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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이렇게나 예쁜 우리 꽃, 무궁화

2019-09-17

‘무궁화’하면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꽃’하는 노래가 떠오른다. 노랫말처럼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궁화는 좀 멀리 있었던 것 같다. 우리에게 무궁화는 꽃이라기보다 ‘국화(國花)’였고, 그래서인지 아름다움보다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다른 꽃들처럼 가볍게 즐기기에도 어색했고, 촌스럽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자주 만나지도 못 했던 것 같다. 동네 산책로나 공원에선 주로 장미, 벚꽃, 코스모스가 보인다. 무궁화축제, 무궁화길이 있긴 하지만, 다른 꽃 축제들에 비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어쩌다 무궁화를 보게 되면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저 다른 꽃들을 즐기기에 바빴다. 

 


무궁화부티크는 우리나라 꽃을 일상에서 피우는 무궁화 디자인 브랜드다. 

 

 

하늘하늘한 꽃잎은 붉은색 잉크를 떨어 트린듯 선명하게 퍼지고, 그 사이 노란 수술이 부드럽고 포근해 보인다. 가만히 보면 이렇게 예쁜데, 왜 그동안 그걸 몰랐을까.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무궁화부티크를 알고부터 무궁화가 다르게 느껴졌다. 

 

무궁화부티크의 김다희 대표는 ‘‘우리나라 꽃이니까 사랑해야 한다’가 아닌, ‘예쁜데 우리나라 꽃이기에 더 좋다’고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 제품을 통해 예쁘고 친근한 무궁화를 전하고 있다. 예쁜 무궁화의 모습을 담은 일러스트를 비롯해 아기자기 앙증맞고 귀여운 무궁화 제품은 그동안 가졌던 무궁화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패션브랜드 하플리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선보인 무궁화 원피스는 부담 없는 디자인으로 예쁘고 편하게 무궁화를 입고, 접할 수 있게 해주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무궁화 일러스트 작업 중인 무궁화부티크 김다희 대표

 

 

일상에서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늘 함께 할 수 있도록 무궁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가치를 높이고 있는 무궁화부티크의 ‘무궁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사랑하는 방법’을 전한다. 

 

무궁화부티크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무궁화를 주제로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무궁화 전문 디자인 브랜드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우리나라 꽃 만들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처음 어떻게 무궁화부티크를 만들게 되셨나요?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꽃이 외면 받고 잊혀 있다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했어요. 그저 교과서 속에서 잠깐 볼 수 있는, 상징으로만 남아있는 무궁화가 아니라, 우리들의 일상에서 무궁화를 친근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무궁화를 자연스럽게 디자인에 녹여 평소 자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 보게 됐어요.   

 


김다희 대표의 무궁화 일러스트

 

 

무궁화에 대해 특별한 생각을 갖게 되신 계기가 있으시다면요?
잘 가꿔진 벚꽃, 매년 발 디딜 틈 없는 벚꽃축제, 벚꽃으로 만든 예쁘고 다양한 상품, 그리고 벚꽃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며(벚꽃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잘못이라는 말이 절대 아니에요. 저도 벚꽃 참 좋아한답니다. 장미도 마찬가지예요.), 문득 무궁화로 된 제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무궁화 축제는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찾아보니 디자인이 너무 전통적이거나 애국적인 의미만 가득한 것들 뿐이더라고요. 아쉬운 마음에 엽서, 손거울 같은 간단한 제품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당시 기념품 제작 관련 직장을 다니고 있던 저는 그림을 그릴 줄 몰랐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일러스트 작가님께 무궁화 일러스트를 의뢰해 사용비를 지불하고 제품을 만들었고, 현재는 꾸준히 그림을 배워 직접 그림을 그려서 작업하고 있어요. 그때 의뢰 드린 작가님께서 무궁화는 처음 그려보신다며 어려워하셨지만 너무 예쁘게 잘 그려주셔서 덕분에 무궁화부티크를 시작할 수 있었죠. 

 

예쁜 무궁화꽃, 무궁화꽃의 아름다움으로 작업을 하고 계신데요, 소재가 ‘국화’이다 보니 ‘무궁화부티크=애국’이라는 기대감과 그로인한 부담감 같은 것도 느끼실 것 같아요. 어떠신가요?
처음부터 애국에 의미를 두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애국의 관점이 아닌 꽃의 관점에서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거예요. 저는 무궁화가 애국 또는 독립운동의 상징 같은 무거운 직책(?)을 내려놓고 다른 꽃들처럼 그저 하나의 예쁜 꽃으로 사랑받았으면 해요. 물론 오래전부터 애잔한 역사를 함께하며 법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정해진 국화이다 보니 애국적인 의미와 완전히 분리할 순 없죠. 그런 정신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도 분명 맞고요. 그래서 부담도 되고 어려운 점도 있지만, 무궁화를 일상에서 자연스러운 것, 당연한 것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심이 아닐까 생각해요. 무궁화가 그려진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을 보며 ‘저 사람 애국자네‘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예쁜 꽃인데, 우리나라 꽃이니까 더 좋네’라고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예쁜 무궁화의 모습이 담긴 엽서

 

 

무궁화잡화점에서 무궁화부티크로 브랜드명이 변경이 됐죠?
맞아요. 2016년 7월에 론칭했는데, 처음엔 이것저것 제가 갖고 싶은 다양한 제품을 카테고리 없이 만들고자 ‘무궁화잡화점’이라고 지었어요. 그런데 일반 고객분들보다 B2B로 기업이나 단체와 많은 일들을 진행하게 되면서, 높은 연령대의 담당자분들과 커뮤니케이션하게 됐고, 젊은 세대가 ‘잡화점’을 감성적으로 느끼는 것과는 다르게 ‘잡화점’이라는 이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걸 보게 됐어요. 그래서 비싼 옷이나 선물을 파는 상점이라는 뜻하기도 하지만, 금융이나 법률 등의 분야에서는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가 집단을 의미하기도 하는 ‘부티크’를 붙여, ‘무궁화를 주제로 디자인 굿즈를 만드는 전문가 집단’이라는 의미로 ‘무궁화부티크’라 네이밍 하게 됐어요. 

 

무궁화 배지와 무궁화 귀걸이. 무궁화 배지는 무궁화부티크의 시그니처 제품이다. 

 


무궁화가 수놓아진 손수건과 양말

 

 

지금까지 일러스트 엽서와 문구류, 유리컵, 에코백, 양말,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셨는데 가장 반응이 좋은 제품은 무엇인가요?
시그니처 제품인 배지가 초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가 많고요, 최근에 제작한 유리컵도 반응이 좋았어요. 하플리와 컬래버한 한복 제품도 빼놓을 수 없는, 가장 반응이 좋은 제품 중 하나예요.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셨어요. 그중 가장 특별한 것을 꼽으신다면?
네스홈과 진행한 무궁화 원단, 하플리와의 무궁화 한복, 그리고 비밀장신구와 진행한 클러치, 가방, 액세서리 등이 있어요. 모두 너무 감사하고 특별한 콜라보지만, 아무래도 저에게는 한복이 가장 의미가 있는데요, 초기에 저도 잠시 무궁화 원단을 제작해서 한복을 직접 만들었을 정도로 한복을 좋아했던 터라 하플리 측의 컬래버레이션 제안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어요. 제가 그린 그림으로 제가 꿈꾸던 디자인의 한복이 탄생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볼 때면, 식상한 표현이긴 하지만 먹지 않아도 배부른 느낌이랄까요? 

 


무궁화부티크와 하플리의 컬래버레이션 무궁화 원피스를 입은 무궁화부티크 김다희 대표

 

 

인스타를 둘러보다 무궁화 패턴의 옷을 입고 계신 사진들을 보았는데, 모두 하플리와의 컬래버 제품인가요?
네, 트렌디한 한복을 만드는 하플리와 2년째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꾸준히 만들고 있어요. 현재 무궁화 원피스, 무궁화 케이프 원피스, 무궁화 셔츠 원피스까지, 이렇게 3차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어요.   

 

컬래버레이션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지금까지 진행된 컬래버들은 감사하게도 먼저 제안을 주셔서 진행하게 됐어요. 컬래버 제안을 받게 되면, 상대 브랜드와 꼼꼼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일치하는가를 살펴보죠. 저는 저에게 많은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하는 브랜드보다는 ‘저희의 상품을, 무궁화의 가치를 먼저 알아봐 주는’ 브랜드를 선택해요. 브랜드와의 협업은 물론 입점할 때도 그 부분을 1순위로 두고 있어요.   

 

원데이클래스도 진행하셨죠?
무궁화부티크와 콘셉트가 맞고 의미가 일치하는 브랜드들과 함께 고객들을 위해 비주기적으로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가끔은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초청해 제가 좋아하는 클래스를 모집해 함께 하기도 하고요. 하플리와 대구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면서 무궁화 귀걸이 만들기 클래스를 진행했었고, 비밀 장신구와 5월 가정의 달을 기념한 카네이션 그리기와 매듭 카네이션 만들기를, 대구 꽃집 꽃내음이나네요와 플라워 클래스도 몇 번 진행했었어요.  

 


무궁화부티크 쇼룸(작업실)

 

 

올 3월에 쇼룸(작업실)을 오픈하셨어요. 
네, ‘쇼룸’이라고 했다가,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하다 보니 문을 닫는 날이 더 많아 ‘작업실’이라고 표현했고, 오셔서 제품을 보시고 싶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일주일에 하루, 수요일에만 문을 열어둬요. 그 외에는 주로 그림을 그리고, 작업을 하고, 미팅도 하고, 출장도 가요. 

 

부티크에서 무궁화를 직접 기르시는 것 같은데, 언제부터 키우셨나요? 다른 식물에 비해 키우기가 어렵진 않은가요?
무궁화 전문 브랜드를 하면서 다양한 무궁화 행사에 초대를 받았는데요. 2년 전 마몽드 무궁화 행사와 전국 무궁화 축제에서 무궁화 화분을 나눠주셔서 그때부터 키워보고 있어요. 무궁화에 대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나무이고 품종 특성상 화분에서 잘 자라기는 조금 어렵지만, 그건 나무 자체의 특성이지 무궁화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식물보다 키우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랍니다! 오히려 신경을 쓰지 않아도 혼자 열심히 피고 지고 해서 흐뭇하고 애틋해요. 솔직히 아직은 다른 꽃나무들처럼 실내에서 키우기에 적합한 품종은 아닌데, 무궁화에 대한 우리의 애정이 높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키우기를 원한다면 장미나, 덴마크 무궁화처럼 화분용으로 적합한 품종이 언젠가는 개발될 거라 믿어요. 

 

팝업스토어도 진행을 비롯해 다양한 행사에도 많이 참여하고 계시죠? 
광복절, 삼일절 등 기념일마다 핫트랙스 여러 지점과 함께 팝업 스토어를 항상 진행해오고 있고, 7월에는 부산 핸드메이드 페어와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어요. 

 


부산 힐튼 이터널저니 매장에 디스플레이된 무궁화부티크의 제품들

 

 

무궁화부티크 제품은 온라인 외에 어디에서 만날 수 있나요?
현재 한국문화재재단에서 운영하는 고궁 박물관(경복궁, 창덕궁, 인천공항점 등) 기념품 상점에 무궁화 배지가 입점돼 있고, 부산 힐튼 이터널저니, 남해 아난티 이터널저니 매장에서 일부 상품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일러스트로 표현된 무궁화가 예뻐서 더 예쁜 모습의 무궁화를 떠올리게 되는 것 같아요. 일러스트 패턴이 더욱 다양한 제품이 들어가면 예쁠 것 같은데, 제품 카테고리는 지속적으로 확장되나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저희 일러스트를 보시고 무궁화가 이렇게 예쁜 꽃인지 몰랐다는 말을 들을 때 참 뿌듯하고 보람을 느껴요. 제품 카테고리 확장은 지금처럼 느리지만 꾸준하고 소소하게 조금씩 해나갈 예정이에요. 아직 그려야 하는 무궁화도 많고, 무궁화로 만들고 싶은 제품도 많고, 만들 수 있는 제품도 무궁무진해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우선 당장의 목표로는 무궁화로 책도 하나 내고 싶고요. 점진적으로는 디자인 굿즈 제작을 넘어서 무궁화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에 앞장서고자 해요. 예쁘고 친근한 디자인으로 무궁화를 일상 속에 녹여내고 벚꽃 축제만큼 무궁화 꽃 축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무궁화부티크(www.instagram.com/mugunghwa_bou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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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무궁화부티크 #무궁화디자인브랜드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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