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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샹밍 회화전
기타 마감

2005-06-15 ~ 2005-06-29




전시기간> 2005.6.15 ~ 2005.6.29
전시장소> 선화랑 1~2층
문의> 02-734-0458

비단결 같은 화폭에 수놓은 휴머니즘

왕샹밍(王向明)의 그림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적은 없지만, 그의 화명은 국제 미술계에서도 상당히 알려진 중국작가이다. 화사함과 부드러움, 조용한 우수와 감미로운 선율, 그래픽과도 같은 산뜻하고도 간결 담백한 개성적 화풍으로 독보적인 회화 세계를 일구고 있다는 점에서 널리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들이 이제야 한국에 소개된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의미와 의의를 가진다. 개성적인 면과 또 중국인 특유의 미의식, 그리고 현대를 공유하고 있는 동시대인으로서 작가의 다양한 면모들이 우리에게 참신하고 청량한 미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동시대 세계의 모습들을 자신의 예술적 형식으로 승화하여 전달하는 메시지는 우리에게 공감과 보편적 인간애를 느끼게 할 것이다.

그의 그림들은 접하면 접할수록 우리의 정감을 흡입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왕성한 창작 에너지와 번득이는 예술적 영감이 화폭에서는 잘 절제되고 조율된 형식으로 일구어져 독자들에게 그 에너지와 영감을 은밀하게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새’, ‘홍등’(紅燈), ‘한가로움’ 등의 시리즈로 대표되는 작가의 그림들은 공통적으로 소박한 대상과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 아동화나 삽화 같은 소박하고 우화적인 그림의 내용들이 모든 세대에 걸쳐 친근감을 주고 있다.

거대한 서사(敍事)에 익숙해 있던, 그러면서도 그런 서사들의 중압감에 주눅들어 있던 독자들에겐 쉽고도 편안한 화면들이 무엇보다 반갑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작가만의 세련된 감수성과 표현력에 의해 비단결 같이 부드럽고도 화사하며, 단아하고도 상큼한 형상의 세계를 일구게 된 것이다.


작가의 ‘홍등’ 시리즈는 중국적 소재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춘절의 세속풍경에서 보듯 홍등이 온 하늘을 덮고 있는 모습들이 그대로 담겨 있어 감흥과 정취가 고조된다. 새 연작들보다는 훨씬 강렬한 원색들이 많고, 또한 평면성이 더욱 두드러져 화면상의 거리감은 거의 없다.
홍등과 나무, 인물 등의 이미지들이 서로 얽혀 고유의 형태는 점점 사라져 가고 그림은 어떤 선율같은 것들로 환원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화면의 질서는 그것이 단순한 풍경에 대한 서술이 아니라 어떤 감정의 묘사 같은 것들이 읽혀지게 된다. 공리가 주연한 영화 ‘홍등’에 대한 잔상 때문일까, 사랑의 속삭임들이 들려오는 것으로도 느껴진다. 화면을 가만히 살펴보면 이 연작들에서도 예의 새들이 숨은 그림처럼 삽입되어 있다. 작가가 의도하는 의미가 있겠지만, 그것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도 좋을 듯하다.

확실히 작가는 소박한 대상에서 많은 형상의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탁월한 재능의 소유자이다. 우리 미술이 현대화의 격랑 속에서 소박한 소재들의 소중함을 외면했고, 또 그 결과 어딘지 모르게 경직되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작가의 그림들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교훈들을 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평범하고 소박한 대상들을 통해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여줄 수 있다면, 그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술의 변치 않는 본질일 것이다. 그야말로 작가의 그림은 풍부한 상상력과 예민한 감수력, 자신만의 양식으로 담아내는 표현력, 무엇보다 진지한 작가정신 등......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결정체이다. 이러한 진지한 작가정신 앞에서는 구상이니 추상이니 하는 구분이라는 것도 부질없는 개념의 낭비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이     재     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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