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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천재 아티스트 장 미쉘 바스키아의 에너지와 열정, 섬세함과 고독까지

2020-10-08

거리의 예술가, 반항기 가득한 천재 아티스트 장 미쉘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1960-1988). 바스키아만큼 천재성으로 똘똘 뭉친 아티스트가 또 있을까. 한 번도 정식으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어떤 아티스트보다 재능이 있었고 뛰어났던 장 미쉘 바스키아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대규모 회고전 ‘장 미쉘 바스키아 · 거리, 영웅, 예술’이 열린다. 

 

장 미쉘 바스키아 Photo ⓒ Dmitri Kasterine. All Rights Reserved. Artwork ⓒ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 York

 

 

장 미쉘 바스키아는 자유분방한 붓질로 어린아이의 그림 같은 이미지를 그리며 그 안에서 뛰어난 조형감각과 색채감각을 선보였다. ‘바스키아’하면 ‘반항아’ 이미지에, 대부분 붓으로 무심하게 그린 듯한 왕관 이미지와 공룡 이미지가 떠올릴 테지만, 그의 작품세계는 훨씬 넓었고 그 의미는 깊었다. 1980년대 초, 작업을 시작함과 동시에 최고의 인기 작가가 된 그가 27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하기까지 8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남긴 작품은 3,000여 점 이상. 이번 전시는 ‘거리’, ‘영웅’, ‘예술’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바스키아의 예술세계 전반을 조망하며, 150여 점의 회화, 조각, 드로잉, 세라믹, 사진 작품 등을 선보인다. 

 

전시는 바스키아의 초기 작품을 선보이며 시작된다. 그는 친구인 알 디아즈(Al Diaz)와 함께 SAMOⓒ를 결성, 뉴욕 거리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세이모(SAMO)는 ‘흔해 빠진 낡은 것(SAMe Old Shit)’이라는 뜻으로 저작권 기호 ‘ⓒ’를 붙여 하나의 로고처럼 사용했다. 주류 미술계와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세이모 작업으로 바스키아는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New York, New York>, 1981, Acrylic, oil stick, spray paint, silver spray paint, and papercollage on canvas, 128.3×226.1cm ⓒ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York

 

<Old Cars>, 1981, Acrylic, oil stick, and paper collage on canvas, 121.9×120.3cm ⓒ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York

 

 

세이모 시기를 기록한 사진 작품과 함께 전시된 바스키아의 초기 작품을 지나면 어린아이가 그린 것과 같은 이미지, 반복적으로 적힌 텍스트, 그것들을 다시 지우고 덮은 흔적 등 그의 특징들이 담긴 작품들이 본격적으로 전시된다. 그림을 그리고 텍스트를 적은 후 다시 지우는 그의 작업은 관람객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림과 텍스트를 조합하는 그의 작업 방식은 소설가 윌리엄 버로스의 작업 방식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텍스트를 자르고 다시 재배열하는 것을 통해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컷 업(Cut-up) 기법처럼 바스키아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조합을 통해 내면을 표현했다. 

 

바스키아의 작품에는 줄곧 영웅의 모습이 나타하는데, 바스키아의 대표적 이미지로 꼽히는 왕관과 공용 역시 영웅을 나타낸 것이다. 바스키아의 어린 시절의 꿈은 만화가로, 만화에 많은 영향을 받은 그의 작품에선 만화적인 이미지와 함께 배트맨, 슈퍼맨 같은 만화 속 영웅의 이미지도 볼 수 있다. 

 

<Untitled (Yellow Tar and Feathers)>, 1982, Acrylic, oil stick, crayon, paper collage, andfeathers on joined wood panels, 245.1×229.2cm ⓒ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York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미술관을 다니며 보았던 수많은 작품 속에서 아프리카계 인물을 발견하지 못한 그는 아프리카계 인물을 대부분의 작품 속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그가 가장 존경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야구 선수 행크 에런, 아프리카계 미국인 육상 선수 제시 오언스 등이 영웅의 모습으로 작품에 표현됐고, 그는 고난을 견디고 세상의 변화를 일으킨 다양한 영웅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려냈다. 그가 창조한 영웅의 도상과 초상화에는 삶과 죽음, 폭력과 공포, 빛과 어둠이 투영된 시대상을 담겨 있다. 바스키아는 동물의 모습을 통해 자연을 파괴하는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을 다루기도 했다.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다.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고 밴드를 만들 정도로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비밥(Bebob) 재즈를 가장 좋아했는데, 비밥의 선구자인 찰리 파커의 이름으로 작업을 하기도 했다. 무엇을 그리든 거침없이 그림을 그려나가는 바스키아와 즉흥적으로 연주가 이루어지는 비밥 재즈의 감성이 잘 어우러진다. 자유로움 안에서도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색감과 형태는 그를 천재화가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Untitled (Bracco di Ferro)>, 1983, Acrylic and oil stick on canvas mounted on woodsupports, 182.9×182.9cm ⓒ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York

 

 

바스키아의 작품에선 인체의 뼈 구조도 자주 볼 수 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를 당하고 크게 다친 바스키아가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있는 동안 어머니로부터 선물 받은 해부학 책 <그레이의 해부학(Gray's Anatomy)>이 큰 영향을 미쳤고, 그는 뼈 구조와 장기의 형태들로 폭력, 죽음, 공포 등을 그렸다.  

 

가장 왕성했던 활동을 했던 중기 시절을 보여주는 메인 전시실엔 더욱 과감하고 화려한 느낌의 대형 작품들이 전시된다. 캔버스뿐 아니라 나무 패널, 문짝 등, 거리로 나가 직접 수집한 재료에 그림을 그린 그는 새의 깃털을 이용해 노예 고문 사건을 기록하며 폭력과 편견을 이겨낸 아프리카인들의 모습을 영웅화하기도 하고, 이슬람 신화를 통해 영웅을 창조해내기도 했다. 전시장 곳곳에서 발견되는 알 수 없는 기호들은 노숙자들이 사용했던 호보 사인(hobo sign)으로, 17세에 가출을 해 거리 생활을 하기도 했던 바스키아의 그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메인 전시 공간. 아래 사진 맨 우측에 있는 작품이 <The Field Next to the Other Road>다. 

 

 

이 메인 룸에서는 2000억에 달하는 작품 <The Field Next to the Other Road>가 전시된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로 알려진 제프 쿤스와 데이비드 호크니를 뛰어넘는 최고 낙찰가다. 해당 작품을 비롯해 이번 전시 작품들은 모두 호세 무그라비 컬렉션의 소장품들로, 바스키아의 작품은 2017년부터 더 높은 가격으로 오르고 있다고 한다. 

 

인쇄, 대중매체의 증가는 문화뿐 아니라 예술에도 변화를 가져왔는데, 바스키아의 작품에서도 이러한 영향을 볼 수 있다. 바로 제록스와 콜라주, 아상블라주 기법으로 이루어진 작업들이다. 바스키아는 자신의 그림이나 텍스트를 복사하고 이를 오려 붙이는 제록스 기법을 선보였고, 그림이나 텍스트를 그리고 지웠듯이 복사한 이미지를 오려 붙이고 찢어내며 또 다른 매체들을 조합시켜 작업을 했다. 

 


바스키아는 거리에서 주운 패널, 문짝 등 다양한 재료에 그림을 그렸다.    

 

 

여러 예술가들을 상징하는 초상화가 그려진 접시 작품들도 전시된다. 레스토랑에서 즉석으로 지인들의 얼굴을 그려주었던 작품들과 그와 친분을 쌓았던 주변 예술가들의 초상화, 피카소, 달리, 백남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접시 작품 등이다.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은 특별한 관계로, 바스키아는 앤디 워홀을 잘 따르며 의지했고, 앤디 워홀은 바스키아로 인해 드로잉을 다시 시작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바스키아가 작업 초기 거장 앤디 워홀에게 엽서를 판매한 이야기부터 마음을 터놓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앤디 워홀의 기록을 통해 공개하며, 이들이 함께 공동작업한 작품들 5점을 선보이기도 한다. 키스 해링, 케니 샤프 등 동시대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아티스트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이 공동작업한 작품도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서 상영되는 다큐멘터리는 바스키아를 이해하는 데 있어 작품만큼 중요한 자료다. 바스키아의 삶과 작품 세계 모두를 담은 이 영상의 상영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한 편의 영화를 보는듯하다. 17세의 나이에 가출을 했고, 거리 생활을 하며 어려운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사실 회계사 아버지와 예술가적 소질이 있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바스키아가 3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했다는 내용부터, 거리의 예술가로 시작해 시작과 동시에 최고의 인기 작가가 된 그가 강박적일 만큼 끊임없이 그림을 그린 모습, 두려울 것 없어 보이지만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느꼈을 부담과 압박, 워홀과의 공동작업 전시에 대한 혹평, 앤디 워홀의 사망으로 충격을 받은 후 그가 죽음을 맞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을 그와 함께 했던 친구, 동료, 아티스트들을 통해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스타가 되길 원했고 자신을 반항아로 생각하는 것을 즐기며, 스스로를 ‘전설’이라 말한 그는 자유와 사회에 대한 저항의 에너지로 가득 찬 작품을 통해 20세기 시각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바스키아는 사회적인 편견, 억압에 대해 자신만의 언어로 대항했고, 그의 자유와 저항정신, 그리고 감각적인 이미지는 장르를 불문하고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작품을 꼼꼼히 살펴보다 보면 그의 섬세한 표현에 감탄하게 된다. 바스키아를 천재라 부르는 이유를 알게 할 이번 전시는 10월 8일부터 2021년 2월 7일까지 롯데뮤지엄에서 개최되며, 입장료는 성인 15,000원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간별 관람 인원을 제한하는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며, 언택트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롯데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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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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