성과 색채에 대한 감각, 다양한 물질들의 뛰어난 연출”이라고 평했다.

도윤희의 작품은 부유하는 듯 존재하는 알갱이들을 해묵은 색조로 배치하거나 풍경의 표피적 모습과 그로부터 얻어진 심상의 느낌을 중첩시켜 표현하고 있다. 오랜 세월 존재했던 화석의 퇴화된 시간의 천착이나, 시간성을 상실한 식물의 오묘한 분위기와 같은 그의 작품의 물리적 분위기는 곧 ‘무한의 시간’을 표현하기 위해 실존적 시점의 한계성을 확장시키는 작업에서 기인한다.


도윤희의 전시는 이러한 예술가적 사유의 결과가 전시를 통해 보여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이번 갤러리 바이엘러(Galerie Beyeler)에서 열리는 도윤희 개인전이 시사하는 바가 큰 이유는 한국적인 정서에 기반을 둔 명상적 사색이 오늘날 서구의 가장 저명한 공간에서 아시아 작가로는 최초로 전시된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유효하게 자리잡은 미학적 영역의 정점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또 다른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겠다.

도윤희의 작품활동은 이론의 심층부에 내재하는 진리를 탐구하는 구도자의 모습과 유사하다.
즉. 모호하고 비논리적으로 보이지만 완성된 작품의 면면을 볼 때 가장 확실하고 논리적인 방법이었음을 깨닫게 되며, 가시적인 표피 너머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순수와 단순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은 작품의 제목을 보면서 작품이 갖고 있는 개념적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받게 된다. 쉽게 물질성을 획득하기 어려운 여러 복잡한 개념적 사유들을 빈틈없이 치밀하고 섬세하게 배치시키는 도윤희의 작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체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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