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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이야기] 교육을 디자인하다, CIID

2019-10-10

[디자이너 토크 Designer’s talk]

 

우리나라 교육의 롤 모델로 자주 등장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북유럽의 나라들이다. 핀란드의 교실, 덴마크의 행복교육, 스웨덴의 평등교육 등의 다양한 수식어와 채널을 통해 그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현실과(주로 부러운 면에서) 비교되곤 한다. 실제로 필자가 이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행복해 보였다. 물론 어느 곳이든 완벽한 상황은 없기에 이 아이들도 나름의 고민과 도전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또 다른듯했다. 그렇게 나의 호기심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호기심은 ‘북유럽의 디자인 교육’으로 향했다. 북유럽의 디자인 학교에서는 과연 무엇을 가르치며, 그들만의 커리큘럼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혹시 어느 오래된 서가에 모여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비밀이 담긴 먼지 수북이 쌓인 고서를 읽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바람이 선선하던 어느 가을날, ‘디자이너 토크’ 세션을 위해 덴마크의 디자인 학교 CIID(Copenhagen Institute of Interaction Design, ciid.dk)를 찾았다. 코펜하겐의 중심가에 위치한 CIID는 인터렉션 디자인(Interaction design)에 특화된 전 세계 몇 안 되는 교육기관 중 하나이다(한국에서는 국민대학교, 연세대, 카이스트 등에 학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학교이기도 하다. CIID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시모나 마스키(Simona Maschi)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디자이너 토크’ 세션을 함께 진행한 CIID의 창립자이자 디렉터 시모나 마스키와 필자. 다양한 작업이 이뤄지는 워크숍 공간에서 함께했다.

 

 

학교에 초대해주어 고맙다. 소개를 부탁한다.
반갑다. 나는 CIID의 창립자이자 매니징 디렉터인 시모나 마스키라고 한다. 이탈리아 출신이다. 현재 CIID 학교 전체의 조직을 리드하고 있으며, 교육 커리큘럼 관리와 리서치 랩(research lab)을 운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서비스 디자인과 디자인 방법론 등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해왔으며, 덴마크의 디자인 스쿨(DKDS)과 코펜하겐의 IT 대학교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는 교육이라는 채널을 통해 사회문화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려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CIID는 2006년에 설립된 교육기관으로 전 세계에서 모인 교수진과 다국적의 학생들, 그리고 파트너 기업이 모여있는 상당히 다이내믹한 공간이다. ‘우리의 일상을 중심에 놓는다(life centered innovation)는 커리큘럼의 키워드로 단순히 일방적인 교육이 아니라 학교, 학생, 기업 간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통합구조(integrated structure)’로 부르는 독특한 환경을 통해 교육과 기업과의 산학과제를 비롯해 창업을 위한 컨설팅과 교육, 그리고 인큐베이팅까지 아우르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에는 학생들뿐 아니라 기업에서 파견 나오거나, 혹은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들까지 꽤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원들이 모여있다.

 

인터렉션 디자인에 대해 좀 더 설명을 부탁한다.
인터렉션은 마치 ‘사용자와 제품이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 같은 것이다. 사용자의 의도를 기준으로 제품 혹은 서비스와의 직관적이며 영리한 커뮤니케이션을 가이드 해주는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때로는 사용자의 의도가 미처 정립되기도 전에 미리 제안하기도 한다. 이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현시대의 테크놀로지에 의해 가능해졌다. 더불어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좀 더 쉽게 사용자에게 전달하고 이해시키는지도 우리의 과제이다. 기술이 복잡하고 난해해질수록 사용자는 더 쉽게 느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중요한 개념이다. 인터렉션 디자인이 바로 이 부분을 담당한다.

 

CIID를 처음 설립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오랜 시간 현장을 경험하면서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인류의 삶을 발전시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창의적인 해법의 힘(power of creativity solving)의 잠재력을 알게 되었다(’디자인의 힘’이라 할 수도 있겠다). 단순히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 진정한 문제 해결(problem solving)을 통해 인류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가이드 해주는 것이다. 학교는 이와 같은 것을 풀어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 생각한다. 특히 우리가 젊은 세대들을 가이드 해주어 그들이 인류를 발전시키는 것에 기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의미 있는 일이 될 거라 믿는다.

 

학교명처럼 CIID는 인터렉션에 특화된 학교인가?
맞다. 하지만 오늘날의 인터렉션은 단지 디지털 환경(DIgital Environment)만을 말하지 않는다. 디지털 스크린만을 통해서 솔루션이 제공된다면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실제 우리의 일상에 적용하여 문제 해결의 방법을 던져주는 실질적인 솔루션(tangible solution)을 중요시한다. 이러한 과정은 특히 매년 여름마다 진행되는 특강 프로그램에서도 진행되는데 학생은 물론, 기업에서 휴가를 내고 참석하는 이들도 꽤 많다. 다양한 분야의 배경을 가진 이들이 모인 시너지 효과는 상상이상의 성과를 내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서로 다른 배경의 학생들이 모이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의 벽에 부딪힐 때가 종종 있는데, 그때마다 프로토타입 워크샵(prototype workshop)이 실마리를 푸는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 공통 주제를 놓고 실제로 제작하고 수정하고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을 통해 의견은 조율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본다. 단순하게 책상에 앉아 끝나는 탁상공론이 아닌 실질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이 과정에서 공감하는 솔루션이 나올 때가 많다. CIID가 인터렉션 부문에서 이 워크숍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디지털과 피지컬(Digital & Physical)의 경계가 없는 것이 흥미롭다. 커리큘럼을 보니 서비스 디자인, 전략 디자인, 브랜드 디자인과의 연관성도 깊어 보인다.
모두 인터랙션 디자인의 맥락 안에서 이야기되는 주제들이다. ‘경험 없이는 경험할 수 없다’고 믿는다.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서비스 디자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문제와 전략적 측면에서의, 그리고 브랜딩 측면에서 바라보는 문제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모두를 360도 경험하는 것은 중요하다.

 

CIID가 타 학교와 차별화되는 강점이 있다면?
에자일형(Agile) 커리큘럼이라 말할 수 있다. 즉, 한 곳에 정체된 교육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과의 커리큘럼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시대의 흐름에 맞게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한다. 학과를 담당하는 교수진도 풀타임이 없다. 현재 해당 분야의 필드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를 초빙하여 그들의 노하우를 연결해준다. 

 

또한, 현재 50여 개의 스타트업의 컨설팅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차이점은 북유럽의 현재 사회 현상과도 맞물린다. 전통은 계승하고 존중하되 혁신을 받아들이는 것에 주저함이 없고 빠르게 변화함을 추구한다. ‘우리는 이런 스타일이다’를 고집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시대에 뒤처지는 것이 있으면 과감하게 놓고 간다. 진정한 에자일의 태도(Agile mindset)인 것이다.

 


CIID의 커리큘럼 소개 중인 시모나 ⓒ CIID

 

 

인터렉션 디자인학과 강의 현장 ⓒ CIID

 

 

기업들과의 협업도 상당히 활발해 보인다. 진행한 프로젝트들이 인상적인데.
CIID에는 컨설팅 부서가 별도로 존재한다. 이 부서는 프로페셔널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집단이다. 그들의 컨설팅 과정에서 산학 협동을 통해 학생들의 프로젝트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학생들에게도 그만큼 실제 기업 프로젝트와의 기회가 많은 편이다. 지금까지 인텔(Intel) 사와 진행한 미래의 소셜 포토그래피(Social photography)에 대한 프로젝트, 이케아(IKEA)의 스마트 홈(Smart home) 프로젝트, 도요타(Toyota)의 새로운 경험에 대한 무빙카(moving car) 프로젝트 등의 흥미로운 작업들을 진행했다(innovationstudios.ciid.dk 참고).

 

다양한 커리큘럼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특히 여름 단기 코스(summer school)가 궁금하다.
여름 단기 코스는 1주일간 진행되는데, 상당히 인기가 많은 코스이다. 주로 기업체의 디자이너들이나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디자이너들이 지원한다. 그리고 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의 참여 비중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코스에는 홍콩에서 변호사가 인터렉션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며 이 코스를 수강했는데 현재는 풀타임으로 전환해 수강 중이다. 그만큼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인텐시브하고 현실적인 프로젝트 위주로 진행되기에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인테리어와 라이프스타일 분야에 걸쳐 하나의 커다란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인터렉션 디자인 분야와도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어느 정도 맞다고 볼 수 있다. ‘실용주의와 단순한 디자인을 지향하는 스칸디나비아의 철학’은 인터렉션 디자인의 본질적 목표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인터렉션 자체가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학문이며, 이를 위해서는 단순하고 심플한 방법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사용자에게 어렵고 복잡한 시스템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눈치챘겠지만 이러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철학은 가구나 인테리어 등의 피지컬한 개체부터 손에 만져지지 않는 디지털 환경에도 이미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CIID는 이 간극을 줄이려 노력 중이다. 

 


스타트업 컨설팅을 진행하는 NEST 부서

 

코펜하겐과 코스타리카의 인터렉션 프로그램 안내 ⓒ CIID

 

 

CIID의 향후 5년간의 비전이 궁금하다.
무엇보다 진정한 가치(Value)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학교가 되길 바란다. 이 가치라는 단어에는 우리의 일상을 에너지로 가득 채워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들이 담겨있다. CIID는 학생들과 파트너 기업들에 그 가치를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임무는 계속 확장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중남미의 코스타리카에 CIID 분교가 곧 오픈한다.

 

북유럽 디자인은 지금 한국에서도 주목받는 트렌드이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그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북유럽 디자인에 대해 한마디 부탁한다.
감사한 일이다.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CIID에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본다. 전 세계적으로 북유럽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사실 우리는 신문이나 매거진 등의 미디어를 통해 ‘북유럽 디자인’에 대해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아직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디자인 영역에는 공통인자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조금 더 쉽게 디자인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디자인적 요소’를 찾아보길 권한다. 특히, 인터렉션 디자인은 우리 삶과 너무나 관련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 하루 종일 우리 손에 들려있는 휴대폰부터 혹은 세탁기를 돌릴 때, 냉장고를 열면서, TV를 보면서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인터렉션 요소는 많다. 사용하기 편한지, 특정 메뉴를 찾기 쉬운지, 원하는 기능을 즉각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 등등. 모든 것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학기 내내 다양한 세미나와 워크숍 등이 진행되는 CIID의 커리큘럼 ⓒ CIID

 

 

의미를 찾다
이번 토크 세션 내내 나의 머릿속을 맴도는 문장이 있었다. ‘누군가를 더 나은 길로 이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영향력이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적어도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시대는 그렇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서라도 스스로 경험한 시간들과 그에 따른 성과를 토대로 하여 누군가를 리드할 때야 비로소 그 이야기에 ‘힘(power)’이 실리기 때문이다.

 

얄팍한 지식으로 그저 이론적인 내용만을 전달하는 것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생각해보자. 어딘가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려 할 때 그곳을 먼저 가본 누군가가 전해주는 살아있는 경험의 이야기는 신뢰가 가고, 동시에 나의 계획을 세움에 있어 커다란 도움이 된다. 단순히 여행 책자를 몇 번 읽은 이가 가이드 해주는 것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기쁘거나, 만족스럽거나 혹은 실망스럽거나, 좌절하는 순간의 시간들은 먼 미래에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자산이다. 중요한 것은 그 주어진 경험들로부터 가치 있는 의미를 찾고, 나만의 이야기로 만들어 가는 과정일 것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나’라는 책의 한 페이지를 쓰는 중이다.

 

글_ 조상우 스웨덴 Sigma Connectivity 사 디자인랩 수석 디자이너(www.sangwoo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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