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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그래픽 디자인의 조형 요소들로 ‘물체주머니’ 속 기억 찾아보는 전시

2020-05-27

세모, 네모, 동그라미의 도형들이 다양한 조합을 이룬다. 그래픽 디자인의 조형 요소들을 작업을 통해 선보이는 김영나 디자이너의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김영나 디자이너의 ‘수집’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물체주머니’라는 이름으로 전시된다.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나의 전시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어린이갤러리의 열네 번째 전시로,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 작가, 디자이너에게도 주목받고 있는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코로나19로 전시를 오픈하지 못하고 잠정 휴관 상태에 있을 때에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영나 디자이너의 전시 '물체주머니' 포스터 (사진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의 제목 ‘물체주머니’는 1980~90년대 학습 도구를 담아 문방구에서 판매했던 주머니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이를 통해 사물들이 연결하는 시간과 기억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영문 제목 ‘보텀리스 백(Bottomless Bag)’에서는 좀 더 쉽게 전시의 개념이 전해진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015)에 등장하는 기억 주머니 ‘보텀리스 백’에 주인공 라일리의 기억 구슬들이 들어있던 것처럼, 이번 전시에서 ‘보텀리스 백’은 기억과 수집을 담는 주머니로 작용한다.  

 

전시는 ‘SET’이라는 김영나 디자이너의 과거 작업을 바탕으로 한다. 김영나 디자이너는 매체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친근한 형태로 보여주고자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의 작업들을 모으고 컬러와 형태만을 남겨 ‘샘플북’ 형태의 <SET>이라는 책을 만들었고, 이를 전시 혹은 공간과 매체로 옮겨 ‘SET’ 연작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5년간 진행된 19개의 ‘SET’이 새롭게 구성되며, 20번째 버전이 펼쳐진다.

 

전시공간은 ‘물체주머니’로, 다양한 물건들 대신 형태로 이루어진 이미지들이 담겨있다. 계단에서 내려다보이는 전시장은 흑백 풍선을 비롯해 원기둥, 원뿔, 정육면체, 사각형, 삼각형을 기본으로 하는 색색깔의 형태들로 채워져있다. <SET> 표지에 등장하는 형태들을 변형한 것이다.

 

계단 아래로 전시장을 내려다 본 모습. <SET v.20: 표지 공간> (사진출처: sema.seoul.go.kr)

 

<발견된 구성>. 익숙한 사물들로 이루어진 이미지들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출처: sema.seoul.go.kr)

 

 

다양한 이야기들을 상상하며 계단을 내려가면 가장 먼저 한쪽 벽에 설치된 90점의 이미지들을 볼 수 있다. 대량생산된 사물들을 수집, 재배치한 평면구성 연습들로 이루어진 <발견된 구성>이다. 제각각 다른 조합과 디자인으로 완성된 이미지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원형 스티커가 눈에 띈다. 단순한 모양의 스티커만으로도 완성된 감각적이고 특별한 디자인이자 수많은 ‘기록’을 살펴보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로울 뿐 아니라 김영나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이해하는 요소가 된다.

 

<가변판형>과 <가변판형: 책꽂이>. 국전 크기의 포스터로 이루어졌다. ⓒ Design Jungle

 

 

국전 사이즈의 컬러 포스터, 다양한 크기와 두께의 종이들이 전시돼 있다. 이 작품은 <가변판형>. 모두 국전(636 × 939mm) 사이즈의 포스터에서 비롯된 것으로, 포스터 10장을 2, 4, 8, 9, 12, 16, 18, 20, 24, 30, 32, 36, 40, 64, 128절로 나누고 2.4~155mm까지 다양한 높이의 책으로 만들었다. 그 옆으로 벽엔 책꽂이가 설치돼 있는데, 제본된 면을 기준으로 판형 순서대로 설치한 <가변판형: 책꽂이>이다. 이 작품들은 포스터가 하나의 덩어리가 되기까지 의 과정을 통해 연결돼 있는 것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어린이갤러리1 전시 전경. 영상작업과 페인팅 작업도 전시돼있다. 페인팅 작업의 제목은 역설적이기도 <조각>이다. 과거 ‘SET’ 작업의 일부를 캔버스에 옮긴 것으로, 전시의 공간 구성에 따라 다른 크기의 캔버스를 선택했다. (사진촬영: 언리얼스튜디오, 사진제공: 서울시립미술관)

 

계단 위에서 내려다 보았던 공간이다. <SET v.20: 표지 공간>으로 입체적인 도형을 만날 수 있다. (사진촬영: 언리얼스튜디오, 사진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삼각형으로 된 입구 안쪽으로 들어서면 20번째 ‘SET’을 만날 수 있다. <SET v.20: 표지 공간>으로, 높은 벽을 <SET> 표지의 높이로 계산해 책 표지에 등장하는 형태를 입체구조물로 펼쳐놓았다. 이곳에선 만지고 앉고 걸으면서 입체물을 즐길 수 있는데, 이곳으로의 입장은 도형이 그려진 책표지에 들어가는 것일 수도, 책표지 밖으로 나온 도형을 입체적으로 대면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초록색 벽에 걸린 <SET 표지>가 공간 구성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녹색방 안에서는 영상작품은 <빨강, 노랑, 파랑 그리고 녹색>이다. 노랑, 빨강, 파랑의 도형들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서로 쌓이고 무너지기를 반복한다. 영상 속 녹색 원은 관람객을 따라 움직이는데, 이는 관람객에게 도형이 되어 다른 색의 도형들과 함께 움직이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 영상은 바깥 전시공간의 벽면에서 실시간으로 상영된다.

 

전시공간 밖에서도 전시는 이어진다. 복도공간의 벽에 설치된 <SET v.20: 페이지 벽>은 <SET>의 페이지를 순서대로 배열해 구성한 것이자, ‘SET’ 연작의 첫 번째 벽화를 공간에 맞게 작품이다. 노란색으로 이루어진 다른 쪽 벽엔 공간과 사물이 조합된 대형 사진 작업이 설치됐다. <자화상> 시리즈로, 김영나 디자이너의 참조 사물들을 촬영한 작품들이다.

 

전시장 바깥쪽 벽에 설치된 <SET v.20: 페이지 벽>. 어린이갤러리1의 페인팅 작업과 연결되는 부분도 찾아볼 수 있다. (사진촬영: 언리얼스튜디오, 사진제공: 서울시립미술관)

 

복도 다른 쪽 벽에 설치된 <자화상> 시리즈 ⓒ Design Jungle

 

지하 1층 야외 공간에는 2019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출품작 <2분 13초, 4.6미터>(2019)가 설치된다. 바우하우스의 교육자 오스카 슐레머의 <바우하우스 댄스> 영상 중 ‘스페이스 댄스’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나선형 계단 형태는 무용수의 움직임을 나타낸 것이다. (사진촬영: 언리얼스튜디오, 사진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어린이갤러리2 전경. <물체그리기>.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촬영: 언리얼스튜디오, 사진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어린이갤러리2에서는 체험형 작품이자 체험 공간 <물체그리기>가 마련돼 있다. 전시에서 본 10개의 형태들을 직접 벽화로 그려볼 수 있다. 공간에 준비된 작업복, 작업화를 착용하고 그리기 도구를 사용하며, 정리를 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벽화 설치 과정을 체험해볼 수 있다.

 

전시 기간 중 어린이 관람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일기주머니’도 설치된다. 어린이들이 하루를 기억하며 선택한 사물들은 짧은 글과 함께 주머니에 담기게 되고, 벽면은 총 200개의 주머니로 채워지게 된다.

 

디자이너의 작업을 위한 도구를 통해 관람객의 ‘물체주머니’를 끄집어내는 이번 전시는 각자의 사물에 대한 기억과 의미를 찾게 하며, 시각적 요소에 대한 자유롭고 창의적인 해석을 권유한다. 전시는 9월 13일까지다. 사전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고, 전시장 입구에서 열감지카메라를 통한 체온 측정, 손소독 후 입장이 가능하며, 마스크 미착용 시 미술관 입장이 제한된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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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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