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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게하소서>_자유로 로드킬 애도프로젝트
미술

무료

마감

2013-04-02 ~ 2013-04-14


전시행사 홈페이지
www.pajubookcity.org/
고영미_< 울게하소서> _자유로 로드킬 애도프로젝트

본 프로젝트는 자유로에서 벌어지는 로드킬에 관한 것이다.
2012년 가을에 자유로 4차선에서 길을 건너는 오리가족을 만난 후부터 로드킬에 대한 작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동물의 시각으로 자유로를 보기 위해 자유로 화단에 숨어 영상촬영을 했고 공포에 가까운 바퀴소리와 몰려오는 바람에 몸이 흔들리기도 했다. 그 수많은 동물들은 이 죽음의 길에 발걸음을 어떻게 뗐을까... 나는 그들을 애도하고자 한다. 죽은 이를 슬퍼하며 지은 글을 천에 적어 장례행렬을 따르던 것을 만장이라고 하는데 전시장 가득 만장을 설치하여 도로위에서 죽음을 맞이한 수많은 동물들의 넋을 기리고 그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려고 한다. 이 프로젝트 전시를 통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힘없는 여린 존재들의 삶의 비극과 사회의 잔인성, 인간의 욕망과 폭력성 등을 되짚어 보고자한다. ■ 고영미

기러기 뱃속에서 낟알과 지렁이가 섞이고 있을 때 
강가에 물고기 잡으러 가던 고양이를 친 트럭은
놀라서 엉덩이를 약간 씰룩거렸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북으로 질주한다
숲으로 가던 토끼는 차바퀴가 몸 위를 지나갈 때마다
작아지고 작아져서 공기가 되어 가고 있다
흰 구름이 토끼 모양을 만들었다짐승들의 장례식이 이렇게 바뀌었구나
긴 차량 행렬이 곧 조문 행렬이었다
시체를 밟지 않으려고 조심해도 소용없다
자동차가 질주할 때마다 태어나는 바람이
고양이와 토끼와 개의 몸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고양이와 토끼와 개의 가족들은 멀리서 바라볼 뿐
시체라도 거두려고 하다간 줄초상 난다
장례식은 쉬 끝나지 않는다
며칠이고 자유로를 뒹굴면서
살점을 하나하나 내던지는 고양이 아닌 고양이
개 아닌 개 토끼 아닌 토끼인 채로 하루하루
하루하루 석양만이 얼굴을 붉히며 운다
남북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기러기의 뱃속에서
낟알과 지렁이가 뒤섞이고 있을 때
출판단지 진입로에서도
살쾡이의 풍장이 열 하루째 진행되고 있다 ■ 차창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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