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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정원을 가꾸는 것의 의미

2021-05-07

코로나19로 인해 지쳐있는 마음을 푸른 기운으로 달래줄 전시가 피크닉(piknic)에서 열리고 있다. 자연과 식물의 치유력을 전하는 ‘정원 만들기 GARDNING’전이다. 

 

'정원 만들기' 포스터 이미지

 

 

‘정원 만들기’는 정원을 도시의 자연성을 회복시키는 장소로서 재조명하고, 정원의 의미를 돌아보는 전시다.  

 

자연을 가까이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공간에 식물을 들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특히 더 많은 이들이 식물 키우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책상 위, 거실 한편에서 화분을 키우고 베란다, 옥상을 텃밭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로 반려식물, 플랜테리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행위는 과연 인간에게 어떤 의미일까. 

 

‘정원’을 주제로 하는 이번 전시는 정원을 가꾸며 노동을 감내하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살펴보고, 나만의 정원을 가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전시다. 

 

전시는 땅 lands, 정원가들 Gardeners, 정원 일의 기쁨과 슬픔 The Pleasures  and  Sorrows of Gardening, 나의 정원 My Garden의 네 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이야기 ‘땅’에서는 꽃을 키우기 위한 땅, 쉼이 없는 땅, 커다란 지구로 이어지는 땅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거대한 크기의 파와 무 같은 야채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땅에 묻힌듯한 형태의 움직이는 설치물엔 반복적으로 빛과 바람이 드나든다. 지표면 아래의 여러 생명체를 형상화한 최정화 작가의 작품 <너 없는 나도, 나 없는 너도 Holobiont>다. 

 

최정화, <너 없는 나도, 나 없는 너도 Holobiont>

 

김봉찬 신준호, <어반 포레스트 가든>

 

 

동선을 따라 이동하면 야외로 연결되고, 김봉찬 & 신준호 작가의 <어반 포레스트 가든>이 펼쳐진다. 미술관에 펼쳐진 도심 속 원시림 정원에서 식물과 주변 생물들의 살아간다. 우리 역시 자연 공동체의 일부임을 깨닫게 한다. 

 

구기정, <초과된 풍경>

 

 

흙과 나뭇가지 등이 전시공간을 채웠다. 그 위로 비슷한 듯 낯선 느낌의 이미지가 전시된다. 구기정 작가의 <초과된 풍경>으로 땅에서 볼 수 있는 흙과 나뭇잎, 이끼 등을 촬영한 후 3D 가상공간에 배치해 만들어낸 이미지다. 작가는 생명의 순환과정에서 영감을 받아 땅속 세계에 대한 체험 등을 제공한다. 

 

두 번째 섹션 ‘정원가들’은 노동의 영역인 가드닝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원가들은 땀방울로 손수 아름다운 정원을 만든다. 인간을 성찰하게 하는 헌신과 예술적 영감을 주는 흙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이곳에선 8명의 정원가들을 소개하며 소박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그들의 정원을 선보인다. 

 

정영선

 

피트 아우돌프 

 

 

극작가이자 소설가이면서 스스로 열정적인 정원가라 했던 카렐과 화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무대미술가, 극작가였던 요제프 차페크 형제,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정원 디자이너라 평가받는 거트루트 지킬, 한국의 대표적 조경가 정영선, 정원을 가꾸며 글을 썼던 소설가 박완서, 자연에 대해 특별히 애정을 가졌던 에밀리 디킨슨, 정원일과 문학인의 삶을 이어간 헤르만 헤세, 정원을 가꾸며 예술창작에 힘을 쏟은 데릭 저먼, 네덜란드 출신 정원 디자이너이자 식물전문가 피트 아우돌프 등의 작업을 볼 수 있다. 

 

박연주, <행운목>

 

 

박미나 작가는 지킬의 정원 구성 방식에 따라 정원과 같이 그림을 배치하고, 그래픽 디자이너 박연주는 문학 작가들의 작품을 재구성한다. 삶의 마지막에 정원을 가꾼 하워드 술리와 영국과 남산을 오가며 영상과 드로잉을 제작한 이강승의 작업도 전시된다. 

 

정재은, <정원의 방식>

 

 

‘정원 일의 기쁨과 슬픔’은 정원을 돌보는 노력과 그러한 행위가 주는 행복감, 자연으로부터 얻는 겸손함을 느끼게 한다. 정원가들과 그들의 정원을 담은 정재은 작가의 영상작품 <정원의 방식>이 상영된다. 

 

디렉토리 매거진, <나의 한 평 정원>

 

 

마지막 섹션 ‘나의 정원’은 각자의 정원을 갖기 위한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 공간은 도심을 배경으로 정원을 즐길 수 있는 쉼의 공간이기도 하다. 조경가 정영선의 영상을 통해 그가 고민해온 정원의 모습에 대해 전하며 '나의 한 평'의 정원은 어떤 모습일지, 나에겐 어떠한 가드닝이 어울릴지 알아볼 수 있는 다양한 사례도 소개된다. 

 

<다섯 계절: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 스틸 이미지

 

 

전시 기간 동안에는 별도 조성된 상영관에서 조경계의 ‘슈퍼스타’로 불리는 피트 아우돌프의 다큐 영화 <다섯 계절: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이 독점 상영된다. 버려진 철로를 아름다운 산책로로 변신시킨 뉴욕 ‘하이라인 공원’ 조경을 설계한 피트 아우돌프는 ‘더치 웨이브(Dutch Wave)’라 불리는 초화 식재 기법의 열풍을 일으켰다. <다섯 계절: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은 다섯 계절을 관통하는 그의 주요 정원들을 여행하는 영화로, 전시 관람객은 티켓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시는 10월 24일까지 이어져 변화하는 자연과 계절을 느낄 수 있다. 예약을 통해 관람 가능하며,입장료는 성인 18,000원이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피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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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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