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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돋보였던 '601 아트북 프로젝트 2009'

2009-10-30


스토리텔링이 돋보였던 ‘601 아트북 프로젝트 2009’

601비상은 2002년부터 ‘601 아트북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첫 해부터 반응이 무척 뜨거웠다. 해가 갈수록 작품도 공모전도 꾸준히 성장하며 아트북 장르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출발한 이 프로젝트도 어느 정도 결실을 맺은 듯하다. 올 해는 특히 스물 여섯 점의 수상작 가운데 열 작품이 해외 것으로 어느 해보다 해외 수상자의 비율이 높아졌다. 또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 환경 문제나 사회 문제를 완성도 있게 다룬 작품이 많아진 것이 특징이다. 디자이너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보여주는 작가들이 여럿 있었고, 전체를 이어가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았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평이다.


1~3. 금상 수상작, '쉿! 비밀이야!!' / 이남근 (한국)
초등학교 교사인 작가는 즐거운 생활(미술) 시간에 종이로 색천을 짜는 과제를 내준 뒤에 이를 역어 책으로 냈다. 색천 사이사이에는 아이들의 비밀이 적힌 종이를 뒤집어서 끼웠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의 비밀이란 '우리 아빠 방구냄새는 지독하다', 'ㅇㅇ는 예쁜 척을 잘한다'등이 전부다. 스승과 제자 사이의 귀여운 공모가 담긴 책.
4~6. 은상 수상작, 'Simone' / Alexandra Maignan (네덜란드)
작가가 잠시 몸담았던 파리의 한 세탁소 Simone와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이 담긴 책. 매 페이지마다 접힌 면을 펼치고 그 안에 끼워져 있는 마분지를 들어내야 글을 읽을 수 있는 불편한 책으로 이는 세탁소의 일꾼들이 빨래를 개는 행위를 독자가 함께 경험하게끔 만든 장치다.
7~8. 동상 수상작, '90km/h' / 김지헤 (한국)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풍경을 조리개를 열고 무작위적으로 찍은 사진들을 담은 책이다. 추상에 가까운 이미지만으로 속도감과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하는 책.



1. 특별상(KIDP원장상) 수상작, 'eco (un)friendly book' / 신인아 (호주)
나무를 베어 종이를 만드는 과정이 옛날 교과서 그림 형식과 말투로 진행되어 냉소적인 반어법을 극대화시킨 책이다. 이 책을 보기 위해서 칼선이 나 있는 책장을 뜯어내야 하는데, 다시 붙일 수 없는 일회용 책을 통해 오히려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2. 특별상(Hills교장상) 수상작, 'mosquito' / 박병민 (한국)
여름 초입에 잡은 한 마리 모기를 투명 테이프로 붙여놓은 작가는 모기를 잡는 행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실제 죽은 모기들이 책 곳곳에 붙어있으며, 핏자국을 연상시키는 비릿한 종이 질감이 가벼운 죽음이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3. 특별상(VIDAK회장상) 수상작, 'Mon ami imaginaire' /  Shabnam Zeraati (프랑스)
애인에게 키스하기 위해 집에 빨리 도착하고 싶어 안달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 알 수 없는 동물과 사람 신체의 일부분이 결합한 상상의 등장인물들이 책 전체에 신화적인 색채를 부여하는 동시에 관능적인 느낌을 준다.
4. Finalist, 'L'inperneabilite' / Audrey Ohlmann (프랑스)
트레싱지로 만들어진 10개의 페이지에는 잘려진 단어 조각들이 담겨있고 독자들은 이를 꺼내 조합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수용자의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책으로 페이지와 텍스트에 대한 전통적인 책의 개념을 해체하고 있다.
5. Finalist, 'Picker March' / Kikuchi Haruka (일본)
이쑤시개를 엮어서 두루마리 형태로 만든 책. 길다란 책을 펼침에 따라 병정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텍스트가 없이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보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10월 27일 상상마당 3층 아트 마켓에서 전시 오픈과 함께 이번 공모전의 시상식이 열렸다. 2년 만에 금상이 탄생한 것은 물론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 특별상까지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수상자들에게선 책을 만들기까지의 고민과 노력뿐 아니라 아트북에 대한 열정과 즐거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제각기 다양한 주제와 표현기법의 아트북들을 하얀 면장갑을 끼고 조심스레 살펴보는 내내 창작 욕구가 샘솟았는데, 심사를 맡았던 권혁수 교수도 같은 소감을 전했다.


1. 전시장의 모습
2. 금상 시상 모습. 초등학교 교사인 작가는 제자와 함께 시상식에 참석했다.
3~4. 특별상 및 Finalist 시상 모습
5. 상패는 제주도에서 자란 나무로 만든 의자였다. 의자의 형태처럼 낮은 눈높이로 세상을 보며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흥미로운 것은 올해 수상 작품들의 경향이 다음 해 출품작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래서 수상작을 선정할 때는 다음 해에 미칠 영향도 염두에 둔다고 한다. 심사위원 류명식 교수는 전통적인 책의 형식을 탈피한 과감한 시도의 책이 좀 더 많아졌으며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아트북의 정의를 다시 쓰며 그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601 아트북 프로젝트’의 전시회는 오는 11월 8일까지 상상마당 3층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 601 아트북 프로젝트 2009에 참여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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