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리뷰

한국의 전통, 디자인으로 다시보기 세번째 프로젝트

2004-03-10


“나비 3호가 나왔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정글편집부로 ‘나비 3호’가 날라왔다.
표지에 3호를 알려주듯이 나비 3마리가 날고 있다.
날라온 3호를 1, 2호에 이어 꽂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또 한번의 이어달리기가 끝났구나...




한국 전통문화를 컨텐츠로 담고 있는 ‘나비’는 경기대 시각디자인학과 3학년 2학기 과정에 있는 ‘출판디자인 2’의 수업결과물이다. 시각디자인학과 3학년생들이 1학기에는 ‘출판디자인 1’을 통해 출판디자인에 관한 기초과정을 학습하고, 2학기부터는 본격적인 실습을 하는 것이다. 여느 과정과 비슷한 듯하지만, 학습과정 중에 나온 과제물로 다루기에는 그 과정이나 맥락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가 두가지 있다.


하나는 ‘한국전통문화’ 라는 주제가 중심이 된 민속자료책자가 아닌, ‘한국문화’를 디자인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재해석하여 디자이너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한국적 디자인'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전통문화 속의 디자인 유산을 찾아 축적하고 그것을 창조적 발상의 모티브로 재현해 나가며 한국디자인의 정체성을 다지는 과정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자료조사와 현장답사, 전문가와의 논의 등의 고증을 통해 4~5개월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책자로 탄생한다
.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이어달리기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경기대 시각디자인학과의 3학년생이 될 때마다 이미 3학년을 마치고 4학년이 된 선배들로부터 새롭게 ‘나비’를 넘겨받는다. 넘겨받은 3학년생들은 ‘한국 전통 문화를 디자인의 눈으로 바라보기’라는 ‘나비’의 전체 컨셉과 디자인요소를 기본으로, 또 다른 소재들을 찾아내고 또 다른 크리에이티브를 부여하는 작업을 하여 그 호를 더해간다.
이 과정이 마치 먼저 달린 주자의 바톤을 이어받아 달리는 주자가 바톤을 놓치지 않고 다음 주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룰을 지키고, 자신에게 주어진 거리를 자신만의 보폭, 숨, 속도로 달리며 참여한 주자 모두가 달린 후에 한번의 경기가 끝나는 이어달리기와 비슷하여 ‘이어달리기 프로젝트’라 칭해보았다.


2001년 9월에 시작하여 2002년, 2003년..
이미 2번의 바톤이 넘겨졌고, 나비 1, 2, 3호가 남겨졌다.
앞으로 넘겨지는 바톤의 수가 7번이 남았고,
그 때마다 매 호가 추가되어 10호가 추가될 때 이 기나긴 이어달리기가 끝날 것이다.
한국 전통에 관한 재해석을 담은 ‘나비 3호’라는 바톤을 잡고, 이제 막 달리기를 끝낸 후 4번째 바톤을 넘기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는 3기 편집위원들을 경기대 시각디자인학과 강의실에서 만나보았다.


취재 | 이정현기자 (tstbi@yoondesign.co.kr)


나비 3호의 주제는 ‘확산’이다.
나비의 양날개가 가운데 몸통을 중심으로 대칭되어 있듯, ‘나비’ 역시 가운데의 목차 및 개요를 중심으로 페이지가 뒤집어져 있기에 앞뒤가 없는 책이다. 이는 1호에서부터 유지되는 디자인 가이드 중 한가지이다.
이번 주제는 가운데를 중심으로 한쪽은 ‘안(內)으로의 확산’, 다른 한쪽은 ‘밖(外)으로의 확산’으로 주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대지를 중심으로 뿌리와 줄기로 나뉘어진 나무를 디자인 모티브로 선정하여 ‘안과 밖’이라는 의미를 시각화하였다.
사선 배열과 같은 실험적인 타이포그라피를 사용했었던 1, 2호와는 달리 3호는 페이지를 봄에 있어서 내용으로 독자를 유도하기 위해 정적인 페이
지네이션을 하였고, 이는 무엇보다 편집디자인의 기본에 충실해야만하는 작업이었다.

‘나비’는 1호부터 지켜져 온 나비의 아이덴티티가 있다. 그것은 각각 개별작업을 함에 있어서 내내 소위 ‘이건 나비스럽지 않아’라고 말하며 디자인의 일관성을 부여하고 1,2호와의 시리즈를 강화해나가는 힘이 되었다.
아이덴티티 요소로는 판형, 책장의 홈, 별색인쇄, 종이, 그리고 가운데 중심으로 뒤집혀 인쇄되어 앞뒤가 없는 것으로 꼽을 수 있다.
판형은 160X300 사이즈로 고서의 형태이며, 책장 가운데 홈은 책장을 넘기기 쉽게 자리를 판 것으로 나름대로 인체공학을 고려한 외형적인 아이덴티티다.
고서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별색인쇄를 선택하였으며, 종이 역시 한국적 고서 이미지를 담아내기 위해 갱판지,만화지와 같은 품질이 낮은 종이를 사용해왔다.
다만, 제지기술이 나날이 발전하여 질이 낮은 종이 구하기가 쉽지 않아져서 이번 3호 표지에 사용된 종이는 본래의 속과 겉을 뒤집어 속면에 표지 인쇄를 하였다.

손경록 | 수호신
2학년 말에 ‘나비’를 보았다. 담고 있는 내용부터 말그대로 난해했다.
한국에 이런 것이 정말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고,
자유로운 레이아웃을 보면서 나도 이런 것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3학년이 되어서, 솔직히 의무반, 의지반으로 시작하였다.
그래서였는지, 주제를 찾고 풀어나가는데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무엇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자료를 모을 수 있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고,
이를 재표현한 작업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수호신 일러스트를 직접 다시 그린 기억에 많이 남는다.




윤영한| 임진왜란
임진왜란 때 사용되었던 무기, 깃발, 악기 등을 신호체계로 분석하고 이를 기호학적으로 풀어내었다.
‘나비’는 개인별로 8-10페이지 분량으로 자신의 주제를 담아내는 것이다.
자신이 수집한 자료를 담아낸다고 생각해볼 때, 많다고 하면 많고, 적다고 보면 한없이 적은 공간이다.
즉, 자신의 주제를 얼만큼 어떻게 재해석해 내느냐에 따라 그 공간에 대한 많고 적음이 가늠되어질 것이다.
나비를 자랑하자면, 자신이 선택한 주제에 대해 3-4개월이라는 시간을 투자하여 산더미 같이 많은 자료를 모아 이를 디자인의 관점으로 정리하여 8-10페이지로 축약해 내었다는 것이다.


최인재 | 대한민국
말그대로 ‘많이 얻어가는 작업’이었다.
디자이너로서 기획부터 마지막 디자인 아웃풋까지 체계적으로 접근해볼 수 있었고,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인 제안을 해볼 수 있었다.


박금렬 | 문자도
2학년 때 1호를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국적인 것이 아니라 중국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사는 곳이 한국이기 때문에, 그 속에 '우리것'이 산재해있다 생각했지만
왠지 중국의 문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자신감을 갖지 못했다.
3호 제작을 시작할 때, 한번 '우리문화', '우리 것'을 찾아보자는 강한 의지로 출발했다.


성옥희 | 편액
3학년 1학기 때 ‘나비’ 1, 2호를 처음 보았다.
객관적으로 어려웠다.
이미지로만 보이고, 그냥 후루룩 넘겨보았었다.
그리고, 2학기 때 1, 2호를 열번도 넘게 정독했다.
볼수록 새롭게 느껴지고, 자료를 어떻게 재해석해 나갔는지를 파악해볼 수 있었다.
이런 작업을 통해 3호를 제작해 나갔다.
‘편액’은 궁궐에 있는 전각과 문의 이름을 알려주는 것으로, 편액의 형을 살펴보았다.
→ 정글: 편액이라하면 한자다. 우리말은 한글인데, 그야말로 중국문화가 아닌가?
처음에 주제를 찾을 때, 그 부분이 헷갈렸었다.
그런데, 사실 한글보다 한자를 사용한 역사가 우리에겐 더 많다. 처음에는 중국에서 시작했는지 모르겠으나, 우리가 한자를 들여와서 오랜 우리와 호흡했다면 결국 우리의 문화가 아닌가.

최기석 | 화성행차
1, 2호를 보면서 ‘책이 이쁘다. 나도 한번 만들어봐야지..’ 그랬다.
1, 2, 3호를 놓고 볼 때, 3호가 통합적이고 제일 잘 만들어진 것 같다.
→ 3호를 디자인한 자부심이 가득한 부편집장의 대답이다.
‘나비’의 제작은 전통에 현대미를 싹싹 조미료처럼 넣어주는 맛이 있다.
무엇보다 민속 자료집이 되어가지 않도록 작업하고자 했다. 자료를 디자인적 관점에서 보고자 했고, 디자이너 입장에서 표현요소를 찾아내기 위한 고민이 많았다.
또한, 1, 2호를 제작한 선배들에게 어찌 보일까? 하는 부담감도 있었고, 그와 동시에 그만큼 최선을 다한 작업같다.


류진석 | 지붕
‘나비’는 결국 책이니까, 정보를 담아서 전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던 것같다.
어떤 근거로, 어떤 문헌을 중심으로 이것을 담았느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어렵고 조심스럽다.
혹여나 내가 잘못 이해하였던 것은 아닌지, 또는 보는 이가 잘못이해하고 해석할까봐 걱정도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자료조사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비’가 단순히 학생들이 한 작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전통에 대한 연구로써 그리고 이를 한국의 디자인으로 풀어낸 것에 의미가 담겨지는 작업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윤석 |
별색작업인지라 인쇄되는 내내 인쇄소에 거주하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검수한 작업들.
종이 찾는 작업. 자료를 수집해가는 작업..
자료 조사부터 마지막 인쇄되어 책으로 나오기 까지..
정말 많은 공부를 한 것 같다.
‘나비’는 왜 한국 전통을 소재로 하느냐..고 교수님께 여쭤봤었다.
‘문화적 아이덴티티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면서 한국디자인의 정체성을 스스로 다져나가는 과정을 통해 '나'를 '나'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음 '의 의미를 강조하셨다.
그 말을 작업하는 내내 새기고 있었던 것같다.
그리고, 우리가 작업한 ‘나비’로 인해 ‘한국적인 것’하면 경기대 시각디자인학과의 ‘나비’를 떠올릴 수 있도록 그 발판을 다져나가는 작업이 되길 바란다.



2001년 첫 수업 시간 때 ‘한국 전통을 소재로 10년간 매 1호씩 발간할 것이다’
라는 계획을 들었을 때, 말그대로 ‘암담’했다.
제호 고민만도 2개월을 한 것 같다. ‘코리안스타일’이라는 제호도 있었다. 결국, 애벌레에서 시작하여 나비가 되듯이 우리의 작업들도 그렇게 변화해갈 것이라는 의지를 담아 ‘나비’라 지었다.
나비가 꽃에서 꽃으로 옮겨가듯이 우리의 ‘나비’ 디자인작업도 그렇게 발전해 나갔으면 한다.
‘한국전통문화’라는 커다란 주제를 토대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정해나갔고,
이를 2호, 3호에 임한 후배들이 유지하며 각자의 디자인을 펼쳐주어서 고맙다.


‘나비’ 관련 문의

Web : www.nabi3.com
Tel : 011-226-7570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