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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이야기] 북유럽의 수전 브랜드 ‘볼라’

2020-12-08

[디자이너 토크 Designer Talk] 

 

얼마 전 우연히 눈길을 끄는 영상(클릭)을 보게 되었다. 북유럽 덴마크의 여름 별장, 쏘머후스(sommerhus)를 배경으로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문화를 담은 감각적인 콘텐츠가 인상적이었다. 바로 덴마크의 수전(水栓) 브랜드 볼라(Vola)의 온 디자인(On design) 시리즈다. 

 

영상이 담고 있는 덴마크 쏘머후스의 전통은 바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가족, 친구와 함께 한적한 해안 지역으로 휴가를 떠나곤 했던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의 문화와 생활방식 그리고 그 시간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트존 센터(Utzon Centr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라세 앤더슨(Lasse Andersson)가 디렉팅한 영상 속 공간은 주변 자연과의 연결성을 표현하며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재료로 구현하는 간결하며 섬세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

 

이 영상은 작년 필자가 공식 프레스로 참여했던 덴마크 디자인 행사인 ‘3 Days of design in Copenhagen’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우연히 볼라의 팝업 부스에 들렀는데 놀라울 정도의 섬세한 디테일과 감각적인 브랜딩 스토리에 한참을 그곳에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

 

볼라(en.vola.com)는 1968년에 창립한 덴마크 핸드메이드 수전 브랜드다. 근대 건축의 거장인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의 디자인 DNA가 담겨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럭셔리 호텔, 리조트 등지에서 볼라의 제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그들의 디자인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볼라의 마케팅 디렉터인 비르테 토프팅(Birthe Tofting)과 토크 세션을 함께 하기에 이르렀다.

 


 

 

토크 세션에 온 것을 환영한다. 소개를 부탁한다.


반갑다. 볼라에서 마케팅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비르테 토프팅이라 한다. 대학 졸업 후 볼라에 입사하여 브랜딩, 마케팅 팀에서 30여 년간 일해 오고 있다. 현재 볼라의 글로벌 마케팅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볼라의 제품은 전 세계 호텔, 리조트, 오피스, 뮤지엄, 빌라 등의 다양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전 세계 영향력 있는 100여 명의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네트워크를 중요시하는데, 그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 세계 다양한 건축과 실내 설계에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미니멀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철학이 담긴 볼라만의 디자인 랭귀지는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영속성을 가지며 전 세계 주요 건축 프로젝트와 함께하고 있다.

 

(클릭시 연결)

한국 파크 하얏트 호텔
오스트레일리아 럭셔리 호텔(Old Treasury Hotel)
두바이 아르마니 호텔(Armani Hotel)
중국 상하이 아만 빌라(AMAN)

 

 

 

 

 

 

완성도 높은 퀄리티와 정제된 디자인이 돋보이는 볼라의 수전 & 욕실 제품 ⓒ Vola

 

 

50년의 역사를 가진 북유럽의 수전 브랜드에게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어떤 의미인가.


최초의 볼라 제품 111은 덴마크 국립 은행을 위해 아르네 야콥센이 설계했다. 지난 2019년 이 첫 번째 볼라 탭 111은 독일 디자인 어워드 클래식 부분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난 10년간 볼라는 다양한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며 특별한 디자인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전통을 존중하며 그 깊이와 섬세함을 제품에 담아내려 한다.

 

볼라의 제품을 보면 럭셔리(Luxury)와 장인정신(Craftsmanship)이 떠오른다. 어떤 전략으로 시장을 리드하는가.


60년대에 유럽 욕실의 모습은 사실 전혀 정리되지 않은 풍경이었다. 어수선하고 복잡했다. 아르네는 이 공간이 개선되길 바랐다. 그 바람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볼라의 핵심 콘셉트다. 볼라의 비전은 욕실이라는 공간을 아름답고, 조용하며, 조화로운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 조용하고 간결한 공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공간을 완성하는 볼라의 제품이 있길 바란다.

 


50년의 역사를 가진 볼라는 섬세한 설계 방식과 연구를 기반으로 지금도 성장 중이다. ⓒ Vola

 

 

볼라의 제품에 적용되는 과감한 컬러와 텍스처가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이 특별한 분야에 종사하는 동안 다양한 트렌드를 접했다. 특히 1970~80년대에는 욕실에 그야말로 컬러의 혁명이 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수전 제품의 컬러는 차가운 크롬 룩(Chrome look)이 아닌, 브라운(Brown)과 올리브그린(Olive green) 또는 주황(Orange) 계열이 되었다. 이 트렌드를 이끈 것이 바로 볼라였다. 1968년 아르네가 최초로 개발한 프로토타입은 회색(Gray)과 주황색(Orange)의 두 가지 색상이었다. 

 

이후 모든 볼라 제품은 01-10이라는 이름의 10가지 컬러로 출시되기도 했다. 욕실 디자인에서 이처럼 다양한 컬러가 제안된 것은 당시 획기적인 시도였고 오늘날의 인테리어 미학의 시초가 되는 중요한 순간이기도 했다. 당시 아르네는 콘크리트 재료로 첫 번째 탭을 제작하려는 아이디어도 구상했었다. 이 초기 디자인 콘셉트에서 바로 현재의 그레이 마감(Gray texture)이 탄생했다.

 

내부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컬러들이 선정되는지 궁금하다.


현재 볼라의 라인업에는 다양한 컬러 군이 있지만, 팔레트에 새로운 색상을 추가하는 결정은 결코 쉽지 않다. 그만큼 트렌드와 사용성, 내구성, 텍스처 등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분석하여 반영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최근 출시한 매트 화이트(Matt white) 계열이다.

 

컬러 이야기를 하다 보니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볼라의 컬러가 궁금하다.


볼라의 블랙(Black) 수전 제품 시리즈는 브러시드 스테인리스 스틸(Brushed stainless steel)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컬러다. 앞서 언급한 신제품 화이트 컬러도 반응이 좋다.

 


혁신적 컬러와 과감한 소재 적용으로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 Vola

 

 

COVID19로 인해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공간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동의한다. 특히 욕실은 단순한 기능적인 공간을 넘어서 이제 ‘머무르는 곳’의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 오늘날의 주거건축에서 욕실 공간 안으로 들어온 (혹은 연결된) 파우더 룸, 드레스룸 등이 이를 말해준다. 기능적 공간의 욕실이 이제 프라이빗한 공간 개념으로 바뀌어 가면서 볼라의 역할도 더욱 커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앞서 언급한 대로 최초의 볼라 탭을 디자인한 아르네는 간결하게 정리되어진 욕실을 원했다. 이를 기본 콘셉트로 하여 베르너 오버가드(Verner Overgaard)와 함께 1968년 덴마크 국립은행을 위해 제품 설계를 진행했다. 겉으로 드러나있는 모든 파이프를 벽 뒤로 숨기는 혁명적인 개념이었다. 당시에는 이 같은 설계가 상당히 혁신적인 접근 방법이었고 시장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지속가능성은 볼라가 추구하는 중요한 핵심 비전이다. 볼라의 디자인은 시대를 초월하며 제품은 최고의 소재와 품질로 만들어져 수 세대를 거쳐 지속되고 있다. 이것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이다. 우리는 출시된 지 50년 된 제품을 위한 예비 부품들을 여전히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오래된 볼라의 탭이라 해도 버려질 필요가 없다. 

 

또한 생산의 나머지 재료는 모두 재활용되며 볼라의 공장은 최고의 환경기준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모든 볼라의 수전 제품에는 유량 조절기가 설치되어 있어 사용될 물의 양에 대한 조절이 가능하다.

 


지속가능한 문화를 추구하는 볼라의 제품 생산 과정 ⓒ Vola

 

 

사내에 특별한 볼라 아카데미(VOLA Academy)를 운영한다고 들었다. 소개를 부탁한다.


우리는 볼라의 수전 제품들이 건물에 올바르게 장착되고 사용되는 전 과정의 품질을 보장하려 한다. 그만큼 제품을 설치하는 인력의 기술과 노하우를 중요시한다. 이 같은 이유로 우리는 볼라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건축가 및 인테리어 디자이너 대표단이 공장 견학에 참여하기도 한다. 외형적으로도 매력적인 이 아카데미 건물은 2007년부터 새로운 볼라 제품을 함께 만들어 온 건축 사무소 링크 아르키테터(Link Arkitektur)에 의해 설계되었다.

 

본사 캠퍼스 내에 위치한 볼라 아카데미 전경 ⓒ Vola

 


토크 세션을 함께 진행한 볼라의 마케팅 디렉터 비르테 토프팅 ⓒ Vola

 

 

앞으로 볼라의 비전은?


볼라의 디자인 DNA는 출시되는 신제품을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볼라는 앞서 언급한 링크 아르키테티 팀과 협력하여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 제품 중 다수가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며 입증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도 브랜드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덴티티를 이어갈 것이다.

 

볼라에게 한국 시장은 어떤 의미인가.


트렌드에 민감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한국 시장은 매력적이다. 특히 한국과 덴마크가 수교 60주년을 맞이한 2019년, 덴마크 왕세자 부부와 함께 디자인 부문을 대표해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다. 현재 볼라 코리아(Vola Korea) 공식 지사가 설립되어 있으며, 서울 파크 하얏트 호텔에도 볼라의 수전 제품이 들어가 있다.

 

지속가능성을 말하다


무언가를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한다는 것은 상당한 공력이 들어가는 일이다. 철저한 관리와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 볼라는 단순히 제품의 판매에만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고객이 한번 선택한 제품을 오래 ‘잘’ 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생산된 지 50년이 지난 제품의 부품을 여전히 생산하고 교체 가능토록 하는 것은 기업의 단순한 서비스를 넘어선, 환경을 배려한 섬세한 노력일 것이다. 이 시대 모두가 외치는 지속가능한 소비문화에 대한 기여는 이렇듯 다양한 솔루션으로 접근할 수 있음을 배운다.

 

그들의 행보를 보며 북유럽 특유의 문화가 오버랩된다. 결코 서두르지 않으며 모든 단계에서 내려지는 신중하고 묵직한 결정들에 힘이 실린다. 올바른 선택지를 위한 이들만의 방식임과 동시에 북유럽 라이프 스타일을 말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라 할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자극적인 트렌드만을 쫓다가는 정작 지속가능성의 특별한 가치와 의미가 흐릿해지기 마련. 더 나은 환경을 위한 우리의 올바른 선택과 행동이 필요한 때다.

 

글_ 조상우 객원편집위원(www.sangwoo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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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우 디자이너
현재 북유럽 스웨덴에서 산업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모바일 디자인 그룹 책임 디자이너, 소니 모바일(Sony mobile) 노르딕 디자인 센터를 거쳐, 현재 스웨덴 컨설팅 그룹 시그마 커넥티비티(Sigma connectivity), IoT 부문 수석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근원지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경험들을 바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www.sangwoo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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