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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상상력의 숨결을 더한 'My Dear 피노키오' 전

2020-09-02

작가가 그려낸 이야기에 독자의 상상력이 더해져 다각도로 해석되는 그림책. 흔히들 어린이만을 위한 전유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 따로 출간될 정도로 이제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매체가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 '거짓말을 하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진다'는 말처럼 누구나 한번은 접해봤을 법한 동화 속 ‘피노키오’를 다양한 모습으로 만나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앤서니 브라운 작품이 설치된 'My Dear 피노키오' 전시 전경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제5전시실과 제6전시실에서 펼쳐진 'My Dear 피노키오' 전은 ‘상상력이 좋아서 자꾸 거짓말하고 싶어요’라는 부제가 더해졌다. 흔히들 알고 있는 이야기 속 피노키오의 모습이 아닌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돼 새롭게 태어난 피노키오를 작품으로 접할 기회의 자리가 마련된다. 
이번 전시는 알렉산드로 산나, 구이도 스카라보톨로, 루카 카이미, 마누엘라 아드레아니, 마우리치오 콰렐로, 민경아, 조민서, 양동욱, 빅토리야 포미나, 우고 네스폴로, 제럴드 맥더멋, 안토니오 사우라, 앤서니 브라운, 한나 바르톨린, 에르베 튈레, 이브 샤르네, 로베르토 이노첸티, 로렌조 마토티 등 2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로렌조 마토티 ⓒ Lorenzo Mattotti

 

전 세계에서 8천만 부 이상 팔린 동화 〈피노키오〉는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책으로서 현재까지 30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한다. 목수였던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무를 깎아 만든 인형 피노키오의 이야기는 그림책, 애니메이션,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매체로 완성되어 지금까지도 세대를 아우르는 동화로 전해진다. 

 

작가들은 피노키오를 주제로 영감을 얻고 자신만의 메시지를 담아 완성된 작품을 그림책이라는 한정된 장르에서 벗어나 회화, 영상, 대형 조형물, 그림책, 페이퍼아트, 팝아트 등 다양한 매체로 선보인다. 1930년대 희귀 빈티지 그림책들과 오브젝트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일러스트레이션 거장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외에도 한국 신인 작가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을 포함해 19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My Dear 피노키오' 전시 전경

 

 

전시장 입구에는 이번 전시의 포스터로 제작된 이탈리아 출신 우고 네스폴로의 작품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는 팝아트와 아르테 포베라 작가로 시작해서 디자인, 응용 및 상업 미술, 일러스트레이션, 패션, 오페라 무대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며 다채로운 재료와 기법을 활용한 실험적인 작품으로 활동하는 작가 중 하나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강력한 색채로 채워진 화폭 안에서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재해석 가능한 피노키오의 모습을 담은 기발하고 혁신적인 작품들을 선보인다.

 

70년이 넘은 피노키오 팝업 그림책이 설치된 'My Dear 피노키오' 전시 전경

 

 

전시의 시작은 ‘서막: 피노키오의 모험’이란 주제로 피노키오를 창작한 카를로 콜로디의 이야기로 꾸며졌다. 출판사에서 일하며 저널리스트의 길을 걷던 작가는 쉰일곱이란 적지 않은 나이에 〈피노키오〉를 완성했다. 그 당시 새로운 동화 양식을 다양하게 시도해 완성된 〈피노키오〉는 환상적이면서도 도덕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재미와 교훈을 함께 전달하는 혁신적인 어린이 동화로 알려졌다. 덕분에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로 성장할 수 있었다. 

 

'My Dear 피노키오' 전시 전경

 

 

이어 100년이 넘는 세월의 시간 동안 재탄생한 동화 〈피노키오〉를 각양각색으로 출간한 그림책들을 모아 전시한 공간이 나온다. 한 이야기가 다양한 언어로 재해석 되어 나온 것도 신기한데, 70년이 넘은 피노키오 팝업 그림책이 전시돼 보는 이의 상상력을 더욱 극대화한다. 
이처럼 원작가의 소개를 비롯해 〈피노키오〉가 지닌 문화적, 역사적 의의를 짚어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구이도 스카라보톨로의 작품이 설치된 'My Dear 피노키오' 전시 전경

 

 

두 번째 ‘일러스트레이션 거장들의 오마주’ 공간에서는 앤서니 브라운, 로베르토 이노첸티, 제럴드 맷더멋, 마우리치오 콰렐로 등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상, 비엔날레 황금사과상 등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로베르토 이노첸티는 극사실주의적인 정교하고 섬세한 묘사로 완성한 피노키오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을 전시한다. 실제 피노키오가 살았을 것만 같은 그의 작품 속 풍경들은 ‘피노키오의 모험’ 삽화를 위해 토스카나 지방을 여행하며 직접 보고 작품으로 담아낸 것이라고 한다. 

 

구이도 스카라보톨로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독보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중 하나이다. 세련된 색채감과 절제된 드로잉으로 완성된 서로를 바라보는 두 명의 피노키오의 모습에서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에 현실 이면의 이중적 자아가 투영돼 비친 건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이처럼 단순한 시각적 디테일 안에서 전달되는 다양한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전시된다. 

 

 안토니오 사우라의 작품이 설치된 'My Dear 피노키오' 전시 전경

 

 

세 번째 ‘환상과 재미 속으로: 피노키오와 시각예술’에서는 감각적인 시각과 새로운 매체를 활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프란시스코 고야 등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안토니오 사우라는 이번 전시에서 해학적 요소가 가미된 초현실주의가 느껴지는 피노키오를 선보인다. 

 

'My Dear 피노키오' 전시 전경

 

 

회화 작품을 포함해 이번 전시에서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설치 작품과 영상 작품 등이 전시되어 다양한 시점에서 피노키오를 마주하는 자리를 만들며, 끝나지 않은 이야기 속 모험을 이어 가기에 충분해 보인다.

 

전시 기간내에는 요일별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My Dear 피노키오' 전에서는 작품감상 이외에도 도슨트, 구연동화, 그림자극장, 창의 예술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요일별로 진행된다. 
체험 위주로 이뤄지는 어린이 창의 예술프로그램은 유로로 참여할 수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구성된 도슨트 투어를 비롯해 나만의 피노키오 로봇을 디자인하고 만들어 볼 수 있는 글로벌 창의 융합 워크숍 ‘로봇 피노키오’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에르베 튈레의 사운드 워크숍: OH!’는 프랑스 창의예술가 에르베 튈레의 ‘이상적인 전시(Ideal Exhibition)’를 바탕으로 프랑스, 미국 뉴욕의 교육, 심리, 언어 등의 전문가들이 함께 개발한 창의 예술프로그램이다. 청각과 시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체험을 가능케 하며, 소리를 통해 자신의 내면적인 모습을 예술적 표현으로 이어질 수 있게끔 돕는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전시장 운영 및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소식은 온라인(www.instagram.com/artcenterida)을 통해서 확인해볼 수 있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열린다. 

 

글_ 한혜정 객원기자(art06222@naver.com)
사진제공_ 아트센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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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정 객원기자
경계를 허무는 생활속 ART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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