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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일상에 스며든 전통 공예

2019-07-24

우리 전통 공예만큼 멋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하지만 많은 공예 작품들은 실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너무 예쁘지만 마땅히 사용하기가 애매하거나 가질 수 없는 전통 공예품을 보며 나에게, 우리 생활에 과연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갸우뚱했었다.

 

 

취 프로젝트의 전통 장석 황동 집게와 책갈피. 지금은 쓰임이 적어진 전통 장석을 일상에서 다시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취 프로젝트(CHI PROJECT)가 나섰다. 이들은 전통 공예가 현대인의 삶에서 다시 쓰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통 장인을 찾아 함께 공예 제품을 개발하고, 장인과 현대작가를 연결해 새로운 디자인의 장을 펼치며,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전통 공예의 아름다움을 알린다.

 


취 프로젝트와 백경현 말총 공예 장인이 함께한 마미체 차 거름망 브랜드 ‘수비(SUBI, 水飛)’

 

말총 공예 백경현 장인, 현대 도예가 오해주 작가와의 협업으로 제작된 취 프로젝트의 ‘마미체 차 거름망과 백자 찻잔 세트’

 

 

취 프로젝트가 그간 선보인 말총 공예 백경현 장인과 협업한 마미체 차 거름망과 커피 필터, 도예가 오해주 작가와 협업을 통해 완성된 마미체 차 거름망 찻잔 세트, 박형민 장인과의 전통 매듭 DIY 키트, 김대성 장인과 함께 한 전통 그래픽 부채, 한창균 장인과 개발한 대나무 디퓨저 홀더, 장석을 재해석한 황동 집게와 책갈피는 전통 공예를 우리의 일상에 다시 스미게 했다. 

 

전통 공예에 담긴 깊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한국 고유의 문화를 현대적인 콘텐츠로 새롭게 제안하는 취 프로젝트. 김은비 대표가 전하는 취 프로젝트의 이야기다. 

 

취 프로젝트 김은비 대표 interview

 

취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취 프로젝트는 ‘우리의 것들이 현대인의 삶에서 다시 그 쓰임을 다하게 하자’라는 슬로건 아래 한국 전통 공예의 잊혀 가는 가치를 다시 찾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숨어있는 전통 공예 장인을 발굴하고 협업을 통해 전통 공예에 현대적 감성을 더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개발하죠.

 

또한, 잊혀 가는 한국의 전통 문화의 가치를 알리는 전시, 마켓, 클래스 등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우리의 전통 문화와 공예품이 취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인의 일상생활에 깊게 스며들길 바라요.

 


취 프로젝트의 코파운더. (왼쪽부터)김은비 대표와 이혜선 이사

 

 

처음 어떻게 취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취프로젝트는 저와 이혜선 이사, 두 명의 코파운더로 이루어져 있고, 현재 1명의 인턴사원까지 총 세 명이 함께 하고 있는데요, 저와 이혜선 이사는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IDAS) 디자인경영 전공 과정에서 만나 공동창업까지 하게 됐어요. 저희 모두 학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저는 마케팅 대행사에서, 이혜선 이사는 전시 기획 일을 하다가 대학원에서 만나게 됐죠.

 

대학원 시절, 한 수업에서 한국 전통 문화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요, 이때 이혜선 이사와 저 둘 다 한국적인 것에 관심이 높아졌어요. 그 프로젝트로 광주디자인비엔날레도 참여하며 다양한 활동을 했었어요. 

 

저는 그 후로 전통 문화와 전통 공예를 현대화하는 것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서 진행하게 됐고, 관련해 졸업 논문까지 쓰게 됐어요. 그때 말총 공예 선생님, 매듭 공예 선생님을 만나게 돼 지금까지 함께 협업하고 있고요. 졸업 후에 브랜드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 전통 공예를 알리고 싶어 이혜선 이사에게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같이 ‘취 프로젝트’를 창업하게 됐습니다.

 

각각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시나요?
처음에는 둘이 함께 일을 나눠 제품을 개발하고 디자인했는데, 회사가 조금씩 성장할수록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것 외에도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그래서 취 프로젝트의 코어인 신제품 개발과 디자인은 함께 하면서 저는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회계 등의 비즈니스 업무를, 이혜선 이사는 프로젝트 매니징 총괄 운영 실무를 맡고 있습니다. 

 

취 프로젝트라는 이름에는 어떤 뜻이 담겨있나요?
취 프로젝트의 ‘취’는 ‘전통에 취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또,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 가지다’, ‘무엇에 마음이 쏠리어 넋을 빼앗기다’라는 의미가 있죠. 어떤 예쁜 물건을 내 것으로 취하고, 맛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전통에 흠뻑 취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은 이름이에요. 

 

 


김대성 장인과의 협업으로 완성된 전통 그래픽 부채. 한국의 전통 합죽선 부챗살에 그래픽 패턴을 한지에 입혀 완성했다. 

 

 

전통적인 이야기와 소재를 활용하셨는데, 전통적인 것과의 특별한 인연이 있으셨나요?
창업 전 대학원생일 때 디자인 소품, 인테리어 소품 브랜드에 관심이 많아 서울에 있는 편집숍을 전부 돌아다니며 모든 제품을 분석해본 적이 있어요. 지금은 많은 디자인숍들이 한국 브랜드나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갖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어요. 거의 모든 숍이 유럽이나 일본 등의 수입품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아름다운 한국의 제품들도 많은데 수입품만 있는 게 안타까웠고, 많은 숍을 돌아다녀도 똑같은 브랜드만 많이 보여 지루하기도 했어요. ‘왜 한국의 디자인숍에는 한국만의 제품이 없을까?’하는 의문이 생겼죠.

 

주요 관광지와 인사동 등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는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제품 혹은 메이드 인 차이나의 저가 제품이 대부분이었고, 반면에 전통 공예품의 경우엔 젊은 층이 구입하기에는 너무 고가의 공예품으로 양극화가 되어 있었어요. 당시 대학원에서 저희가 함께 진행했던 프로젝트도 한국 전통에 관련된 것이어서 전통 문화와 공예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었고, 한국적이면서도 현대 생활에 맞는 실용적인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전통적인 것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한국의 전통 공예는 그 소재와 담겨있는 스토리가 정말 아름다워요. 대나무, 말총, 실, 금속, 종이 등의 소재를 정성스럽게 다듬고 깎고 엮어 만들어진 전통 공예품을 들여다보면 그 소재를 만지는 장인의 손길이 그대로 느껴지는데요, 그 안에 담겨 있는 전통 공예의 스토리를 함께 알면 전통 공예의 매력에 더욱 빠지게 된답니다. 저희는 그래서 전통 공예의 역사, 공예품의 소재와 다루는 과정, 장인의 이야기 등의 스토리를 알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대나무 디퓨저 홀더는 한창균 장인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한창균 장인의 대나무 공예 작업

 


 
프로젝트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먼저 크게 전통 공예 카테고리 안에서 모티브를 얻어 아이디에이션을 진행하는데요, 전통 공예 카테고리별 역사와 공예품, 장인을 찾아보고 그 안에서 현대화시킬 요소를 찾아낸 후 구체화시켜 기획안을 작성하여 장인 선생님을 찾아갑니다. 선생님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또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나기도 하죠. 선생님과 협업이 결정되면 취 프로젝트는 전체적인 기획과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을 진행하고 선생님이 제작해 주실 부분을 요청드려요.

 

한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지방에 계신 선생님 작업실에 매주 찾아간 적도 있어요. 제품 하나하나 고객이 선물 받는 느낌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패키지 디자인까지 모두 저희가 직접 하는데요, 직접 을지로 방산시장과 충무로 인쇄골목을 방문해 인쇄, 감리, 패키지 샘플링 등의 모든 작업을 컨트롤합니다. 

 

 

박형민 장인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전통 매듭 공예 프로젝트

 

 

지금까지의 프로젝트 중 어떤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전통 매듭 공예 프로젝트예요. 전통 매듭을 직접 체험하고 경험해볼 수 있도록 전통 매듭 DIY 키트와 전통 매듭 팔찌 4종을 만들었었는데요, 창업 후 처음으로 텀블벅에서 첫 론칭을 했어요. 오랜 기간 동안 박형민 매듭장 선생님과 함께 협업해 만든 제품으로, 저희가 동대문, 방산 시장 등을 발로 뛰어다니며 매듭실의 컬러부터 패키지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만들었었죠. 텀블벅에서 1,220%를 달성하기도 했고, 지금도 꾸준히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효자 상품이랍니다.

 

특히, 마미체 차 거름망과 커피 필터, 대나무 디퓨저 홀더가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말총 공예는 흔치 않은 분야인데, 어떻게 이런 분야의 장인을 어떻게 찾으셨나요? 
마미체를 만드시는 말총 공예 백경현 선생님은 대학원 시절 학교 근처에서 열렸던 수공예 마켓에서 만나 뵙게 되었는데요, 마켓에 참가하신 선생님과 선생님의 제품들을 보고 매력에 빠져 함께 하게 됐어요. 대나무 장인 한창균 선생님은 선생님이 진행하시는 원데이 클래스를 발견하고 제가 직접 가서 클래스를 듣고 연을 맺게 됐고요. 이런 식으로 꾸준히 수공예 마켓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SNS를 찾아보기도 하며 선생님을 발굴하게 되고요, 한번 연을 맺은 선생님이 다른 선생님을 소개해주시기도 하면서 계속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대나무 디퓨저 홀더

 

 

대나무 공예로 요즘 생활에 많이 사용하는 디퓨저 홀더를 만드신 아이디어가 너무 좋은데요, 이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됐나요?
예전에는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나 채반이 집에 하나씩 꼭 있었는데,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의 등장으로 대나무 제품은 부엌에서 잊힌지 오래됐어요. 대나무를 다시 일상으로 가져올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다 집이나 사무실에 하나씩 꼭 있는 디퓨저가 떠올랐죠. 한국의 대나무숲과 대나무를 알리는데 대나무 공예와 향까지 함께 접목하여 알리면 좋을 것 같았어요. 

 

한국의 대나무 숲을 연상시키는 향을 직접 개발하고, 대나무 공예의 방식을 그대로 접목한 디퓨저 홀더와 스틱을 개발해, 대나무 공예품을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대나무 숲에 직접 가지 못해도 집에서 향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전통적인 것을 현대적 감성에 맞게 해석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으시다면요? 
저희는 전통 공예품의 실용성에 가장 초점을 둡니다. 작품으로서 너무나 멋진 전통공예품도 많지만, 박물관이나 전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단순히 감상용으로 그치는 게 안타까웠어요. 우리의 일상생활을 깊게 들여다보고, 집, 사무실 등의 일상의 공간에 있는 제품들에 전통 공예를 접목할 수 있는 제품이 무엇이 있는지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프로젝트 진행시 가장 어려운 점과 가장 보람된 점이 있으시다면요?
아무래도 전국 각지에 선생님들을 찾아뵙고 제품을 기획하다 보니 당일로 지방 출장 갈 일이 많아요. 왕복 8시간 거리를 매주 다니다 보면 체력적으로 상당히 힘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장인 선생님과 소비자, 그리고 저희가 만족하는 제품이 나올 때 그 힘들었던 과정은 싹 잊힐 정도로 보람됩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취 프로젝트는 전통 디자인 제품 제조업에서 더 나아가 한국의 전통 문화를 한국의 젊은 층과 해외 고객에게 매력적으로 알리는 일로 확장해 나가려고 합니다. 그중 하나가 전통 문화 행사와 공간 기획, 콘텐츠 개발인데요, 한국의 전통 문화를 직접 느끼고 즐길 수 있는 2nd ‘취향 마켓’을 오는 가을에 진행할 예정이에요. 

 

또, 다양한 브랜드 및 지자체 등과 협업해 전통 문화를 주제로 한 공간을 기획하는 일을 계획하고 있어요. 그 한 예로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국 라이프스타일숍 ‘동춘상회’에서 한국의 풍류를 주제로 메인 공간의 기획을 맡아 현재 전시 중입니다. 

 

콘텐츠 개발로는 한국의 전통 문화를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전통 문화 브랜드, 공간, 행사 등의 다양한 정보를 글/사진/영상 등으로 제공하는 웹 매거진 페이지를 개발 중에 있어요. 저희 취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분들이 우리의 것에 대한 가치를 느끼고, 전통적인 것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미길 바랍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취 프로젝트(www.chiprojec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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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프로젝트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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