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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젊음과 나이 듦에 대한 생각

2019-09-28

어느 날부터 얼굴에 주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번 보이기 시작한 주름은 매번 거울을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린다. 주름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는데, 아니었다. 사람들이 주름 때문에 성형외과에 가는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점차 많아질 주름을 상상해본다. 

 

여기저기 주름이 많아지면 해야 할 일도 많아진다. 나이가 들었으니 옷도 좀 고급스럽게 갖춰 입어야 하고, 머리 모양도 거기에 어울리게 바꾸어야 한다.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 들어서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 그래야 하지 않나. 아, 나이를 먹는 만큼 재산도 늘어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까. 실버타운엔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이 듦을 떠올리니 마음이 복잡해진다. 젊음에서 멀어져서겠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나이 듦을 온전히 나의 기준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자신이 답답하고 안타깝다.

 

젊고 아름답고자 하는 욕망, 나이 들어도 멋있고 싶은 마음은 젊음만이 아름다운 것으로 평가되는 사회와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외모지상주의에 의해 더욱 강해진다. 우리의 소비와 미래를 향한 계획 역시 이러한 기준에 의해 정해진다. ‘나이 듦’에는 단순히 젊음을 향한 욕망 이상의 복합적인 내용들이 얽혀있다. 

 

늙지 않는 자를 제외하고 모두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중요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에이징 월드 -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와 코리아나미술관의 ‘아무튼, 젊음 Youth Before Age’다. 

 

‘아무튼, 젊음 Youth Before Age’
‘아무튼, 젊음’은 현대 사회의 ‘젊음’을 주제로, 젊음의 의미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고령사회가 된 우리 사회에서 역설적으로 끊임없이 강조되는 젊음, 여성에게 강요되는 젊음과 아름다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집착의 대상이 되는 젊음을 이야기하고,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확장된 개념으로서의 젊음을 보여준다. 전시에는 국내외 작가 13인(팀)이 참여, 사진, 영상, 설치, 관객 참여형 작품 등 총 21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아무튼, 젊음’ 전시전경 ⓒ Design Jungle

 


산야 이베코비치 Sanja Iveković, 인스트럭션 #1 Instruction #1, 1976

DVD, video beta, black and white, 5 min 12 sec 
Courtesy of the artist and espaivisor, Valencia

 


산야 이베코비치 Sanja Iveković, 인스트럭션 #2 Instruction #2, 2015 
DVD, video beta, color, sound, 4 min 53 sec
Courtesy of the artist and espaivisor, Valencia


 
전시는 젊음에 대한 강박을 표현하는 작품들로 시작된다. 마사 윌슨과 산야 이베코비치는 젊음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나이 들고 있는 여성으로서의 고민을 퍼포먼스 영상기록과 사진으로 제시한다. 얼굴에 마사지 방향을 화살표로 그려 넣고, 화살표 방향대로 문질러 없애지만 얼룩이 남는 산야 이베코비치의 두 가지 영상은 각각 1976년 실행했던 퍼포먼스와 40년 후 재연한 퍼포먼스로, 전시장에서 서로 마주한 채 상영되고 있다. 

 


전지인, <Folder: 직박구리> 중 일부, 2019 Acrylic mirror, dimensions variable ⓒ Design Jungle

 

 

전지인 작가는 ‘젊고 아름다우면 모든 걸 얻을 수 있다’, ‘암탉은 알을 놓지 말아야 아름다운 상태로 머무를 수 있다네’, ‘서른 살의 남자는 여전히 꽃같이 매력적이지만 너는 늙어 보인다’ 등의 세계 각국의 속담을 통해 여성을 향한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압박을 표현한다. 

 

남성들의 젊음에 대한 욕망도 다뤄진다. 곽남신 작가는 과도한 운동과 근육질 몸에 집착하는 남성들의 젊음에 대한 욕망을 해학적인 드로잉으로 표현하고, LGBTQ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조니 사이먼스는 게이 커뮤니티에서 권력으로 작용하는 ‘젊음’을 다큐멘터리로 선보이며, 젊은 몸에 대한 강박을 보여준다. 

 

다양한 연령대의 아티스트들의 나이에 대한 고민을 영상으로 담은 주디 겔스, 각자만의 관점과 가치관이라 여겨지는 것들이 사실상 나이, 젠더, 계급, 문화 등의 사회규범에 의해 생겨난 것임을 보여주는 줄리아 샬럿 리히터 등의 작품은 나이와 사회규범이 정한 젊음과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아리 세스 코헨 Ari Seth Cohen, 어드밴스드 스타일 Advanced Style, 2012-
Photograph displayed on monitor,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the artist

 


셀린 바움가르트너 Seline Baumgartner, 아무것도 Nothing Else, 2014 
2 channel video, color, sound, 16:9, 12 min
코리아나미술관 제공

 

 

뉴욕의 시니어 패셔니스타의 모습을 통해 기존의 노인에 대한 이미지를 뒤엎는 사진 작품을 선보이는 아리 세스 코헨, 50세 이상의 현역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동작을 영상으로 담은 셀린 바움가르트너의 영상은 젊음에 대한 강박을 넘어서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시한다. 

 


김가람, 언발란스 Unbalance, 2019
Skating performance, dimensions variable
코리아나미술관 제공

 

 

세대 간의 편견을 메시지로 담은 존 바이런, 연령별 앱 설치 분포를 시각화하고 세대별 디지털 정보 활용을 드러내 젊은이 중심의 사회 분위기를 돌아보게 하는 입자필드, 짝짝이 롤러스케이트를 관람객에게 제공해 직접 타보며 자신의 젊은 날을 떠올리게 하는 김가람 작가의 관객 참여형 작품은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되는 젊음과 세대 간의 차이를 느끼게 한다. 

 

신디 셔먼이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한 이미지도 볼 수 있다. ⓒ Design Jungle

 

 

셀피와 보정 앱으로 아름답게 꾸미는 대신 자신의 모습을 왜곡시킨 신디 셔먼의 인스타그램 이미지와 함께 전시의 주제인 ‘젊음’과 ‘나이 듦’에 관한 책을 읽어볼 수 있는 리딩&라이팅 룸도 마련된다. 

 

‘에이징 월드 -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
서울시립미술관의 ‘에이징 월드-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에서는 초고령 사회에서의 노화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다. 초고령화 시대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에서 노화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세대갈등, 소외, 성형 등의 다양한 사회적 양상과 그것이 개인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전시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화의 이미지, 연령차별주의, 노화에 대한 고정관념 등을 다룬다. 

 

전시의 영문 제목인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는 참여 작가 안네 올로프손(Anneè Olofsson)의 작품 제목이기도 하다. 여기엔 외모와 젊음을 강요하는 현대사회의 시선으로 노화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우리의 불안함과 두려움이 담겨있다. 

 

전시는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연령차별주의가 개인과 집단에 미치는 영향력과 그 근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세 개의 섹션과 퍼블릭 프로그램 존으로 구성된다. 미술, 디자인, 건축 분야의 국내외 작가 15명(팀)이 참여, 젊음을 강요하는 자본주의 사회와 노년을 타자로 여기는 시선에 질문을 던지며,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들을 보여준다. 

 

’에이징 월드’ 전시 전경, ‘불안한 욕망’(사진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첫 번째 섹션 ‘불안한 욕망’에서는 노화를 성형, 쇼핑, 강박적 자기관리 등 외형적으로만 소비하고 접근하는 사회 분위기를 다룬다. 건강과 매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을 사진으로 담은 로렌 그린필드의 작품과, 강남 성형수술 문화의 근원과 여파를 설치작품으로 보여주는 커먼 어카운츠의 〈유동체가 되어: 아늑한 성전(聖戰)〉 등을 통해 자본주의, 소비사회에서 나이 듦에 저항하는 인간의 욕망이 삶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살펴본다. 

 


‘연령차별주의 신화’ 전시 전경(사진제공: 서울시립미술관)

 

 

두 번째 섹션 ‘연령차별주의 신화’에서는 노화에 대한 인식, 고정관념, 소외와 세대 갈등 등을 다룬다. 모델의 얼굴에 균열을 그려 넣고 촬영해 피부의 노화와 그에 따른 불안과 강박을 표현한 안네 올로프손의 작품 〈내일도 여전히 날 사랑해 줄래요〉, 이주 돌봄 노동자와 그 보살핌을 받는 노인의 관계를 담아 돌봄 노동의 가치와 이주자의 소외를 보여주는 안나 비트의 〈돌봄〉 등이 전시된다. 

 


와이즈 건축의 작품 〈회재: 문이 없는 집〉. 뒤쪽 보라색 벽면 설치 작품은 SMSM의 〈경고〉다.(사진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일상의 실천의 〈골든 실버 타운〉은 키오스크를 이용해 각종 시설을 선택, 실버타운을 구성해 볼 수 있다. 원하는 시설을 골라 실버타운을 설계하면 벽면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어마어마한 숫자가 프린트된 영수증도 출력할 수 있다.(사진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옵티컬 레이스의 〈1주택 1자녀〉(사진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세 번째 섹션 ‘가까운 미래’는 우리의 ‘노화’를 상상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노년의 삶과 미래 환경을 예측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제안을 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노화에 대한 불안과 그것을 저지하고자 하는 욕망, 이로 인한 근거 없는 믿음의 유통 과정을 비트는 SMSM의 〈경고〉, 자본주의 사회가 노인을 소비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일상의 실천의 〈골든 실버 타운〉, 벽과 문 없이 연결된 공간에서 나이 든 주거인을 자연스럽게 걷게 하는 와이즈 건축의 〈회재: 문이 없는 집〉, 전국 기혼자 가구의 가족 구성과 재산 상황을 통해 도시 핵가족이 만든 교착상태를 묘사하는 옵티컬 레이스의 〈1주택 1자녀〉 등이 전시된다. 

 


이모저모 도소모의 ‘21g 언박싱’ 프로젝트 ⓒ Design Jungle

 


이모저모 도소모의 〈나이듦의 가구-요람, 의자, 보행기〉도 전시돼 있다. ⓒ Design Jungle

 

 

전시공간 바깥에는 사후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으로서의 ‘웰 엔딩’과 소유를 최소화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주제로 하는 이모저모 도모소의 프로젝트 ‘21g 언박싱’이 전시돼 있다. ’21’은 영혼의 무게를 나타내는 숫자로, 21g이라는 무게로 존재할 우리의 삶에 대한 가치와 소유에 대해 생각하며, 21g의 무게의 물건을 포장하고, 풀어 소개한다. 

 

‘에이징 월드’는 이 밖에도 이 없이 잇몸으로 제한된 조건에서의 식사를 경험하고 노화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소셜 다이닝 프로젝트 ‘예술가의 런치박스×가정식’, 노화에 대해 세대별로 이야기해보고 각자가 가진 인식과 관점을 시각화하는 ‘에이징 지형도’, 에듀케이터와 전시를 감상하고 노화와 관련된 언어를 기록하고 주름에 대한 이미지와 가치를 드로잉 해보는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며, ‘아무튼, 젊음’은 젊음에 대한 집착, 우리 사회에서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세대 프레임을 미술학적, 사회학적으로 풀어보는 세미나 등의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두 전시는 젊음과 나이 듦에 대해 재정의하고, 노화와 미래의 삶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아무튼, 젊음’은 코리아나미술관에서 11월 9일까지, ‘에이징 월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10월 20일까지 열린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젊음 #나이듦 #노화 #아무튼젊음 #에이징월드 #코리아나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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